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죽음으로 돌아보는 - 『이방인』
글ㆍ사진 채널예스
200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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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결국은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해 시간의 열차를 타고 가는 여행자입니다. 보고 듣고 먹고 노는 모든 행위의 주체인 ‘내’가 끝나는 그 순간을 혼자 고요히 상상하다 보면 머릿속이 캄캄해지기까지 하는 두려움을 끌어안고 가는 시간의 열차는 좀처럼 멈추지 않습니다. 영속할 수 없는 제한된 시간을 사는 우리는 그래서 고독합니다. 개개인 하나하나는 모두 불연속적인 시간만을 가지고 서로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인연에 불과합니다.

소설 『이방인』의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죽음’이라는 화두를 꺼내는 것은 그의 이 짧은 소설에 나타나는 몇 가지 형태의 죽음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개인, 혹은 자아의 모습에 짙은 배경으로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에 나타나는 첫 번째 죽음: 상喪, 뫼르소의 어머니

소설은 주인공인 뫼르소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양로원의 전보로부터 시작됩니다.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감정과 달리, 주인공 뫼르소는 담담합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이방인』 첫 문장

뫼르소는 보통 큰 충격이게 마련인 ‘엄마’의 죽음에도 무척 담담하며, 그 자신의 일상은 딱히 뭔가 흥미로워 보일 게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입니다. 그의 일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은 뫼르소 본인에겐 별다른 흥미나 감흥을 주지 못하는 사건들일 뿐으로, 그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그의 유일한 관심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단지 그 순간의 것에만 충실할 뿐입니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가서도 고인의 죽음보다 당장의 허리 결림이 생각나고, 장례가 끝난 주말에 찾아온 연인 마리와의 스킨십에서 욕정을 느끼는 것에 초점을 둡니다. 그의 이러한 성향은 옆집에 사는 ‘창고 감독’ 르몽과의 만남과 이어지는 사건들에서도 드러납니다. 그는 르몽과 관계를 맺고 있는 어느 아랍인 여성의 바람기에 대한 르몽의 복수를 돕기 위해 대신 가짜 편지를 써 주고, 르몽이 그녀를 폭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줍니다. 그로 인해 아랍 청년들의 복수에 휘말리고, 우연히 르몽의 권총을 들고 있다가 단지 태양빛이 눈부시다는 이유만으로 (실제 이유가 그러한지는 불분명하지만) 아랍인 남자를 쏴 죽이고 맙니다.

첫 번째 죽음인 어머니의 죽음은 자아의 원천이자 가장 가까운 타자인 ‘엄마’의 죽음을 통해 주인공의 가장 가까운 인물의 죽음조차도 자아와는 사실 무관하다는 사실을 알려 줍니다. 뫼르소라는 주인공의 자아는 적어도 엄마의 죽음마저도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존재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소설에 나타나는 두 번째 죽음: 살인, 자아가 타자를 죽이다

뫼르소가 쏴 죽인 아랍인 남자. 세상은 떠들썩해집니다. 여름날 별다른 사건도 드물었던 알제 시의 기자들은 존속살해사건과 뫼르소의 살인사건 두 건에 집착하기 시작하고, 검사와 변호사는 그 살인사건에 대해 다양한 조사와 논거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뫼르소가 끊임없이 독백하듯이, 그의 살인은 무슨 거창한 의도나 배경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연히 옆집 남자와 친구가 되었고, 우연히 초대를 받았다가 싸움에 휘말렸고, 우연히 권총을 받아들었고, 우연히 총을 쏘게 되었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뫼르소에게는 과거나 미래라는 시간이 크게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단지 그는 매 순간에 충실했고, 아랍인 남자가 꺼내는 칼이 반사하는 광채에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단지 순간순간에 반응했을 뿐이고 뫼르소 자신은 그 분절된 사건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기자와 검사와 변호사들은 그 사건을 통해 뫼르소라는 개인의 일생을 재구성해 버립니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슬퍼하지 않던 남자, 상을 치르고 다음날 연인과 해수욕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간 남자. 그가 별생각 없이 현실에서 순간의 욕망에 충실했던 나날들은 그들, 외부인에 의해 나름의 흐름을 만들고, 그의 살인이라는 사건의 중심에 이유를 부연합니다. 이를 통해 그는 원래 냉혹하고 사람 목숨을 우습게 아는 살인자, 사이코패스로 규정됩니다.

