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사가 잡다한 편이라서 특별히 읽겠다고 작심한 책은 없고 항상 신간을 눈여겨보고 맘에 들면 바로 바로 구매합니다. 굳이 스스로를 돌아본다면 미시문화사에 관심이 많은 편입니다. 작은 사물의 변천이 어떻게 인간사를 반영하고 있는지가 항상 신기합니다.
제 서재는 ‘허망한 무덤’입니다. 저는 같은 책을 두 번 읽게 되지는 않습니다. 한 번 읽은 책들이 다시 펼쳐질 미래가 없이 꽂혀 있으니, ‘과연 저 책들이 내게 무엇인가’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머릿속에서는 내용도 가물가물하고 물체로서의 책만 방에 가득 남아 있으니 이유를 알 수 없는 집착이 세상에 남긴 무덤 같기만 합니다.
최근 집필한 『빨간 도시』는 건축과 도시, 그리고 건축가가 처한 뒤틀린 현실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 글입니다. 도시는 그것을 담고 있는 사회에 의해 규정이 됩니다. 사회가 지닌 모순과 갈등은 그 도시에 그대로 각인이 됩니다. 우리 도시는 자동차를 가진 사람이 보행자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더 대접받는 공간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 모순을 도시에서 깨닫지 못한다면 거기 담긴 사회는 계속 약육강식의 정글 논리로 움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시에 담긴 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관심을 갖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