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욱 작가가 첫 소설집 『고백의 제왕』 이후 3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 『천국보다 낯선』을 펴냈다. 13개 장으로 구성된 『천국보다 낯선』은 정, 김, 최의 시선이 1장부터 12장까지 번갈아 가며 등장한다. 장이 바뀔 때마다 매번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과 장면이 변주됨으로써 영화 「라쇼몽」처럼 서사에 이물감을 덧씌우며, 사람에 따라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다르게 쓰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학평론가 백지은은 “우리 시의 미래에 이장욱이 있었던 것처럼, 이제 우리 소설의 미래도 이장욱을 가졌다.”고 평하며 『천국보다 낯선』을 “신(新)서사”의 탄생이라 지적했고, 문학평론가 강지희 역시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당신은 천국보다 낯선 희열을 맛보게 될 것이”라고 상찬했다.
“글을 쓸 때는 읽는 이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안과 내 바깥의 끝까지 가보는 기분으로 쓸 뿐입니다. 하지만 글을 다 쓰고 책이 나온 뒤에는, 갑자기 읽는 이들을 떠올리고는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나는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을 쓴 것일까? 언제쯤이면 책이 나온 뒤에도 민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읽어보십시오, 읽어주십시오, 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때가 올까? 아마도 그런 때는 오지 않겠지. 하지만 다음 번 또는 그 다음 번에는 혹시 가능할지도. 낯이 얇은 저는 매번 그렇게 중얼거리게 됩니다. 제 서재의 이름은 ‘천국보다 낯선’입니다. 최근에 나온 책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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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탈 무페 저/이행 역
다섯 편의 에세이로 이루어진 책입니다. 현대 민주주의가 가 닿을 수 있는 정치적 꼭지점을 들라면 이 책을 그 중 한 권으로 참조할 만합니다. 급진적 다원적 민주주의라고 하지만, 급진적 개량주의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독서경험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무페의 책으로는 『정치적인 것의 귀환』 등 몇 권이 더 있습니다.
리처드 브라우티건 저/최승자 역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인데, 인상적인 독서의 기억을 남겨 주었습니다. 아주 부드럽고 아름답고 작지만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세계 하나가 내 안에서 태어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소설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또는 소설이 어떻게 시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매력적인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그때 저의 정신적 상태나 상황이 그런 독서를 가능하게 했겠습니다만.
슬라보예 지젝 저/박정수 역
슬라보예 지젝의 책들은 어렵습니다. 그가 자주 활용하는 철학과 정신분석의 개념들에 익숙해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단 익숙해지고 나면 언제나 일정한 독서의 쾌감을 보장하는 저자가 지젝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의 급진적 견해에 모두 동의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아니, 동의하지 않을 때조차,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흥미로운 논쟁적 독서가 가능한 건 아닐까요.
미셸 우엘벡 저/이세욱 역
지적 이념적 총체로서의 현대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유익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주의에 대한 격렬한 소설적 비판인데, 그만큼 격렬한 독서가 필요한 책입니다. 만일 당신이 자유주의자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모리스 블랑쇼 저/이달승 역
밤의 책. 고독의 책. 죽음의 책. 그리고 침묵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침묵을 침묵의 방식으로 말할 수 있다면 이 책의 문자들을 닮고 싶습니다. 부재에 대한 집요한 존재증명이라는 역설로도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밤과 죽음과 타자가 나의 내부이면서 동시에 나의 바깥에 존재한다는 것, 그 경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글쓰기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Jimi Hendrix (지미 헨드릭스) SE (2disc)
최근에 본 다큐멘터리로 조 보이드의 다큐멘터리 <지미 헨드릭스>가 있습니다. LSD와 전위와 예술과 인종과 정치에 대해 복잡한 생각을 하게 합니다. <존 레논>이나 <조지 해리슨>에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까지 뮤지션들에 대한 다양한 다큐가 있지만, 이 다큐를 보고는 왠지 쓸쓸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2008년 작품이지만 최근에 본 영화로 데이빗 핀처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가 있습니다. 뒤늦게, 별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는데, 원작소설보다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볼 때는 지루했는데, 정작 영화관을 나온 뒤에는 이상하게도 잊히지 않았던 영화입니다. <매그놀리아>나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나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연기도 참 인상적입니다. 호아킨 피닉스는 리버 피닉스의 동생이라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