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갈등 관리 전문가가 제시하는 갈등 관리 해법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 김미양 번역가 서면 인터뷰
우리나라가 갈등으로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1년에 적게는 80조 원에서 많게는 246조 원에 이른다는 기사도 있습니다. (2024.04.19)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갈등이 없다면 참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도 그토록 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둘 이상의 사람만 모여도 갈등은 엄연히 생기기 마련이다. 서로의 이해관계, 의견이나 주장, 신념이나 가치관, 선호도, 감정 등이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면서 갈등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왕 피할 수 없는 갈등이라면, 더욱 잘 관리할 수 없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에 출간된 세계적인 갈등 관리 권위자, 컬럼비아대학교 피터 T. 콜먼 교수의 『갈등을 관리하는 방법』은 그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꽤 유용한 갈등 관리의 교본이다. 지난 3월의 끝자락, 홍익대학교 정문 건너편 골목으로 들어가면 있는 브런치카페 알누오보에서 책을 번역하신 김미양 선생님을 만났다.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김미양 센터장은 이 책을 발굴해서 국내에 소개하고 직접 번역을 맡았다.
“갈등에 휘말리지 말고 갈등을 관리하라”라는 책의 카피가 눈에 들어옵니다. 요즘 개인, 사회, 국가, 세계 할 것 없이 ‘갈등 사회’라고 할 만큼 갈등의 골이 깊습니다. 갈등을 정말 관리할 수 있는 건가요?
지금 세계적으로도 종교 갈등, 패권 갈등 같은 갈등의 골이 깊지만, 우리나라도 ‘갈등 공화국’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사회 전반에 갈등이 만연합니다. 이념과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 정치 갈등, 사회계층 갈등, 성별과 세대 갈등, 한국인 특유의 세계관과 혈통주의에서 비롯되는 지역 갈등과 최근에는 다문화, 이주민 갈등도 있습니다. 거기에 산업계와 노동, 공항 건설, 원전 건설, 철도 문제 같은 공공 갈등도 심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갈등으로 지불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이 1년에 적게는 80조 원에서 많게는 246조 원에 이른다는 기사도 있습니다(2020년, 서울오피니언). 이런 다양한 갈등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갈등에 휘말리지 말고 갈등을 관리하라”라는 책의 카피가 많은 분의 눈길을 사로잡은 게 아닐까요? 하지만 지나친 갈등은 끝내 파국을 가져옵니다. 그 전에 개인도 조직도 사회도 국가도 갈등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고, 갈등 관리도 교육을 받으면 훨씬 잘 관리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이 그 시작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책의 저자 컬럼비아대학교 피터 콜먼 교수는 세계적인 갈등 관리의 전문가로 알고 있고, 이 책도 갈등 관리의 명저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책인지 간략하게 소개해주신다면요?
이 책은 컬럼비아대학교 피터 콜먼 교수의 『Making Conflict Work』를 번역한 책입니다. 피터 콜먼 교수는 현존하는 갈등 관리의 최고 권위자로 『분열의 시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5퍼센트』라는 책도 쓰셨습니다. 컬럼비아대학교는 갈등 관리의 최고 교육기관으로, 다양한 조직과 기관에서 갈등 관리에 대한 연구를 의뢰받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년 넘게 컬럼비아대학교에서 의뢰받은 그 연구 사례를 토대로 쓴 것입니다.
그동안 ‘갈등 관리’라고 하면 ‘소통’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소통’에서 권력, 관계, 감정을 빼면 그냥 대화법이지요. 우리가 현실에서 겪는 갈등은 ‘사람과 장소’의 영향을 받고, 지속적인 관계를 맺어오는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어떤 사람과 얼마나 좋은 감정으로 좋은 관계를 맺어왔냐에 따라 갈등에 대처하는 방법도 달라집니다. 마찬가지로 어떤 장소, 예를 들어 회사라면 내가 갈등을 겪는 상대보다 높은 권력인가 낮은 권력인가에 따라서도 대처 방법이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권력, 관계, 감정을 축으로 갈등은 무엇이고, 왜 갈등이 일어나고,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권력의 상위에 있는 사람이든, 하위에 있는 사람이든 상대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효과적인 갈등 관리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목표, 조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7가지 갈등 전략, 그 전략마다 실제적인 전술 70가지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각 전략마다 자기평가, 조직평가, 역량 개발 체크리스트도 담고 있어 꽤 유용한 갈등 관리의 지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권력, 관계, 감정을 축으로 바라보는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좋겠습니다.
