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특집 -키워드로 보는 2006 출판 트렌드] ③ 팩션 그리고 음모
2006.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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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예스에서는 연말 특집 - ‘키워드로 보는 2006 출판 트렌드’를 12월 동안 매주 목요일 총 4회 연재합니다.
키워드는 2006년 출간된 도서 종수와 판매량을 근거로 추출되었으며, 각 키워드에 해당되는 책 중 출간 의의나 기획에 있어서 가장 주목할만하다고 평가되는 책을 한 권 선정, 해당 책을 책임 기획, 편집한 제작자를 만나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듣는 것이 이번 특집의 내용입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매주 목요일에 찾아갈 ‘채널예스 연말 특집 - 키워드로 보는 2006 출판 트렌드’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연재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2월 7일 : 자기 계발 (대표도서 - 『달란트 이야기』) 12월 14일 : 좋은 부모 역할 배우기(대표도서 - 『부모와 아이 사이』) ▶ 12월 21일 : 팩션 그리고 음모(대표 도서 -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 12월 28일 : 2030 여성(대표도서 - 『모든 여자의 인생은 이십 대에 결정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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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은 정보와 자료 부족이라는 물리적인 이유 때문에 선택하게 되는 형식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살인이나 스캔들같이 은밀한 구석이 많은 사건에 대해서는 남아있는 자료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자료가 부족하다고 해서 무언가 일어났던 일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재미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요. 재미있는 역사책을 찾는 독자에게 새로운 소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읽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감동과 깨달음을 얻고 싶어 하는 독자가 정말 많다고 느껴요. 살인 사건은 조선 시대 사람도 욕망과 열정과 탐욕, 원한에 몸부림치며 살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의 아주 은밀한 부분까지 들여다보게 해주니까요.”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으로 지나간 역사가 바뀔 리는 없지만 이야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색다른 역사책이나 추리문학을 좋아하는 독자 모두에게 이런 소재나 구성을 통해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다는 얘기다.
“조선 시대 사람은 그런 범죄 사건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당시에도 나름대로 과학 수사가 있었습니다. 수사관에 따라 가능한 조건에서 범죄를 해결하고자 특출한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했고요. 책에도 『무원록』이라는 책의 존재가 나오는데, 그 뜻이 억울한 백성이 없게 하는 것이니까, 주먹구구식으로 조사하고 문초를 하는 것만으로는 취지를 실현할 수가 없었겠지요. 부족한 사실로 역사를 재구성한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도 그렇습니다. 그것도 작가의 머릿속에서만 주먹구구로 그려져서 나온 것이 아니라, 치밀한 조사와 추리를 통해서 그럴 듯한 이야기로 새로 태어난 것입니다.”
막강한 판매량을 올렸던 『다 빈치 코드』의 성공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비슷한 드라마를 양산했던 〈CSI〉로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영화로는 <혈의 누>, TV 프로그램으로는 <별순검> 같은 국내 작품이 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팩션에 대한 수요도 커졌고, 여러 드라마나 인기가 얻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혈의 누> 같은 한국 영화를 본 관객층과 우리의 독자층이 겹치는 부분이 더 많지 않을까 합니다. 『조선을 뒤흔든 16가지 살인사건』도 역사책과 추리문학을 좋아하는 30~40대의 남성 독자층이 많습니다. 시신 검시라든지 과학수사를 했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살인 사건 자체가 일어나고 그런 범죄를 풀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에도 독자가 많은 호기심을 가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살인자를 찾는지 좇는 가운데, 추리를 통해서 그 시대 사람들의 욕망을 목격하고 풀어보는 재미가 있는 거죠.”
아주 심하게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사회이다 보니, 전쟁이나 집단적인 싸움 외에 살인이 일어났다는 것이 일견 생소하게 보일 수도 있다. 양반에게 인간이라기보다는 재산 대접을 받던 천민이 죽임을 당한 것에 수사씩이나 했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부리던 종을 죽인 양반이 고초라고는 전혀 받지 않고 버젓이 사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언제이며 어느 곳이 되었든 사람 모이는 때와 곳에는 별별 일이 다 벌어지는 법임을 생각해 보면, 더 흥미로운 것은 지금의 상식과는 사뭇 다른 법과 정의에 대한 감각일 듯하다.
“조선조 초기에는 꼭 공인된 법기관을 통해서가 아니라고 해도 복수를 은연중에 허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현대의 법체계에서 사적인 복수는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복수심이란 누구나 품을 수 있는 아주 인간적인 감정이 아닙니까? 게다가 피해자가 힘이 없는, 약한 쪽이라면 공공연히는 못해도 속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컸을 테고요. 또 옛날에는 정당방위의 개념도 없었다고 해요. 행실이 방정치 못한 여동생을 소위 ‘명예살인’하기도 했고요. 현대와는 다른 점이 많은 법과 정의의 개념을 다양한 각도로 해석해 볼 수 있는 여지도 이 책이 보여준 것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한국 팩션의 전망과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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