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손튼 저/이대형,배수희 역
방대한 분량의 연구가 전제된 책이지만, 지식의 과시에 치우치거나 학자연양 하지 않고, 집필의 선명한 목적을 현대미술의 실체 파악에 맞춘 점이 매력인 현대미술책입니다. 긴장감 있는 구성과 도판 없이도 쉽게 읽히는 글의 전개는 저자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어요. 부제가 말해주듯 '옥션에서 비엔날레까지 7개 현장'의 관계자들을 박진감있게 묘사합니다.
제니퍼 애커먼 저/한세정 역
감기는 흔해빠진 호흡기 계통 전염병이지만, 무력감과 우울증 같은 심리적 변화까지 포괄하면, 제법 무서운 병인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일상과 붙어있는 이 질병을 둘러싼 세간의 끈질긴 오해와 편견, 그리고 실익을 도모하기 위해 대중의 무지를 눈감고 오해에 가담하는 의학계의 공모를 다루는 책입니다. 특히 감기에 대해 편재된 가장 일반적 오해를 시원하게 박살냅니다. 가령 추위와 감기 전염이 전혀 무관하다는 점, 재채기나 입맞춤으로는 감기가 전염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말이죠.
필 주커먼 저/김승욱 역
2000년대 이후, 합리적인 근거를 이유로 무신론적 세계관을 정당화하는 일련의 베스트셀러가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도 무신론적 세계관의 우월함을 드러내지만, 무신론적 신념을 강요하려는 인상을 주지는 않아요. 종교적 전통은 존재하지만, 사실상 세속주의가 지배하는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두 나라 덴마크와 스웨덴에 맞춰서 쓴 책입니다. 책의 목적은 종교의 세가 약한 공동체가 오히려 제 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고, 비종교적 세계관이 얼마나 건강할 수 있는지 대담을 통해 날 것 그대로 소개합니다.
노순택 저
사진의 의사 전달은 잘라 말하면 한방이 결정합니다. 사진집에 촬영자의 사진과 평자의 글을 싣는 역할 이분법에 따라, 사진에 담지 못하는 사연을 전문 해설가에게 맡기곤 하는데요. 이 책은 촬영자가 사진과 글을 모두 담당한 편성입니다. 하지만 단정적 논평보다 문장가의 압축된 표현이 매력입니다. 의사소통의 원점에 사진이 놓인 작금의 형편을 감안할 때, 오늘날의 의사소통을 숙고하는 사진과 글의 모음. 이 책이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