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 계> 탕웨이가 다닌 홍콩대학 기억나세요? -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201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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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대는 그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장국영, 유덕화의 이름을 알았고, 중학교 시절에는 동네 비디오 가게의 단골손님(특히 홍콩영화)이었다. 당시 대여료가 2,000원이었는데, 용돈만 생기면 무작정 비디오 가게에 가서 신작을 빌려보던 게 취미생활이었다. 장국영, 주윤발, 유덕화, 주성치,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매염방, 성룡 등이 우리집 TV를 거쳐갔고, <스크린>, <로드쇼> 등의 잡지를 사러 들리던 서점 주인 아저씨와는 호형호제까지 할 기세였다. 또한 중국 잡지, CD, 테이프를 사기 위해, 수없이 드나들었던 중국 대사관 앞 그 가게는 또 어떠했었는지…….
하지만 세월 앞에서는 (특히 대학입시 앞에서는!) 장사가 없다고, 그들에 대한 나의 관심도 서서히 줄어들고, 간간히 국내에 개봉되는 영화를 통해 그들의 흔적을 쫓고, 점점 찾기 힘들던 라이센스 CD 구입만이 유일한 끈이 되었을 무렵, 그 일이 터졌다.
처음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에는 만우절 농담치고는 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이었고, 적어도 나를 포함한 내 주변의 세상은 크게 흔들렸다. 내가 알았던 시기의 그는 은퇴 선언을 했고, 캐나다로 떠났으며, 홀연히 다시 돌아와 영화를 찍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그 날 그는 인생의 날개를 접었다.
그렇게 훌쩍 떠나버린 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까, 같은 추억을 가진 사람의 동병상련이라고나 할까, 이 책이 나왔을 때 그 반가움을 잊을 수가 없다. 아직도, 여전히 그들에 대한 기억과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셈이었으니까. 그런 소중함에, 안타까움에, 한 챕터 한 챕터씩 영화에 대한 기억을 곱씹으며 읽어나간 책이다.
저자처럼 영화와 관계되는 일을 하고 있지도 않고, 많은 시간 영화 감상(특히 홍콩 영화 감상)에만 투자할 수 없는 입장이라,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를 100% 다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중경삼림>에서 양조위의 집 위를 지나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나, <천장지구>에서 유덕화가 피를 흘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간 그 성당, <유리의 성>에서 여명과 서기가 사랑을 키우고, <색, 계>의 탕웨이가 다녔던 홍콩대학의 모습이 책과 함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다. <영웅본색>을 보고 바바리에 선글라스, 성냥개비를 항상 준비한 당신이라면 200% 공감할 듯.
혹시나 하는 불안함에 아직 이 책을 보지 못하신 분에게 꼭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사전 지식 없이 단순히 ‘홍콩여행기’라고 구입을 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쇼핑과 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는 거의 없으며(안타깝게도!), 포함되어 있는 지도 또한 그런 목적과 관계가 없다. 오랜기간 영화잡지의 기자로 일해 온 저자가 수십 번의 홍콩 여행을 거치면서 찾아낸 ‘추억의’ 영화 촬영지 안내서 혹은 홍콩영화 성지순례기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제목대로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추억 속의 그들을 찾아가보자. 장국영은 더 이상 이 세상에 없고, 주윤발은 헐리우드 영화에서 더 자주 만나게 되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서 그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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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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