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영어를 못하는 진짜 이유를 알려주마, 영어 강사 이근철
새해가 되면 잘 팔리는 책이 있다. 첫째가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 둘째가 금연을 위한 책. 그리고 셋째가 영어책이다. 한국인이 영어에 들이는 시간과 돈, 노력은 어마어마한데 실력은 영 신통치 않다.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200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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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잘 팔리는 책이 있다. 첫째가 ‘성공’을 위한 자기계발서, 둘째가 금연을 위한 책. 그리고 셋째가 영어책이다. 한국인이 영어에 들이는 시간과 돈, 노력은 어마어마한데 실력은 영 신통치 않다. 답답하기 그지없는 노릇이다. 왜 이렇게 영어라는 언어는 습득하기 어려운 것인가. 어학연수를 다녀오지 않아서? 문법 위주의 영어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조기 교육을 받지 않아서? 구구절절한 이유들은 많지만 영어강사 이근철 씨의 생각은 다르다.
영어를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한국 사람들은 영어가 아니라 ‘나는 영어를 못해!’라는 생각을 배웁니다. 이번에 낸 『영어, 두뇌를 속여봐!』는 그렇게 매일매일 ‘나는 영어회화 못해, 영어회화는 정말 어려워!’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나는 영어회화를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두뇌 속에 심어주는 책입니다. 중학교 정도의 단어 실력만 있으면 누구나 20가지 패턴으로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책이죠.”
이번에 첫 번째 권이 나온 ‘이근철의 영어 신경망 만들기 시리즈’는 영어에 된통 덴 사람들을 위한 사람이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뭔가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답답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다. 그가 학생들에게 하는 주문은 간단하다. 차려놓은 밥상 위에 올려둔 20개의 패턴만 제대로 외우라는 것. 그러면 외국인 앞에서 입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영어에 대한 관심은 대단한데 영어를 가르치는 책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희한한 나라입니다. 서점에 나가보세요. 수많은 영어책이 있지만, 제대로 영어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쓴 책은 드뭅니다. 그런 책이라도 사람들이 읽고 영어를 잘하게 되면 괜찮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죠.”
영어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 노력에 맞는 실력이 생기지 않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다. 다들 지긋지긋해 하면서도 영어에게 발목을 잡혀 10년 이상을 이런 저런 방법과 비법들은 전전한다. 언어학을 전공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보면 황당한 책들도 많다. 별 것 아닌 것을 크게 부풀린 책이 있는가 하면, 몇 십 년 전에 유행했던 이론을 이제야 새롭게 발견한 양 큰소리치는 책도 있다. 영어 공부를 망칠만큼 위험한 책도 있다. 그중 몇몇은 대형 베스트셀러가 되어 한국 영어교육을 좌지우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효과는 회의적이다.
그는 그런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은 한국인의 획일적이고 다혈질적인 기질에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의 영어책이 범람하고, 정작 알아야 할 영어교육학의 원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책들이 언급하지 않으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가 누구보다 답답했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1~2학년 때 수원성에 놀러 갔다가 외국인을 많이 봤어요. 그 외국인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즐거웠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나서 팝송이나 영화로 영어를 접했죠. 라디오도 듣고, AFKN도 보면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전형적인 소양인이거든요. 외향적이죠. 낯선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어학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사교적인 사람이 많아요. 말은 결국 필요에 따라 배우게 되는 것이니 말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말을 많이 배울 수밖에 없는 거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영어를 잘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과서와 쉬운 사전(주니어 사전)의 예문을 외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문법은요?”
“좋은 예문보다 좋은 문법 선생은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하셨나요?”
“중학교 1학년 때 영어를 가르친 선생님이 영어회화가 되는 분이셨습니다. 25년 전이니까 굉장히 드문 일이지요. 매 과가 끝날 때마다 교과서 본문을 암송하게 하고, 암송을 한 사람에게는 점수를 더 주셨죠. 시험도 교과서 내용에 괄호를 비워두고 채우게 하는 식이어서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외워야 했어요. 그렇게 본문을 외운 것이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문법이니 독해니 어렵지 않던가요?”
