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책을 쓴 적이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리오스토(Ariosto,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시인)라면 혹시 경쟁자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사실 그는 이런 작품을 쓰지 않았다.), 그도 이런 영웅적인 진지함을 작품에 담지는 못했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초판본에 실린 C.S.루이스의 추천사-
『반지의 제왕』은 여러 면에서 지극히 독특한 작품이다. 우선 이 책은 세상의 그 어떤 소설보다 많이 팔렸고, 20세기에 나온 책 중에서 이만큼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도 거의 없었다. 소수의 영화 매니아들만 알고 있었던 뉴질랜드의 영화 감독 피터 잭슨은 이 소설을 멋지게 영화화하는데 성공하여 중간계와 그 곳 이야기를 모르고 있던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반지의 제왕』에서 톨킨은 전투와 낯선 생물들, 그리고 최고의 모험이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환상의 세계를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감정 속으로 파고들어 현대 작가들과 비견되고도 남을 정도로 인간의 내면을 조명해냈다.
그는 우정과 의리라는 테마를 깊이 탐구했고, 반지라는 장치를 이용하여 중독이라는 주제도 고찰했다. 인간이든, 호빗이든, 요정이든 모든 존재들은 반지의 힘에 영향을 받아 각자 나름의 반응을 보인다. 이 점은 이야기의 추진력일 뿐만 아니라, 등장 인물들의 반응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통찰력도 제공해준다.
톨킨이 창조한 등장 인물들은 단순하지 않다. 선한 등장 인물들도 약점을 지니고 있다. 호빗들은 규칙을 깨뜨리고, 요정과 드워프는 서로에 대해 깊은 적개심을 품고 있다. 게다가 선한 인물들도 사악한 상상을 한다. 로스로리엔에서 갈라드리엘은 자신이 반지를 가지면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본다.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이지만 타락하기 쉬웠던 보로미르는 최후의 행동으로 스스로를 구원하고, 모든 문학작품을 통틀어 가장 많은 흥미와 연민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골룸은 반지에 중독되어 고통을 당한다. 톨킨은 현실성 있고 다면적인 인물들을 창조해냈으며, 감정적인 딜레마와 영적인 딜레마들을 깊이 있게 다루었고, 복잡한 플롯을 잘 다스려 매력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대가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와 소설을 통해 묘사되고 있는 중간계라는 세계의 위대한 완벽함에 열광하지만, 어쩌면 가장 열광해야 할 대상은 다름 아닌 『반지의 제왕』의 저자 톨킨일 것이다. 옥스포드 대학의 교수 생활을 병행하며 장장 60년 동안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낸 '창조자' 톨킨을 2004년 1월 호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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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킨 교수를 만나면 누구나 그가 교수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교수처럼 보이는 교수' 말이다. 그는 코듀로이 바지와 재킷을 입고 있었으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모습으로 파이프 담배를 피웠고, 많이 웃었다. 가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게 중얼거리곤 했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에선 통찰력과 학식, 유머 그리고 무엇보다 '매서움'이 느껴졌다.
톨킨 교수님 반갑습니다. 『반지의 제왕』이라는 대단한 소설을 어떻게 쓰시게 되었나요?
뭐,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수다. 기대 이상으로 성공을 한 『호빗』의 후속편을 쓰기 위한 일환이었어요. 독자들이 『호빗』에 이어지는 이야기를 보고 싶어했고, 출판업자 언윈이 제게 다른 원고가 있으면 보여달라고 했지요. 전 그 때 옥스포드 재학 당시 제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을 때부터 조금씩 써두었던 『실마릴리온』을 보여줬어요. 하지만 어린이용 책으로 성공을 거둔 후에 그런 책을 출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고, 독자들도 혼란스러워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출판되지 않은 것은 이것 외에 개인적인 요인도 있었는데 이 책을 외부인의 편집에 맡길 만큼 제가 아직 정신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거죠.
결론은 새로 써야한다는 사실이었죠. 이 새로운 호빗에 대한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도록 절 밀어붙인 것 중 하나에는 친구 루이스와의 경쟁의식도 있었을 거예요.
