이종범 “평일엔 웹툰, 주말에는 결혼축가로 생계 이어갑니다”
만화와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열심히 했던 학생이었다. 체육을 할 땐 스포츠만화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으로, 심리학을 전공한 것도 좋은 만화를 그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음악에 심취해 잠깐 밴드 활동으로 외도를 할 뻔 했지만, 2009년 『투자의 여왕』으로 데뷔, 지난해는 『닥터 프로스트』로 ‘독자만화대상 온라인 만화상’을 수상했다.
글ㆍ사진 엄지혜
2012.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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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가 되기 위해 심리학을 전공한 만화키드

2011년 2월, 네이버 웹툰에 심리학를 소재로 다루는 예사롭지 않은 웹툰이 등장했다. 재미에 집중한 일상 만화들 사이에서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작가는 이전의 작품 연재가 모두 무산된 상태에서 ‘심리학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라는 한 줄의 메모에서 영감을 얻어 『닥터 프로스트』 연재를 시작하게 됐다. 심리학과 교수가 주인공이어서 일까. 『닥터 프로스트』의 독자들은 다른 웹툰에 비해 점잖은(?) 댓글을 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닥터 프로스트』의 주인공 용강대학교 심리학과 프로스트 교수는 낮에는 심리상담소에서 밤에는 바텐더로 이중생활을 이어간다. 이종범 작가 역시, 평일엔 웹툰을 그리고 주말에는 웨딩밴드 멤버로 축가를 불러주는 투잡을 이어가고 있다. 왠지, 더 흥미롭지 않은가.

질문

웹툰작가 데뷔는 어떻게 하게 되었으며, 준비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요?

답변

어렸을 때부터 만화가가 되고 싶어서 혼자 연습하고 도구도 사 모았습니다. 책도 구해서 읽고요. 많이 따라 그렸어요. 하지만 대학은 만화에 도움이 되겠다는 마음에 심리학과를 선택했고, 만화 전공이 아닌지라 졸업 때까지 이런 저런 다양한 경험만 쌓고 있었죠. 구체적인 데뷔 준비는 졸업 직전부터였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무작정 데뷔준비를 시작하고 보니 출판 만화 쪽은 시장도 많이 축소되어 공모전 이외에 데뷔할 기회가 보이지 않았고, 문하생 생활도 겪어보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는데 당시 활성화가 되고 있던 웹툰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일단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었어요. 그리고 다른 길이 보이지도 않았고 하여 무작정 이런저런 만화를 그려서 블로그에 올리고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렸습니다. 이런 생활을 한 시절이 도합 2~3년 이었어요. 그러다가 지인의 책을 만화화 해보자는 기획을 벌여 만든 만화가 스투닷컴에서 연재 되었던 제 데뷔작 『투자의 여왕』이었습니다. 아직까지 웹툰에서는 전문적인 소재나 정보성이 짙은 스토리 만화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림도 엉망이고 기본도 없었음에도 데뷔가 가능하지 않았었나 싶어요. 데뷔작이 끝나고 또 1년 정도 꾸준히 준비하고 거절당하고를 반복하다가 네이버 웹툰에서 『닥터 프로스트』를 연재하게 되었는데, 이 때 느꼈어요. "아, 나는 그림도 상상력도 발상도 약해서 전문 소재를 공부해 가며 그리는 게 승산이 있겠구나."

질문

웹툰작가가 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답변

무엇보다 만화를 계속 그렸는데요. 그림 공부는 따로 배운 건 없었고 계속 그림 잘 그리는 사람들의 블로그에서 소개하는 연습법은 거의 다 해봤어요. 잡지 떼기, 생활 크로키, 인체 해부학 공부 등등. 그래도 그림 쪽에 재능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지 느리게 늘어가는 타입입니다. 반면 스토리 공부는 작심하고 열심히 책보고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써봤어요. 강의나 수업도 찾아가서 듣고요. 그런데 이런 그림과 스토리, 연출 등의 만화 공부 이외에도 워낙 관심사가 많아서 책 읽는걸 좋아해요. 그리고 그게 많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문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웹툰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하셨나요?

답변

8살 때, 제가 따라 그린 만화의 한 컷을 보고 주변 친구들이 엄청 좋아해줬어요. 그 때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게 정말 좋은 것이라는 걸 느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단순하게 만화가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거에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만화가 어떤 건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아가게 되었고 그건 어린 마음에 무작정 마음 먹은 꿈과는 너무 다르고 어려운 길이었어요.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겁나기 보다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질문

소득은 어떤가요?

