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야간 비행기 이코노미 클라스의 꼬리날개 부근에서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책을 읽는 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스스로 세상과 차단되고 싶을 때 책을 읽던 버릇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크게 틀고 아무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책을 읽는 순간, 때로는 카페에서 아니면 지하철에서 어떨 때는 길거리라도 나만의 시간과 공간이 조금만 확보된다면 책을 읽는 것은 독서라는 의미 이상의 즐거움을 내게 주는 것 같습니다.
제 관심의 대부분은 수술이지만. 그 관심사 밖의 내가 선택하는 키워드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죽음’, ‘어긋남’ 그리고 ‘불안’입니다. 다시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찾게 될 것 같습니다.
2015년 말에 『심장이 뛴다는 말』이라는 제목의 책이 나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제 개인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고 병원의 삶에 대한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죽음이란 것에 대한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 첫 에세이였고, 공식적으로 제가 작업한 첫 일러스트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김승옥 저
책 읽는 것도 죄가 될 것 같던 재수생 시절 가족 몰래 밤을 세워 가면서 그의 책을 읽었다. 25살 생일 가족들이 그의 전집을 선물해 주었다. 다시 밤을 세워 읽었다. 타인의 인생을 양도받은 느낌이었다. 일탈이 필요할 때 나를 대신해서 일탈해 주었던 책.
아고타 크리스토프 저/용경식 역
전공의 시절 중환자실을 지키면서 읽게 되었던 책. 죽음, 어긋남, 그리고 불안에 대한 조용한 담론들. 내가 알고 있는 가장 완벽한 이야기.
조지프 히스,앤드류 포터 저/윤미경 역
결국 아무도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예언 했던 책. 하지만 모두가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것도 알려주고 있는 책. 저자가 보내고 있는 두 가지 신호는 지금도 유효한 듯.
최승자 저
가장 오랜 시간 가방 속에 가지고 다니며 가슴이 뭉클해져 책이 뜯어지도록 바라보던 책. 불안에 관한 가장 완벽한 진술. 그리고 지금, 작가의 말대로 “기쁘다 우리 철판 깔았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루비카 아조빅 출연; 보라 토도로빅 출연; 다보아 더모빅 출연;
‘영화가 꿈을 찍는 것이라면’ 단연코 이 명제에 가장 접근한 영화. 잊혀져가는 나에 대한 몽환적인 기록.
유년기, 어쩌면 청춘이 어떻게 종료 되는지를 알려주는 영화. 청춘의 가치들을 어떻게하면 종료시키지 않을 수 있는 지에 대한 작은 설명.
누군가 가졌을지 모를 기억들을 모으고 조합하고 예쁘게 채색한 후 눈앞에 꾸며 놓은 영화. 웃으며 잠들 수 있다.
정의석 “세상을 차단하고 싶을 때, 책을 읽는다” 의사 정의석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