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재미를 느낀 때는 언제부터였나요?
중학교 때 도서부에서 일하면서 책을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누구나 흔히 접하는 김동인의 『감자』, 『 배따라기』 등 근대소설과 『데미안』, 『몽테크리스토 백작』 같은 외국 명작, 그리고 『괴도루팡』 이나 『셜록 홈즈 시리즈』 탐정소설 들을 읽었습니다. 글과 그림이 너무 아름답고 순수했던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 가 가장 인상에 남구요. 아마 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사람의 아들』 같은 당대 베스트 셀러들을 읽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계간지 『창작과 비평』 과 신춘문예 소설들도 많이 관심을 가지고 읽었는데, 때때로 이상의 『오감도』 를 모방한 시나 단편소설들을 끄적거리기도 했습니다. 그림을 좋아해서 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그 시절이었으니, 지금 글과 그림이 합쳐진 그림책작가를 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서는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책을 읽어야하는 이유를 ‘자아의 발견’이나 ‘지식정보의 습득’이라는 것은 너무 진부한 말이고, 책은 무엇보다도 재미가 있기 때문에 읽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TV나 라디오 같은 타 종류의 매체보다 독자가 훨씬 능동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독서는 훈련이 필요하고 습관이 되어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에 더 재미있는 것들에게 밀리게 마련이죠. 하지만 한번 책에 빠지면, 지금 읽는 ‘이 책’이 ‘저 책’을 부르고 ‘저 책’이 또 ‘다른 책’을 부르게 됩니다. 멈출 수가 없는 이 독서의 행진은 우리가 살면서 때때로 부딪치게 되는 질문들에게 답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독서의 즐거움은 인생이라는 먼 바다를 항해해야하는 우리들에게 기댈 수 있는 평생 친구가 되는 것이겠지요.
그림책작가로서 그림책에 대해서도 말하자면, 그림책 자체가 연령을 떠나서 남녀노소 각각에게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특히 부모와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보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품에서 책을 접한 기억은 어른이 되어서도 잊히지 않는 따듯함을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관심사는 무엇이며 관계하여 읽을 계획인 책이 있나요?
10여 년 전 『휘리리후 휘리리후』 라는 착시 그림책을 만들면서 그림 이미지 자체에 대해서 때때로 질문을 던지고는 합니다. 이미지의 참과 거짓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또 아름다움의 근저에는 어떤 원형 혹은 패턴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것들은 어떤 역사와 메시지를 갖고 있는지 하는 물음들입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 『문명과 수학』, 『생각의 탄생』, 『뇌, 생각의 출현』 등의 자연과학에 관련된 넌픽션 책들을 읽으면서, 이런 고민들에 대한 답에 조금씩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발하라리의 『호모데우스』, 『사피엔스』 같은 문명사와 관련된 빅 히스토리 책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저자님의 최근작과 관련하여, 독자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지난 30년 가까이 그림책과 관련된 그림을 그려왔는데, 아마 최근작 『지도 펴고 세계 여행』 에 가장 커다란 수고가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책의 그림 작업을 하면서 지구의 이모저모를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지구별에 참으로 다양한 지형이 있고 거기에 사는 수많은 생물체가 존재하며, 무엇보다도 엄청난 시간의 끝에 이제 인류가 여기가지 왔겠구나 하면서 경외감도 느꼈습니다. 당연히 그런 것들을 다 나타낼 수는 당연히 없었겠으니, 이러한 것들을 느끼게 해 준 이 책은 ‘또 하나의 작은 시작’이구나 싶습니다.
이 지도책은 또 다른 그림책에 대한 생각과 질문을 던져 주었고, 어떤 방향을 어렴풋이 저에게 제시해주었지만, 아직은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제부터 그런 답들을 독자들과 하나씩 하나씩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문열 저
소설책으로는 『사람의 아들』, 『장미의 이름』을 가장 먼저 꼽고 싶습니다. 종교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짜여진 치밀한 구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저/황병하 역
『보르헤스 단편집』에 담긴 <모래의 책>, <바벨의 도서관>은 짧은 단편 속에 이렇게 무한대에 가까운 상상의 세계가 들어간다는 점에서 놀라웠습니다.
오주석 저
인문서로는 오주석의 연구서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는 조선화가 이인문의 최대걸작인 ‘강산무진도’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그 그림을 세세히 살펴보게 만들었습니다.
한강 저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먹는다는 행위를 돌아보게 하는, 즉 입이라는 평범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모순성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밑바닥까지 긁어낸 듯한 세밀한 묘사가 소름끼쳤습니다.
이은희 저
과학교양서 『하리하라의 생물학카페』는 보통 사람들에게는 낯선 생물학을,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그리스신화와 연결시켜, 재미있으면서도 설득력 있게 설명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한태희 “독서는 훈련과 습관이 필요하다” 그림책작가 한태희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