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글: 채널예스
2007.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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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일본의 전차에서는 무거운 짐은 선반 위에 올리기 때문에, 앉아 있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의 짐을 받아 주는 한국의 시스템이 신선했다. 특히 사람이 들어차 있는 차 안에서 오래 서 있어야 될 때는 아주 고마운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생각했다. 그래, 항상 다른 사람이 내 짐을 들어 주니까, 다음엔 나부터도 말해 보자! 하지만 막상 그 때가 되면 '받아 드릴게요.'란 말을 꺼내기가 꽤 부끄럽다. 타이밍도 중요하고 용기도 필요하다.

어느 날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사람이 꽉 들어차 있는 버스에 앉아 있었는데, 바로 옆에 짐을 껴안는 아가씨가 서 있었다. 나는 마음속에서 다섯 번 연습해서 겨우 말을 걸었다.

"저기...바, 받아 드릴게요." "아, 감사합니다~"

아싸-, 마침내 나는 해냈다! 이것으로 나도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된 거야!

그러나 그녀의 짐은 예상보다 훨씬 컸고, 세로도 가로도 다 안을 수 없는 정도의 커다란 보스톤백이 내 넓적다리 위에 올려져 있었다.

아, 앞이 안 보이는데 게다가 커브를 돌 때마다 옆의 아저씨 쪽으로 흘러 내려간다.

드디어 보다 못한 아저씨가 말했다. "내가 받는 게 낫겠네?" "아. 죄… 죄송합니다."

결국 내가 말을 걸었는데도 아저씨가 짐을 들 처지에 놓였다. 남에게 친절하게 하기는커녕, 오히려 폐를 끼치고 있잖아! 다음부터는 말을 걸기 전에 자신이 다 들을 수 있는 짐인지 잘 체크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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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두 번째 이야기 : 한국 아줌마 따라잡기
타가미 요코 글.그림 | 작은씨앗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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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을 영문도 모른 채 남편에게 팔아 불노소득에 어리둥절하고, 참외를 접시에 어떻게 깎아 올려야 할지 고민하고, 한복 치마 속의 두 다리를 어찌할 줄을 몰라 당황하는 모습이 타인의 눈에는 귀엽기까지 하다. 여전히 문화의 벽에 부딪히며 한국에서 신기했던 것, 재미있던 것, 그리고 남편과 한일양국을 오가며 알콩달콩 꾸며가는 결혼이야기 등을 실감나게 엮었으며, 한국문화에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져 가는 요코짱의 모습에서 우리의 습관을 엿볼 수 있다. 1권에 비해 다소 높아진 듯한 난이도의 일본어는, 일어를 공부하는 독자를 위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이다.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
타가미 요코 글.그림 | 작은씨앗 | 2004년 02월

한국에 시집 온 요코짱의 좌충우돌의 한국 생활기. 머리카락도 없는 벌거숭이 캐릭터로 낯선 나라 한국에서 받았던 문화충격과 서울 풍경을 실랄하고 코믹하게 그려냈다. 세계에서 가장 세다는 한국의 아줌마 파워, 제트 코스터보다 빠른 스피드의 한국 버스가 이젠 자연스런 일상이 되어버린 새댁 요코짱의 고되지만 정겨운 한국살이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 운영자가 알립니다.
'새댁 요코짱의 한국살이'는 작은씨앗 출판사와의 제휴에 의해 연재되는 것이며, 매주 수요일 총 3개월 간(총 13편) 연재될 예정입니다. 독자들의 많은 사랑 부탁드립니다.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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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썸가이

2007.02.17

꺄! 너무 훈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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