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7살이 된 보아, 새 앨범 반응은… - 보아 ‘Only one’, 스컬&하하, 야광토끼
처음 브라운관에서 보아를 보던 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열 세 살의 나이로 데뷔, 격한 댄스를 추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노래 실력을 자랑하며 많은 음악 팬들에게 대형 신인의 출현을 알렸었지요. 그랬던 보아가 벌써 스물일곱이 되었네요. 이제는 많은 후배 여성 가수들의 롤 모델을 넘어 멘토의 이미지까지 갖추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행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201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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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브라운관에서 보아를 보던 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열 세 살의 나이로 데뷔, 격한 댄스를 추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노래 실력을 자랑하며 많은 음악 팬들에게 대형 신인의 출현을 알렸었지요. 그랬던 보아가 벌써 스물일곱이 되었네요. 이제는 많은 후배 여성 가수들의 롤 모델을 넘어 멘토의 이미지까지 갖추게 된 것 같습니다. 이번 행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요. 좋은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는 그의 정규 7집, < Only One >을 소개합니다. 걸쭉한 목소리가 개성적인 하하가 국내 레게의 간판스타인 스컬과 함께 발표한 미니앨범과, 인디 신에서 독특한 개성으로 주목받고 있는 야광토끼의 신보도 함께 소개해 드립니다.
보아(BoA) < Only One >
그랬다. 그녀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늘 ‘한류의 개척자’였고, 그 안엔 끝도 없는 대중의 기대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에 부응하듯, 아니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 잇달아 강한 이미지와 완벽한 안무로 자신을 치장해 온, 보아의 커리어는 한마디로 ‘아티스트로서의 인생에 올인해야 했던’ 가혹한 삶의 연속이었다. 순수한 꿈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했던 「아틀란티스 소녀」였고, 여성중심의 사회를 위해 「Girl's on top」을 외치기도 했으며, 「Hurricaine Venus」로 환생해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그 속에서 ‘인간 보아’의 자아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신작은 그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물이다. 처음으로 이루어진 각종 콘셉트와 노래 속 캐릭터에 묻혀있던 ‘인간 보아’의 발굴 복원 작업이기 때문이다.
타이틀곡 「Only one」이 보아의 자작곡이라는 것은 사실 부수적인 문제다. 주위의 부담을 전부 끌어안기보다는, 자신의 뜻을 좀 더 앞줄에 두겠다는 강단의 발로가 전반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 포인트다. 최근 논란거리였던 립싱크무대만 봐도, 정확히 자신의 한계를 알고 지향하는 바를 명확히 무대에서 구현해 내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 어떻게든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켜주고자 했던 예전의 보아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을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이처럼 비디오에서의 목표가 완벽한 시각적 만족이라면, 오디오 측면에서는 오래도록 들을 수 있는 ‘감상’의 기반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계속해서 타이틀로 내걸었던 자극적인 ‘SMP’의 비중을 줄였고, 수록곡은 7곡으로 줄임과 동시에 밀도를 높였다.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만한 에너지를 분출하지는 않지만, 대신 좀 더 보편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실어내 쉬이 질리지 않을 ‘정적인 역동성’을 확보해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삶의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여유이자 안도감이다.
애티튜드의 변화는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도모한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가 기반이 된 덕분에 좀 더 설득력이 부여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부분의 곡들이 기존에 해왔던 상투적인 스타일임에도,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를 얹고 진솔한 목소리로 매듭을 지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꺼내들어야 하는 이유를 가져다준다.