저와 달리 부유한 가정에서 자란 루이스는 작업 속도가 빠르고 항상 한없는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전 루이스의 이런 작업 속도에 짜증을 내면서도 그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글을 써내려 갔어요. 제가 한 고집하거든요. 전 원고를 여러 번 고치고 또 고친 후에야 간신히 남에게 보여주는 꼼꼼하고 소심한 완벽주의자였죠.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 자신이 『호빗』의 속편을 빨리 끝내고 싶었습니다. 이 일로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완전히 집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지겨운 시험지 채점을 계속 해야만 했고, 결국 이 작품을 완성시키는데 장장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수다.
『반지의 제왕』이 있게 한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호빗』은 어떻게 구상하시게 되었나요?
옥스포드 대학 재직시 학생들의 논문을 채점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막 한 학생의 논문 채점을 만족스럽게 마치고, 다른 학생의 논문을 채점하려고 했죠. 첫 페이지를 읽고 다음 페이지로 넘기다가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백지였던 거예요! 채점해야 할 페이지가 하나 줄었기 때문에 하루 동안 열심히 일한 보상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며 방을 둘러보았지요. 순간 책상다리 옆의 카펫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카펫에 난 작은 구멍을 발견하고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며 몽상에 잠겼지요. 그러고는 책상 위의 종이로 시선을 돌려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 땅에 난 구멍 속에 호빗이 살고 있었다……."
굉장한 우연이었군요. 난데없이 그 문장을 어느 학생의 논문에 쓰고 난 후의 기분이 어떠셨나요?
내가 왜 이런 문장을 썼는지 전혀 몰랐고, 제 무의식에서 튀어나온 이 문장이 저와 가족 그리고 영문학의 미래에 어떤 의미가 될런 지 전혀 몰랐죠. 다만 제가 뭔가 흥미로운 것을 썼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문장을 보고 난 후 호빗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어요.
교수님은 어떻게 그렇게 완벽한 중간계라는 세계를 창조할 수 있었나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전 성인이 된 후 60여 년 동안 학문에 열중할 때만 빼고는 모든 시간을 이 단 하나의 창조물에 바쳤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제 내면 세계이기도 한 중간계는 제게 있어 외적인 삶보다 더 현실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이 완벽한 가상현실을 그려낸 이 방대한 작업은 어떻게 시작되었습니까? 어떤 영향을 받아 이 창조의 불꽃을 지피게 되었습니까?
제 유년 시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군요. 저는 영국의 시골을 무척이나 사랑했었는데, 이 점이 상상 속의 세계를 그릴 때 제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른 아이들처럼 저도 괴물과 무시무시한 짐승들이 이 땅을 배회한다고 상상하며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자랐어요. 그러나 그 이미지들이 그냥 잊혀지지 않고, 제가 글을 쓰게 되었을 때 생생하게 되살아나더라구요. 그러니까 제가 만들어낸 가상의 세계는 아주 어린 나이에 깊이 뿌리내린 상상의 세계, 거의 동화 같은 세계를 바탕으로 생겨난 거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게는 신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다는 겁니다. 저는 "영국을 위한 신화"를 쓰고 싶었습니다. 고대 언어와 문화를 공부한 덕분에 아이슬란드나 스칸디나비아 혹은 중부 유럽과 달리 영국에는 완전한 신화의 형태를 갖춘 글로 씌어진 전설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 이를테면 영국에는 13세기 아이슬란드 역사가 스노리 스툴루손이 기록한 아이슬란드 신화 『산문 에다』나 서사시 『베어울프』 혹은 핀란드의 서사적인 신화 『칼레발라』같은 이야기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바로 잡는 것이 제 책임이라고 생각했죠. 왜냐구요? 전 중세 언어를 연구하는 학자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고대 언어를 공부하면서 신화의 개념, 즉 신화가 문화의 기록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은 후 가상의 문화를 묘사하는 저만의 신화를 구축할 수 있었고, 이 신화가 제 환상세계 속 여러 민족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그 중 특히 요정들의 언어는 제가 창조한 서사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한 작업에 푹 빠질 수 있다는 것은 믿기지 않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뭐랄까, 제겐 일종의 사명감이 있었어요. 제 친구들이 자랑스러워할 만한 것을 창조해야 하는 의무감 같은 거죠. 옥스포드 대학 시절 저와 와이즈먼, 스미스, 길슨 이렇게 네 명은 자주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하던 절친한 친구 사이였습니다. 재학 중에 1차 세계대전이 터졌고, 모두 참전했어요. 그러나 전쟁 중에 길슨이 죽고 이에 충격 받은 스미스가 전쟁에서 온전히 살아남은 친구들이 반드시 죽은 친구들 모두를 대신해서 T.C,B.S.(친구들의 모임을 이름들의 이니셜을 따서 이렇게 얘기했어요.)의 불꽃을 피워 죽은 자들이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들을 말하고 그들이 모두 자랑스러워 할만한 것을 창조해야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어요. 얼마 뒤 스미스마저 죽고 저는 친구를 위해 제 서사시이자 영국을 위한 신화로 발전하게 될 이야기의 요소를 처음으로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 아들이 출판한 『실마릴리온』이라는 작품입니다.