소설에 나타나는 두 번째 죽음인 ?인―자아가 타인을 죽이는 행위―에 대해서도 뫼르소는 무감각합니다. 살인을 저지른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범죄라고, 큰 범죄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소설에 나타나는 세 번째 죽음 : 살인과 자살, 오래된 신문 조각 속의 뉴스 한 토막

구치소에 들어앉아 있는 미결수 뫼르소는 심심해하던 중에 감옥 한 구석에서 오래된 신문 조각 하나를 찾아냅니다. 신문 가십난으로 보이는 조각에는 기이한 사건 하나가 적혀 있습니다.

오래전 고향을 떠난 한 남자는 큰돈을 벌어 귀향합니다. 어머니와 여동생은 마을에 남아 여관을 운영하는데, 남자는 큰돈을 번 사실을 감추고 놀래 주기 위해 여관에 손님으로 가장해 투숙합니다. 그런데, 어머니와 여동생은 남자의 돈이 엄청난 것을 보고는 밤에 모의해 남자를 살해하고 돈을 가로챕니다. 다음날 죽은 남자의 신원이 확인되자, 어머니는 목을 매고 여동생은 우물에 몸을 던집니다.

적어도 신문조각 속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뫼르소와 정 반대의 위치에 있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무관심한 뫼르소와 달리, 두 사람은 자기 가족을 죽인 스스로의 욕심이 불러온 비극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죽이고 맙니다.

소설에 나타나는 네 번째 죽음 : 뫼르소, 자아의 죽음

사형 선고를 받은 뫼르소의 앞에 남겨진 것은 죽음뿐입니다. 그는 상고를 포기하면서 자신의 미래가 죽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어차피 사형이 아니었어도 죽을 인생이었으니까요. 그를 찾아온 형무소 신부에게 뫼르소는 고함을 치면서 오히려 당신보다는 내가 삶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소리칩니다. 자아의 죽음 앞에 뫼르소는 분명 생물로서 필연적인 두려움을 보여주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사형수로서 맞는 마지막 순간, 생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그 순간에 행복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적어도 자신의 사형 날 수많은 군중이 몰려들기를 바라면서 소설은 마침표를 찍습니다.

『이방인』의 키워드: ‘실존’, 그리고 ‘부조리’

소설 『이방인』에 대한 많은 해설과 리뷰를 통해 알려졌듯이, 이방인의 핵심에는 ‘실존’과 ‘부조리’라는 개념이 존재합니다. 두 개념 다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 보면, ‘실존’은 ‘세상을 인식하는 주체로서, 살아가는 중심으로서의 자아’를 모든 것의 중심에 두는 개념 정도, ‘부조리’는 ‘자아가 관계 맺는 사회 혹은 타자가 서로 합리―불합리 간의 충돌을 보이는 모습’ 정도로 뭉뚱그릴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소설 속의 뫼르소는 실존이라는 개념에 충실한 인물로 보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그에게 시간이란 오직 현재일 뿐이며, 사건과 사물을 인식하는 주체로서의 자아와 그 자아의 본능, 욕구, 사고만이 중심이 됩니다.

이러한 뫼르소의 캐릭터는 사회와 충돌을 일으키는 부조리 현상을 보여주는데, 2부에서의 재판입니다. 정작 본인은 도대체 연결할 수 없는 수많은 인생 속의 사건들을 정작 자아가 아닌 외부자들은 하나의 합리적인 흐름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버리며 뫼르소를 냉혹한 살인마로 규정짓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부조리는 특히 그 타자의 외연이 넓어지는 사회 현상 속에서 더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비슷한 예를 요즘 신문에서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생전 알지도 못했던 어느 살인범의 가정환경과 성장 배경을 통해 살인의 동기를 유추하는 수많은 언론들을 통해 우리는 살인범의 배경을 알게 되었다고 인식합니다. 하지만 그 인식이 정확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요.

고독한 자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소설

『이방인』에서 언급되는 네 가지의 죽음은 재미있게도 자아와 관련된 죽음의 양태 중 거의 대부분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뫼르소는 이 모든 유형의 죽음 앞에 초연합니다. 어머니의 죽음은 과거의 영역에, 살해된 아랍인의 죽음은 타인의 공간에, 신문 조각 속의 죽음은 적어도 자아의 1차적 인식범위에 잡히지 않는 관념의 영역에, 자신의 죽음은 미래시간의 영역에 존재합니다. 실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뫼르소에게 와 닿는 죽음은 없으며, 그렇기에 어쩌면 뫼르소는 자신의 죽음마저도 극복하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에 뫼르소는 고독합니다. 그는 자아와 외부가 연결되는 모든 끈들―시간, 공간, 관계 등―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삶을 자신보다 더 멋지게 구성해 내는 검사와 변호사 앞에서도 ‘그러시던가.’ 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렇게 심드렁한 그? 단 한번 엄청난 말과 감정을 쏟아내는 것은 마지막 신부와의 대화입니다. 그 주제는 ‘나는 내 삶에 누구보다도 강한 확신을 가졌다!’ 입니다. 실존의 인간은 바로 이러한 모습일 것입니다. 외부의 모든 것보다도 자아에 있어서 확신을 갖는 인간. 그러한 인간은 고독하지만, 고독으로부터 해방을 찾을 수 있는 인간형임을 소설은 이야기합니다.

