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리 떼고 똥 빼고 신나는 리듬으로 플레이되는 몸의 음악
『멸치 다듬기』 이상교 작가, 밤코 화가 서면 인터뷰
멸치들이 통과하는 공간을 바다 말고 다양하게 잡아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듣고 이 책의 구상이 다시 시작되었어요. 바다가 아니라면 하늘로 올라가자!
“도심 한가운데서 멸치 떼 목격!”
상상의 경계를 넘고 또 넘으며 펼쳐지는 멸치의 세상 유람 『멸치 다듬기』의 두 작가가 서로에게 궁금한 이야기를 물었습니다.
시 「멸치 다듬기」는 어떻게 탄생한 작품인지 그림을 그리면서 거쳤던 고민들을 어떻게 돌파했는지, 서로의 작업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지! 이상교 작가 X 밤코 화가 크로스 인터뷰에서 그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반갑습니다. 밤코 화가님. 밤코라는 이름이 독특하고 귀여워서 어떤 분일까 궁금해하며 그림을 기다렸습니다. 『멸치 다듬기』 원고를 처음 읽으셨을 때 소감은 어떠셨는지요?
딱딱 떨어지는 정박자와 삐끗하는 엇박자의 리듬이 둠칫둠칫 즐거웠어요. 무엇보다 멸치 다듬기라니! 멸치도 아니고 멸치 다듬기라니! 이렇게 사소한 일상이 그림책이 되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어요. 내 손으로 그려내지 않고는 못 배기겠다 싶어 흔쾌히 작업을 수락했습니다.
멸치 좋아하시나요?
어릴 적 엄마가 볶아 주신 매콤한 중멸치볶음도 무척 좋아했고요. 바싹 덖어 둔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야금야금 먹는 것도 좋아합니다. 멸치를 생각하면 어째서인지 지금보다는 어린 날이 떠올라 멸치가 더 더 좋습니다.
그림에 위트와 유머가 담겨 있어 글쓴이로서 매우 호감이 갑니다. 혹시 제가 홀쭉 마른 멸치 할매인 것을 미리 알고 계셨는지요?
아하하! 솔직히 말하자면 홀쭉 마른 멸치 할머니이신 것은 몰랐습니다. 선생님의 글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요. 작업을 하며 한귀퉁이 선생님의 얼굴을 그려넣고 싶어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답니다. 그때 화면으로 인사드렸지요! 이상교 멸치 할머니 안녕하세요! 저 오동통 보리멸치 밤코예요.
"차례를 기다리는 멸치 많기도 많다."와 "똥 떼고 대가리 빼고" 사이에 이렇게 장쾌한 이야기를 펼쳐 주시다니 감탄스럽습니다. 멸치의 세상 여행 부분은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그림을 그리면서 가장 중점을 두고 싶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는지요?
제가 원고를 받고 처음에는 마른 멸치들이 신문지 위에 있는 이미지를 통해서 바다로 들어갔다가돌아오는 흐름으로 구상했어요. 그런데 편집부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치던 멸치가 다시 현실로 돌아와 대가리 떼이고 똥 떼이는 게 너무 가엽다는 거예요. 아차! 제가 멸치 입장을 생각 못했던 거죠. 멸치들이 통과하는 공간을 바다 말고 다양하게 잡아 보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듣고 이 책의 구상이 다시 시작되었어요. 바다가 아니라면 하늘로 올라가자! 일단 하늘 위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어디에 가고 싶을까 하다 보니 다음 토픽은 자연스럽게 이어져 나왔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는 손에 힘을 주지 말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그리자 생각했어요. 그 감각을 놓지 않으려 애쓰며 그렸습니다. 시의 간결함에서 오는 시원한 맛을 해치지 않도록 잘 살리고 싶었어요.
작업을 진행하던 중에 밤코 화가님 댁에 새로운 식구가 생겼다는 소식을 편집자로부터 얼핏 전해들었습니다. 고 녀석 때문에 멸치 그리기가 만만치 않았다는 소식도요. 새로 생긴 밤색 식구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멸치 다듬기』에 나오는 고양이 캐릭터는 처음에 회색 턱시도였어요. 그러다 어느 날, 아파트 화단에서 4개월 된 밤색 고양이를 만났지요. 깡마른 몸에 온갖 질병을 달고 있던 어린 고양이를 보살피는 일도 힘들었지만 툭툭 종이 위로 올라와 연필을 낚아채는 손 때문에 작업이 더뎌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그림책 속 고양이가 회색에서 밤색으로 바뀌는 순간, 『멸치 다듬기』가 온전히 제 작품으로 다시 태어난 기분이 들었어요. 다 밤색 고양이 우솜이 덕분이에요.
