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던 록의 거장, 14년만에 돌아오다! - 그렉 올맨, 이혜원, 나인신
서던 록을 상징하는 미국 그룹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큰 형님, 그렉 올맨이 무려 14년 만에 신보를 내놓았습니다. “슬리피” 존 이스츠, 머디 워터스, 비비 킹 등의 블루스 명인들의 작품을 풍부한 연륜을 실어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201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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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던 록을 상징하는 미국 그룹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큰 형님, 그렉 올맨이 무려 14년 만에 신보를 내놓았습니다. “슬리피” 존 이스츠, 머디 워터스, 비비 킹 등의 블루스 명인들의 작품을 풍부한 연륜을 실어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출신의 이혜원과 메탈 그룹, 나인신의 신보도 소개해드립니다.
그렉 올맨(Gregg Allman) < Low Country Blues >
“전에 비해 체력적으로 힘들고 살도 많이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영감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돌아갈 준비가 됐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 Band)의 큰 형님, 그렉 올맨이 무려 14년 만에 솔로 복귀작을 선보였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2003년 작품인 < Hittin' The Note >가 마지막 스튜디오 작업일 정도로 앨범 활동이 뜸했던 만큼 거장의 신작 소식은 반갑다.
이처럼 격조(隔阻)했던 것은 수많은 영광을 함께 했던 음악 동반자이자 커리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명 프로듀서 톰 다우드(Tom Dowd)가 2002년 세상을 떠난 영향일 것이다. 이후의 음반 작업을 위해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조언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지휘자로 낙점된 주인공은 로버트 플랜트에게 다시금 그래미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티-본 버넷(T-Bone Burnett). 톰 다우드가 피 끓는 젊은 혈기와 넘치는 감수성을 끌어올려주는 ‘멘토’ 역할을 했었다면, 티-본 버넷은 심중을 이해하며 도움을 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스탠다드 블루스 고전 중에서 “슬리피” 존 이스츠("Sleepy" John Estes), 주니어 웰스(Junior Wells), 머디 워터스(Muddy Waters), 비비 킹 등 명인들의 곡들을 추려 수록곡을 선정했고 당시의 상황 그대로를 소환하고자 했다. 한곡 한곡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오래된 사운드에 대한 영감을 뭉쳐 쌓듯이 한두 번의 테이크로 녹음을 해치웠다.
이런 의도적 사운드 메이킹의 완성은 전체 컨셉에 완벽하게 녹아든 세션맨들의 공일 것이다. 티-본버넷과 오랜 시간동안 손발을 맞춰온 드러머 제이 벨레로즈(Jay Bellorose)와 베이시스트 데니스 코로우치(Dennis Crouch)의 안정적이면서 빈틈이 없는 리듬을 뒤로, 블루스 피아노계의 거목인 닥터 존(Dr. Jone)의 연주는 그렉의 해몬드 B-3과 조화로운 곡조를 들려준다.
기타리스트 도일 브렘홀 주니어(Doyle Bramhall II)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앨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멤버이다. 에릭 클랩튼과 로저 워터스와 함께 활동한 경력에서 알 수 있듯, 전면에 나와 주인공이 되려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 조절을 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연주를 선보인다. 본 작품에 완벽하게 특화된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슬리피” 존 이스츠의 「Floating bridge」는 제이제이 케일(JJ Cale)의 귀에 달라붙는 듯한 기타 플레이와 읊조림이 곡 전체를 가득 메운다. 스킵 제임스(Skip James)의 「Devil got my woman」은 구슬픈 목소리와 무성하게 퍼지는 어쿠스틱기타, 중반부터 이어지는 중후한 베이스와 리드미컬한 건반 연주가 어우러진다.
첫 번째 싱글 「Just another day」에서 브램홀 도일은 보컬에 한 마디, 한 마디 화답하는 수준의 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들려주다가 막판에 본연의 역할을 잠시 잊은 변주를 풀어낸다. 이 곡은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걸출한 기타리스트 워렌 헤인즈(Warren Haynes)와 공동 작업을 했다. 기타 연주를 워렌이 맡았다면 보다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프레이즈들을 들려줬을 테지만, 전체의 긴장감이 이 한곡으로 쏠리는 부조화가 생길 공산이 컸을 것이다.
「Please accept my love」에서 비비킹의 원곡과 큰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노래를 부르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킹의 보컬은 건반연주와 브라스 섹션 위에 블루지함을 얹혀놓았다면, 그렉은 업비트의 멜로디컬한 창법으로 매력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본 작품은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균형’과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여유’가 넘친다. 60년대의 엘비스 세대에게 블루스 음악에 대한 향수를 상기시켜줌과 동시에 깊은 잔향(殘響)을 남길 소울-블루스 앨범이다.
