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에번스,토머스 S. 워스터 공저
1990년대 들어 전 세계를 거미줄처럼 묶어버린 인터넷은 인류를 ‘이상한 나라(wonderland)’로 빠뜨린 토끼굴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 후 세상은 급변했습니다. 비즈니스 생태계도 요동쳤고, 기존의 상식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달라진 겁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00년에 펴낸 이 책은 그러한 변화를 아주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키워드는 ‘사물의 경제논리’에서 ‘정보의 경제논리’로 갈아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한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결국 해체될 것이라는 경고도 담고 있습니다. 경영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꼭 봐야할 책입니다.
C.K. 프라할라드,벤카트 라마스와미 공저/김성수 역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첫 생각은 당시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의 조각들을 너무나도 명쾌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해놨다는 것이었습니다. 핵심역량이론으로도 유명한 프라할라드 교수가 2004년에 쓴 이 책은 비즈니스 패러다임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아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경계가 무너지는 융합(convergence)이 일어나면서 경쟁의 개념도 달라지고 생산, 소비, 유통, 광고 등의 형태도 변하고 있습니다. 지각 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근원적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기업과 개인의 미래는 없습니다. 읽기 좀 어려운 책입니다. 그래서 많이 팔린 책도 아닙니다. 그러나 보화는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는 곳에 숨어 있는 법이지요.
박지원 저/김명호 편역
흠모하는 사상가가 누구냐 묻는다면 연암 박지원을 드는 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조선이 몰락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18세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딱딱해져가던 당시 사회를 풍자한 그의 글들을 읽으면 통쾌함이 느껴집니다. 연암은 큰 벼슬을 한 사람도 아니고 돈 벌이를 잘하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밤새 친구들과 어울려 술이나 퍼마시던 한량 스타일, 즉 자유로운 영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유연하고 천재적인 사상을 조선 사회가 받아들였어야 하는데 너무나도 안타깝습니다. 그의 사후 100년, 조선은 몰락했습니다. 선각자 연암의 틀을 깨는 창의적인 발상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 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연암의 여러 글들을 발췌해서 묶은 책입니다.
E.H. 카 저/김택현 역
우리 사회가 야성을 상실한 원인은 역사의식의 부재에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을 좇는 근시안, 그리고 박제화된 지식이 낳는 고정관념은 한 공동체를 몰락시킬 수도 있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연대기 외우고 사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공간의 흐름 속에서 세상의 운행 이치를 깨닫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역사와 철학은 한 몸입니다. E.H.Carr의 이 책은 역사를 보는 혜안을 갖게 해줍니다.
에리히 프롬 저/정성환 역
에리히 프롬은 20세기를 살다간 사회심리학자입니다. 당시는 산업문명의 절정기였습니다. 산업문명의 특징은 소유 양식이라 할 수 있는데, 소유 양식(to have)은 인간의 자유를 속박함으로써 인간을 소외시키고 궁극적으로 문명을 몰락시킬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소유 양식이 아니라 존재 양식(to be)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그의 예측은 정확합니다. 산업시대가 저물고 지식정보시대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그의 다른 책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과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입니다.
김대유 저
대학 시절에 읽었던 책입니다. 아동문학가이자 실제 시골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셨던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글인데,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아이들이 잘못된 교육의 피해자가 되는 세태를 통렬하게 지적하셨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내 흥분과 감동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열정, 그리고 안타까움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 이 책만큼 흥분을 느끼게 해준 책이 없습니다. 1970년대 글이지만 지금 상황에도 필요한 지혜입니다.
로베르토 베니니(귀도), 니콜레타 브라스치(도라)
인생은 고해(苦海)라는 표현을 씁니다. 디폴트값이 ‘고통’인 셈이지요. 맞습니다, 삶은 힘들지요. 즐겁고 재밌는 시간보다는 걱정하고 슬퍼하고 두려워하는 삶의 시간이 더 깁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모든 일들이 좋은 일도 없고 나쁜 일도 없습니다. ‘좋다 나쁘다’, ‘즐겁다 슬프다’는 우리의 가치관에 따라 부여한 감정일 뿐입니다. 2차세계대전 중 유태인 수용소에 포로로 끌려온지도 모르는 아들(조슈아)을 위해 아버지(귀도)가 고안해내는 기상천외한 게임을 보면 고통도 삶이 연출하는 게임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해줍니다. 인생은 드라마가 아니라 게임이 될 수도 있고, 아픈 것이 아니라 아름다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