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가 왜 즐겁냐고요?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을 보는 습관 때문인 것 같아요. 습관이 오래되면 삶 자체가 되는데, 그냥 책을 읽는 건 제 삶인 것 같습니다. 책은 제게 그렇다고 생각했던 것에 대한 '그렇지 않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고요. 그런 이유 때문에 서점직원으로까지 일한 것 같아요. (웃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백석 평전』과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그늘에 대하여』이고, 레베카 솔닛이나 제프 다이어의 에세이예요. 사회, 인문 과학과 문학이 만나 벌어지는 사유들이 재미있고, 두 사람이 '어둠'이나 '그늘' 폐허'에 대해 풀어내는 화두가 흥미로워요. 둘 다 엄청난 문장가들이라 문장 자체의 매혹도 대단해요. 또 사랑에 관한 글을 쓸 일이 있어서, 한병철의 '에로스의 종말'과 에바 일루즈의 책들을 읽었고요. 최근에는 '북 칼럼'과 '책 프로그램' '낭독'까지 하고 있어서 책 더미에 파묻혀 있습니다.
제프 다이어 저/김현우 역
제목과 달리 요가 책이 아니라 '여행기'입니다. 조금 독특한 여행기인데 작가가 찾아나서는 곳은 주로 '폐허'나 '재난' 지역입니다. 작년에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책이기도 한데요. 이유는, 정확히 제 내면을 반영하는 책 같아서 놀라웠어요. 굉장히 지쳐 있었던 탓에 '타인과의 단절'에 이어 '나와의 강렬한 접속'하는 경험이 절실하다는 열망이 있었거든요.
필립 로스 저/정영목 역
필립 로스의 '노년'에 대한 감각이 탁월한 책입니다. '노년은 전쟁이 아니다. 대학살이다!'라는 기념비적인 문장이 등장하는데, 늙는 몸과 늙지 않는 욕망 사이의 괴리에 대해 이렇게 시니컬하게 보여주는 책도 없습니다. 박범신의 『은교』와는 또 다른 지점의 서늘함이 있고요. 필립 로스의 또 다른 책 『전락』과 존 쿳시의 『추락』과 함께 읽으면 재미와 공포가 '10배' 급상승할 책이에요.
한병철 저/김태환 역
'나는 할 수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를 캐치프레이즈로 한 성과주의, 긍정성을 필두 자본주의가 어떻게 사람들을 '자기 착취적'으로 만드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몇 년 동안 쓰겠다고 하고 못 썼던 '죄책감 없이 쉬는 법'에 대한 책을 써야겠다고 확신했어요. 이 책은 바로 우리가 왜 '죄책감 없이 쉬지 못하는가!'에 대한 사회과학적 고찰입니다.
백영옥 “그렇지 않음을 이해하게 하는책” 독서가 왜 즐겁냐고요? 어린 시절부터 궁금한 게 있으면 책을 보는 습관 때문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