이혜원 with 임미정 < Embraced in Harbour pointe >
다시 음악으로. 민중가요를 중심으로 모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1994년 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히로인 이혜원. 십년이 훌쩍 지나 그간의 삶의 흔적을 정리해 다시 찾아왔다. 자신이 걸어온 그 길가에서 만나고 피어난 우정, 사랑, 모성애, 희망, 낭만, 효성 등. 개인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소리를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태엽을 감아 스무 살 때로 되돌아간다. 촘촘히 쌓인 감정들을 차곡이 정리한 발라드 곡 「처음 사랑」. 9년 간 오직 단 한 사람과의 로맨스를 이루어낸 자전적 순애물이다. 영화처럼 누구나 꿈꿔 보지만 진부하다고 치부해 버리는. 생각만으로는 쉽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어려운 긴 시간 빛바램 없는 사랑을 투명하리만치 맑은 색감으로 매웠다. 리드미컬하게 코드 음들을 하나하나 스치며 시작하는 「그 아이」에서는 지구상의 또 다른 위대한 사랑인 모성애를 담아낸다. 형용할 수 없는 절절함은 아들 사진을 바라보며 이 곡을 녹음했기에 가능했으리라.
내가 나이기 위해.「기다림」이다. 묵직하게 가슴으로 끌어내린 목소리로 시작한다. 어려움, 고통을 딛으려는 강인한 마음을 먹고 ‘희망 기다림’을 세밀히 묘사한다. 엔딩 즈음에 단어의 배열 없이 ‘우’로 내뱉는 파트는 어떤 단어들 보다 가장 강력하게 희망을 갈구하는 표현이다. 「Summer breeze」는 플루트 연주와 더불어 곡 중간에 보사노바 리듬을 살짝 스미어 넣어 물빛 가득한 수채화 한 폭 속의 시원한 여름 바람으로 완성했다.
원곡 가사 대신 이혜원만의 철학을 첨부해 한국어로 써내려 가기도 한다.「Both sides now」는 주디 콜린스(Judy Collins)가 1968년 발표했으나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버전으로 더 유명한 곡이다. 이와 반대인 방식을 채택한 곡도 있다. 가사는 간직한 채 멜로디를 다시 써내려간 트랙 「두만강」은 1936년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에서 노랫말을 채석해왔다. 아버지께 바치는 곡이다. 국악과 컨템포러리 음악을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금과 재즈 문법을 황금 비율로 배합해 이질감이 전혀 없는 퓨전 넘버를 만들었다.
자화상 같은 앨범에 오랜 친구가 동행했다. Hye Won Lee sings with Mi Jung Lim 이라 표지에 인쇄된 글자처럼.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이혜원의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음악 외출에 작곡 및 피아노 연주로 참여해 힘이 되어 주었다. 우정, 사랑, 모성애, 희망, 낭만, 효성 등 꾸밈없는 색을 오롯이 담아낸 < Embraced in Harbour pointe >. 어렸을 때부터 줄곧 음악 속에서 살아왔지만 적극적인 활동은 자제해왔다. 조금은 늦은 첫 정규 앨범이 더욱 아름다운 빛을 퍼트린다.
나인신(Ninesin) < Ninesin >
알고 있다. 걸출한 메탈밴드가 이 땅에 출현할 때마다 이런 식의 추어올림이 꽤 자주 쓰였다는 것을. 그래도 해야겠다. 앨범을 접한 후 취한 행동이 ‘이게 과연 한국 밴드의 음악이 맞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호들갑스레 말하는 일 말이다. 진부할지는 몰라도 < Ninesin >이 어떤 느낌을 주는 앨범인지 그 뉘앙스는 분명히 전달할 수 있으리라.
단지 전곡 영어로 쓰인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나인신의 신보는 녹음된 소리의 질적 측면은 물론, 코어류(類) 음악이 가지는 특유의 그루브감과 리듬의 무게감 등으로 따져 봐도 본토의 사운드에 뭐 하나 꿀리지 않는 앨범이다. 음악적 색깔은 달라도 비슷한 집합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바세린의 뒤를 잇는 밴드라는 보도 자료가 무색하지만은 않다.
그룹의 중심에는 서양인의 성대를 가진 듯 두께 있는 보컬을 자랑하는 럭비선수 출신의 거한 배경세가 있다. 저음부의 그로울링부터 고음부의 샤우팅까지, 묵직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갖춘 그의 목소리는 국내 헤비니스 뮤직 신의 보석과도 같다.
