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하 박사는 한국 최초 야생 영장류학자다. 서울대학교 동물 자원 과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생명과학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인도네시아 구눙할리문 국립 공원에서 ‘자바긴팔원숭이의 먹이 찾기 전략’을 연구해 한국 최초의 야생 영장류학자로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생태학자로서 자연과 동물을 과학적 방식으로 관찰하고 연구할 뿐 아니라 자신과 동료 과학자들의 연구를 더욱 설득력 있게 알리기 위해 생태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작업에도 관심을 가져 영국 크랜필드 대학교 디자인 센터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현재 생명 다양성 재단의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습지주의자』, 『비숲』, 『김산하의 야생학교』, 『제돌이의 마지막 공연』, 『STOP!』 등이 있다.
책의 재미를 느꼈던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책의 재미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느꼈습니다. 저는 당시에 외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도서관이 너무 잘 되어있었고, 그곳에 들어가자마자 맡을 수 있는 오래된 책들의 냄새가 정말 좋았습니다. 처음에는 책의 내용보다 오히려 냄새를 탐닉했다고 할 수 있죠. 특히 동물과 자연에 관한 책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었는데 그런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책 읽는 시간은 저자님께 왜 소중한가요?
요즘은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아니 융단폭격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사람이 무엇을 선택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거의 강요를 당한다고도 할 수 있죠. 저는 그래서 생활을 실시간으로 침투하는 스마트폰도 사용하질 않고 있습니다. 책은 이런 종류의 정보 소비와는 가장 대척점에 있는 행위로 느껴집니다. 온전하게 어떤 분야, 어떤 사람, 어떤 정신과 만나는 시간이고, 책을 읽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집중력과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고 음미하는 템포와 호흡도 다 내가 결정합니다. 내가 가장 나다워지게 해주는 시간이 책 읽는 시간이라 소중합니다.
요즘 저자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요즘은 야생성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야생이란 과연 무엇이며 현대사회에서 야생성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 말이죠. 야생 동식물이라고 하면 현대인에게 그저 아주 먼 존재인 것처럼 되어 있지만, 동시에 문화적으로는 그 야생성에 엄청나게 의존하고 있는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현재 조지 몽비오의 『Feral』을 번역 중에 있으며 곧 Hugh Warwick의 『Linescapes』, 자크 데리다의 『The animal therefore I am』 등을 읽으려고 계획 중입니다.
최근작 『습지주의자』와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야생동물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생물을 살게 해주는 서식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게 얼마나 생물체 자체를 규정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 서식지가 얼마나 빨리 소실되어 가고 있는지,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인지도는 얼마나 낮은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서식지로서의 습지는 너무나 아름답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가득 찬 곳인데, 우리는 늪과 같은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만을 두고 치부해버리곤 합니다. 습지에 대해 정당한 대우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왜 사람들의 삶과 실은 맞닿아 있는지도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탈로 칼비노 저/이현경 역
평생을 나무에서 보낸 코지모의 이야기를 인도네시아 밀림에서 긴팔원숭이를 연구할 때 접했습니다. 마치 당시 나의 삶을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Mario Vargas Llosa 저
아마존 밀림에서 흩어져 사는 부족들을 이어주는 한 명의 이야기꾼의 삶에서 이야기의 힘과 그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김산하 “독서는 다른 정신과 만나는 시간” 한국 최초 야생 영장류학자 김산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