‘날 따라오는 날 바라보는 네 시선 눈빛 그 모든 것들이 날 얼게 만들어’라는 노랫말로 후배들에게 가수로서의 현실적인 고충을 이야기하는 「The shadow」, ‘뾰족해 못난 네모난 바퀴 역경은 깎아내면 둥글겠지’라고 되뇌며 그간의 고통을 투영해내는 「네모난 바퀴」는 그녀가 불렀기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트랙들이다. 여기에 「The top」을 통해 정상이란 결국 허상이라는 역설을 둔탁한 비트와 낙차 큰 선율로 읊어 내려가며 절정의 순간을 야기한다. 다만 신스 음이 앞 러닝타임과의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One dream」은 생략해도 좋았을 부분.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가 여운이 남아야 할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최후의 감흥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낸다. 베테랑 아이돌로서의 모범사례로서는 적합하지만, 초보 뮤지션으로서의 변신으로서는 미흡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고’는 남들과의 경쟁을 통해 얻는 칭호지만, ‘유일’이라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얻는 훈장이 아닐까 싶다. 10년의 세월 동안 ‘정상’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기꺼이 자신의 짐이자 의무로 받아들인 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왔던 힘겨운 나날을 거친 끝에 ‘No.1’은 ‘Only one’이 될 수 있었다. 영광이라는 이름의 아픔과 외로움을 홀로 이겨내고 이제 겨우내 숨고르기를 시작한 보아.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향하는 길이 어딘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치열함을 잠시 내려두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반갑고 다행스럽다. 대중과의 관심에서 반 보 거리를 둔 지금, 13살의 아이돌을 거쳐 27살의 뮤지션으로 다시금 재출발할 절호의 타이밍을 그녀는 맞고 있다.
스컬&하하 < YA MAN >
새로운 별명은 ‘콴 니노말리(Quan Ninomarley)’라는데 고심 끝에 탄생했던 옛 별명 ‘니노 막시무스 카이저소제 쏘냐도르’만큼 그 조어법과 의미가 의심스럽다. 그래도 찬찬히 살펴보자면 마지막 단어에서 눈길이 멈춘다. 우리가 아는 그 밥 말리(Bob Marley)에서 따온 말리다. 소년이라는 뜻의 니노(nino)까지 더해 다시 보니 이제야 뜻이 어느 정도 다가온다. 소년 말리, 자기정의의 의미가 확실히 드러난다.
제대 이후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꾸준하게 레게 이미지를 구축하더니 지난해에는 < Quan Ninomarley A.K.A Haha Reggae Wave >라는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레게를 시도했다. 스컬(Skull)과의 공식적인 협업 역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음반의 네 번째 트랙 「하와유?? 파인 땡큐!! (Feat. 스컬)」에서 접촉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고 올해 1월 예능 프로그램의 특집 가요제에서도 함께 출연하며 교류를 이어갔다.
새로운 항로로 나아감에 있어 국내 레게 신의 독보적인 존재 스컬을 조타수로 맞이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양책(良策)이다. 무작정 흑인음악을 따라가기 위해 어설프게 인맥으로 피쳐링 라인업을 채웠던 것과는 달리 해당 영역의 전문가를 초청함으로써 양질의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하를 새로운 파트너로 택한 것 역시 스컬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방송인과의 제휴를 통해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요, 시류에 가까운 음악을 구사하며 레게를 연성화하는 최근의 음악적 행보와도 합일점을 이룰 수 있는 까닭이다. 이만하면 손해 없는 윈윈전략. 서로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레게 리듬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나 그 위에 최근 유행하는 사운드를 포석하며 친숙함을 획득했다. 타이틀 트랙 「부산 바캉스」는 이를 대표하는 증거로 LMFAO식 일렉트로-합 사운드를 후렴구에 배치하며 혼합을 모색했다. 레게 펑크(reggae funk)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이사 가는 날」이나 발라드 라인을 배치한 「Hennessy 19」 역시 이러한 변형문법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한편 힙합 뮤지션 지슬로우(G-Slow)를 프로듀서로 배치하고 래퍼 레전더리 포잇(The Legendary Poet)등의 지원군과 호응하는 「Big up (Feat. The Legendary Poet, RiLord, JIMI xo)」에서는 예상 외로 탁월한 하하의 랩 실력이 펼쳐지며 그 비중이 스컬에 전혀 못지않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여러 장르를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은 나쁘지 않은 시도, 다채로움을 담아내며 지루함을 없앴고 더불어 대중으로의 접근성까지 이끌어냈으니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연의 레게 사운드를 접어두고 다가간 방식은 분명 아쉬운 요소로 스토니 스컹크 시절의 「Ragga muffin」같은 곡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공산이 크다. 더불어 형돈이와 대준이(정형돈-데프콘), 처진 달팽이(유재석-이적)에 이어 동일한 ‘무한도전’ 조합으로 음반을 발매했으니 시류에 편승한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가벼움이 남기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 이는 사람들의 반응과 웃음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엔터테이너와의 조합이 그어놓은 제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아쉽게만 볼 필요는 없다. 정통 음률도 리듬도 아닌 구색만 갖춘 레게지만 다양한 터치를 보여주며 여섯 트랙을 각양각색으로 채운 것 또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노래가 즐겁다. 음악이 전하는 일차적인 효과가 바로 흥을 돋우는 것이지 않은가. 그 원초적인 기능에 하하와 스컬은 충실하고 있다.