갈등은 왜 생길까요? 물론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하지만 여러 연구자의 연구 핵심을 요약하면, 결국 갈등은 ‘이익’과 ‘가치’ 때문에 발생합니다. ‘옳다 그르다’, 종교적인 신념, 정치적인 신념과 같은 것들입니다. 그것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너도 옳고 나도 옳다’는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는 교육이 더욱 중요합니다.
또 일상에서는 ‘어떤 이익’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 많습니다. 나한테 ‘이게 좋을까, 저게 좋을까’ 하는 갈등도 있습니다. 나의 이익이 소중한 만큼 타인의 이익도 소중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이런 교육을 해도 권력, 관계, 감정 요소가 개입이 되면 상황이 또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서 권력자 하면 아버지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지만 어떤 경우에는 아이가 될 수도 있어요. 누가 권력 서열이 높은지는 강아지가 제일 잘 안다고 하잖아요. 그런 경우, 집안의 모든 결정에 권력자의 의사가 강력하게 반영되고, 거기에 불만을 가지는 가족 구성원이 있으면 갈등이 생기지요.
그런데 권력자가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며 감정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경우와 평소 사이가 좋다면, 상대의 불만 강도도 달라지겠죠. 갈등을 권력과 관계, 감정의 축으로 본다는 것은 이런 의미예요. 회사에서 퇴근길에 동료가 내 뒷담화를 하는 걸 들었다고 해봐요. 이럴 경우는 어떨까요? 아마 평소에 내가 많이 소통하고 잘 지내는 동료라면 갈등하는 마음이 적을 거예요. 하지만 평소 소통도 없고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상대라면 갈등이 증폭하겠죠.
선생님께서는 이 책을 어떻게 번역하게 되셨는지요? 번역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요? 선생님 소개도 간략하게 해주세요.
저는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다 명예퇴직을 했습니다. 이후 ‘행복’을 주제로 하는 심리학 강의에 관심을 가져 안양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와 교육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심리학 공부를 계속 파고들다 보니 ‘갈등 관리’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 현재는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연구개발센터장으로 있으며 갈등 관리에 관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교육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자신의 갈등 유형을 알아보는 ‘CMTS’ 프로그램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처럼 자신의 갈등 유형을 알아보는 자가진단 프로그램이지요.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는 국가에서 지정한 갈등연구기관으로 공공기관 교육과 다양한 갈등 연구사업을 하고 있고, 저는 공공기관 갈등예방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책도 그 과정에서 찾아내게 되었고, 출판사에 적극적으로 추천해서 국내 출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갈등 관리’에 대한 연구가 깊지 않다 보니 용어 정립이 안 되어 있어서 번역이 꽤 쉽지 않았습니다. 보통은 ‘자비 전략’ ‘지지 전략’ 같은 용어를 많이 쓰는데, 저는 좀 더 구체적으로 다가가고 싶어서 ‘실용적 자비 전략’, ‘지지 구축 전략’ 같은 용어로 정리했습니다. 물론 저 혼자 한 건 아니고요, 제가 일차적으로 정리하고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와 함께 깊이 있게 논의해서 엄선된 단어들로 번역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갈등 관리’가 더욱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갈등 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는 결국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를 설득해야 합니다. 바꾸어서 말하면 상대에게 내 말이 먹히게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잘 관리해야죠. 자칫, 화를 내고 파국으로 치닫게 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는 점점 요원해집니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로 조직을 잘 관리해서 조직의 목표와 이익을 얻으려면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을 잘 관리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 시대의 진정한 권력자는 ‘갈등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지요. 그런데 ‘갈등 관리’ 교육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그 교육이 필요한가요?”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갈등 관리가 필요해요.
