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인천에서 태어난 소설가 백수린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거짓말 연습」으로 등단했다. 소설집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과 번역서 『문맹』을 출간하고 2015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기억이 잘 나지도 않을 만큼 오래 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무척 내성적인 아이였는데, 그 탓인지 유치원 때부터 밖에 나가서 놀기보다는 집에서 홀로 책을 읽는 것을 더 좋아했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아마도 제가 일찍부터 ‘이야기’에 매료된 아이였기 때문인 듯합니다.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독서를 통해 좁고 편협한 ‘나’라는 세계의 바깥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 안에서 세계를 이해하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일상의 사람들에겐 많은 제약이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하지만 책을 읽으면 우리는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일상의 바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설은 우리가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던 타인을 공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죠. 그렇기 때문에 독서는 매우 사적이고 내밀한 행위이면서 동시에 우리로 하여금 고립에서 벗어나 삶과 세계 쪽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지닌 놀라운 사건이기도 해요.
요즘 저자님의 관심사는 무엇이며 그 관심사와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저의 요즘 관심사는 우리 사회에 왜 이렇게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가 하는 것입니다. 그와 관련해서 최근 제가 읽고 싶어 챙겨 둔 책은 『선량한 차별주의자』예요. 그 밖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책도 읽고 싶어요.
저자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올해는 두 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은 할머니-엄마-딸로 이어지는 모녀 3대에 대한 이야기고, 짧은 소설집 『오늘 밤은 사라지지 말아요』는 일상 속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풍경을 모은 책입니다. 두 권의 책 속에 실린 소설들은 길이도, 주제도 조금씩 다르지만, 저는 저의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잠시 멈춰 서서 마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세계엔 적의가 만연하고 인간은 태생적으로 타인을 쉽게 오해하고 왜곡하는 존재들이죠. 그런 세계에도 희망이 있다면, 저는 그것이 자신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믿고 있어요.
시몬 드 보부아르 저/조홍식 역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아주 오래된 책이지만 그 가치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보부아르의 다른 저서들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썼다는 이 책은, ‘여성’이 어떻게 사회에서 타자로 소외되는지를 다각도에서 아주 꼼꼼하게 입증합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과 비례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 또한 유례없이 뜨거운 이런 시기에, 저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책을 가만히 펼쳐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용경식 역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라는 제목으로 묶여 국내에 번역 출간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3부작은 여러가지 면에서 인상적인 책입니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작품들에는 글쓰기와 언어, 정체성의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그녀의 소설을 읽다 보면, 언제나 존엄을 지키며 살아남기 위해 소설을 쓰는 한 존재의 분투가 느껴져요.
마르그리트 뒤라스 저/김인환 역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특히 여성 자전소설에 대한 남다른 애호를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뒤라스의 『연인』은 놀라움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관능적인 이미지 뿐 아니라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들에 매혹되어, 저는 비가 쏟아지는 여름날이면 『연인』을 다시 꺼내 읽으며 메콩강 유역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수전 손택 저/이재원 역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제목 그대로 타인의 고통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한 책입니다. 2004년에 출간된 책이지만, 저는 여전히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타인의 고통에 무감해지고, 그것을 아주 빈번히 쉽게 오락거리처럼 소비한 후 망각하기 때문입니다.
알베르 카뮈 저/김화영 역
대학시절 『이방인』을 처음 읽은 후 한동안 카뮈에 빠져 있었습니다. 학과 선배의 추천으로 처음 읽었을 텐데,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한 채 세계의 ‘이방인’이 된 뫼르소가 죽음 앞에서 비로소 자기 자신과 세계를 똑바로 직시하는 모습은 스무 살의 저에겐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백수린 “일찍부터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소설가 백수린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