『실마릴리온』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시죠.
『실마릴리온』은 1차 세계대전 참전 당시 때부터 집필이 시작되었지요. 그 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것은 1916년 초 영국의 한가로운 시골 마을 그레이트 헤이우드에서 요양하던 때였어요. 먼저 비싸지 않은 공책을 한 권 산 다음 겉장에 '잃어버린 이야기들의 책'이라고 썼고, 즉시 단편적인 메모와 시, 스케치, 그리고 제가 만들어낸 신화의 좀더 자세한 구절들을 공책 가득 적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에 제 자신과 제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 그리고 자신이 두려워하고 증오했던 것들을 모두 다 쏟아 부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개인적인 기록이었으며, 제 생애를 지배한 작품이 었다고 할 수 있어요. 전 이 작품을 차마 끝맺을 수 없었죠. 죽기 직전까지 전 이 서사시의 세세한 부분들을 채워놓고 있었습니다.
『실마릴리온』에 그렇게 큰 애정을 가지고 계셨으니, 『반지의 제왕』이 그렇게 큰 작품이 될는지는 짐작하시지 못하셨겠네요.
하하.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말씀드렸던 대로 『반지의 제왕』은 어린이들을 위한 모험 이야기 『호빗』의 후속편을 쓴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일단 시작하자 제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가 스스로 점점 커져 갔어요.
1937년에 『반지의 제왕』집필을 시작한 후 5년 뒤인 1942년 12월 무렵에는 3부 9장까지 쓴 상태였죠. 전 앞으로 여섯 장만 더 쓰면 이야기를 완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1943년 봄 그 동안 벌여놓은 이야기들을 매듭짓기 위해 서로 연결된 주제들을 처리하다보니 뭔가 아귀가 맞지 않았고,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여긴 제 판단이 틀렸음을 깨닫기 시작했어요. 『실마릴리온』을 지침 삼아 작품을 대폭 수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 반지의 이야기들을 차근차근 풀어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플롯 속의 새로운 하부구도, 새로운 이야기의 가닥, 완전히 새로운 테마들이 저절로 나타났어요. 이것들을 도저히 무시할 수 없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을 때에도 이야기의 지류에 몰두해 있었고, 이 지류들은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이 멈춰 있더라도 개울이 되고 시내가 되었어요.
작품에 대한 부담은 점점 커져만 갔어요. 그리고 그와 비례하여 점점 이 작품에 깊은 애?을 갖게 되어 『실마릴리온』 만큼 중요한 작품이 되어 버렸어요. 기다리다 지친 출판사 측은 『호빗』의 속편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접은 것처럼 보였어요.
어쨌든 1947년 말 드디어 원고를 완성했어요. 그 후 2년 동안 퇴고를 거듭했지요. 이야기의 앞으로 다시 돌아가 배경과 상황을 설명하는 구절들을 끼워넣고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정비한 후 마침내 1949년 가을, 작품에 손을 뗐습니다. 그리고 원고 전체를 다시 타자로 친 다음 마침내 사람들에게 읽힐 결심을 했습니다. 이 작품을 읽어줄 사람으로 제가 가장 먼저 떠올린 친구는 역시 루이스였습니다.
1949년에 드디어 책을 완성했는데 출간은 왜 1954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졌나요?
