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난장이 미짓』 저자 팀 보울러의 작업실을 찾다
안녕하세요. 팀 보울러입니다. 어떤 작가들은 아주 깨끗하고 좋은 작업실에서 글을 쓰기도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오래되고 먼지도 많은 그런 창고 같은 작업실에서 글을 쓰기도 하죠. 전 그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제 사무실을 보여 드릴게요. 들어오세요.
2009.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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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은 동영상 내용을 글로 옮긴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팀 보울러입니다. 어떤 작가들은 아주 깨끗하고 좋은 작업실에서 글을 쓰기도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오래되고 먼지도 많은 그런 창고 같은 작업실에서 글을 쓰기도 하죠. 전 그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제 사무실을 보여 드릴게요. 들어오세요.
바로 여깁니다. 꿈의 공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가 이 작업실을 사용한 진 꽤 오래되었어요. 여긴 데본이라는 마을이고 난 여기서 1983년부터 살고 있어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지요. 작가에게 완벽한 곳이에요. 이 오래된 창고는 글쓰기 최고의 장소예요. 아주 조용하고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곳이에요. 텔레비전도 전화도 없는 그런 곳이지요. 그래서 난 이곳에서 글을 쓰러 오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여기를 팀의 Bolthole이라고 부르지요. Bolthole은 은신처를 의미해요.
한국에 있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바다 건너 아주 멀리 있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인사할 수 있어서 아주 기쁩니다. 제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아름다운 여러분의 나라를 두 번 방문했습니다. 처음 방문은 2001년에 했었고 지난해 여름 두 번째로 방문했었지요. 그 당시 세 권의 책(『리버보이』, 『스타시커』, 『스쿼시』)가 출간되었어요. 그리고 이제 나의 데뷔작이었던 『꼬마 난장이 미짓』이 새로 출간되었는데 아주 흥분되는 일입니다. 작년 한국에 가서 한국이 아주 좋았던 건 바로 여러분들 때문입니다. 책에 대한 여러분의 열정, 생각들에 감동했어요. 그건 제가 가진 책에 대한 열정과 비슷했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있었을 때 여러분과 제가 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있어 훌륭한 스토리는 스토리 자체가 스스로 이어지면서도 전개가 빨라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놓지 않고 페이지를 계속 넘기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래서 늘 저는 스토리가 스스로 이어지도록 쓰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스토리는 땅을 흐르는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방문하여 독자들, 책 전문가, 다른 작가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반했던 부분은 사람들이 스토리에 대해 아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는 것이 아주 기쁩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랑하는 것을 여러분 또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저의 은신처입니다. 제가 조용하게 있을 수 있는 은신처이지요. 이곳에서의 유일한 친구는 저쪽 구석에 있는 거미예요. 이곳에 있으면 동굴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곳에서 전 그 누구와의 접촉도 없이 오로지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태어났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 레이온씨라고 불리는 영국 남동쪽해안에 위치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사실 이곳은 아주 흥미로운 곳입니다. 이곳은 런던을 지나 다른 지역까지 관통하며 흐르고 있는 긴 템스 강이 북쪽 바다를 만나는 지역으로 강어귀 부분이 3마일 정도로 넓어지며 해안가는 조수로 인해 만들어진 1마일 이상의 거대한 진흙 둑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제 방 창가에서 그 강어귀의 풍경을 내다볼 수 있었습니다. 전 자라면서 항상 물을 가까이하며 지냈습니다.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것을 바라보았고 소년 시절 대부분은 해안을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거나 요트놀이를 하는 등 물을 가까이하며 보냈습니다. 이 올드레이라고 불리는 바닷가 마을은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마을로 아주 흥미로운 곳입니다. 그리고 올드레이는 바로 ?의 첫 책인 『꼬마 난장이 미짓』의 배경도 했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저에게 있어 특별한 작품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가족이 소중한 것처럼 저의 모든 작품은 다 소중합니다. 하지만 『꼬마 난장이 미짓』은 저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여러분도 첫 키스, 첫 남자친구, 여자친구, 처음 가진 자전거 등을 계속 기억할 겁니다. 전 요트 타기를 아주 좋아하던 소년이었고 저의 첫 요트는 14살에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작은 나무로 된 요트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나의 스토리, 미짓에 많이 반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쓴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스무 살 정도 되었을 때입니다. 대학생활 때문에 그 당시엔 올드레이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올드레이에 들렀었고 미짓에서도 언급한 곳이었던 올드레이의 자갈 깔린 길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물끄러미 내다보았을 때 썰물이 천천히 밀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소설에서도 설명되어 있는데 이 올드레이에는 해안을 향해 있는 1마일 정도의 거대한 진흙 둑이 있습니다. 그리고 둑을 따라 묘한 모양의 레이거트라고 불리는 수로가 있고 이 레이거트 수로의 다른 쪽 편엔 사우스뱅크라고 불리는 해초들이 있는 둑이 있습니다. 레이거트 수로엔 늘 물이 차있었기 때문에 만약 사우스뱅크에 갇힌 상태로 수영을 하지도 못하고 요트도 없는데 밀물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익사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장소입니다.
