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이제 그만, 7집 앨범으로 다시 돌아온 015B!
7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1집 발표하는 신인가수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팀이 있다. 꼬박 10년을 쉬더니 지난 5월과 8월 연이은 공연에 신보까지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예고한 015B!
2006.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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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015B(공일오비) 7집 메이킹 필름
7집 앨범 발매를 앞두고 1집 발표하는 신인가수보다 더 긴장하고 있는 팀이 있다. 꼬박 10년을 쉬더니 지난 5월과 8월 연이은 공연에 신보까지 선보이며 왕성한 활동을 예고한 015B!
그러나 그 비결이 궁금할 정도로 여전한 그들의 외모와는 달리, 강산이 바뀌는 시간동안 음악계는 물론 그들을 우상으로 떠받들던 탄탄한 10대 팬 층도 이제는 제 살길 바쁜 사회인으로 바뀌었다. 때문에 그들이 부단한 노력으로 되돌려 놓았다는 10년 전 몸무게처럼 대중의 뜨거운 반응도 되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 7집 발매를 하루 앞두고 손에 땀을 쥐고 있는 장호일 씨를 논현동 사무실에서 만나봤다.
10년 전 모든 것을 불살랐으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다시 움터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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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6집을 ‘저주받은 명반’이라고 하더군요. 들으면 알잖아요, '이 사람들 판 팔 생각 없었네.'. 대중성을 떠나 마지막으로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다 해보자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홈 레코딩으로 연주에서 녹음, 믹싱까지 99% 직접 제작했던 6집 앨범은 두 사람 모두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음반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든 것을 불살랐기에 015B는 여한 없이 이름을 내렸다.
그렇게 미련 없이 떠났던 그들이 10년이 지난 지금 ‘015B’라는 이름으로 다시 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계속 ‘공연하자, 음반내자’는 제의들은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정석원 씨나 저나 단호하게 거절했어요. 첫사랑은 다시 안 보는 게 낫다고 하잖아요”
그러다 015B 헌정 음반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왔고, 일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015B가 스페셜 음반을 내 보는 게 어떻겠냐는 형태로 바뀌었다. “외국의 산타나(Santana)처럼 공일오비 히트 곡으로 후배 뮤지션들과 작업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당시 정석원 씨는 외주 작곡가로 일하면서 스타일이 맞지 않아 마음이 많이 상했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정성 가지고 차라리 내 음반 발표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나 봅니다. 제가 스페셜 앨범 얘기를 꺼냈더니, 정석원 씨가 먼저 어차피 ‘015B’ 이름 넣을 거면 신보를 내자고 하더라고요.” 헌정 음반에서 궤도 수정을 거쳐 신보 이야기가 나오기까지 꼬박 1년이 걸린 것이다.
015B 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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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7집 앨범은 예전 음반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선 R&B, 일렉트로니카, 힙합 등의 장르가 고루 섞여 있다. “그래도 초반에 음반사는 분들은 저희 골수팬들일 텐데, 예전 015B 생각을 하신다면 당황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번 음반에 11곡이 실려 있는데, 전형적인 015B 노래는 정석원 씨와 유희열 씨의 듀엣곡 한 곡 밖에 없거든요.”
예전처럼 톡톡 튀는 가사도 의도적으로 없앴다. “가사보다는 스타일에 신경 썼습니다. 20대 때나 ‘소개를 받으러 나간 자리엔’ 이런 가사가 어울리지, 지금은 아니잖아요. 음악도 어차피 뮤지션들의 상황과 맞물리는 거니까요.” 물론 7집의 가사도 역시 정석원 씨의 경험이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예전에는 직접 부딪혔던 사랑이라면 이제는 관조라고 할까?
객원가수는 더욱 다양해져
여전한 게 있다면 역시 ‘객원가수제’다. 7집 앨범에도 다양한 가수들이 참여했다. 기존가수로는 박정현, 클래지콰이의 호란, 유희열, 다이나믹듀오, 버벌진트(랩) 등이 눈에 띄고, 신인으로는 오디션을 통해 뽑힌 케이준, 신보경, 조유진 등이 참여했다. “이번 앨범에 다양한 장르가 나오는 만큼 객원가수들도 각기 다른 느낌을 선사할 겁니다. 옴니버스 음반을 듣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예전에는 매 앨범마다 가수를 발굴하는 차원이었는데, 이번에는 기성 가수들이 꽤 등장한다. 게다가 박정현이나 호란 등 특색이 강한 뮤지션들이라 자칫 공일오비의 색깔이 옅어지고 가수 이미지가 부각되는 건 아닌지 염려된다.
