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악어의 완벽한 하루는 어떻게 될까요?
“나의 시간과 물질을 희생하면서 이웃을 도와야 하나요?” 악어에게 이웃들이 찾아오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글 : 출판사 제공
20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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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낯선 외국에서 오래 살면서, 많은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고, 또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누군가를 돕기 위해 잠시 내 것을 포기해야 할 때, 당장은 손해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지요. 하지만 결국 그 도움으로 제가 더 많은 걸 얻고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은 홀로 잘 살아가는 것보다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도요! 

 

그림책 작가 송희진이 오랜만에 신작으로 돌아왔다. 『황금 사과 Les pommes d’or』(2009), 『진짜 곰 Un vrai ours』(2011) 등 유럽에서 먼저 주목받은 전작들은 편견, 소통의 부재, 인간의 이기심 등을 주제로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25년 신작 『나의 완벽한 하루』는 악어를 주인공으로 세워, 관계 속에서 함께 행복을 나누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랜만에 글과 그림을 함께한 신작 그림책 『나의 완벽한 하루』를 발표하셨습니다. 어느새 십여 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하루의 루틴도 궁금합니다.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어요. 한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고, 또 한동안 많이 아팠어요. 건강 문제로 교수 생활을 접고, 몸과 마음을 회복하는 일과 두 아이를 오롯이 키우는 데 집중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백이 길어지고, 일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쉬게 되었고요. 틈틈이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지만, 끝까지 해내지 못하다가 정말 오랜만에 그림책을 완성하고 이렇게 독자들과 만나게 됐습니다. 너무 설레고 떨리네요. 지금은 호주에서 남편과 두 딸과 지내고 있어요. 이른 아침 아이들 도시락과 등교 준비로 하루를 시작해요. 한 시간 등원 라이딩 후 집안일과 간단한 운동을 마치면 어느새 오전이 훌쩍 지나갑니다. 오후에 두세 시간 정도 작업하고, 아이들 하교에 맞춰 다시 움직이죠. 저녁 준비, 아이들 씻기고 재우기까지 모두 마치면 밤 아홉 시, 늦으면 열 시가 되지요. 컨디션이 괜찮으면 그때부터 새벽까지 다시 그림을 그려요. 


『나의 완벽한 하루』 주인공 악어처럼, 선생님도 빈틈없이 하루를 꽉 채우며 사시는 듯해요. 신작 그림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만들게 된 계기나 배경. 여러 많은 동물 중에서 ‘악어’를 주인공으로 택한 이유 등이 궁금합니다. 

『나의 완벽한 하루』는 10여 년 전에 프랑스 영화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면>(The Beating Of The Butterfly's Wings)을 보고 난 뒤 떠올린 아이디어였어요. 이 영화는 사람과 사람은 따로 떨어져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각보다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각자의 순간에 영향을 준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어요. 여기에 영감을 받아 그림책의 뼈대를 만들게 됐지요. 

 

작품 속에서 악어는 하루를 위한 완벽한 계획을 세워요. 그런데 오전부터 불청객인 이웃들이 하나둘 찾아와요. 악어는 어쩔 수 없이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돕게 됩니다. 그러자 정작 자신이 하려고 했던 일들은 하나도 못 하게 돼요. 완벽한 하루가 아니라 엉망진창 하루를 보내게 되는 거지요.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은 독자들은 알게 돼요. 악어는 사실 완벽하지 않은 하루가 아니라 너무나 완벽한 하루를 보냈다는 것을요.

 

악어는 예민하고 살짝 신경질적인 완벽주의자예요. 겉으론 단단하고 차가워 보이지만, 속은 따뜻하고 감성적인 면을 지녔죠. 이런 이중적인 성격을 지닌 존재로 악어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실제 악어는 무섭게 생겨서, 그림에서는 사실적인 형태를 줄이고 좀 더 동글동글하고 친근하게 표현하려 했어요. 