어쨌건 스무살이던 어느 날 역시나 해안을 산책하고 있을 때 불현듯 어떤 그림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 장면은 스토리, 소설의 한 장면이었지만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 장면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장면은 『꼬마 난장이 미짓』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 중 하나로 묘사되었지만 당시엔 아무리 그에 대한 고민을 해도 더 이상 스토리를 그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난 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전 이곳 데본에 살고 있었고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교무 회의 시간이었습니다. 9학년ㅡ즉, 열네 살 학생들이 9학년인데요ㅡ학년 주임을 맡고 계신 어느 선생님께서 나뭇가지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나뭇가지의 길이는 바로 이 정도의 길이였는데, 약 3피트(91센티미터) 정도였습니다. 그분이 앞으로 나가서 나뭇가지를 이렇게 바닥에 짚고서 말씀하셨습니다. “내년에 새로운 아이가 우리 학교에 들어올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키는 딱 이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제 스토리의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만나게 될 3피트 키의 아이, 바로 그가 내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이었습니다. 미짓은 실제 그 아이의 모습은 아니었고 다만 그 아이를 모티브로 하여 가공하여 만들어낸 상상 속 인물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지고 나니 소설의 배경은 올드레이로 설정이 된다는 것과 요트가 소재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소설이 3피트 키를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것 그리고 나머지 다른 부분들도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 런던에 살고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었고 우린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었으며 전 낮에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전업작가가 아니었기에 전 직장에 다니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어 글을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전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공동주택 아래층에 있는 작은 골방에 타자기를 놓고 글을 썼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을 쓰기 위해 매일 출근 전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글 쓰는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중간에 런던에서 지금 살고 있는 이곳 데본으로 거처를 옮긴 후에도 계속해서 『꼬마 난장이 미짓』을 썼습니다. 전체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 10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을 한창 집필하던 동안엔 100만 단어 이상의 분량이었는데 오랜 시간의 집필기간을 거치며 소설을 완성했을 땐 50만 단어 길이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전 스토리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표면상으론 어린 소년과 형, 그리고 요트를 갖는 꿈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힘, 힘의 남용, 통제, 어둠, 위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은 소년, 형이 휘두르는 폭력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인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글을 쓰지도 못했기 때문에 단지 몸짓으로만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요트를 갖는 꿈.. 『꼬마 난장이 미짓』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이 책은 꿈에 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의 내용 일부를 읽어 드릴게요. 미짓의 꿈은 요트를 갖는 것이라고 언급했었죠. 미짓이 올드레이에서 처음 요트를 봤을 때 그는 요트에 매료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3피트짜리 꼬마가 요트를 갖는 것은 무리라고 말합니다. 그의 마음은 알겠지만 요트를 갖더라도 그는 요트를 몰 수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미짓은 계속 그 꿈을 꾸었고 소형 선박 조선소에서 만들다 만 요트를 발견합니다. 그 조선소 또한 제가 소년 시절 잘 다니던 실제 장소입니다. 지금부터 낭독할 부분은 2장 뒷부분입니다. (44~45페이지)
낭독
미짓은 평소처럼 원통 위로 기어 올라가 가장 편안한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는 소형 선박 조선소를 한번 바라본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요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입구 근처,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을 환영하는 것처럼 뱃머리가 미짓을 향해 있었다, 그는 그것과 처음 마주쳤던 때를 떠올렸다.
이렇게 말끔한 요트가 왜 버려졌을까. 왜 페인트칠이 반밖에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요트를 왜 마저 완성하지 않았을까. 왜 누군가 나서서 이 요트를 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다른 단일형급 요트처럼 경주에 출전할 수 있을 텐데.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수많은 질문들.