이성의 몰락이 불러온 실존의 중요성을 돌이켜 보다

1차 대전을 통해 서구는 처음으로 근대성과 합리성이 100% 밝은 미래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했습니다. 예전 리뷰인『파리대왕』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전쟁에 나가 죽는 이들이 국가의 이념에 정말 충실해서 죽은 것이든, 아니면 정말 어쩔 수 없이 끌려 나가 죽은 것이든 간에 전쟁의 결과는 수많은 개인들의 삶과 행동과 사고가 멸실된 것이었습니다. 그 허망과 공포, 고독의 시대에서, 그것도 그다음 폭풍인 2차대전의 초중반이었던 1942년 나치의 프랑스 점령 치하에서 처음 출간된 소설 『이방인』은 어찌 보면 의식의 과잉일 수 있는 주인공 뫼르소의 캐릭터를 통해 거대한 사회와 의식에 의해 짓눌린 개인, 아니 실존의 위기를 역으로 드러내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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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아하고 고고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책 읽기가 어느 날부터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고, 그 뒤로는 어디 가서 취미가 책 읽기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책보다 좋은 것은 먼지 날리는 시골 비포장도로에서 하루 두 번 오는 버스 기다리며 담배 한 대 피우는 시간이라고 말하는 그는 나이가 좀 더 들고 감성과 지성이 경륜으로 불릴 쯤이 되면 포크 가수로 전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26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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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ngsung

2008.09.10

알베르 카뮈의 고전명작인 이방인 정말 멋진 스토리입니다.
인간으로서 개개인은 결국 타인의 관계일 뿐이라는 느낌과 함께 서로 이방인일 뿐이라는 생각을 정말 조리있게 잘 쓴듯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인간들의 관계가 남인 것이 아니라 그 속에 감춰진 현대인들의 관계 단절에서 오는 슬픔들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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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ithoo

2008.09.02

카뮈, 책 내용이 그리 쉽지 않은 작가로 기억되네요. 한번쯤 다시 읽어보고 싶은 계절이 와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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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2008.09.02

실존과 부조리 그리고 죽음...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읽으면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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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알베르 까뮈> 저/<김화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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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 까뮈