 

결국 이 작품은 ‘타자와 함께하는 행복’을 보여 주시는 것 같습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게 된 특별한 계기나 작가님의 경험이 있었을까요? 또 독자들이 꼭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어느 분이 이 이야기를 읽고 이런 질문을 하셨어요. “악어는 하기 싫은데, 왜 굳이 이웃을 도와야 하나요? 자기 시간과 물질을 희생하면서까지 말이에요.” 저는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오랜 시간을 살았어요. 언어도 다르고 가족도 없는 낯선 곳에서 많은 친구에게 도움을 받았고 또 도움을 주기도 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누군가를 돕기 위해 내 것을 잠시 포기해야 할 때 당장은 손해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은 그 도움으로 내가 더 많은 것을 얻고 있다는 것을요. 사람은 홀로 잘 살아가는 것보다, 관계 속에서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도 말이에요

 

『나의 완벽한 하루』를 보면, 자신의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한 이웃들이 활짝 웃으며 기뻐하자, 악어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피식 웃으며 행복해해요. 계획을 다 망쳤는데도 말이지요. (과연 다 망친 걸까요? 이건 책을 끝까지 본 독자들만 알 수 있어요^^) 악어의 작은 친절과 선행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지요.

 

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자기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이가 있는지 살펴보고, 하던 일을 잠시 멈춰, 기꺼이 손을 내밀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내가 준 작은 선행과 사랑이 언젠가는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 또 다른 누군가에게 흘러갈 수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말이에요.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장면이 없을 텐데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일까요?

가장 애착이 가는 장면은 악어가 거미를 처음 만나는 순간이에요. 이야기를 구상하면서 제일 먼저 작업했고, 마지막까지 가장 많이 수정한 장면이기도 해요.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다 보면 이런저런 욕심이 생깁니다. 구도, 소품, 색감 등 하나하나 신경 쓰게 되죠. 하지만 그림책은 한 장면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모든 장면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해서, 과한 욕심은 오히려 흐름을 해칠 수 있다는 걸 많이 느꼈어요.


 

요즘은 디지털 일러스트가 많은데요. 『나의 완벽한 하루』는 누가 봐도 정성껏 일일이 손으로 그린 작품입니다. 작품에서 사용한 재료와 기법을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수작업을 선호해요. 디지털은 아직 조금 어색하고, 손으로 직접 그릴 때 생기는 우연성과 그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좋아하거든요. 물론 수작업은 수정이 어려워 시간이 더 걸리지만, 가능하면 온전한 손 그림을 완성하려고 해요. 이번 작품에는 아크릴, 과슈, 색연필, 마커를 사용했어요. 보통 아크릴이나 과슈로 전체 분위기를 잡고, 그 위에 색연필로 세부 묘사를 더합니다. 두껍고 단단한 표현보다는 겹치고 스며드는 느낌을 더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림책을 만들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나 철학이 있을까요? 그림책 작가를 준비하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도 좋습니다. 

특별한 철학이 있는 건 아니에요. 다만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어요. 『황금 사과』에서는 편견을, 『진짜 곰』에서는 정체성을 이야기해 주었다면, 이번 신작에서는 관계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것의 소중함을 보여 주고 싶었어요. 그렇다고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독자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랐고요. 저는 제 그림책이 0세부터 어른까지 모두 읽을 수 있는 책이길 바랍니다. 『황금 사과』는 유아를 대상으로 한 그림책으로 소개됐지만,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저는 어린이들도 어렵고 깊은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림책 작가를 준비하시는 분들, 저처럼 엄마로 살아가는 분들, 건강 문제로 작품 활동을 쉬고 있는 분들에게 응원의 말을 전하고 싶어요.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저 역시 앞으로도 같은 마음으로 걸어가겠습니다.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준비하고 계신 작품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낯선 나라로 이민을 간 소심한 아이가 불안과 두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환경에 용기 있게 적응해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도 많이 녹였어요. 프랑스와 호주에서 이방인으로 겪어야 했던 여러 경험과 타지에서 느낀 낯섦과 외로움을 곳곳에 담아 보고 싶어요. 저처럼 소심하고 걱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실어서요! 



* AI 학습 데이터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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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하루

<송희진> 글그림

출판사 | 모든요일그림책

황금 사과

<송희진> 글,그림/<이경혜> 역

출판사 | 뜨인돌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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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