그 질문은 며칠 후에 이렇게 바뀌었다.
왜 이 요트는 내 것이 될 수 없을까.
미짓은 조선소에 있는 직공들을 쳐다보았다. 워낙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에 모두 낯이 익었다. 이제는 그들도 미짓을 받아주는 듯했고 심지어 인사를 건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바빴다. 그래서 미짓은 마음속에 품은 의문을 풀어놓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었다, 그곳에 앉아 있을 때 그 요트는 그의 것이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 요트는 완전한 모습이었다. 반쯤 색이 칠해진 채 버려진 요트가 아니라 모든 페인트칠과 니스 칠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부낭과 센터보드와 키가 모두 제자리에 있는, 활대 아랫부분에 돛이 감겨져 있는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이제 그가 키를 잡는다. 요트가 바다로 돌진한다. 해안에서 멀어질수록 고통에서도 점점 멀어진다.
그 꿈은 오늘따라 강렬했다. 그래서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다섯 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그는 언제나처럼 실망한 채로 꿈에서 깨어났다. 현실은 꿈의 세계와는 전혀 달랐다. 그걸 알면서도 언제나 그는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이 부분이 제 첫 소설인 『꼬마 난장이 미짓』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저의 첫 번째 소설인 『꼬마 난장이 미짓』이 한국에서 출판된 것이 저에겐 정말 큰 의미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군요.
자, 지금까지 저의 첫 소설인 『꼬마 궳장이 미짓』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요즘 새로운 시리즈인 블레이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과 작별인사를 고하고 전 다시 작업을 해야겠군요.
안녕하세요. 팀 보울러입니다. 어떤 작가들은 아주 깨끗하고 좋은 작업실에서 글을 쓰기도 하지만 어떤 작가들은 오래되고 먼지도 많은 그런 창고 같은 작업실에서 글을 쓰기도 하죠. 전 그 후자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제 사무실을 보여 드릴게요. 들어오세요.
바로 여깁니다. 꿈의 공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제가 이 작업실을 사용한 진 꽤 오래되었어요. 여긴 데본이라는 마을이고 난 여기서 1983년부터 살고 있어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마을이지요. 작가에게 완벽한 곳이에요. 이 오래된 창고는 글쓰기 최고의 장소예요. 아주 조용하고 그 누구도 방해하지 않는 곳이에요. 텔레비전도 전화도 없는 그런 곳이지요. 그래서 난 이곳에서 글을 쓰러 오고 있어요. 우리 가족은 여기를 팀의 Bolthole이라고 부르지요. Bolthole은 은신처를 의미해요.
한국에 있는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바다 건너 아주 멀리 있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인사할 수 있어서 아주 기쁩니다. 제 책이 한국어로 번역되었다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전 지금까지 아름다운 여러분의 나라를 두 번 방문했습니다. 처음 방문은 2001년에 했었고 지난해 여름 두 번째로 방문했었지요. 그 당시 세 권의 책(『리버보이』, 『스타시커』, 『스쿼시』)가 출간되었어요. 그리고 이제 나의 데뷔작이었던 『꼬마 난장이 미짓』이 새로 출간되었는데 아주 흥분되는 일입니다. 작년 한국에 가서 한국이 아주 좋았던 건 바로 여러분들 때문입니다. 책에 대한 여러분의 열정, 생각들에 감동했어요. 그건 제가 가진 책에 대한 열정과 비슷했습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있었을 때 여러분과 제가 책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저에게 있어 훌륭한 스토리는 스토리 자체가 스스로 이어지면서도 전개가 빨라 독자들로 하여금 책을 놓지 않고 페이지를 계속 넘기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것이지요. 그래서 늘 저는 스토리가 스스로 이어지도록 쓰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스토리는 땅을 흐르는 시냇물처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입니다.
