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 카네기 저/최염순 역
문학 읽기만을 고집했던 제가 처음으로 읽은 자기계발서였습니다. 간접적으로 유추하기만 했던 인간관계의 전형성이 명료하게 정리된 이 책은 제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습니다. 19세기에 태어난 사람의 조언이 아직도 읽을 때마다 새롭게 다가오는 게 신기할 따름입니다. 어떤 시대, 어떤 문화권에도 적용될 인간관계의 원리들이라고 여기며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습니다.
시오노 나나미 저/김석희 역
역사서라는 책의 장르를 다시 보게 만들었던 책입니다. 역사를 단지 흘러간 과거나 거시적인 관점에서만 보고 있던 제가, 역사를 통해 '내 삶'을 돌아보게 인도해 주었다고나 할까요. 책 자체로도 흥미진진했지만 이후 역사서들을 관심 있게 읽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한 책입니다.
오쿠다 히데오 저/양억관 역
일본 인기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독특한 여행기입니다. '여행' 하면 떠올리게 되는 설렘과 새로움, 낭만... 그런 모든 기대들을 배반한 여행기입니다. 원고청탁으로 하게 된 작가의 여행은 우울하고 궁상맞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작가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또 '삶이 별건가, 인생이 별건가, 여행이 별건가.' 이런 생각들로 유쾌해지게 됩니다. 저는 진심으로 이 괴팍한 작가와 친해지고 싶습니다.
J.M. 바스콘셀로스 저/박동원 역/최수연 그림
어린 시절 처음 읽었을 때부터 제 딸이 그 나이가 된 지금까지 읽을 때마다 형편없이 무너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작품 속에서 어린 소년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황망함은 어떤 인생에든 대입 가능하고, 소년이 느끼는 감정은 어떤 시점에서든지 공감할 수 있습니다. 문학이 주는 카타르시스라는 게 무엇인지 알게 해 준 '내 인생의 책' 중 한 권입니다. 저는 이 책이 동화로 분류되어 잘리고 요약되어 아이들에게 읽혀지는 게 못내 안타깝습니다.
쇼펜하우어 저/사순옥 역
쇼펜하우어는 기본적으로 염세주의자였습니다. 세상이 고통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은 어떻게 해도 그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확신했지요. 그래서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던 그를 다시 보게 해 준 게 바로 이 책입니다. 그는 고통과 부조리로 가득 차 있는 이 지구별에서 현명하게 생존하는 방법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다소 독선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인생을 꿰뚫어 보는 그의 시각은, 읽는 이를 절망으로 내몰지 않고도 삶의 파고를 현명하게 넘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비수민 저/조성웅 역
비수민은 의사이자, 군인이자,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 중국의 유명인사입니다. 결국 사람의 마음에 천착하기로 한 그녀가 독자들이 저마다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쓴 것이 이 책입니다. 저자가 안내하는 대로 내 마음의 길을 따라 깊이 들어가 보는 건 제게 꽤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어려운 심리학 이론을 통한 복잡한 고찰이 아니더라도 심리학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줍니다.
딱히 줄거리랄 게 없는 영화도 이렇게 흥미로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 영화였습니다. 없던 우주공포증을 생기게 하는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평생 웬만하면 갈 일 없는 우주에 공포를 좀 느끼면 어떤가요? 지금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지구의 중력에 새삼 감사와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는걸요. 우주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에 매혹될 수 밖에 없었던 이 영화에서 정작 가장 아름다운 것이 거기서 바라본 지구였다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청춘을 함께한 음악이나 영화를 영원히 최고로 꼽는 것 같습니다. 제 청춘과 함께했던 <중경삼림> 역시 제 청춘과 함께한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는 음악과 이미지로 주제를 전달했던 당시로선 아주 새 영화였습니다. 청춘의 슬픔, 갈등, 방황은 감각적인 옷을 입음으로써 꽤 견딜 만 한 것이 되었지요. 상실과 미성숙을 아름다움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은 젊음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던 제게 위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