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에도 의미와 희망이 있다.” - 『살인 예언자』 저자 딘 쿤츠 이메일 인터뷰
“모든 사람들의 삶에 의미가 있다는 믿음을 이야기에 담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주제는 없겠지요.”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9.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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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대표하는 초대형 작가 스티븐 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딘 쿤츠는 은둔형 작가로 이름이 높다. 여간해선 인터뷰나 독자와의 만남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언론이나 사람들의 시선을 기피해서가 아니다. 모든 시간을 글에 투자하겠다는 작가적인 성실성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전설적인 작가에겐 신화 같은 데뷔 이야기가 뒤따른다. 딘 쿤츠도 시작은 지금의 그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초라했다. 첫 단편을 계약할 때 무려 75통의 거절 편지를 받고, 처음에 쓴 장편 네 편은 아예 출간되지도 못했다. 지금은 매년 1,700만 부의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지만 그의 책이 팔리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긴 담금질의 시간이 그에게는 훈련의 시간이었고, 작가로 깊이를 가지게 하는 시간이었으며, 좋은 글을 쓰는 것 외에는 다른 욕심을 내지 않게 했다.

죽음을 보는 오드 토머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살인 예언자』 시리즈(모두 일곱 권이 나올 예정)가 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그의 소설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주인공 오드 토머스는 저주인지 축복인지 알 수 없는 ‘죽음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칫 어두울 수 있는 이 작품은 등장인물들의 절묘한 유머 감각 덕에 유쾌하게 읽힌다. 모르긴 해도 『살인 예언자』 시리즈의 등장인물들은ㅡ아니 등장 동물들과 등장 유령들은ㅡ유머 감각이 없다면 아예 캐스팅되는 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살인 예언자』 시리즈는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 작품입니까?

“오드 토머스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고, 자신의 여정을 통해 중요한 것들을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그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절대적 겸손’을 배우지요. 겸손을 배우는 오드 토머스의 여정이 저와 독자들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오만이 인간의 가장 큰 결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느끼는 자만심, 정치적 유토피아를 이끌겠다고 사람들을 선동하는 자만심 등은 결국 전체주의, 대량 살인, 불명예스러운 여러 일들을 초래합니다. 저는 그런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오드 토머스는 어떤 유형의 영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독자들은 오드 토머스가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잘난 점을 자랑하지 않으며, (사건을 해결할 때) 자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아서 좋아한다고 편지를 많이 보냈습니다. 그는 기존 영웅들과는 다릅니다. 그는 슈퍼맨도, 제임스 본드도, 제이슨 본도 아닙니다. 그는 특별한 재능을 부여받은 평범한 남자고, 독자들은 그의 ‘평범함’ 때문에 그가 특별하고 비범하다고 여기지요.”

당신에게 오드 토머스가 가진 능력이 있다면 어땠을까요?

“내가 오드였다면 그처럼 살았을 겁니다. 단순한 인생을 살면서, 남에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추고, 너무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직업을 가지고 살았겠지요. 오랫동안 <식스 센스>와 같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소재로 한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능력 때문에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능력이 오히려 그 사람을 압도하여 평범한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지요. 오드는 최소한의 것만 가지고 소수의 친구와 교류하면서 그의 삶을 단순하게 유지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극복하려고 노력합니다.”

『살인 예언자』에 나오는 사건들이 현실에서 벌어지곤 합니다. 그런 사건들을 접할 때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소설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고, 현실의 문제를 좀더 명확하게 보이도록 하기도 합니다.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소설도 현실과 연관된 소재를 다루어야 하지요. 특별히 어떤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서 작품을 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또 내가 쓴 소설 속에 나오는 사건이 현실에서 벌어졌다고 해도 크게 놀라진 않습니다. 내게 소설은 지금 살고 있는 사회 현실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살인 예언자』는 선과 악의 대결로 보이기도 합니다. 당신에게 선과 악은 어떤 것입니까?

“선과 악은 수세기 동안 많은 문화에서 명확하게 정의를 내렸습니다. 내가 굳이 선과 악의 정의를 내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선악을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을 타고납니다.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악인지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선과 악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분명 어떤 일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동시에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회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밝은 것은 밝은 것으로, 어두운 것은 어두운 것으로 받아들여야지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고, 선악 판단에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고 믿는 사람은 그 무엇도 지키지 않으려고 하며, 자신 외에는 누구에게도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겁쟁이라고 생각합니다.”