답변

처음엔 연재지원 공모전에 붙어서 고료를 받았기 때문에, 사실 경력에 비해서 돈을 적지 않게 받았어요. 그러다가 제대로 연재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겨우겨우 먹고 살만했다가 조금씩 고료가 올라가서 지금은 어시스턴트 한 명의 도움을 받고, (드디어) 일부를 저축할 수 있을만한 고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빚도 갚고 하려면 부족한 금액이라 특강이나 대학 만화과 강의 등을 하기도 합니다. 주말엔 웨딩밴드에서 연주도 하고요.

질문

좋은 웹툰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답변

공부를 계속 하려고 합니다. 만화에 관한 것뿐 아니라 제가 궁금해 하는 모든 분야에 대해서요.

질문

어떤 웹툰이 성공하는 것 같은가요?

답변

발상도 재미도 그림도 다 중요한 것 같지만, 역시 주 독자층인 10대의 공감이나 동경심을 끌어내고 붙잡는 작품이 대체로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 부분은 언제나 유동적이고 흘러가는 부분이기 때문에 오래 가는 선배님들을 보면, 남이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장점과 무기를 갖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될 수 없는 작품과 작가가 성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질문

웹툰 이외의 다른 아이템을 기획 중인가요?

답변

지금 연재 중인 작품이 끝나고 나서 그 다음으로 연재하고 싶은 이야기가 두 세가지 있습니다. 전혀 구체화되지 않은 아이디어는 몇 개 더 있고요. 그런데 당장 다음 작품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도 공부가 꽤 필요한 분야라서 걱정입니다.

질문

웹툰 시장의 전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요?

답변

지금 당장의 웹툰 시장은 호황기입니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돈이 모여들고 있다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하지만 모든 대중 매체는 대안과 융합매체에 의해 밀려나거나 보완되거나 혹은 변화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웹툰의 한계는 어느 정도 명확해 지고 있습니다. 유료화의 문제와 획일화의 가능성, 고료 시스템의 단점과 PC에 최적화 되어 있다는 지점들이 주된 한계로 언급되고 있죠. 이 많은 부분을 염두에 두고 모바일 기반의, 스마트 디바이스에 보다 최적화된 만화가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러한 매체도 큰 의미에서 웹툰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웹툰은 형태만 조금씩 바뀔 뿐 굉장히 오랜 생명력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웹툰작가를 꿈꾸는 사람에게 한 마디를 한다면

답변

일단 그려서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연습하고 고민할지는 수많은 사람들이 얘기해 줄 테니까요. 다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 받고 응원 받고 싶다는 마음은 하루빨리 버리고 강한 마음과 용기를 구비하는 것이 그림이나 스토리보다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

답변

언제나 부족한 만화를 보고 응원 해줘서 늘 감사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미숙한 제가 계속 얼빠진 짓을 하지 못하도록 애정 어린 충고를 해주는 분들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조금씩 여러 방법으로 진행 될 다양한 웹툰(혹은 모바일 툰) 유료화에 대해서 무조건 반대만 하지 마시고 많이 도와주길 부탁 드립니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 매우 당연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만화가를 비롯한 창작자들이 보다 인간적인 환경에서 의욕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길 정말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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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프로스트 1
이종범 글,그림 | 애니북스
심리학과 만화가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접점을 찾아 그려낸 작품 『닥터 프로스트』는 심리학에 대한 지식 검증은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거치고, 만화의 재미는 만화 스토리 전문 작가의 조언을 통해 탄생된 만화이다.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만화가가 직접 들려주는 심리학에 대한 흥미진진한 사실이나 만화에 심리학 지식을 담아내는 데 대한 고민은 물론, 극중에서 등장한 심리 테스트, 감수에 참여한 심리학 전문가들의 칼럼 등이 수록돼 있다. 닥터 프로스트의 행보를 따라가며 정통 심리학의 재미와 현대인의 정신적 아픔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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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닥터 프로스트 #웹툰 #심리학 #투자의 여왕
29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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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전중

2013.06.25

화이팅 화이팅!! 항상 열심히 사는 당신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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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tw

2013.02.11

이 때 느꼈어요. "아, 나는 그림도 상상력도 발상도 약해서 전문 소재를 공부해 가며 그리는 게 승산이 있겠구나."
자신만의 강점을 찾아가야 승산이 있군요. 웹툰 하는 사람의 일상적인 말일 수도 있지만, 취업이라든지 어떠한 목표를 이루어내야 하는 젊은이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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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to

2013.01.30

교수님이 언급했던 만화인데 작가가 이분이셨군요. 주말엔 축가를 불러야하다니.ㅜㅜ 웹툰작가들도 힘든 세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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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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