“고등학교 처음 올라가서 문법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1 여름방학 때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성문종합영어’만 공부했습니다. 시험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그 책을 욕하고 다닙니다. 시험 빼고 그 책에서 배운 걸 써먹은 것은 고시촌에서 사법고시 준비생들에게 영어 강의할 때 밖에 없었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이 절 얕잡아 봤는지 쉬는 시간이면 문제집을 들고 나와 어려운 문법 용어를 써가며 물어볼 때 잘 써먹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이 어학 실력이 빨리 느나요?”
“목표 의식이 뚜렷한 학생이 실력이 늡니다. 의외로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면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요. 막연하고 모호한 목표를 설정하면 결과 역시 모호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토익과 토플이 어떤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인지도 모르고 공부하기도 하죠. 기본 중에 기본을 모르는 거죠. 영어를 왜 배워야 하고,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원하는지가 명확한 학생은 금방 자신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하다못해 토익 점수대라도 정해놓고 공부하는 학생이 훨씬 성적이 좋죠.”
중학생도 아는 20개 패턴이면 영어회화 끝!
이근철 식 영어공부의 핵심은 공부를 하기 전에 “나는 영어를 못해”라는 생각을 머리 속에서 말끔히 청소하라는 것이다. 그 뒤는 그가 책임진다. 영어에 왕도는 없다. 하지만, 제대로 된 선생을 만나면 똑같은 길이라도 즐겁고 빠르게 갈 수 있다. 전문적인 연구를 바탕으로 한국인에게 알맞은 공부 방법을 찾고, 방대한 데이터 중에서 학생에게 꼭 필요한 자료만을 추려주는 것, 그것이 비법이다. 그걸 알아내기 위해서 선생은 부지런히 연구해야 한다. 그가 책에 실은 20가지 패턴을 뽑기 위해 참고한 자료는 어마어마했다.
“영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영어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를 해소한 후, 언어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적용할 때 필요한 표현을 가르치는 거죠.”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20가지 패턴만 정확히 알면 실제 회화는 무리가 없단다. 중학생 수준의 단어와 문법만 알고 있어도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 It's, Do you, There's, I don't/I didn't ... 이 패턴들만 머리 속에 있으면 영어회화는 끝입니다. 영어회화에 꼭 필요한 5%는 이렇게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놀라는 것이, 자기들도 잘 모르는 어려운 단어는 알면서도 ‘Do you have the time?’ 같은 표현도 못 알아듣는 겁니다.” 한국어를 돌아봐도 그렇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다. 그런 패턴이 익숙해진 후에 고급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살아라 - 영어와 삶을 가르친다
그는 가르치는 것을 즐긴다. 가르치는 일은 그를 신나게 한다. 선생으로서 이근철은 항상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 “저도 슬럼프가 있었고, 시행착오도 겪었고, 영어 공부가 생각만큼 잘 안 되서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스스로의 힘으로만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경험한 것이니까요.” 재미있게 신나게, 꼭 필요한 것을 효율적으로 가르쳐서, 영어 공부가 짐이 되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영어와 함께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행복하고 열정적인 삶”이라고 말했다. 늘 연구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 그는 지금도 매일 영어 교수법을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국 영어 교육에는 무엇이 부족한가 하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레시피가 부족합니다.” 그가 볼 때 영어는 커다란 날고기 덩어리다. 먹기 좋게 여러 가지 레시피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줘야 하는데 한국 현실에서는 그런 교사의 친절이 드물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이런 영어의 레시피를 만드는 일이다. “날고기 덩어리를 주면서 먹으라고 해봐요. 누가 쉽게 먹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걸 부위별로 나누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기 좋게 요리를 해서 접시에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단기간에 영어를 해치울 수 있는 비법이 아니라,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탄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회화, 문법, 듣기, 영작... 앞으로도 계속 영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꼭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영어로 밥을 먹고 살면서도 그는 현재 한국의 영어 교육 과열 현상에 대해서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외국에 나가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적은 없습니다.” 단 한 번의 어학연수나 학원수강 없이 독학으로 이토록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재미’와 ‘영어를 배우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꼽았다. “외국에 나간다고 영어를 잘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영어권에서 2년 넘게 살면서도 기초적인 회화가 안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제대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어민의 영어실력도 천차만별이다. 원어민 중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한국 사람들은 ‘틀리는 것’을 무서워해서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영어로 잘못 말해서 창피했던 적이 없습니다. 한국 사람도 한국말 가끔 틀리게 할 때가 있잖아요. 언어는 심리적인 것이 50% 이상입니다. 틀리는 것은 전혀 창피하지 않다, 외국인이 영어를 말할 때는 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원어민도 시행착오 속에서 언어를 배웁니다.”