저 때문이었죠 뭐.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실마릴리온』과 함께 출판되어야 한다는 제 고집 때문이에요. 그 과정에서 원래 이 책을 출판하기로 한 윈원과의 관계가 틀어지고 다른 출판사를 물색해 보았지만 역시 무산되었어요. 일단 당시는 종이값이 많이 상승한 상태였는데 분량이 많은 책을 출판하려면 종이값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것이고, 제작비를 뽑아 낼 수 있을 만큼 책을 판매하는 데에는 모두들 회의적이었거든요.
저는 『반지의 제왕』을 세 권으로 나누고 길어도 12개월 안에 출판한다는 출판사의 제안에 동의했습니다. 그리고 계약금과 인세를 받지 않는 대신 이익을 함께 나누는 형태로 계약을 했습니다. 50대 50으로 하기로 했죠. 각 권의 제목을 다는 것도 큰 문제였어요. 한참 동안 입씨름을 하다가 1부는 '반지 원정대' 2부는 '두 개의 탑' 3부는 '왕의 귀환'으로 하기로 결정했어요. 특히 3부의 제목을 정하는데 오랫동안 애를 먹었습니다. 전 '반지의 전쟁'이라는 제목을 더 마음에 들어했거든요.
모든 준비가 끝나고 초판은 3,500부만 찍기로 했습니다. 가격은 21실링으로 정하구요. 그리고 홍보를 위해 세 명의 작가에게 표지에 쓰일 추천의 글을 부탁했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역시 루이스였죠. 루이스는 다음과 같은 글을 써주었어요.
"지금까지 아무도 이런 책을 쓴 적이 없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아리오스토(Ariosto,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이탈리아의 시인)라면 혹시 경쟁자가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사실 그는 이런 작품을 쓰지 않았다., 그도 이런 영웅적인 진지함을 작품에 담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1954년 8월에 첫 책 『반지 원정대』가 마침내 서점에 등장했지요.
교수님이 『반지의 제왕』을 통해 그려내고자 한 것은 무엇입니까?
제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종교입니다. 저는 카톨릭교도이며, 특히 기도의 힘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이 이야기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도 기도에 의해 하나님으로부터 힘을 받아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러한 종교에 대한 제 생각을 『반지의 제왕』에 실었습니다. 하지만 한 번 읽어서는 저의 이런 생각을 보시기는 어려울 거예요. 왜냐하면 중간계는 기본적으로 종교나 신, 교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이니까요.
저는 등장인물과 이야기 속에 은연중에 이러한 종교적 측면을 실었습니다. 예를 들면 프로도는 예수와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요. 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십자가의 짐이라 할 수 있고, 예수가 악마의 유혹을 받았던 것처럼 프로도도 운명의 산의 틈에서 유혹을 받습니다. 또한 반지 원정대는 12월 25일 리벤델을 떠나 출정합니다. 프로도와 샘이 반지를 파괴한 날은 곤도르의 달력으로 3월 25일인데, 이 날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힌 날이지요. 이런 사실들은 『반지의 제왕』부록에 모두 기입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제가 20세기에 대하여 갖고 있는 반감과 불신이 담겨졌을 겁니다. 저는 현대적인 세계가 싫어요. 기계 문명이 싫습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자가 싫고, 습관적으로 소비해야 하는 구조가 싫습니다. 『아웃사이더』의 저자 콜린 윌슨은 영특하게 저의 이런 생각을 읽어내고 그의 저서에 이렇게 말하고 있더라구요. "『반지의 제왕』은 현대세계와 가치관에 대한 비판이다."라구요.
영향을 받은 작가가 있으시나요? 교수님의 친구 루이스 씨는 16세기 이탈리아 작가 아리오스트와 교수님을 비교하기도 했습니다만.
저는 문학작품 읽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런 질문은 제게 있어서 상당히 무례한 질문입니다. 난 아리오스토를 모릅니다. 설사 내가 알았다 해도 그를 증오했을 겁니다. 세르반테스는 로맨스 문학에서 제초제 같은 인물이었고 단테에 대해서는 전혀 흥미가 없습니다. 그는 심술과 악의로 가득 차 있거든요. 소인배들의 동네에서 소인배들과 소인배 같은 관계를 맺는 것 따위에는 관심 없어요. 제 작품이 더욱 완벽해지도록 고쳐 쓰는 데에도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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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위의 톨킨 교수와의 가상인터뷰는 『톨킨』(작가정신 펴냄)의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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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