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서 하나의 질문이 명료하게 떠오를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거창하고 세련되지 않더라도 “나는 잘 살고 있을까?”하는 막연하고 투박한, 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주는 책들이 있습니다. (저의 책도 어느 누군가에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근대문학을 연구하면서 오래된 소설을 주로 읽어왔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사회학 관련 책을 일부러 많이 찾아 읽고 있어요. 젠더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서 이민경의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일부러 읽었고 계속 목록을 업데이트 하고 있습니다. 대학, 빈곤, 기본소득도 제가 계속 공부하고 싶은 키워드들입니다. 천주희의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를 읽고서는 그의 다음 작품을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소준철은 노인 빈곤문제에 관심이 있는 문화연구자인데 그의 책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타인과 대화하다 보면 한 사람은 그대로 한 권의 책과 같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독자이면서 작가로, 자신의 하루를 소중히 여기면서 모두 자신의 한 페이지를 써 나가면 좋겠어요.
헤르만 헤세 저/전영애 역
우리는 모두 어느 세계를 찢고 나온 경험이 있다. 대학을 그만두고 나와서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많은 용기를 얻었다. 이제는 인생의 어느 중요한 순간마다 다시 읽고 싶은 책이다.
홍세화 저
고등학생 시절 아버지의 서재에서 꺼내 읽은 책 중 하나다. 대리운전을 하고 『대리사회』라는 책을 쓰는 동안 틈틈이 다시 읽었다. 그러는 동안 많은 위로를 받았다. 홍세화 선생님이 파리로 망명을 간 나이가 내가 대학에서 나온 나이와 같아서 괜히 웃기도 했다.
구드룬 파우제방 글/함미라 역
어린 시절 가장 여러 번 읽은 책이다. ‘재난’은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그리고 재난 이후의 재난이 오히려 더욱 참혹할 수 있음을 읽었다. 우리 시대의 여러 재난들 역시 재난보다는 그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가 그 참혹함의 정도를 결정짓는다.
박민규 저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좀 쉬어가면 어떤가, 아니 좀 지면 어떤가.”하는 생각을 했다. 잡기 힘든 공을 잡기 위해 뛰어가기보다는 그 길에 핀 들꽃의 향기를 맡는 일도 멋진 것이다. 작가 박민규의 문체도, 메시지도, 발랄함도, 모든 것이 좋았다.
정희성 저
시인 정희성은 고등학교 시절 문학 선생님이었다. 수업 첫 시간에 그가 낭독한 ‘저문강에 삽을 씻고’를 아직 잊지 못 한다. 모두가 뜨겁게 박수를 쳤고 몇몇 친구는 시인의 꿈을 꾸기도 했다.
지금도 종종 다시 봐요. 그렇게 선과 악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영화가 오히려 많은 질문을 던져 주기 때문이에요. “나라면 어떤 삶을 선택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물을 수 있으니까요.
김민섭 “스스로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 『대리사회』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