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을 쓰기 전에 생각해봐야할 문제-『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김민영
글쓰기 성향 테스트! 다음 세 가지 보기 중 하나를 골라보자. 첫 번째,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두 번째,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세 번째, 나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편이다. 첫 번째 보기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2011.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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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성향 테스트! 다음 세 가지 보기 중 하나를 골라보자. 첫 번째,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편이다. 두 번째, 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세 번째, 나는 글쓰기를 두려워하는 편이다. 첫 번째 보기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것을 유념하자. 지난 7월 19일『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출간을 기념한 강연회에 참석한 독자들의 선택은, (당연히) 첫 번째였다. 그리고 세 번째와 두 번째 순이었다.
저자는 영화를 하나 소개했다.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빌리 엘리어트」. 영화 속 주인공은 영국에 한 탄광촌 소년이다. 가난한 이 소년은 춤을 추고 싶어 한다. 어렵게 발레를 배우지만 학생 모두가 여자이고, 부모의 반대도 있다. 그러나 끊임없이 춤을 춘다. 결국 굉장한 발레리노로 성공하게 된다. 사람들은 일을 하기에 앞서, 결과를 생각한다. ‘너는 그런 재능이 있느냐’를 묻고 따진다. 그러나 확신이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 당연하다. 그 일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 분야를 ‘밀고 갈’ 에너지가 장시간 나온다는 것이며, 동시에 불가능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국문과나 문창과를 나오지 않았어요. 글쓰기를 무작정 좋아하기만 했죠.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과 문학적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하죠. 옆 사람에게 말을 걸고, 본인의 언어가 생깁니다. 책을 읽으면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게 마련이에요. 말만으로는 직성이 안 풀리는 거죠. 그리하여 조금씩 쓰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십대 어느 해, 제 인생을 바꾼 책을 만났어요. 서머싯 몸의『달과 6펜스』였어요. 고갱의 삶에 모티브를 얻어 쓴 이야기였죠.”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을 하죠. 그 질문을 이 소설이 ‘달’이라는 꿈과 ‘6펜스’라는 현실에 빗대어서 이야기 합니다. 이 책을 읽고,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 꿈을 펼치기는 쉽지 않죠. 잘 용인하지 않고 격려하지도 않습니다.”
저자가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은 증권사였다. 1년 정도는 굉장히 좋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수입이 느니까, 지출도 같이 늘었고 1년 정도 지나니 삶이 황폐해지는 것을 느꼈다. 경제적 풍요의 또 다른 말은 정신적 빈곤이라는 생각도 했단다. 무엇보다 중요했던 건, 적성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고민을 시작했다.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뜨겁게 올라왔다. 전공자도 아니었고 가지고 있는 자질이 탁월하다는 생각도 안했다. 갈등을 많이 했으나 너무 하고 싶었다. 글쓰기를 직업으로 가져야겠다는 열망이 커졌다. 그래서 행동에 들어갔다. 가까운 곳에 방송작가를 양성하는 곳에서 매주 한 차례 교육을 받았다. 2년 동안 작법을 배우고 증권사를 그만 둔 후 방송작가 일을 시작했다.
일을 그만둘 때는 당연히 주위에서 반대했다. 돈과 결혼, 가족. 실패에 대한 리스크부터 ‘글쓰기를 잘 하니?’, ‘그런 자신감이 있어?’라는 질문이 쏟아졌다. 저자는 ‘해봐야 아는 거 아닌가’,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리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고 한다. 말 그대로 사투를 벌였다.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기 위해 넘겨야 할 과정이었다고 저자는 당시를 회고했다.
“그리고 영화평론을 했어요. 본 것을 글로 정리하는 건 정말로 좋은 습관입니다. 리뷰의 형태는 주관적, 객관적 관점을 모두 정리할 수 있는 중요한 훈련이기도 하죠. 저도 끊임없이 훈련을 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할 수 있었어요. 억지로 하는 일은 품질도 나오지 않으니까요. 좋아하는 일은 앞서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개인적으로 정리하던 리뷰가 한 영화잡지 편집장의 눈에 띄었고, 청탁이 왔습니다. 본격적인 글쓰기의 시작이었죠. 그리고 출판 기자로 일하며 수많은 책의 서평을 썼죠.”
“출판 기자로 있을 당시에 편집장이 끊임없이 제 글을 지적했어요. ‘감히 내 글을 지적해!’(청중 웃음) 수정하면서도 분개했죠. 저 사람만 없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했었어요. 한 번은 제 글을 소리 내 읽으면서 무슨 뜻이냐고 묻는데, 정말 모르겠더군요(웃음). 그때 글쓰기의 놀라운 ‘시크릿’을 깨달았어요. 자신의 글을 객관적으로 읽기 어려움에 대해서였죠.”
저자는 강연에 앞서, 강연에서 말할 내용을 글로 다 써본다고 한다. 생각을 글로 정리해보는 것이다. 막상 그렇게 쓴 글은 보고하지 않는다. 한 차례 글로 써서 정리를 해야 빠트리는 내용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글하고 말은 연결되어 있다며, 한쪽이 부족한 분은 다른 쪽을 보완해 보라고 권한다. 단, 글과 말이 꼭 비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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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쓰기, 왜 두려울까요?” 저자가 물었다. 독자들의 답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자신감이 부족’했고, 또 다른 이는 ‘첫 문장을 쓰고 다음 문장이 생각나지 않는’ 탓이었다. 그리고 ‘첫 문장부터 무언가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라고 답한 독자도 있었다.