궁극적으로 언어는 소통이지 얼마나 말을 잘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원어민도 한국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cell phone을 핸드폰이라고 말해요. cell phone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이 못 알아들으니까요. 결국 언어는 피드백이고 환경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영어’라는 가상현실에 빠질 수 있으면-뇌를 바꿀 수 있으면- 어학연수를 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영어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우리말과 우리 문화
영어를 잘하면 무엇이 좋을까? “세상이 넓어지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삶이 달라집니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제 주변에는 영어를 배우면서 성격도 변하고, 인생도 크게 바뀐 사람이 여럿입니다. 영어를 배워서 좋은 또 다른 점은 우리나라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국어의 소중함도 더 느끼게 되는 것이죠.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우리 문화를 설명해야 되거든요. 우리 문화를 외국인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공부하다 보면 우리 문화가 참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국어사전도 자주 들추어보게 되더군요.”
궁극적으로 그가 하고 싶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최단 시간을 투자해서 최고의 효과를 거두게 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와 같은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영어 교육을 체계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 컨텐츠들을 외국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음식 문화만 해도 무궁무진하잖아요.”
그와 인터뷰를 끝내면서, 적어도 한 가지는 후련해졌다. 영어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 영어는 언어고,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다. 영어를 공부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외부적인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라는 점도 충격이었다. 자신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어느 정도 수준을 바라는지를 알고 있다면 흔들림 없이 공부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다. 그런 학생을 위해 이근철 씨는 열심히 길을 닦고 있다.
영어를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려라
이번에 첫 번째 권이 나온 ‘이근철의 영어 신경망 만들기 시리즈’는 영어에 된통 덴 사람들을 위한 사람이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뭔가 될 것 같은데 안 되는 답답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위해 밥상을 차렸다. 그가 학생들에게 하는 주문은 간단하다. 차려놓은 밥상 위에 올려둔 20개의 패턴만 제대로 외우라는 것. 그러면 외국인 앞에서 입이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영어에 대한 관심은 대단한데 영어를 가르치는 책은 전문성이 떨어지는 희한한 나라입니다. 서점에 나가보세요. 수많은 영어책이 있지만, 제대로 영어교육을 전공한 사람이 쓴 책은 드뭅니다. 그런 책이라도 사람들이 읽고 영어를 잘하게 되면 괜찮죠. 하지만 그렇지 않으니 문제죠.”