야광토끼 < Happy Ending >
데뷔작 < Seoulight >(2011)에서 울렸던 1990년대 가요의 향수가 좋아 그녀를 지지했다면, 이번 미니 앨범의 편곡은 자칫 ‘배신’으로 들릴 수 있다. 복고의 추억을 온전히 담아냈던 소리가 둔탁한 베이스가 대세인 현재의 일렉트로닉 스타일을 여과 없이 반영했기 때문이다.
전자음악이라는 분류에서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전작과 후작은 구세대와 신세대로 나뉘게 될 수 있으므로 ‘야광토끼만의 소리’를 놓고 봤을 땐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겨우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낸 상황임에도 차기작에선 ‘안주’가 아닌,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변화에서 놀랄 수밖에 없는 건 노선을 갈아탔음에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짙게 깔린 베이스가 곡 전반을 휘어잡고 있지만, 노래는 여전히 가수의 정체성을 잃고 있지 않다. 이것이 이번 앨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핵심을 파헤친다면 답은 어렵지 않다. 메이저 작곡가가 부럽지 않을 만큼 간결한 선율로 완성한 코드워크, 초지일관 밀어붙인 냉정한 목소리 톤은 이별 이야기에선 매번 울며 쥐어짜는 창법만 내세운 대중음악 속에서 독립성을 갖춘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건 가사다. 1집에서도, 이번 음반에서도 임유진은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한다. 재수 없는 남자를 비꼰 「왕자님」은 “재벌이신가요? / 돌아가 주세요.”라고 외치며 정중히 욕을 하고, 「비눗방울」에선 차이는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말해줘요. 내가 싫다 말해줘요”라며 처절하게 붙잡는다. 당당하고 거친 표현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걸그룹들의 가사와 비교한다면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더욱 높다.
일 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음반 부문 최우수 팝상 >을 수상한 능력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더불어 대중음악에서의 ‘시류’와 ‘개성’이라는 두 개의 객체를 조율하는 방법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았다. 트랙 수가 짧은 게 못내 아쉬운 점이랄까. 야광토끼엔 야광토끼만의 팔레트가 있다.
보아(BoA) < Only One >
그랬다. 그녀 뒤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늘 ‘한류의 개척자’였고, 그 안엔 끝도 없는 대중의 기대감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에 부응하듯, 아니 부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 잇달아 강한 이미지와 완벽한 안무로 자신을 치장해 온, 보아의 커리어는 한마디로 ‘아티스트로서의 인생에 올인해야 했던’ 가혹한 삶의 연속이었다. 순수한 꿈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했던 「아틀란티스 소녀」였고, 여성중심의 사회를 위해 「Girl's on top」을 외치기도 했으며, 「Hurricaine Venus」로 환생해 거대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그 속에서 ‘인간 보아’의 자아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신작은 그 점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물이다. 처음으로 이루어진 각종 콘셉트와 노래 속 캐릭터에 묻혀있던 ‘인간 보아’의 발굴 복원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비디오에서의 목표가 완벽한 시각적 만족이라면, 오디오 측면에서는 오래도록 들을 수 있는 ‘감상’의 기반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계속해서 타이틀로 내걸었던 자극적인 ‘SMP’의 비중을 줄였고, 수록곡은 7곡으로 줄임과 동시에 밀도를 높였다. 단숨에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만한 에너지를 분출하지는 않지만, 대신 좀 더 보편적인 가사와 멜로디를 실어내 쉬이 질리지 않을 ‘정적인 역동성’을 확보해냈다. 이 과정에서 느껴지는 것은 삶의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여유이자 안도감이다.