작년 여름 한국에 방문하여 독자들, 책 전문가, 다른 작가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장 반했던 부분은 사람들이 스토리에 대해 아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책이 한국에서 출판되었다는 것이 아주 기쁩니다. 왜냐하면, 제가 사랑하는 것을 여러분 또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곳은 저의 은신처입니다. 제가 조용하게 있을 수 있는 은신처이지요. 이곳에서의 유일한 친구는 저쪽 구석에 있는 거미예요. 이곳에 있으면 동굴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곳에서 전 그 누구와의 접촉도 없이 오로지 스토리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제 방 창가에서 그 강어귀의 풍경을 내다볼 수 있었습니다. 전 자라면서 항상 물을 가까이하며 지냈습니다. 바다에서 밀물과 썰물이 바뀌는 것을 바라보았고 소년 시절 대부분은 해안을 따라 산책을 즐기거나 수영을 하거나 요트놀이를 하는 등 물을 가까이하며 보냈습니다. 이 올드레이라고 불리는 바닷가 마을은 백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마을로 아주 흥미로운 곳입니다. 그리고 올드레이는 바로 ?의 첫 책인 『꼬마 난장이 미짓』의 배경도 했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저에게 있어 특별한 작품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가족이 소중한 것처럼 저의 모든 작품은 다 소중합니다. 하지만 『꼬마 난장이 미짓』은 저의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여러분도 첫 키스, 첫 남자친구, 여자친구, 처음 가진 자전거 등을 계속 기억할 겁니다. 전 요트 타기를 아주 좋아하던 소년이었고 저의 첫 요트는 14살에 아버지로부터 받았던 작은 나무로 된 요트였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억은 나의 스토리, 미짓에 많이 반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를 쓴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스무 살 정도 되었을 때입니다. 대학생활 때문에 그 당시엔 올드레이를 떠나 다른 곳에서 살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올드레이에 들렀었고 미짓에서도 언급한 곳이었던 올드레이의 자갈 깔린 길을 따라 걷고 있었습니다. 바다를 물끄러미 내다보았을 때 썰물이 천천히 밀려 나가고 있었습니다. 소설에서도 설명되어 있는데 이 올드레이에는 해안을 향해 있는 1마일 정도의 거대한 진흙 둑이 있습니다. 그리고 둑을 따라 묘한 모양의 레이거트라고 불리는 수로가 있고 이 레이거트 수로의 다른 쪽 편엔 사우스뱅크라고 불리는 해초들이 있는 둑이 있습니다. 레이거트 수로엔 늘 물이 차있었기 때문에 만약 사우스뱅크에 갇힌 상태로 수영을 하지도 못하고 요트도 없는데 밀물을 만나기라도 한다면 익사할 수 있는 아주 위험한 장소입니다.
어쨌건 스무살이던 어느 날 역시나 해안을 산책하고 있을 때 불현듯 어떤 그림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그 장면은 스토리, 소설의 한 장면이었지만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그 장면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었고 그 장면은 『꼬마 난장이 미짓』의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 중 하나로 묘사되었지만 당시엔 아무리 그에 대한 고민을 해도 더 이상 스토리를 그릴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5년의 시간이 지난 후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전 이곳 데본에 살고 있었고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교무 회의 시간이었습니다. 9학년ㅡ즉, 열네 살 학생들이 9학년인데요ㅡ학년 주임을 맡고 계신 어느 선생님께서 나뭇가지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나뭇가지의 길이는 바로 이 정도의 길이였는데, 약 3피트(91센티미터) 정도였습니다. 그분이 앞으로 나가서 나뭇가지를 이렇게 바닥에 짚고서 말씀하셨습니다. “내년에 새로운 아이가 우리 학교에 들어올 겁니다. 그리고 그 아이의 키는 딱 이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 순간 갑자기 제 스토리의 주인공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만나게 될 3피트 키의 아이, 바로 그가 내 소설 속 주인공의 모습이었습니다. 미짓은 실제 그 아이의 모습은 아니었고 다만 그 아이를 모티브로 하여 가공하여 만들어낸 상상 속 인물입니다. 그렇게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지고 나니 소설의 배경은 올드레이로 설정이 된다는 것과 요트가 소재가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소설이 3피트 키를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가 될 거라는 것 그리고 나머지 다른 부분들도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전 런던에 살고 있었습니다. 저와 아내는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었고 우린 공동주택에서 살고 있었으며 전 낮에 일을 해야 했습니다. 전업작가가 아니었기에 전 직장에 다니면서 남는 시간을 쪼개어 글을 써야 했습니다. 