『살인 예언자』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유령과 프랭크 시나트라의 유령이 등장해 많은 독자들을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두 위대한 가수를 작품 속에 등장시킨 의도가 있으신가요?

“엘비스와 시나트라는 단순한 가수가 아니라 시대를 상징하는 아이콘입니다. 이들은 삶의 빛나는 부분뿐 아니라 어두웠던 부분들까지 시시콜콜하게 알려졌지요. 어쩌면 이들이 실제 살았던 것보다 알려진 삶이 더 부풀려진 인물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 둘은 오드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지요. 유명인들을 한번 작품에서 다뤄보고 싶어서 등장시킨 인물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리틀 오지의 입을 빌려, ‘저술은 고통의 근원이 아니야. 오히려 영적인 화학요법이란 말이다. 저술은 심리적 종양들을 제거해 고통을 덜어주는 과정이라고.’라는 말을 합니다. 그럼 당신에게 글쓰기는 무엇입니까?

“나에게 글쓰기는 별다른 노력 없이 받은 은혜입니다. 타고났다는 것 말고 내가 따로 노력한 것이 없어서 그 재능 자체를 자랑할 순 없지만, 힘든 집필 과정을 통해 만들어낸 작품은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글쓰기는 하늘에서 주는 재능이며, 그것을 잘 다듬어서 진실을 알리는 데 사용해야 하는 의무도 주어진다고 믿습니다.”

많은 이들이 당신과 오드 토머스, 혹은 리틀 오지와의 유사점을 지적하는데요, 실제로 어느 쪽이 당신과 더 닮았습니까?

“글쎄요. 리틀 오지 쪽이 좀더 닮았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부터 30인치 허리 사이즈를 유지하고 있으니 오지와는 사이즈 면에선 닮지 않았지만 오지처럼 음식과 와인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지와 비슷하게 출판과 세상을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요. 내가 쓴 작품 중에서 나와 가장 많이 닮은 인물은 『Life Expectancy』의 주인공 지미 톡입니다.”

지금까지 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서 특별히 애정이 가는 인물이 있으신가요?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 누구 한 사람을 지목하긴 힘듭니다. 만약 그들이 책에서 튀어나온다면 그들은 나에겐 모두 진짜 사람처럼 보일 정도니까요. 내가 글을 쓰면서도 주인공들의 유머에 웃기도 하고, 그들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시리즈를 쓰는 것과 한 권으로 끝나는 장편을 쓰는 것은 어떻게 다른가요?

“한때는 시리즈 집필을 무척 싫어했습니다. 한 인물의 이야기를 쓴다면 그 인물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그 작품에서 다 해야 하고, 다음에는 새로운 작품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기존의 시리즈물의 인물에 대해 불만이 있었습니다. 인물들이 시리즈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건 문제가 아닐까요? 그래서 『살인 예언자』 시리즈와 ‘프랑켄슈타인’ 시리즈의 경우 주요 인물들의 삶은 변화합니다. 그들은 현실 세계에서 사람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시련과 위기를 겪은 후 지혜와 용기를 얻고, 그래서 점점 변화하여 다른 사람이 되지요.”


처음에는 과학소설을 쓰셨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서스펜스 공포 소설을 주로 쓰고 계신데요.

“시작은 과학소설로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장르에 비해 과학소설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야를 접고 서스펜스로 선회했지요. 서스펜스 쪽 작가들을 아주 좋아했거든요.

그리고 나는 공포라는 단어가 내 작품과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내 작품에 대해 공포라는 단어를 쓰는 사람은 대부분 내 작품을 제대로 읽지 않았으면서도 내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나는 한 번도 뱀파이어나, 늑대 인간 또는 그와 비슷한 소재로 글을 쓴 적이 없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의 전설을 새롭게 본 시리즈 소설 세 권을 쓰긴 했지만 그 작품도 공포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살인 예언자』 시리즈와 ‘프랑켄슈타인’ 시리즈는 과학이 하나의 종교처럼 변질되어 가는 과학만능주의에 대한 우려와 비판, 그리고 인간의 삶이 그 가치를 잃어가는 비참한 현실에 대한 고발을 담았습니다. 결국 내 작품들은 모두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문제와 인간의 문제, 삶의 조건을 다루고 있는 거지요. 얼마 전 유명한 영화 제작사와 오랜 시간 회의를 했는데, 그들은 ‘프랑켄슈타인’ 시리즈에 대해 ‘스릴과 유머가 가득한 판타지 어드벤처’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표현이 ‘공포’보다는 정확한 표현이라고 봅니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어떤 부분인가요?