그는 그런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은 한국인의 획일적이고 다혈질적인 기질에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식의 영어책이 범람하고, 정작 알아야 할 영어교육학의 원론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책들이 언급하지 않으니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그가 누구보다 답답했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나
“초등학교 1~2학년 때 수원성에 놀러 갔다가 외국인을 많이 봤어요. 그 외국인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즐거웠죠.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나서 팝송이나 영화로 영어를 접했죠. 라디오도 듣고, AFKN도 보면서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전형적인 소양인이거든요. 외향적이죠. 낯선 외국인에게 말을 거는 것이 어렵지 않았어요. 어학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사교적인 사람이 많아요. 말은 결국 필요에 따라 배우게 되는 것이니 말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일수록 말을 많이 배울 수밖에 없는 거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영어를 잘하려면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과서와 쉬운 사전(주니어 사전)의 예문을 외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문법은요?”
“좋은 예문보다 좋은 문법 선생은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는 어떻게 영어 공부를 하셨나요?”
“중학교 1학년 때 영어를 가르친 선생님이 영어회화가 되는 분이셨습니다. 25년 전이니까 굉장히 드문 일이지요. 매 과가 끝날 때마다 교과서 본문을 암송하게 하고, 암송을 한 사람에게는 점수를 더 주셨죠. 시험도 교과서 내용에 괄호를 비워두고 채우게 하는 식이어서 교과서 본문을 통째로 외워야 했어요. 그렇게 본문을 외운 것이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니 문법이니 독해니 어렵지 않던가요?”
“고등학교 처음 올라가서 문법 때문에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1 여름방학 때 아침 일곱 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성문종합영어’만 공부했습니다. 시험에는 큰 도움이 되었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그 책을 욕하고 다닙니다. 시험 빼고 그 책에서 배운 걸 써먹은 것은 고시촌에서 사법고시 준비생들에게 영어 강의할 때 밖에 없었어요. 저보다 나이가 많은 학생이 절 얕잡아 봤는지 쉬는 시간이면 문제집을 들고 나와 어려운 문법 용어를 써가며 물어볼 때 잘 써먹었습니다.”
“어떤 학생들이 어학 실력이 빨리 느나요?”
“목표 의식이 뚜렷한 학생이 실력이 늡니다. 의외로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르면서 영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아요. 막연하고 모호한 목표를 설정하면 결과 역시 모호합니다. 어떤 학생들은 토익과 토플이 어떤 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인지도 모르고 공부하기도 하죠. 기본 중에 기본을 모르는 거죠. 영어를 왜 배워야 하고,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원하는지가 명확한 학생은 금방 자신이 원하는 수준까지 올라갑니다. 하다못해 토익 점수대라도 정해놓고 공부하는 학생이 훨씬 성적이 좋죠.”
중학생도 아는 20개 패턴이면 영어회화 끝!
“영어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 영어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를 해소한 후, 언어학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제 적용할 때 필요한 표현을 가르치는 거죠.”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20가지 패턴만 정확히 알면 실제 회화는 무리가 없단다. 중학생 수준의 단어와 문법만 알고 있어도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I'm, It's, Do you, There's, I don't/I didn't ... 이 패턴들만 머리 속에 있으면 영어회화는 끝입니다. 영어회화에 꼭 필요한 5%는 이렇게 쉬운 단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미국인들이 한국인들에게 놀라는 것이, 자기들도 잘 모르는 어려운 단어는 알면서도 ‘Do you have the time?’ 같은 표현도 못 알아듣는 겁니다.” 한국어를 돌아봐도 그렇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는 한정되어 있다. 그런 패턴이 익숙해진 후에 고급 표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행복하고 열정적으로 살아라 - 영어와 삶을 가르친다
그는 가르치는 것을 즐긴다. 가르치는 일은 그를 신나게 한다. 선생으로서 이근철은 항상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한다. “저도 슬럼프가 있었고, 시행착오도 겪었고, 영어 공부가 생각만큼 잘 안 되서 고민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스스로의 힘으로만 공부를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도 경험한 것이니까요.” 재미있게 신나게, 꼭 필요한 것을 효율적으로 가르쳐서, 영어 공부가 짐이 되지 않도록 해주고 싶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영어와 함께 꼭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행복하고 열정적인 삶”이라고 말했다. 