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內助)’의 사전적 의미가 아내가 남편을 돕는 단순한 것이라면, 현대의 내조는 자식 잘 키우고 솜씨 좋게 집안을 꾸미는 것만을 원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재산을 불려 남편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더 크게 작용할 지도 모른다. 드러내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맞벌이를 은근히 바란다거나 재테크에 훤한 아내를 좋아하는 게 현실이니까.
내조가 뭔지 확실히 보여준 팽현숙, 그녀는 확실히 통 큰 여자다. 어느 누가 남편의 기를 살린답시고 부동산 등기권리증을 턱하니 내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이쯤이면 ‘음메, 기죽어.’ 하며 모든 아내들의 미움을 받기 딱이다.
재테크와 가정을 잘 꾸려가는 것만으로도 미움을 살 만한데, 늘씬한 몸매를 한껏 드러낸 미니 청치마에 모자를 쓴 모습이 썩 잘 어울렸다. 같은 여자가 봐도 예뻤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밉다!’
여의도 한정식집에서 열린 『팽현숙의 내조재테크』 출간 기념 강연회는 마치 동네 아줌마들과 편안하게 수다를 떠는 듯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전직 개그우먼인 그녀는 친화력 있고 화통한 성격으로 좌중을 압도하였다.
첫마디를 “저는 결혼 25년차인데요, 요즘 주부들은 정말 똑똑해요.”라며 겸손하게 말을 꺼냈다. 옛날에는 재테크나 내조란 개념 없이 결혼하면 애 낳고 키우면서 살림 잘하는 것이 다인 줄 알았는데, 요즘 엄마들은 인터넷이나 강연회 등을 통해 자기 발전을 꾀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은 이런 주부들로 인해 앞날이 밝다고 환하게 웃는다.
먼저 저자의 남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80년대 개그계를 주름잡던 최양락. 그가 다시 TV에 화려하게 복귀하여 예전과 다름없는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그의 부인 팽현숙 씨가 책을 냈다고 하여 또 한 번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인터넷에 악의적인 글이 올라왔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나 비방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큰 상처가 된다.
그러나 그녀가 이야기하는 재테크는 로또와 같이 대박이나 한 방으로 순간에 일군 것이 아니었다. 그랬다면 정말로 네티즌들이 말하는 부동산 투기로 집값이나 올리고, 연예인이란 이점을 이용해 자신의 이름을 내세워 책을 썼다고, 많은 이들의 뭇매를 맞는 것이 당연하다고 필자 역시 그들 편에서 함께 욕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알뜰하게 종잣돈을 모아 저축을 하고 돈을 불려 정직하게 부동산 자산을 늘려 왔다.
개그밖에 모르는 남편은 수입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굶어죽기 딱 좋을 직업이라 노후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실제로는 당장 먹고사는 것이 문제였고, 남편의 수입만을 바라보며 살지 않겠다는 생각이 결과적으로 그녀를 재테크의 여왕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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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작은 가게를 차렸고, 이런저런 장사를 거쳐 현재의 순댓국집에 이르렀다. 오로지 혼자 부딪치며 때론 깨지기도 하고, 공부하고 배우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이 다른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썼다고.
그래서일까? 다들 ‘왕년에 나는……’ 혹은 ‘젊었을 때’를 외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데, 그녀는 젊었을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끔찍이 싫다고 한다. 그 말은 그녀가 장사를 하면서 얼마나 고생스러웠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말이 된다.
그럼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소위 말하는 번듯한 장사가 아닌 왜 순댓국집이었을까?
누군들 카페와 같이 보기 좋은 것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느냐마는 그녀는 철저히 실속을 챙겼다. 적은 투자 금액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이템을 찾다가 순댓국은 값도 저렴하고, 경기를 타지 않을 거란 판단을 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서민적인 음식을 찾을 거라는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리고 ‘팽현숙의 옛날 순댓국’은 프렌차이즈를 눈앞에 두고 있다. 또한 임대주택사업자로도 탁월한 감각을 발휘하는 그녀는 이외에도 많은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있고, 더 높은 꿈을 향해 가고 있다.
딱 부러지고 야무진 것 같아도 남편에겐 한없이 순종적이며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이야기하는 동안 수없이 내비쳤다.
남편에게 아주 큰 버팀목이 되고 있는 그녀는 최고의 내조를 하고 있다.
남편의 기가 살아야 내 꿈을 이루는 보람이 있다는 그녀. 겉모습이 아름다운 것은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고 싫증날 수도 있지만,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은 시간이 지나야 그 아름다움의 빛을 제대로 발한다. 바로 팽현숙, 그녀처럼.
끝으로, 그녀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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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