그래서 전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를 깨우지 않기 위해 공동주택 아래층에 있는 작은 골방에 타자기를 놓고 글을 썼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을 쓰기 위해 매일 출근 전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10년 동안 글 쓰는 일은 계속되었습니다. 중간에 런던에서 지금 살고 있는 이곳 데본으로 거처를 옮긴 후에도 계속해서 『꼬마 난장이 미짓』을 썼습니다. 전체 스토리를 완성하는 데 10년이라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을 한창 집필하던 동안엔 100만 단어 이상의 분량이었는데 오랜 시간의 집필기간을 거치며 소설을 완성했을 땐 50만 단어 길이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전 스토리는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표면상으론 어린 소년과 형, 그리고 요트를 갖는 꿈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은 힘, 힘의 남용, 통제, 어둠, 위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작은 소년, 형이 휘두르는 폭력으로 위험한 상황에 놓인 소년의 이야기입니다. 소년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고 글을 쓰지도 못했기 때문에 단지 몸짓으로만 자신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요트를 갖는 꿈.. 『꼬마 난장이 미짓』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이 책은 꿈에 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꼬마 난장이 미짓』의 내용 일부를 읽어 드릴게요. 미짓의 꿈은 요트를 갖는 것이라고 언급했었죠. 미짓이 올드레이에서 처음 요트를 봤을 때 그는 요트에 매료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그에게 3피트짜리 꼬마가 요트를 갖는 것은 무리라고 말합니다. 그의 마음은 알겠지만 요트를 갖더라도 그는 요트를 몰 수 없다고 말이죠. 하지만 미짓은 계속 그 꿈을 꾸었고 소형 선박 조선소에서 만들다 만 요트를 발견합니다. 그 조선소 또한 제가 소년 시절 잘 다니던 실제 장소입니다. 지금부터 낭독할 부분은 2장 뒷부분입니다. (44~45페이지)
낭독
미짓은 평소처럼 원통 위로 기어 올라가 가장 편안한 자세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는 소형 선박 조선소를 한번 바라본 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 요트는 여전히 그곳에 있었다. 입구 근처, 항상 있던 그 자리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을 환영하는 것처럼 뱃머리가 미짓을 향해 있었다, 그는 그것과 처음 마주쳤던 때를 떠올렸다.
이렇게 말끔한 요트가 왜 버려졌을까. 왜 페인트칠이 반밖에 되지 않았을까. 이렇게 아름다운 요트를 왜 마저 완성하지 않았을까. 왜 누군가 나서서 이 요트를 사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다른 단일형급 요트처럼 경주에 출전할 수 있을 텐데.
머릿속을 어지럽혔던 수많은 질문들.
그 질문은 며칠 후에 이렇게 바뀌었다.
왜 이 요트는 내 것이 될 수 없을까.
미짓은 조선소에 있는 직공들을 쳐다보았다. 워낙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에 모두 낯이 익었다. 이제는 그들도 미짓을 받아주는 듯했고 심지어 인사를 건넬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항상 바빴다. 그래서 미짓은 마음속에 품은 의문을 풀어놓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래도 꿈은 꿀 수 있었다, 그곳에 앉아 있을 때 그 요트는 그의 것이었다. 그의 마음속에서 그 요트는 완전한 모습이었다. 반쯤 색이 칠해진 채 버려진 요트가 아니라 모든 페인트칠과 니스 칠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부낭과 센터보드와 키가 모두 제자리에 있는, 활대 아랫부분에 돛이 감겨져 있는 빈틈없는 모습이었다. 이제 그가 키를 잡는다. 요트가 바다로 돌진한다. 해안에서 멀어질수록 고통에서도 점점 멀어진다.
그 꿈은 오늘따라 강렬했다. 그래서 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벌써 다섯 시간이나 지난 후였다. 그는 언제나처럼 실망한 채로 꿈에서 깨어났다. 현실은 꿈의 세계와는 전혀 달랐다. 그걸 알면서도 언제나 그는 현실로 돌아가야 했다.
이 부분이 제 첫 소설인 『꼬마 난장이 미짓』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저의 첫 번째 소설인 『꼬마 난장이 미짓』이 한국에서 출판된 것이 저에겐 정말 큰 의미가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싶군요.
자, 지금까지 저의 첫 소설인 『꼬마 궳장이 미짓』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요즘 새로운 시리즈인 블레이드를 집필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과 작별인사를 고하고 전 다시 작업을 해야겠군요.
<제공: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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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2012.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