늘 연구하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 그는 지금도 매일 영어 교수법을 연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한국 영어 교육에는 무엇이 부족한가 하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레시피가 부족합니다.” 그가 볼 때 영어는 커다란 날고기 덩어리다. 먹기 좋게 여러 가지 레시피를 사용해 음식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줘야 하는데 한국 현실에서는 그런 교사의 친절이 드물다.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일은 이런 영어의 레시피를 만드는 일이다. “날고기 덩어리를 주면서 먹으라고 해봐요. 누가 쉽게 먹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걸 부위별로 나누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서, 먹기 좋게 요리를 해서 접시에 올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에서 필요한 것은 단기간에 영어를 해치울 수 있는 비법이 아니라,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내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탄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회화, 문법, 듣기, 영작... 앞으로도 계속 영어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레시피들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꼭 영어를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영어로 밥을 먹고 살면서도 그는 현재 한국의 영어 교육 과열 현상에 대해서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외국에 나가 영어를 배워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 적은 없습니다.” 단 한 번의 어학연수나 학원수강 없이 독학으로 이토록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재미’와 ‘영어를 배우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꼽았다. “외국에 나간다고 영어를 잘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영어권에서 2년 넘게 살면서도 기초적인 회화가 안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중요한 것은 어디서든 제대로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원어민의 영어실력도 천차만별이다. 원어민 중에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은 전체의 1%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아는가. 한국 사람들은 ‘틀리는 것’을 무서워해서 영어실력이 늘지 않는다. “저는 지금까지 한 번도 영어로 잘못 말해서 창피했던 적이 없습니다. 한국 사람도 한국말 가끔 틀리게 할 때가 있잖아요. 언어는 심리적인 것이 50% 이상입니다. 틀리는 것은 전혀 창피하지 않다, 외국인이 영어를 말할 때는 틀리는 것이 당연하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원어민도 시행착오 속에서 언어를 배웁니다.”
궁극적으로 언어는 소통이지 얼마나 말을 잘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원어민도 한국에 와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cell phone을 핸드폰이라고 말해요. cell phone이라고 하면 한국 사람들이 못 알아들으니까요. 결국 언어는 피드백이고 환경입니다. 자신이 스스로 ‘영어’라는 가상현실에 빠질 수 있으면-뇌를 바꿀 수 있으면- 어학연수를 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영어를 통해 새롭게 만나는 우리말과 우리 문화
영어를 잘하면 무엇이 좋을까? “세상이 넓어지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삶이 달라집니다. 이건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제 주변에는 영어를 배우면서 성격도 변하고, 인생도 크게 바뀐 사람이 여럿입니다. 영어를 배워서 좋은 또 다른 점은 우리나라 문화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한국어의 소중함도 더 느끼게 되는 것이죠.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반드시 우리 문화를 설명해야 되거든요. 우리 문화를 외국인에게 설명해주기 위해 공부하다 보면 우리 문화가 참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영어를 공부하면 할수록, 국어사전도 자주 들추어보게 되더군요.”
궁극적으로 그가 하고 싶은 것은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최단 시간을 투자해서 최고의 효과를 거두게 하는 것이다. “그밖에도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와 같은 특수한 사람들을 위한 영어 교육을 체계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 우리나라의 좋은 문화 컨텐츠들을 외국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음식 문화만 해도 무궁무진하잖아요.”
그와 인터뷰를 끝내면서, 적어도 한 가지는 후련해졌다. 영어는 도구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것. 영어는 언어고, 언어는 소통을 위한 도구다. 영어를 공부하는데 가장 걸림돌이 되었던 것은 외부적인 조건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라는 점도 충격이었다. 자신이 왜 영어를 배워야 하는지, 어느 정도 수준을 바라는지를 알고 있다면 흔들림 없이 공부할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이럴 때 하는 말이다. 그런 학생을 위해 이근철 씨는 열심히 길을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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