마지막으로 요즘 저녁 식탁에 자주 올리는 음식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는 고춧가루 파 마늘 깨보숭이 참기름 섞어서 진득하게 만든 양념간장을 밥에 얹어 먹는 것을 즐겨요. 이 양념간장이 참 누구 주고 싶을 정도로 맛있지요. 국수에 올려 먹어도 좋고요.
이 질문을 받고 요즘 저녁으로 무얼 먹었나 생각하니 도통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저는 요즘 그때그때 임기응변의 자세로 식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새삼 나의 몸과 가족의 몸에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오늘은 꼭 멸치를 다듬어 멸치국수를 만들어 먹어야겠습니다. 고춧가루 파 마늘 깨보숭이 참기름 섞은 양념간장도 함께요. 선생님의 맛은 아니겠지만요.
시 「멸치 다듬기」는 멸치를 다듬다 떠올리시지 않았을까 생각하지만 대가리 떼는 순간이었는지 똥 빼는 순간이었을지 몸통으로 국물을 내는 순간이었을지 궁금합니다.
멸치를 식탁 위 신문지 위에 부려 놓은 뒤 작업에 돌입하는데, 처음에는 제대로 잘 다듬어 나눠놓다 중간에 바꿔 놓고 다시 바꿔 놓고는 하지요. 그때 이미 멸치 다듬기는 시가 되고 말았어요.
멸치들이 세상을 누비는 신문지 위 장면들 중 가장 재미있게 본 토픽은 무엇인가요?
실은 제가 시력 관계로 자세히 볼 수가 없었어요. 읽고 나서 들려준 이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자면 신문 기사가 다 멸치 관련 기사이며 너무도 기발하다 들었습니다. ‘이상교’ 이름이 들어간 부분이 젤 좋지요!
선생님의 시 속에는 항상 작은 것들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작은 것을 발견하는 비법이라도 있으신 걸까요?
보시다시피 아시다시피 제가 신체가 큰 편인데 속은 예민하고 쪼잔한 밴댕이 속이지요. 겉보기엔 어떨지 모르겠으나 조금은 꼼꼼한 편이고요. 작고 어린 것에 유난히 마음이 많이 쓰이고요. 비법이라면 눈에 보이는 것, 와닿는 것에 대한 다함 없는 애정이라고 해얄 거예요.
선생님 저는 사실 멸치 다듬기와 같은 반복되는 노동, 그러니까 고구마 줄기 다듬기 콩나물 다듬기 뜨개질 같은 일을 무척이나 싫어합니다. 항상 조금은 들떠 있는 성격 때문이겠지요. 그렇지만 창작이라는 일도 다듬기의 과정과 참 닮아서 결국 엉덩이 붙이고 앉아 대가리 떼고 똥 빼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언제나 새 원고 앞에 서면 다듬기의 노동 앞에 마음이 힘들어지곤 해요. 그럴 때 저는 겨우 커피를 마시는 것으로 마음을 가다듬곤 하는데요. 선생님은 어떤 것으로 다듬기의 과정을 맞이하시나요? 오랜 시간 다듬기의 과정을 먼저 지나고 계시는 선생님께 존경의 마음을 담아 질문합니다.
대충 대충은 내 특성이기도 한데 이따금 정반대 성향이 나타나곤 해요. 마늘 까기, 쪽파 다듬기, 알타리무 다듬기 등등의 반복 작업이 어느 때는 참으로 속편해요.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두 성향의 일을 교대로 실천해 나가는 때도 있어요. 설거지 다음, 원고 초고 하나 마감하고 그런 식이지요. ‘이 일은 두었다 해도 이상교가 할 일이니, 미룰 거 없이 해야 할 것이야!’ 스스로를 달래는 게 효과 좋아요.
50여년의 시간 동안 아동 문학을 하시면서 가장 크게 기쁨을 느꼈던 순간이 있으셨나요?
오랜 세월 시와 이야기 글, 그림책 글을 써 온 매순간이 기쁨이지요. 50년 넘게 즐거이 살아가도록 해 준 일이니까요. 글을 쓸 수 있는 한 나의 기쁨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재미있고 재치 있는 그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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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이상교> 글/<밤코> 그림13,500원(10% + 5%)
대가리 떼고 똥 빼고 대가리 떼고 똥 빼고 신나는 리듬으로 플레이되는 몸의 음악, 『멸치 다듬기』 멸치란 무엇인가. 멸, 멜, 멸오치, 멧치, 돗자래기라고도 불리는 멸치는 우리의 식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이다. 풍부한 영양소에 당기는 맛, 볶아 먹고 무쳐 먹고 국물도 내는 멸치는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