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이 소설가는 1984년 새벗문학상에 단편동화 「영구랑 흑구랑」이 당선돼 작가가 되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유진과 유진』, 『나와 조금 다를 뿐이야』, 『청춘기담』, 『거기, 내가 가면 안 돼요?』, 『망나니 공주처럼』 등 50여 권의 책을 펴내며 많은 독자에게 큰 사랑을 받아 왔다. 2020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한국 후보로 지명되었다. 최근에는 사진 한 장에 평생의 운명을 걸고 하와이로 떠난 열여덟 살 주인공 버들과 친구들의 삶을 그린 『알로하, 나의 엄마들』을 출간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저는 대부분의 유년기를 시골 할머니 댁에서 보냈습니다. 제 곁에는 늘 할머니의 옛날이야기가 있었지요. 저 또한 오래된 나무, 바위, 고갯길…….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로 이야기 만드는 것을 즐겼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서울에서 살게 됐을 때 내 일상에서 이야기가 사라졌다는 상실감이 아주 컸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외국 동화책 전집을 사주셨어요. 그 책 속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친구들과의 놀이보다 책 읽는 것을 더 재미있어하는 아이가 되었지요.
책 읽는 시간은 작가님께 왜 소중한가요?
카프카가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부수는 도끼여야 한다고 했던가요. 재미나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을 때도 좋지만 내 안의 굳어있는 무언가를 깨트리는 글을 읽을 때 책 읽는 즐거움과 의미를 느낍니다. 사고의 지평이 확장된 자리에서 창작의 영감이 피어나니까요.
요즘 작가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다음 작품을 준비 중인데요. 사할린과 러시아가 주요 무대가 될 것 같아요. 그와 관련한 책과 논문들을 보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신화여행』(아모르문디, 2018)과 『조선인과 아이누 민족의 역사적 유대』(어문학사, 2019)도 그중 한 권이기에 조만간 읽을 계획입니다.
최근작 『알로하, 나의 엄마들』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알로하, 나의 엄마들』은 100여 년 전, 하와이 사탕수수밭 노동자들과 사진결혼을 했던 ‘사진신부’들의 이야기입니다. 사진 한 장에 운명을 걸고 낯선 땅으로 떠났던 그들은 선구자이며 개척자였습니다. 그분들은 끝없이 밀어닥치는 인생의 파도를 아프게, 기쁘게, 뜨겁게 뛰어넘으며 살아냈지요. 이 책을 읽고 자신의 개인적인 아픔이나 ‘코로나19’의 위기를 견디는 데 위로가 되고 힘이 됐다는 독자들의 평에서 저 또한 큰 힘을 받았습니다. 『알로하, 나의 엄마들』이 우리만의 이야기를 뛰어넘어 우리 곁에 있는 이주노동자, 결혼 이주민 여성들의 삶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헤르만 헤세 저/이노은 역
‘유용한 사람은 아니지만 해로운 사람도 아닌’ 방랑자 크눌프의 일대기. ‘만약 크눌프처럼 재능 있고 영감이 풍부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세계에서 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크눌프뿐만 아니라 그 세계에도 책임이 있다.’는 헤세가 독자에게 보낸 편지는 이 소설이 10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현재에도 유용함을 말해준다.
하우나니 카이 트라스크 저/이일규 역/주강헌 해제
우리는 대부분 하와이를 미국령의 신혼여행지나 관광지로 알고 있다. 하와이의 역사나 원주민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가진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하와이 원주민 출 신인 저자는 학자이며 시인이며 원주민을 대표하는 저항운동가다. 그는 제국주 의와 백인의 추악한 민낯을 통해 2000년에 이르는 하와이의 역사와 땅, 원주민의 삶이 어떻게 죽어가고 있는지 말해준다.
박경리 저
구한말에서 광복까지를 시대 배경으로 한 대하소설. 600명에 이르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이토록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책이 또 있을까. 서사도 재미있고, 역사소설로서도 큰 의미가 있지만 인간에 대한 탐구서로도 손색없다.
필리파 피어스 글/에디트 그림/김경희 역
홍역에 걸린 동생을 피해 이모네 집에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 톰. 거실의 괘종시계가 열세 번을 치면 환상의 시공간이 펼쳐진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서 ‘시간의 의미’를 생각해볼 수 있는 판타지 동화의 고전.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 않던 사람도 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박혜란 저
오래전 초보 엄마였던 내게 자녀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해준 책. 여성학자 박혜란이 워킹맘으로서 자녀들을 키워낸 이야기다. 무한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나 교사의 믿음만큼 필요하고 힘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솔직하고 유쾌한 좌충우돌 육아기도 재미있지만 제목만으로도 묵직한 울림을 준다.
이금이 “놀이보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소설가 이금이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