“저희도 그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확실히 그렇기도 하고요. 객원이라기보다는 협연이라고 해야겠죠. 하지만 마케팅 차원에서는 좋을 것 같습니다. ‘정석원-유희열’하면 바로 연상이 가능하지만 ‘공일오비-호란’, ‘공일오비-다이나믹 듀오’는 어떤 음악이 나올까 궁금하잖아요.” 박정현 같은 경우는 이번 음반에서 창법을 바꿨다고 한다. 힘을 많이 빼서 노래만 들어서는 누군지 알기 힘들 정도라고.
“새로운 객원가수들도 눈여겨보셔야 합니다. 노래들을 너무 잘해요. 예전에는 앨범 때마다 새로 뽑아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는데, 요즘은 가르칠 필요가 없더라고요.”
혹시 예전 객원가수들이 섭섭해 하지는 않는지 물어봤다. “다들 바빠요. 윤종신 씨야 요즘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고, 조성민 씨도 곧 음반을 낼 계획입니다. 꽃미남 김태우 씨는 신학대학에서 신앙생활에 열심입니다.”
괜히 시작한 건 아닐까?
“우리 괜히 시작한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은 음반 발매를 눈앞에 둔 지금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10대의 우상이 되겠다거나 큰 인기를 얻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다만 그래도 우리가 음악계에서는 선배그룹인데 뭔가 이끌어가고 있다는, 음반은 잘 만들었다는 평가는 받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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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오비가 한창 음악활동을 하던 90년대와 지금은 음악 환경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 오랜만에 직접 음반 작업을 하면서 체감한 변화가 궁금했다. “일단 수준이 다릅니다. 저희 때와는 출발선이 다르다고 해야겠죠. 한국 가요계가 그만큼 발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CD는 죽었죠. 음반의 가치가 떨어진 거죠. 음악에 대한 소비가 빨라지면서 가치는 하락했습니다.”
015B만의 스타일이 있지만 음악도 시대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번 음반을 준비하면서 가장 영향을 받은 뮤지션은 누구일까? “저희는 예전부터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나 베이비 페이스(Baby Face) 등 작곡가나 프로듀서를 좋아했어요. 이번에는 특히 릴 존(Lill John) 등 미국 흑인 프로듀서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음악 들으면 바로 아실 겁니다.”
공일오비가 생각하는 자신들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무엇일까? “연예인으로서의 끼라고 할까요? 스타성이 부족한 거 같아요. 또 우리는 가수가 아니고 연주자이기 때문에 거기에서 오는 한계도 있습니다.” 공일오비가 도입한 ‘객원가수제’는 그들을 돋보이게 하는 특수 장치이면서 동시에 여전히 발목을 잡는 부분이기도 하다.
7집 활동은 더욱 분업화 돼
“이번에도 방송 활동은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TV에 나가서 득이 된다면 당연히 하겠죠.” ‘좋을 게 없으니까’라며 그는 웃는다. 그래서 인터넷 매체가 발달한 요즘이 015B에게는 오히려 활동하기 편하다. 온라인을 통해 쌍방향 교류가 가능하고, 더욱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7집 활동을 통해 015B는 더 분업화된다. 대인기피증이 심해졌다는 정석원 씨는 오로지 음악 제작 역할만 하고, 장호일 씨는 음악 활동 외에 비즈니스 파트를 맡는다. 또 새로운 객원들은 이른바 '015B SQUAD'로 각종 공연이나 방송, 프로모션 활동을 담당하게 된다. “새 친구들이 예전의 윤종신이나 이장우처럼 새로운 팬 층을 형성해야 공일오비도 새롭게 태어나는 거죠.”
팬들이 있다면 015B의 음악활동은 계속 이어진다
“대중음악은 대중이 선택하는 것이겠지만, 철저하게 외면하지 않는 이상 음악활동은 계속 할 생각입니다.” 음반시장의 형태도 바뀐 만큼 굳이 10곡 들어간 음반을 내지 않아도 2-3곡 담긴 미디움 앨범이나 디지털 싱글 작업도 생각하고 있다. 또 연말 공연도 구상중이다. 하지만 일단은 7집 앨범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9월 말에 어떤 분위기로 있을까? 저희도 궁금합니다.” 지난 두 번의 공연에서는 숨길 수 있었다. 향수에 젖어, 추억을 무기로. 그러나 신보는 더 이상 속일 수 없다. 팬들의 칼날 같은 반응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며, 예상외로 차가울 수도 있다.
첫사랑은 다시 만나지 않는 게 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들은 변하지 않는 게 아닐까? 015B의 7집 앨범 발매가 본격 시작됐다. 10년 전 같은 뜨거운 호응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음악은 역시 015B’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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