그러고 보니 지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도 ‘갈등 관리’의 측면에서 풀어볼 수 있을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학교 폭력 예방교육’을 ‘갈등 관리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제가 학교에 있을 때 위클래스, 학생복지업무, 학부모 평생교육을 주로 맡았어요. 당시에 학교 폭력 예방에 관한 법안이 발의되고, 학생들의 분쟁을 학교폭력법으로 다루는 현장을 생생하게 지켜보았습니다. 그런 만큼, 지금 학교 현장에서 왜 학교폭력이 점점 심해지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현재의 학교폭력법으로는 학생들끼리의 분쟁을 폭력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눌 수밖에 없어요.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갈등을 ‘폭력’으로 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지요.
제가 학교에 있을 때 학생들끼리 장난치다 한 아이의 이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를 다친 아이의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이들이 크다 보면 그럴 수 있지요” 하시는 거예요. 요즘은 이런 일을 상상조차 못 하잖아요? 폭력을 가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가해자로 학교생활기록부에 남지 않으려면 필사적으로 부인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요. 그 과정에서 선생님도 중재를 할 권한은 없어 선생님의 존엄마저 무너진 상황이죠. 그러므로 학교 현장에서 갈등 예방 교육, 갈등이 생기면 조정과 중재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갈등을 관리하는 핵심’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어떤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가요?
이 책은 우선 ‘갈등’으로 관계가 힘드신 분, 특히 직장에서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분들께 권해 드립니다. 요즘 MZ세대들은 집집마다 자녀 한두 명 있는 집에서 귀하게 자란 세대들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삼촌, 이모, 고모 집안의 어른들께도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자란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런 그들이 권력의 하부(제일 아랫사람)가 되어 윗사람이 압박을 가하면, 관계에서 많이 힘들어한다고 합니다. 반면 지금 윗사람들은 어떤 세대들인가요? 그분들이 신입사원 시절에는 그야말로 윗사람 한마디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세대들이지요. 그래서 자기주장을 당당하게 하는 MZ 세대들 때문에 당황하는 직장 상사들도 많다고 합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대한민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책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갈등을 관리하는 핵심은 ‘갈등을 관리해야겠다는 본인의 의지’라고 생각합니다. ‘갈등에 휘말리지 말고 갈등을 잘 관리하자!’ 그리하여 직장 상사나 부하 직원과 관계도 좋게 하고,나의 목표와 성과도 이루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책에서 말하는 자신의 ‘갈등 지능’을 파악하고 ‘갈등 적응력’을 향상시켜, 자신에게 맞는 갈등 관리 전략으로 갈등을 잘 관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 있는 내용 중에서 선생님께서 독자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이 책의 머리말과 1장에서 3장까지는 ‘갈등’에 관한 기본 지식을 얘기해 줍니다. 갈등이 무엇이고, 갈등은 왜 필요하고, 갈등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등입니다. 그러니 우선 머리말을 잘 읽으시고, 갈등과 권력의 본질을 다룬 1장을 정독하시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 자신이 갈등을 겪고 있는 상대와 비교해서 권력이 상대적으로 우위인 경우라면 4장의 ‘실용적 자비 전략’을 잘 읽고 실천하시기 권합니다. 반대로 내가 갈등을 겪고 있는 상대보다 권력이 낮다면 5장 ‘지지 구축 전략’을 읽고 상대에게 지지받는 자신으로 멋지게 변신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9장 ‘효과적 갈등 적응력 전략’을 본다면, 갈등에 휘말리지 않고 갈등을 잘 관리하는 사람으로 변신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미양 서울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안양대학교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 석사 학위와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갈등문제연구소 연구개발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덕여자대학교 및 한림대학교 평생교육원과 서울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강의했다. 교육청 및 정부공공기관 갈등예방교육 전문가이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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