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윙> 풀패키지 출시 기념 - <웨스트 윙> 한 줄 감상을 남겨주세요!
|
비평가들은 물론이고, 정치과학 교수나 백악관 스태프까지 한결같이 찬사를 보낸 작품이 있습니다. TV 드라마의 품격을 몇 단계는 올려놓았다고 평가받는 〈웨스트 윙〉입니다. 바틀렛의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산토스가 어떻게 일을 해내는지 보고 싶다며 시리즈를 계속 이어가라는 팬들의 성화는 종영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여전합니다. DVD 출시로 시즌 1부터 다시 쭉 보다가 시리즈의 끝이 다가올수록 아닌 게 아니라 아쉬움이 고개를 듭니다. 그런 아쉬움에 지난번에 다루었던 〈웨스트 윙〉 이야기를 빼고 보태고 하여 다시 해볼까 합니다.

또 드라마 속 오벌 오피스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초침이 째깍째깍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힘센 주소인 백악관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꼭 필수조건은 아니라는 사실이 〈웨스트 윙〉이 지닌 드라마적 힘입니다. 매 회 새로 등장하는 정치적 소재를 그려내면서 인간성과 인간 사이의 관계로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이 드라마이니까요. 감히 말씀드리건대, 판타지적 요소를 배제한 현실감 있는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압도적인 작품이 〈웨스트 윙〉이 아닐까 합니다.
|
1999년 가을에 첫 시리즈를 시작한 〈웨스트 윙〉에 에미상은 4년 연속 TV 드라마 작품상을 안겨주었습니다. 〈Hill Street Blues〉와 함께 최다 수상 기록입니다.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고 무게를 잡는 것 같아 에미상의 시상 결과에 대해 개인적으로 늘 공감하기는 어려워하는 편이지만, 〈웨스트 윙〉의 4년 연속 수상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의나 불만을 달 수가 없답니다. 분명한 건 취향과 관점의 차이를 넘어서, 일단 경험한 사람이라면 모두 박수를 보내고 감동하며 서로 벽을 허무는 그런 궁극의 작품이란 게 있다는 것이지요.
〈웨스트 윙〉은 매우 리얼하게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지만, 그것이 곧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또는 비슷하게 옮겨놓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기는커녕 〈웨스트 윙〉에서 그리는 백악관과 미국 대통령, 그 아래 보좌진은 현재뿐 아니라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있기 어려울 것 같은 이상주의적인 모습입니다. 마틴 쉰이 분한 대통령 바틀렛과 보좌진은 정치를 유능하고 다부지게 해내기는 하지만 결코 정치적이지는 않습니다. 권모술수, 이전투구라는 말은 이들과 거리가 멉니다. 오늘날 철권으로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에서, 미국 헌법제정자들(Founding Fathers)의 이상이 드라마 속에서는 구현되는 셈이지요.
|
1995년작 〈대통령의 연인〉에서 부드럽지만 힘 있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각본으로 그려낸 아론 소킨은 〈웨스트 윙〉의 크리에이터와 제작자로서 또 한 번 멋지고 매력적인 대통령상을 만들어냈습니다. 〈웨스트 윙〉의 대통령 바틀렛은 겉으로는 부드럽고 친근해 보여서 그런 모습만 보고 쉽게 여기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기도 하지만, 힘을 보여주어야 할 때는 보여주는 전형적인 외유내강의 캐릭터입니다. 권위를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이지만 명철하고도 부드럽게 자신의 힘을 이용하면서 상황을 장악하는 진정한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인물이지요.
부드러우며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이미지 이면에 정치적 술수와 출세 야욕으로 뭉친 의원이나 정부 각료 등 다른 정치인들을 압도하는 모습은 통쾌함마저 안겨줍니다. 사실 현실 정치에서는 노벨상까지 탄 석학이자 지식인이 주지사에서 대통령까지 정치 활동을 벌이는 일이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참모들이 몸서리를 치는데도 굴하지 않고 이런저런 미셀러니를 주워섬기는 제드 바틀렛은, 〈CSI〉에서 저걸 어떻게 다 머릿속에 담고 다니나 싶은 인용의 대가 길 그리섬 반장과 함께 TV 드라마 최고의 르네상스 맨입니다.
대통령 아래서 대통령과 정책을 짜고 고락을 나누는 개인 보좌진도 이 드라마의 큰 축입니다. 예전에 『백악관 상황실』이라는 책을 보았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미국 대통령의 집무실과 보좌진 사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 윙의 젊은 고용인들은 여느 정치인이나 정치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과는 다른 분위기나 감성을 풍깁니다. 물론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다 보니 아름답게 그린 면도 없지 않겠지만, 박봉과 격무에 시달리며, 또 말도 못할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자신의 정치적 입신양명에만 이용하려 드는 사람들을 상대하면서도 올바른 정치를 꿈꾸는 청년 이상주의자의 기백이 느껴진다고나 할까요. 밖에서 보면 거의 아담하기까지 한 웨스트 윙 내부에서 곳곳을 바삐 누비며 급박하게 일을 처리하는 그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보면 주무대가 실내라는 것도 별로 갑갑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방영되는 내내 당대 최고의 드라마 자리를 놓치지 않았던 만큼, 게스트 스타의 면모도 화려합니다.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된 〈웨스트 윙〉에는 낯익고 정다운 얼굴이 많이 등장하지요. 쇼킹한 등장과 퇴장으로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던 〈NCIS〉 해병대 꽃미남 출신 반장 깁스 역의 마크 하몬이나 작년에 시작된 〈Weeds〉의 메리 루이스 파커도 여러 에피소드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왕년의 청춘스타 크리스천 슬레이터와 〈배틀스타 갈락티카〉 아다마 함장의 등장도 드라마 팬들의 환호를 자아내기는 마찬가지랍니다.
큰 키에 멋진 목소리로 카리스마를 뿜어대던 대변인 CJ, 중얼중얼 투덜 코미디로 은근히 웃음을 안겨주었던 토비 지글러, 1980년대의 ‘브랫 팩’ 군단의 일원이었다가 최고의 귀염둥이 연설문 작성가로 거듭난 샘 시본 역의 롭 로우, 냉철하기도 하고 흥분도 잘하는 정책 분석가 조시 라이먼, 영국 대사가 집사인 줄 알았다고 하는 말이 농담 같지만은 않은 헌신적인 비서관 리오 맥게리, TV 드라마 속에서나마 정치에 인간을 들여온 이 참모들의 모습을 그리워할 드라마 팬들이 많을 듯합니다. 테러와 전쟁, 마약, 폭력, 다른 정치기관과의 힘겨루기 등을 박진감 넘치면서도 탄탄하고 지적이며 물샐틈없는 각본으로 그려낸 이 작품이 TV 역사상 가장 잘 만들어진 드라마 중 하나로서 길이길이 손에 꼽히며 남을 것은 분명합니다.
|
<웨스트 윙> 풀패키지 출시 기념 - <웨스트 윙> 한 줄 감상을 남겨주세요!
다이어리 외장
![]() 다이어리 내장
참여기간 : 1월 31일 ~ 2월 19일 당첨자발표 : 2월 21일(채널예스 공지사항 게시판) |

채널예스
채널예스는 예스24에서 운영하는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책, 영화, 공연, 음악, 미술, 대중문화, 여행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노란병아리
2007.02.20
2007.02.19
kilooa
2007.02.1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