그 모든 것에 항거하며 인간의 부조리와 자유로운 인생을 깊이 고민한 작가이자 철학자. 1913년 프랑스 식민지였던 알제리 몽드비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알사스 출신의 농업 노동자였던 아버지가 1차 세계대전 중 전사하고, 청각 장애인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가난 속에서 자란 카뮈는 유년 시절의 기억과 가난, 알제리의 빛나는 자연과 알제 서민가의 일상은 카뮈 작품의 뿌리에 내밀하게 엉기어 있다. 구역의 공립 학교에서 L. 제르맹이라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다. “나는 자유를 빈곤 속에서 배웠다.”라고 하기도 했는데, 알제리에서 보낸 유년기는 그가 작가적 양분을 공급받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여겨진다. 그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고 1923년 프랑스 중등학교 리세에 입학했고, 이후 알제리 대학에 입학했으나 1930년 폐결핵으로 자퇴를 했다. 결핵 발병으로 누구보다 좋아했던 축구를 포기했다. 바칼로레아 준비반에서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인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고, 이후 평생 그와 교류를 이어갔다. 어렵게 대학에 진학해 고학으로 다니던 알제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정치 활동과 연극 활동에 집중했다. 1932년 장 그르니에가 주도한 조그만 월간 문예지 [쉬드Sud]를 통해 처음으로 첫 에세이 『새로운 베를렌Un Nouveau Verlaine』을 발표했다. 대학시절에는 연극에 흥미를 가져 직접 배우로서 출연한 적도 있었다. 결핵으로 교수가 될 것을 단념하고 졸업한 뒤에는 진보적 신문에서 신문기자로 일했다. 한때 공산당에 가입했던 그는 비판적인 르포와 논설로 정치적인 추방을 당하기도 했고, 프랑스 사상계와 문학계를 대표했던 말로, 지드, 사르트르, 샤르 등과 교류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몰입했다. 1937년 첫 산문집 『안과 겉』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알제 레퓌블리켕]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1940년에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겨 [파리수아르]의 기자가 된다. 독일에 점령당한 파리에서 검열을 피해 지방으로 옮긴 [파리수아르]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도 집필 활동에 매진한다. 초기의 작품 『표리(表裏)』(1937), 『결혼』(1938)은 아름다운 산문으로, 그의 시인적 자질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1942년 7월, 자신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되는 문제작 『이방인(異邦人) L' tranger』을 발표하면서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이즈음 레지스탕스에 가담하여 프랑스 해방 운동에 참여한 카뮈는 철학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1943), 희곡 작품 「오해」(1944)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저항운동에 참가하여 레지스탕스 조직의 기관지였다가 후에 일간지가 된 [콩바]의 편집장으로서, 모든 정치 활동은 확고한 도덕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는 신념에 바탕을 둔 좌파적 입장을 견지했다. 또 집단적 폭력의 공포와 악성, 부조리함을 알레고리를 통해 형상화한 소설 『페스트』로 문학계의 대반향을 일으켰고 1951년에는 마르크시즘과 니힐리즘에 반대하며 제3의 부정정신을 옹호하는 평론 『반항적 인간』을 발표하여 지성계에 큰 논쟁을 촉발한 사르트르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다가 10년 가까운 우정에 금이 가기도 했다. 하지만, 1956년 『전락』을 발표하면서 사르트르에게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이방인』, 『시지프의 신화』를 발표하며 문학가를 넘어 사상가로도 인정받기 시작했고, 실존주의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가 엄마, 무명인, 그리고 나의 ‘죽음’을 연달아 맞닥뜨리며 삶의 부조리를 고뇌하는 모습은 이후 오랫동안 수많은 독자를 실존주의의 세계로 이끈다. 「오해」와 「칼리굴라」라는 희곡을 쓰며 희곡 작가로도 활동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고, 1957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문호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알제리 독립을 둘러싼 논쟁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 가지만, 카뮈는 생전 인터뷰에서 “자동차 사고로 죽는 것보다 더 부조리한 죽음은 상상할 수 없다.”라고 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1960년 1월 4일 자동차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이때 사고 차량에 있던 가방에서 초고 형태로 발견된 『최초의 인간』은 1994년에야 빛을 보게 된다. 실존주의 문학의 정수라 평가받는 『이방인』에는 살인 동기를 '태양이 뜨거워서'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이가 등장한다. 그는 삶과 현실에서 소외된 철저한 이방인으로, 죽음이라는 한계 상황 앞에서 인간의 노력이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으며 한편으로는 그 죽음을 향해 맹렬히 나아가는 인간존재가 얼마나 위대한지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부조리에 대한 추론을 시작으로 철학적 자살, 부조리한 인간, 철학과 소설, 키릴로프 등 철학적 에세이를 엮은 『시지프의 신화』는 권위에 도전하였다는 벌로 큰 돌을 산 정상에 올리는 행위를 무한정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의 죄를 모티브로 하여 일상생활과 예술작품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한 측면을 명쾌하게 분석한 철학 에세이다. 1947년 출간된 『페스트』는 그 해의 비평가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걸작으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에서 페스트는 모든 자유가 제한되는 상황 즉 감옥 속의 인간을 상징한다. 카뮈는 주인공인 의사 리외와 그 주변의 인물들을 통해 모순에 찬 삶 평온한 삶 위에 덮친 모순과 허망, 즉 부조리 속에서 그 상황을 직시하고, 낙관적 기대 없이 묵묵히 그 허망과 맞서서 대결하는 인간상을 그렸다. 이런 다양한 작품들 중에서, 알베르 카뮈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책은 『반항하는 인간』이라고 한다. 카뮈의 철학적·윤리적·정치적 성찰을 담은 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반항하는 인간』은 『시지프의 신화』와 함께 카뮈의 대표적인 시론(試論)이다. 1951년 출간 당시 프랑스 지성계를 들끓게 했던 이 책에서 카뮈는, 폭력과 테러를 역사적·철학적·정치적 맥락에서 살피며, 테러와 폭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성찰한다. 이 외에도 『여름』, 『유배지와 왕국』, 『행복한 죽음』, 『정의의 사람들ㆍ계엄령』, 『결혼, 여름』, 『태양의 후예』, 『젊은 시절의 글』, 『스웨덴 연설ㆍ문학 비평』, 『최초의 인간』, 『여행일기』, 『단두대에 대한 성찰ㆍ독일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전락·추방과 왕국』, 『안과 겉』 등의 작품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