음반은 빡세게 달리는(!) 음악을 좋아하는 스래시 메탈 팬들부터 그루브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코어 팬들, 멜로딕한 취향을 가진 골수 유러피언 메탈 팬들까지 두루 설득할 수 있는 곡들로 채워져 있다. 더블베이스 드러밍으로 쉼 없이 달리는 「Revival」도 있고 그루비한 리듬라인과 멜로딕한 코드진행을 앞세운 「Arena」와 같은 곡도 있다. 「Victory」와 같은 완급조절용 연주 트랙을 섞는 것도 잊지 않아 지속 감상도 용이하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서구권 메탈코어의 오리지날리티에 치중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워낙에 충실하게 잘 살려놓아서 오롯이 장점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인신만의 무엇’을 찾는 일은 앞으로 이들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과제이리라.
항간에서는 메탈이 이미 죽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힘’에 경도된 뮤지션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고, 지금도 가까이에 있다. 나인신의 신보를 보라! (환경적 문제를 떠나서) 이 나라 헤비니스 뮤직의 저변이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큰 수확이다.
그렉 올맨(Gregg Allman) < Low Country Blues >
“전에 비해 체력적으로 힘들고 살도 많이 빠졌다. 하지만 여전히 좋은 영감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나는 돌아갈 준비가 됐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The Allman Brother Band)의 큰 형님, 그렉 올맨이 무려 14년 만에 솔로 복귀작을 선보였다.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2003년 작품인 < Hittin' The Note >가 마지막 스튜디오 작업일 정도로 앨범 활동이 뜸했던 만큼 거장의 신작 소식은 반갑다.
이처럼 격조(隔阻)했던 것은 수많은 영광을 함께 했던 음악 동반자이자 커리어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명 프로듀서 톰 다우드(Tom Dowd)가 2002년 세상을 떠난 영향일 것이다. 이후의 음반 작업을 위해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조언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지휘자로 낙점된 주인공은 로버트 플랜트에게 다시금 그래미의 영예를 안겨주었던 티-본 버넷(T-Bone Burnett). 톰 다우드가 피 끓는 젊은 혈기와 넘치는 감수성을 끌어올려주는 ‘멘토’ 역할을 했었다면, 티-본 버넷은 심중을 이해하며 도움을 주는 ‘조력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런 의도적 사운드 메이킹의 완성은 전체 컨셉에 완벽하게 녹아든 세션맨들의 공일 것이다. 티-본버넷과 오랜 시간동안 손발을 맞춰온 드러머 제이 벨레로즈(Jay Bellorose)와 베이시스트 데니스 코로우치(Dennis Crouch)의 안정적이면서 빈틈이 없는 리듬을 뒤로, 블루스 피아노계의 거목인 닥터 존(Dr. Jone)의 연주는 그렉의 해몬드 B-3과 조화로운 곡조를 들려준다.
기타리스트 도일 브렘홀 주니어(Doyle Bramhall II)는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앨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멤버이다. 에릭 클랩튼과 로저 워터스와 함께 활동한 경력에서 알 수 있듯, 전면에 나와 주인공이 되려 하기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 조절을 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연주를 선보인다. 본 작품에 완벽하게 특화된 기타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슬리피” 존 이스츠의 「Floating bridge」는 제이제이 케일(JJ Cale)의 귀에 달라붙는 듯한 기타 플레이와 읊조림이 곡 전체를 가득 메운다. 스킵 제임스(Skip James)의 「Devil got my woman」은 구슬픈 목소리와 무성하게 퍼지는 어쿠스틱기타, 중반부터 이어지는 중후한 베이스와 리드미컬한 건반 연주가 어우러진다.
첫 번째 싱글 「Just another day」에서 브램홀 도일은 보컬에 한 마디, 한 마디 화답하는 수준의 슬라이드 기타 연주를 들려주다가 막판에 본연의 역할을 잠시 잊은 변주를 풀어낸다. 이 곡은 올맨 브라더스 밴드의 걸출한 기타리스트 워렌 헤인즈(Warren Haynes)와 공동 작업을 했다. 기타 연주를 워렌이 맡았다면 보다 화려하고 힘이 넘치는 프레이즈들을 들려줬을 테지만, 전체의 긴장감이 이 한곡으로 쏠리는 부조화가 생길 공산이 컸을 것이다.
「Please accept my love」에서 비비킹의 원곡과 큰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노래를 부르는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킹의 보컬은 건반연주와 브라스 섹션 위에 블루지함을 얹혀놓았다면, 그렉은 업비트의 멜로디컬한 창법으로 매력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본 작품은 고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균형’과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여유’가 넘친다. 60년대의 엘비스 세대에게 블루스 음악에 대한 향수를 상기시켜줌과 동시에 깊은 잔향(殘響)을 남길 소울-블루스 앨범이다.