애티튜드의 변화는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도모한다. 무엇보다 전반적으로 자전적인 이야기가 기반이 된 덕분에 좀 더 설득력이 부여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대부분의 곡들이 기존에 해왔던 상투적인 스타일임에도,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를 얹고 진솔한 목소리로 매듭을 지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꺼내들어야 하는 이유를 가져다준다.
‘날 따라오는 날 바라보는 네 시선 눈빛 그 모든 것들이 날 얼게 만들어’라는 노랫말로 후배들에게 가수로서의 현실적인 고충을 이야기하는 「The shadow」, ‘뾰족해 못난 네모난 바퀴 역경은 깎아내면 둥글겠지’라고 되뇌며 그간의 고통을 투영해내는 「네모난 바퀴」는 그녀가 불렀기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오는 트랙들이다. 여기에 「The top」을 통해 정상이란 결국 허상이라는 역설을 둔탁한 비트와 낙차 큰 선율로 읊어 내려가며 절정의 순간을 야기한다. 다만 신스 음이 앞 러닝타임과의 이질감을 불러일으키는 「One dream」은 생략해도 좋았을 부분.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가 여운이 남아야 할 자리를 비집고 들어가 최후의 감흥을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낸다. 베테랑 아이돌로서의 모범사례로서는 적합하지만, 초보 뮤지션으로서의 변신으로서는 미흡하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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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는 남들과의 경쟁을 통해 얻는 칭호지만, ‘유일’이라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얻는 훈장이 아닐까 싶다. 10년의 세월 동안 ‘정상’이라는 외부의 시선을 기꺼이 자신의 짐이자 의무로 받아들인 채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해왔던 힘겨운 나날을 거친 끝에 ‘No.1’은 ‘Only one’이 될 수 있었다. 영광이라는 이름의 아픔과 외로움을 홀로 이겨내고 이제 겨우내 숨고르기를 시작한 보아. 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향하는 길이 어딘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치열함을 잠시 내려두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반갑고 다행스럽다. 대중과의 관심에서 반 보 거리를 둔 지금, 13살의 아이돌을 거쳐 27살의 뮤지션으로 다시금 재출발할 절호의 타이밍을 그녀는 맞고 있다.
글 /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
스컬&하하 < YA MAN >
새로운 별명은 ‘콴 니노말리(Quan Ninomarley)’라는데 고심 끝에 탄생했던 옛 별명 ‘니노 막시무스 카이저소제 쏘냐도르’만큼 그 조어법과 의미가 의심스럽다. 그래도 찬찬히 살펴보자면 마지막 단어에서 눈길이 멈춘다. 우리가 아는 그 밥 말리(Bob Marley)에서 따온 말리다. 소년이라는 뜻의 니노(nino)까지 더해 다시 보니 이제야 뜻이 어느 정도 다가온다. 소년 말리, 자기정의의 의미가 확실히 드러난다.