저자는 먼저 글쓰기 교육의 문제점을 짚었다. “학교에서 일기를 검열당한다거나 원치 않는 독서일기를 강요받으면서 글쓰기와 멀어진 경우가 많아요. 책을 읽었는데 내용이 별로였다면, 서평이 잘 써지지 않겠죠. 욕도 쓰기 힘들어요(청중 웃음). 글쓰기를 시험이나 성적과 관련지어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좋은 경험을 심어주는 것이 너무나 중요해요. 스스로가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다시, ‘첫 문장의 두려움’의 원인을 알아보자. 저자는 크게 다섯 가지로 진단했다. 첫 번째는 잘 쓰려는 욕심 때문이다. 두 번째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는 탓이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누군가 질책하는 댓글을 달지 않을까하는 불안과 걱정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전혀 개의치 마시길 바랍니다. 주변 사람들은 의외로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대학생, 심지어 삼십대를 만나도 아직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분이 많아요. 주위 시선을 끊임없이 의식하면서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할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죠. 본인에 대해 성찰을 많이 한 분들은 쓸거리가 부족하지 않죠.”
세 번째는 멋진 문장을 쓰려고 해서이고, 네 번째는 눈높이가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는 써본 경험이 없어서이다. 다섯 가지 원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은 네 번째 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문맹률이 가장 낮은 편이죠. 누구나 글을 잘 읽습니다. 교과서 문장은 또 얼마나 깨끗한가요. 성인이 되면 ‘읽는 눈’이 작가가 됩니다. 그런데 쓰려고 하면 초등학생이죠. 읽은 것처럼 안 됩니다. 우리가 읽은 글을 쓴 사람들은 10년, 20년 동안 글쓰기 트레이닝을 한 사람들이란 점을 고려해야합니다. 눈높이를 낮춰야 하죠. 눈높이를 낮추면 한 달 안에 좋을 글 쓸 수 있을 거예요.”
저자는‘글쓰기와 친해질 것’을 권한다. 매일 매일 오감을 열며 살?는 것.오감이 열려 있으면 반응을 많이 하게 되고, 일상에서, 지극히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글감이 된다. 취재를 하러 다닐 필요도 없다. 일상의 사건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감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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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글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위대한 고쳐 쓰기만 존재할 뿐이다.’『샬롯의 거미줄』을 쓴 작가의 말이다. 저자는 잘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면, 많은 시간을 고쳐 쓰기에 할애할 것을 권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모든 글은 초고에서 시작해요. 어떻게 써야할까 강박에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초고를 쓰되, 그 글은 아무도 보여주지 마세요. 발로 쓰셔도 됩니다(청중 웃음). 논리도 생각하지 마시고, 그냥 종이 위에 나를 표현하세요. 그걸 두려워하지 마세요. ‘내가 이렇게 써도 되나’ 생각하며, 자기 검열을 하지 마세요. 쓰면서 고치는 습관도 좋지 않습니다. 이런 훈련을 통해 첫 문장에 두려움을 날릴 수가 있습니다.”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계속해서 ‘그런 글’만 쓰면, 망가진다는 것이다. 발전이 없다. 과제로 쓰는 리포트도 마찬가지다. “A4 1장이 과제물이면 초고로 2장을 쓰는 게 좋아요. 2장이 되면 저장을 해두고 다음날, 퇴고할 때 꼭 인쇄를 해서 보세요. 컴퓨터 화면으로 보면 볼 수 없는 것이 많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소리 내 자기 글을 읽는 거죠. 이러한 순서를 반복해서 열 편, 스무 편을 하면 두려움이 없어질 겁니다. 그 이후에는 스킬의 문제로 넘어가면 되죠.”
저자가 권하는 텍스트는 칼럼이다. 칼럼은 ‘글쓰기의 최상급 퀄리티’라고 말한다. 분량이 정해져 있고 메시지가 분명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반면, 사설은 권하지 않았다. 신문사의 이익이나 성격을 위해서 폭력적인 어휘나 논조가 많고, 이러한 사설을 필사하다보면 자신의 글도 공격적이 되는 위험이 따른다. 저자는 필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으로 해도 좋고 컴퓨터로 해도 좋다. 다만 한 가지 분야가 아닌 칼럼과 소설, 에세이 등 여러 분야를 계속 바꾸어 가면서 필사하는 것이 좋다.
“백지를 마주할 때는 스스로를 격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저자의 마지막 ‘응원’이 끝나고 독자들의 질문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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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책을 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훈 선생이『남한산성』을 출간하고 나서 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어요. 질문의 내용은 이랬죠. ‘선생님, 사람들이 영상 문화에 휩싸여서 책을 읽지 않습니다. 큰일입니다.’ 선생의 답은 의외였습니다. ‘책을 왜 읽어야 하죠. 원래 책을 읽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선생은 책 말고도 좋은 게 많다고 말해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강연을 찾아오신 분들은 독서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을 더 권한 것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다르게 말했을 겁니다. 책 읽기의 중요성을 안다면 책을 읽는 노력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좋은 책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소설이 좋습니다. 소설의 내용을 일부분 얘기해주면 좋아요. 마치 영화의 예고편처럼.”
공연이나 문화 체험을 한 후 그날 저녁에 글을 쓰지 않으면 다시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직장을 다니면서 순발력 있게 글을 쓰기가 힘이 듭니다. 시간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강연도, 강연이 끝난 후 저녁에 후기를 쓰지 않으면 써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웃음). 후기는 감정입니다. 기분과 기운은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기 마련이죠. 날이 바뀌면 팩트만 남습니다. ‘이벤트’가 끝궳 후, 적어도 한 단락 정도로 메모를 하는 게 좋아요. 왜냐하면 다른 상황들과 계속 마주치기 때문이죠. 그 때에 감정을 되돌리기가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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