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솔직함으로 무장한 이주윤 작가. 스테디셀러 『오빠를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제가 결혼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로 독자에게 공감과 재미를 동시에 줬다.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에서는 글을 왜 쓰는지, 책을 팔기 위해 작가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지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낸다.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어렸을 때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놀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놀 거리를 찾아야 했는데 놀잇감이라고는 책꽂이에 빼곡하게 꽂혀 있는 책밖에 없었답니다. 책이 재미있어서 읽었다기보다는 시간을 때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 입학해서도 강의실 맨 뒷자리에 숨어 앉아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으며 시간이 흘러가기만을 기다렸는데, 어쩌다 재미없는 책을 손에 쥔 날은 낭패도 이런 낭패가 또 없는 거예요. 교수가 하는 강의보다 책이 더 지루하면 독서하는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너덜너덜한 책을 골라서 대출받기 시작했어요. 사람 손을 많이 탔다는 건 그만큼 재미있다는 뜻이니까요. 저희 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꼬질꼬질한 책은 은희경 작가님의 소설집이었어요. 그렇게 그분의 글을 접하게 되었는데 문장이 차갑고 도도하고 도시 여자 같고 아주 그냥 난리가 난 거예요. 이토록 미친 글을 쓰는 사람이 또 있을까, 미문을 찾아 헤매기 시작하면서 독서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어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글 쓰는 일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부터 읽는 재미를 잃었어요. 쓰고, 읽고, 고치는 과정을 반복하며 하루를 보내고 나면 유튜브나 보면서 쉬고 싶지 남이 쓴 책을 펼쳐 들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사랑해서 결혼했으면서도 살다 보면 그 감정을 잊는 것처럼, 책이 좋아 작가가 됐으면서도 쓰다 보니 그 사실을 잊고 사는 요즘이에요. 그러다가 글발이 달린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수혈을 받는 느낌으로 책을 읽어요. 다른 작가는 얼마큼 잘 썼나 염탐하기도 하고, 이것보다는 잘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기도 하고, 열심히 해서 이런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한달까요. 처음에는 ‘이 바닥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 하는 굳은 각오로 문장을 훑어 내려가지만, 종내에는 ‘맞아, 나는 원래 읽는 걸 좋아하는 인간이었지!’ 하고 새삼스레 느끼게 되더라고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몇 달 전부터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어요. 순전히 신간 홍보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요. 어떻게 하면 얄밉지 않게 내 책을 자랑할 수 있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만화를 그려 업로드 해봤어요. 웃긴 만화인 척하면서 홍보성 멘트를 팍팍 집어넣은 거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았어요. 여러 독자분께서 에세이 말고 만화책을 내달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정말로 만화책을 만들어 보려고 해요. 자료 조사를 핑계 삼아 닥치는 대로 만화책을 읽으며 껄껄거리고 있어요. 만화가의 필독서라는 책도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는 했는데 아직 구매하지는 못했어요. 아무래도 공부하기가 싫은가 봐요. 어찌 되었든 그 책은 스콧 맥클라우드의 『만화의 창작』입니다.
최근작 『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의 책을 읽어 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려요. 아직 안 읽으셨다면 언젠가는 읽어 주실 테니까 미리 감사를 전할게요. 여러분 덕에 제가 먹고삽니다.
이성복 저
대학원 시 창작 수업 내용을 정리한 시론집입니다. 배움이 짧은 탓에 머리로는 이해가 안 가지만, 가슴으로는 절절하게 느껴지는 내용이 가득하더라고요. ‘슬플 때는 깊은 물 속에 가라앉은 두레박 느낌으로 말하세요. 기쁠 때는 가을에 무가 땅 위로 솟아오른 느낌 정도로만 말하세요’라는 문장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호시 요리코 글,그림/박정임 역
수도꼭지를 돌리듯 자유자재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입니다. 그림체가 엉성해서 웃긴 만화겠거니 했는데, 냉소적이기만 했던 소녀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여는 과정이 영화 같기도 하고 소설 같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언젠가는 이런 만화를 그려보고 싶어요.
이범선 저
소설을 배운 적이 없어서 소설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게 바로 소설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소설집입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고리타분한 소설이라는 생각은 금물.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지금까지 읽히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요?
박종인 저
저널리즘 아카데미 수업 내용을 정리한 작법서입니다. 쉽고, 명료하고, 전달력이 강한 글을 쓰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법칙만 지켜도 중간은 간다’에 제 손목을 걸겠습니다.
박형서 저
“미친 거 아니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소설집입니다. 묘사도 끝내주고요, 문장도 아름답고요, 내용은 말해 뭐 해, 매 소설이 신선합니다. 박형서 작가님께서 교수로 재임 중이신 고려대 문창과에 입학 원서를 내고 싶은 심정이에요.
이주윤 “계속 쓰기 위해, 즐겁게 읽습니다” 작가 이주윤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