새로운 항로로 나아감에 있어 국내 레게 신의 독보적인 존재 스컬을 조타수로 맞이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양책(良策)이다. 무작정 흑인음악을 따라가기 위해 어설프게 인맥으로 피쳐링 라인업을 채웠던 것과는 달리 해당 영역의 전문가를 초청함으로써 양질의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하를 새로운 파트너로 택한 것 역시 스컬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방송인과의 제휴를 통해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요, 시류에 가까운 음악을 구사하며 레게를 연성화하는 최근의 음악적 행보와도 합일점을 이룰 수 있는 까닭이다. 이만하면 손해 없는 윈윈전략. 서로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레게 리듬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나 그 위에 최근 유행하는 사운드를 포석하며 친숙함을 획득했다. 타이틀 트랙 「부산 바캉스」는 이를 대표하는 증거로 LMFAO식 일렉트로-합 사운드를 후렴구에 배치하며 혼합을 모색했다. 레게 펑크(reggae funk)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이사 가는 날」이나 발라드 라인을 배치한 「Hennessy 19」 역시 이러한 변형문법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한편 힙합 뮤지션 지슬로우(G-Slow)를 프로듀서로 배치하고 래퍼 레전더리 포잇(The Legendary Poet)등의 지원군과 호응하는 「Big up (Feat. The Legendary Poet, RiLord, JIMI xo)」에서는 예상 외로 탁월한 하하의 랩 실력이 펼쳐지며 그 비중이 스컬에 전혀 못지않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여러 장르를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은 나쁘지 않은 시도, 다채로움을 담아내며 지루함을 없앴고 더불어 대중으로의 접근성까지 이끌어냈으니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연의 레게 사운드를 접어두고 다가간 방식은 분명 아쉬운 요소로 스토니 스컹크 시절의 「Ragga muffin」같은 곡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공산이 크다. 더불어 형돈이와 대준이(정형돈-데프콘), 처진 달팽이(유재석-이적)에 이어 동일한 ‘무한도전’ 조합으로 음반을 발매했으니 시류에 편승한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가벼움이 남기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 이는 사람들의 반응과 웃음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엔터테이너와의 조합이 그어놓은 제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아쉽게만 볼 필요는 없다. 정통 음률도 리듬도 아닌 구색만 갖춘 레게지만 다양한 터치를 보여주며 여섯 트랙을 각양각색으로 채운 것 또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노래가 즐겁다. 음악이 전하는 일차적인 효과가 바로 흥을 돋우는 것이지 않은가. 그 원초적인 기능에 하하와 스컬은 충실하고 있다.
글 / 이수호 (howard19@naver.com)
야광토끼 < Happy Ending >
데뷔작 < Seoulight >(2011)에서 울렸던 1990년대 가요의 향수가 좋아 그녀를 지지했다면, 이번 미니 앨범의 편곡은 자칫 ‘배신’으로 들릴 수 있다. 복고의 추억을 온전히 담아냈던 소리가 둔탁한 베이스가 대세인 현재의 일렉트로닉 스타일을 여과 없이 반영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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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악이라는 분류에서 단순한 이분법으로 나눈다면, 전작과 후작은 구세대와 신세대로 나뉘게 될 수 있으므로 ‘야광토끼만의 소리’를 놓고 봤을 땐 새로운 도전이자 모험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 겨우 한 장의 정규 앨범을 낸 상황임에도 차기작에선 ‘안주’가 아닌,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변화에서 놀랄 수밖에 없는 건 노선을 갈아탔음에도 어색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짙게 깔린 베이스가 곡 전반을 휘어잡고 있지만, 노래는 여전히 가수의 정체성을 잃고 있지 않다. 이것이 이번 앨범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핵심을 파헤친다면 답은 어렵지 않다. 메이저 작곡가가 부럽지 않을 만큼 간결한 선율로 완성한 코드워크, 초지일관 밀어붙인 냉정한 목소리 톤은 이별 이야기에선 매번 울며 쥐어짜는 창법만 내세운 대중음악 속에서 독립성을 갖춘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건 가사다. 1집에서도, 이번 음반에서도 임유진은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한다. 재수 없는 남자를 비꼰 「왕자님」은 “재벌이신가요? / 돌아가 주세요.”라고 외치며 정중히 욕을 하고, 「비눗방울」에선 차이는 상황에서도 “솔직하게 말해줘요. 내가 싫다 말해줘요”라며 처절하게 붙잡는다. 당당하고 거친 표현으로 대중들을 사로잡은 걸그룹들의 가사와 비교한다면 여성 뮤지션으로서의 존재 가치는 더욱 높다.
일 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음반 부문 최우수 팝상 >을 수상한 능력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했다. 더불어 대중음악에서의 ‘시류’와 ‘개성’이라는 두 개의 객체를 조율하는 방법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내놓았다. 트랙 수가 짧은 게 못내 아쉬운 점이랄까. 야광토끼엔 야광토끼만의 팔레트가 있다.
글 / 이종민(1stplanet@gmail.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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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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