글 / 신현태 (rockershin@gmail.com)
이혜원 with 임미정 < Embraced in Harbour pointe >
다시 음악으로. 민중가요를 중심으로 모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1994년 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의 히로인 이혜원. 십년이 훌쩍 지나 그간의 삶의 흔적을 정리해 다시 찾아왔다. 자신이 걸어온 그 길가에서 만나고 피어난 우정, 사랑, 모성애, 희망, 낭만, 효성 등. 개인적이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지극히 인간적인 소리를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내가 나이기 위해.「기다림」이다. 묵직하게 가슴으로 끌어내린 목소리로 시작한다. 어려움, 고통을 딛으려는 강인한 마음을 먹고 ‘희망 기다림’을 세밀히 묘사한다. 엔딩 즈음에 단어의 배열 없이 ‘우’로 내뱉는 파트는 어떤 단어들 보다 가장 강력하게 희망을 갈구하는 표현이다. 「Summer breeze」는 플루트 연주와 더불어 곡 중간에 보사노바 리듬을 살짝 스미어 넣어 물빛 가득한 수채화 한 폭 속의 시원한 여름 바람으로 완성했다.
원곡 가사 대신 이혜원만의 철학을 첨부해 한국어로 써내려 가기도 한다.「Both sides now」는 주디 콜린스(Judy Collins)가 1968년 발표했으나 조니 미첼(Joni Mitchell)의 버전으로 더 유명한 곡이다. 이와 반대인 방식을 채택한 곡도 있다. 가사는 간직한 채 멜로디를 다시 써내려간 트랙 「두만강」은 1936년 김정구의 「눈물 젖은 두만강」에서 노랫말을 채석해왔다. 아버지께 바치는 곡이다. 국악과 컨템포러리 음악을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금과 재즈 문법을 황금 비율로 배합해 이질감이 전혀 없는 퓨전 넘버를 만들었다.
자화상 같은 앨범에 오랜 친구가 동행했다. Hye Won Lee sings with Mi Jung Lim 이라 표지에 인쇄된 글자처럼. 피아니스트 임미정이 이혜원의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음악 외출에 작곡 및 피아노 연주로 참여해 힘이 되어 주었다. 우정, 사랑, 모성애, 희망, 낭만, 효성 등 꾸밈없는 색을 오롯이 담아낸 < Embraced in Harbour pointe >. 어렸을 때부터 줄곧 음악 속에서 살아왔지만 적극적인 활동은 자제해왔다. 조금은 늦은 첫 정규 앨범이 더욱 아름다운 빛을 퍼트린다.
글 / 박봄(myyellowpencil@gmail.com)
나인신(Ninesin) < Ninesin >
알고 있다. 걸출한 메탈밴드가 이 땅에 출현할 때마다 이런 식의 추어올림이 꽤 자주 쓰였다는 것을. 그래도 해야겠다. 앨범을 접한 후 취한 행동이 ‘이게 과연 한국 밴드의 음악이 맞는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것이었다고 호들갑스레 말하는 일 말이다. 진부할지는 몰라도 < Ninesin >이 어떤 느낌을 주는 앨범인지 그 뉘앙스는 분명히 전달할 수 있으리라.
단지 전곡 영어로 쓰인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나인신의 신보는 녹음된 소리의 질적 측면은 물론, 코어류(類) 음악이 가지는 특유의 그루브감과 리듬의 무게감 등으로 따져 봐도 본토의 사운드에 뭐 하나 꿀리지 않는 앨범이다. 음악적 색깔은 달라도 비슷한 집합의 음악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바세린의 뒤를 잇는 밴드라는 보도 자료가 무색하지만은 않다.
그룹의 중심에는 서양인의 성대를 가진 듯 두께 있는 보컬을 자랑하는 럭비선수 출신의 거한 배경세가 있다. 저음부의 그로울링부터 고음부의 샤우팅까지, 묵직함과 날카로움을 동시에 갖춘 그의 목소리는 국내 헤비니스 뮤직 신의 보석과도 같다.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서구권 메탈코어의 오리지날리티에 치중했다는 느낌도 있지만, 워낙에 충실하게 잘 살려놓아서 오롯이 장점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것 같다. ‘나인신만의 무엇’을 찾는 일은 앞으로 이들에게 주어진 최우선의 과제이리라.
항간에서는 메탈이 이미 죽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힘’에 경도된 뮤지션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고, 지금도 가까이에 있다. 나인신의 신보를 보라! (환경적 문제를 떠나서) 이 나라 헤비니스 뮤직의 저변이 생각보다 탄탄하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그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앨범은 큰 수확이다.
글 / 여인협(lunariani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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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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