“어느 한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것이 다 중요합니다. 정제된 단어, 마치 음악을 듣는 듯한 리듬감, 생동감 있는 문체, 탄력성 있는 이야기 전개…… 모든 부분을 다 꼼꼼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없습니다. 특히 소설에서는 인물을 형상화하는 게 중요하지요. 그 인물들이 소설의 등장인물이 아닌 진짜 사람들처럼 느껴야 하고, 그들의 이야기들은 독자들이 곱씹어 생각할 가치가 있는 주제를 담아야 합니다.”

독자들이 생각할 가치가 있는 주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저는 찰스 디킨스를 좋아하는데, 그는 인간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작가였고, 한 번도 작품에서 허무주의적인 시각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는 인간을 따스한 시각으로 봤고, 삶의 의미를 진지하게 추구했습니다. 저 역시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들의 삶에 의미가 있다는 믿음을 이야기에 담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주제는 없겠지요. 『살인 예언자』 시리즈가 담고 있는 주제도 그렇습니다.”

미국에선 스릴러가 굉장히 인기 있는 장르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스릴러를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나는 사실 스릴러를 별도의 장르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내가 쓰는 글이 스릴러라고도 생각하지 않고요. 내 소설들은 정통 문학의 연장선상에 있고, 속도감 있고 스릴러의 느낌을 가미해 문학적 주제를 다루려고 합니다. 오히려 스릴러의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나 인물 유형(슈퍼 히어로 같은 인물)을 피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왜 스릴러를 좋아하는지를 설명하는 데 적합한 사람이 아닐 듯 합니다.”

(인터뷰는 딘 쿤츠가 미국에 거주하는 관계로 이메일로 진행되었습니다. 도움 주신 다산책방 관계자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살인예언자 #딘 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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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5억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미국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며, 지금까지 14권의 하드커버와 16권의 페이퍼백이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미국 언론에서는 그를 일컬어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스라면, 딘 쿤츠는 비틀스다!”라고 극찬했다.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유년 시절 상습적으로 폭행을 일삼는 알코올중독자 아버지를 피해 주로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소설을 습작하며 시간을 보냈다. 시펀스버그주립대학 영문과에 진학한 후에는 「애틀랜틱 먼슬리」가 주최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며 글쓰기 실력을 인정받았다. 졸업 후 청소년 상담 지도사, 영어 교사, 록 밴드의 드러머, 식품 창고 직원 등으로 일하며 밤과 주말을 이용해 집필 활동을 계속해왔다. 주로 SF 소설을 쓰는 무명 소설가였던 딘 쿤츠는 1973년 『인공두뇌(Demon Seed)』와 1975년 필명으로 발표한 『Invasion』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중과 평단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필명으로 『The Key to Midnight』, 『펀하우스(The Funhouse)』, 『어둠 속의 속삭임(Whispers)』 등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연달아 발표했고, 1986년 본격적으로 본명인 ‘딘 쿤츠’라는 이름으로만 책을 출간하기 시작했다. 라이벌인 스티븐 킹과 달리 한동안 작품의 영상화를 거절해왔던 딘 쿤츠는 비록 영화나 드라마로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늘날까지 매해 2,000만 부 이상이 꾸준히 팔리고 있는 명실공히 미국의 가장 대표적인 대중 작가로 손꼽힌다. 현실적인 공포를 초자연적인 현상 속에 녹여내는 독특한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으며, 국내에서는 죽음을 미리 보는 남자 ‘오드 토머스’를 주인공으로 한 『살인예언자』와 『위스퍼링 룸』 등이 출간되었다. 『어둠의 눈』은 액션, 서스펜스, 미스터리, 로맨스와 초자연적 요소를 혼합한 딘 쿤츠의 초기작으로,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몰입감과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소설이다. 『구부러진 계단』은 『사일런트 코너』와 『위스퍼링 룸』에 이은 제인 호크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으로, 조직을 배신한 FBI 불량 요원이자 미국 최고의 수배자가 되어 거대한 음모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강인하고 당찬 여주인공의 활약상을 보여준다. 출간 즉시 아마존과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른 제인 호크 시리즈는 전 세계 수많은 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