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박물관 큐레이터가 설계한 가장 완벽한 인문 산책 코스를 담은 『다산 산책 기행』이 구텐베르크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18년의 긴 유배 끝에 고향 남양주로 돌아온 다산 정약용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인문 여행서다. 저자는 여유당 생가에서 묘역, 다산생태공원, 능내역 폐역으로 이어지는 공간들을 걸으며, 다산이 절망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를 닦아낸(수신) 치유의 과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냈다. 멈춰선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 이 특별한 산책은, 인생의 겨울을 지나는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따뜻한 용기를 건넨다.
수많은 위인 중 하필 ‘다산 정약용’을, 연구실이 아닌 남양주의 강변과 숲길을 걸으며 이야기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우리 역사 속에는 치열하게 삶을 살다 간 훌륭한 학자들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다산은 현대인들에게 주는 울림이 남다릅니다. 한 인물의 자취를 온전히 느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살았던 공간을 직접 밟아보는 것입니다. 다산이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 남양주는 그의 흔적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입니다. 또한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는 데에는 ‘산책’만 한 것이 없습니다. 다산의 삶을 이해하고 그를 깊이 느끼는 최고의 방법은 그의 고향, 남양주의 강변과 숲길을 두루 산책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남양주는 다산이 태어나고 자랐으며, 긴 유배 끝에 돌아와 생을 마감한 ‘시작과 끝’의 공간입니다. 작가님께서 남양주를 거닐며 느끼신 ‘고향’으로서의 풍경은 어떠했나요?
다산이 유배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것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남양주의 자연이 큰 영향을 끼쳤다는 생각이듭니다. 다산 유적지를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고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산도 자신의 고향이기도 하지만, 이 곳, 남양주를 유배생활동안 상당히 그리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산은 방대한 저술을 남긴 다작의 아이콘이기도 합니다. 다산의 저술 활동이 정보 과잉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다산 저술활동의 시스템을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글을 쓰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다산의 저술활동 시스템 속에 담겨진 그의 정보 처리 능력과 지식의 재구성 능력을 보면 조선시대 그 어떤 인물도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바로 이 능력이 현대에도 큰 의미가 있는데요, 바로 정보와 지식경영의 능력입니다. 정보통신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현대에 이르러서야 많은 사람들이 과거 다산이 가지고 있었던 정보와 지식경영의 능력을 갖추게 됐습니다. 우리는 현대에야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이러한 능력을 갖췄지만 다산은 컴퓨터도 없던 그 시절에 오로지 사람의 힘을 통해 발휘했다는 것이 정말 놀랍습니다. 이러한 다산의 능력은 현대 사람이 시간여행을 통해 과거로 돌아 간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여유당 생가부터 묘소, 생태공원까지 남양주에는 걸을 곳이 참 많습니다. 독자들에게 “이 계절에 여기는 꼭 걸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작가님만의 ‘원픽’ 코스는 어디인가요?
남양주의 다산 유적지 곳곳이 아름다움과 매력으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이 중에서 원픽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전 가을에 해가 지기 전의 다산 생태공원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어떤 계절이나, 어느 곳이나 아름답지만 가을의 해가 지기 전의 다산 생태 공원의 풍경은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하는 그런 풍경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양주 시절 다산이 남긴 글 중, 작가님의 마음에 가장 깊게 박힌 ‘단 한 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남양주 시절 다산이 남긴 글 중에서 다산이 환갑에 남긴 ‘자찬묘지명’의 한 글귀가 제 마음 깊게 박혔습니다. 자찬묘지명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을 고치기에 늦은 시기란 없음을 의미하는 그 글귀가 가슴에 깊이 와 닿습니다.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잘못과 실수를 하지 않기란 매우 힘듭니다. 그런데 요즘 가만히 보면 사람의 신분이나 지위에 따라 일반 사람들도 할 수 있는 실수임에도 불구하고 그 한 번의 실수로 인해 직업과 명예를 함께 잃어버리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산의 자찬묘지명은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우리도 그 용서를 받아들이고 그 사람이 다시는 같은 잘못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현명한 길이라는 것을 깨우치게 하는 글귀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님에게 남양주 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나요? 다산이 한강을 바라보며 사색했듯, 작가님에게 이 산책은 어떤 시간이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제 인생에서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밖에서 산책을 하는 시간을 통해 설명하기 힘든 어떤 새로운 기운이 제 안에 가득 차는 느낌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일이 잘 안 풀릴 때나,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그리고 잠시 멈춤의 시간이 필요할 때 가능한 오랜 시간 산책을 합니다. 그래서 다산 유적지의 산책은 제게 있어 현재 제 상황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떨쳐버리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힘과 용기, 지혜를 재충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독자들이 이 책을 들고 다산의 고향 길을 걸은 뒤, 일상으로 돌아갈 때 마음속에 무엇 하나쯤은 챙겨갔으면 하시나요?
독자 분들이 이 책과 함께 다산의 고향 길을 걸으면서 그가 세상에 자신의 뜻을 펼치지 못함을 다른 방법으로 풀어낸 삶의 지혜와 함께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가꾸어 나가는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임을 깨달았으면 합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면서 한 가지만 챙겨간다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스스로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라는 것을 챙겨갔으면 합니다.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다산 산책 기행
출판사 | 구텐베르크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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