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에서 옥신각신하는 흐뭇한 광경을 자주 보지만, 나이나 경제 상황이나 프라이드라든가, 실은 여러 가지 사정이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것 같다. 나 같으면 부담이 크면 "아, 내가 낼게!"라고 입에서 하면서 오기로라도 지갑을 안 내는 경우에도, 모두 스스로 내려고 하니까 눈부실 따름이다.
'한국 사람은 큰돈이라도 자신이 깨끗하게 몽땅 지불하는 것을 좋아하는구나'라고 생각했었는데, "천만에, 실은 아주 쓰린 거야! 겉으로 웃고 속으로는 울고 있단 말이야!"라고, 비통한 심중을 털어놓은 사람도 있었다. 그렇다면 금액이 클 때는 공평하게 각자 내는 걸로 하면 모두가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계산이란 것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내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수표를 받았을 때, 어디서 어떻게 쓰면 되는지 몰라서 당황한 기억이 있다. 뒤에 사인한다든가, 신분증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들어 귀찮아서 쭉 지갑에 넣고 있었는데, 어느 날 현금이 떨어져서 아무래도 바꿔야 되게 되었다.
그래서 시범삼아 야채 가게에서 수표 10만원짜리를 살그머니 냈더니, 아줌마는 한껏 싫은 얼굴을 하셨다. 당연한 것이다. 그래도 울 것 같은 외국인을 보고 아줌마가 어쩔 수 없이 "보통 안 되는데…"라고 거스름돈을 주셨다. 수표는 언제 어디서 얼마까지 내도 좋은 건지, 도대체 가게에서는 환영하는지 경원하는지, 아직도 나에게는 수수께끼에 쌓인 존재다.
한국 아줌마의 길에 올라선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요코짱. 결혼 전 한국 생활 1년을 더하면 벌써 6년 째 맞이하는, 길다면 긴 시간을 보냈다. 이제는 한국 문화에 익숙해져 시장에서 능숙히 물건 깎는 모습도, 제트코스트 같은 버스타기에도 능숙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미숙 투성이라는 서툰 주부 요코짱.
돼지꿈을 영문도 모른 채 남편에게 팔아 불로소득에 어리둥절하고, 참외를 접시에 어떻게 깎아 올려야 할지 고민하고, 한복 치마 속의 두 다리를 어찌할 줄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타인의 눈에는 귀엽기까지 하다. 여전히 문화의 벽에 부딪히며 한국에서 신기했던 것, 재미있던 것, 그리고 남편과 한일양국을 오가며 알콩달콩 꾸며가는 결혼이야기 등을 실감나게 엮었으며, 한국문화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가는 요코짱의 모습에서 우리의 습관을 엿볼 수 있다. 1권에 비해 다소 높아진 듯한 난이도의 일본어는, 일어를 공부하는 독자를 위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이다.
한국에 시집 온 요코짱의 좌충우돌의 한국 생활기. 머리카락도 없는 벌거숭이 캐릭터로 낯선 나라 한국에서 받았던 문화충격과 서울 풍경을 실랄하고 코믹하게 그려냈다. 세계에서 가장 세다는 한국의 아줌마 파워, 제트 코스터보다 빠른 스피드의 한국 버스가 이젠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버린 새댁 요코짱의 고되지만 정겨운 한국살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는 작은씨앗 출판사와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수요일 총 3개월 간(총 13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2개의 댓글
뽕뽕이★
2007.04.19
ㅎㅎ 나도 이책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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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staban76
2007.04.06
몇 년 전에 TV에서 이 책에 대한 이야기와 저자를 보았습니다. 참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이는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1권은 서점에서 서서 보았는데 2권은 일본어 공부도 할 겸 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
뽕뽕이★
2007.04.19
rastaban76
2007.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