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자신이 완벽한 사람이 아님을 잘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합리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얼마나 합리적이지 못해왔는지, 하루에도 얼마나 많은 착각들을 하고 사는지 깨닫게 한다. 나는 착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착각임을 말이다. 수많은 착각들 가운데 무릎을 탁 치며 껄껄 웃고 말게 했던 착각을 나누고 싶다.
매년 12월, 어김없이 펼쳐지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지만 심정적으로는 동조하게 되는 모습이다. 전국의 많은 기업의 출근시간이 한 시간이나 늦춰지고 조금 과장해선 한 달 전부터 수험생들의 마무리 공부방법이라든가 시험장 유의사항, 시험시간 등을 뉴스에서 수없이 반복, 보도한다. 우리를 잘 모르는 외국인이 본다면 한국은 이 날 매우 거국적인 거사를 치르는 줄 알겠다. 사실 우리는 안다. 이 하루가 우리 인생의 작은 시작이 되긴 하겠지만 큰 물줄기를 바꾸는 엄청난 사건은 아니었음을 말이다. 이 하루가 긴 삶의 성패를 가르는 날은 아님을 이 시기를 지난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이 광경은 도대체가 질리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시험장에 들어서면 여지없이 우린 똑같은 풍경을 만난다. 닫힌 교문에 보기만 해도 침이 넘어가는 진한 엿을 붙이는 부모. 전국 사찰과 교회 등에선 수험생과 같은 시간표로 열리는 기도회 내지는 집회가 바로 그 것이다. 깊은 신앙심의 표시일까. 부모와 수험생, 그리고 지켜보는 이들까지도 다 안다. 결국 시험성적은 수험생 자신에게 달렸다는 것. 생각해보니 나도 그랬다. 물론 결과는 지난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하는 것에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이 알듯 말듯한 문제 하나 정도는 우연하게도 찍었는데 맞는 역사(?)를 창조해 주지 않을까? 하는 바로 그 마음 말이다. 난생 처음 보는 문제를 붙들고 답안지를 걷는 그 순간까지 제발 생각나게 해달라고도 했다. 당신은 안 그랬는가?
우리의 전지전능하신 위대한 그분이 자신에게 간절히 비는 어느 신도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고 치자. 그래서 그 자녀의 실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대학보다 좀 더 좋은 대학에 합격시켜준다고 해보자.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실력으로 그 좋은 대학에 당연히 붙어야 할 다른 수험생이 억울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단지 그 부모가 그분에게 열심히 기원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 pp.38-39 |
나뿐만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착각들을 풀어볼까? 일례로 우리는 당첨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복권을 구매한다. 실제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8,140,000분의 1이라고 한다. 하지만 내가 8,139,999에 해당한다고 믿으면서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은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다. 또 우리는 우리의 자녀가 다른 아이들보다는 더 낫다고 믿는다. 아이의 옹알이를 듣고 ‘천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자녀가 크면서 납득할 수 없는 바보 같은 행동을 하면 십중팔구 부모들은 이렇게 말한다. ‘다른 애들은 안 그러는데, 왜 너만 그러니?’ 천재는 정상의 범주 안에 있지 않다. 많은 부모들이 우리 아이가 비정상이면서 정상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상에, 불쌍한 아이들 같으니라고!
당연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많은 생각들이 망치로 얻어 맞은 것처럼 깨져버렸지만 이 책은 그런 우리를, 또 나를 책망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착각들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위안을 준다. 왜 당연할 수 밖에 없을까? 인간 본연의 문제와 연관된 ‘착각’에 대한 깊은 성찰은 나를, 그리고 당신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상대방의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에 직면할 때, 그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심리적 기제를 알 수 있게 돕는 역할을 감당한다. 온종일 착각 속에 살더라도 ‘가끔은 제정신’이 되어 세상을 살펴 보는 것은 어떨까?

- 가끔은 제정신 허태균 저 | 쌤앤파커스
이 책의 저자인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는 ‘착각’은 인간이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라며, 인간은 애초부터 착각할 수밖에 없는 불완전한 존재라고 말한다.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있다는 착각,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착각, 그 사람과 친하다는 착각, 우리는 하나라는 착각, 나는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다는 착각,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는 착각, 그리고 나는 착각하지 않는다는 착각…
조세연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은데 지극히 평범한 게 고민이다. 재미있게 살고 싶은데 재미없는 인간이라 이 또한 고민이다. 떠들썩한 모임을 좋아하며 어디든 머리 대고 3초 이내에 잠들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쓸 데가 없어서 아쉽다. 365일 다이어트 중이지만 365일 먹어대는 자기모순을 겪고 있다. 그래도 언젠간 개선된 인간이 될 거란 기대만큼은 버리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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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e78
2013.07.31
tembong09
2012.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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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pty1303
2012.04.22
내가 서 있는 토대가 온통 흔들리고 있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생각들이 다 착각은 아닐까 되물어봅니다.
가끔 나의 착각이 맞아주기도 한다면,
나약한 나에게도 살아갈 힘이 좀 주어지련만...
현실은 내가 착각을 하고 있다고 냉엄하게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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