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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카카오, 바나나, 차, 설탕, 팜유… 입에는 단데 내용이 쓰네요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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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량 생산을 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착취 구조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흩어져 살면서 노동시간 줄이고 자급자족을 조금씩이라도 하면서 다양하게 먹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2024.01.11)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

조철기 저 | 따비



한자(황정은): 오늘 저희가 이야기 나눌 책은 그냥 님이 고른 책입니다.

그냥: 맞습니다. 조철기 저자가 쓰고 출판사 따비에서 나온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입니다. 조철기 저자는 현재 경북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로 일하고 있고요. ‘지리 교육을 통해서 어떤 인간을 길러내야 하는가, 지리 교과는 더 공정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가’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지리라는 렌즈로 음식의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한다’고 분명하게 의도를 밝히고 있어요. 일곱 가지 음식을 살펴보는데요. 기호 식품이자 상품 작물들입니다. 차나무와 홍차, 사탕수수와 설탕, 카카오와 초콜릿, 기름야자와 팜유, 바나나, 새우, 포도와 와인입니다. 이 음식들을 들여다보면 만나게 되는 키워드들이 있는데요. 플랜테이션, 노예 무역, 아동 노동, 인신매매, 강제 노동, 환경 문제, 동물권, 다국적 농식품 기업, 공정무역 같은 키워드들입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대략 그려지실 것 같아요.

첫 번째 장인 ‘차나무와 홍차’를 보면 더 윤곽이 뚜렷하게 잡힙니다. 아시겠지만 영국 사람들의 유별난 홍차 사랑이 시작되고 과열될 때, 이게 계기가 되어서 엄청난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너무 잘 알고 계실 것 같아서 간략하게 말씀을 드리면, 중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에서 홍차를 수입하는 것에 열을 올리고 차와 함께 도자기, 비단 등을 가지고 오다 보니까 영국의 재정이 부족해졌죠. 당시에 은이 거래 화폐였는데, 영국 은의 굉장히 많은 양이 중국으로 건너가서 영국 재정이 위기를 맞을 정도였다고 해요. 그래서 영국이 ‘어떻게 하지? 우리가 수출하는 것도 많아야 되는데?’ 하고 생각하다가, 아주 나쁜 생각을 하게 되죠. 수출하지 말아야 할 것을 수출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아편입니다. 인도에서 양귀비를 재배해서 아편을 만들어서 중국에 가져다 팔고, 중국에서 얻은 수익으로 자기들은 홍차와 은이라든지 여러 이득을 취했죠. 그런 삼각 무역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편 전쟁이 발생을 했고요. 영국이 차를 가지고 압박을 하다가 일어난 역사적 사건이 하나 더 있는데 미국에서 일어났던 보스턴 차 사건이죠. 차에 세금을 매겨서 재정을 충당하려고 했다가 미국 사람들의 반발에 부딪혀서 일어났던 사건이고요.

이 두 가지 역사적 사건에서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책에서는) 대항해 시대와 식민지 지배가 시작되면서 유럽 열강들이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많은 나라들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가지고 이익을 취하고 그곳의 사람들을 착취했던 역사들을 주로 훑고 있어요. 그 흔적이 식민지 시절이 끝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거죠. 이들은 농사를 지어온 기반 시설이 있고, 농사를 지어온 시간이 있고, 여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여전히 선진국에 판로가 있기 때문에, 그 농업을 계속 이어오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것에서 비롯되는 현재 진행 중인 문제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장에서 다루는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게 17세기잖아요. 그때 일어났던 일들이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현실을 안겨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나와요. 바로 실론 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두 분도 기억하시죠?

단호박: 그 부분이 저한테도 약간 충격이었어요. 환경오염이라든가, 대량 생산으로 인해서 사람들이 노동에 시달리고 어린아이들도 그런 노동 시장에 들어가게 된다는 이야기는 이 책이 아니더라도 저희가 계속 피상적으로나마 정보로 접해왔던 것들이잖아요. 실론 역사에 관해서는 제가 그전까지는 그렇게 관심을 가졌던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맞아요. 저도 ‘실론티’라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지, 실론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고 또 현재까지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지, 그것에는 정말 무지했거든요.

단호박: ‘립톤’이 사람 이름이라는 것도 사실은 몰랐죠.

그냥: 저도요.

단호박: 립톤이 최초로 홍차를 일회용 티백에 담아서 판매했다는 사실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그냥: 그렇더라고요. 단호박 님이 말씀하신 립톤이라는 사람은 저희가 알고 있는 차 회사 립톤의 설립자예요. 그 사람이 실론에 가서 차 플랜테이션을 본격적으로 시작을 했는데요. 처음에는 차 농사에 이용할 노동력을 실론에 살고 있는 원주민으로 충당을 했어요. 그런데 인구가 적어서 충분하지 않은 거예요. 그러자 영국인들이 인도 남부에서 어떤 민족을 데리고 오는데, 그 민족의 이름은 타밀족이고요. 이들은 하층 카스트였어요. 그래서 인도에서도 생계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이들을 데리고 와서 실론에서 농사를 짓는데, 사실 영국인이 실론에 오기 전에 실론을 지배했던 민족이 있었어요. 신할리즈족이라는 사람들인데요. 이 사람들이 다수고 (인도에서) 유입해온 타밀족은 소수였던 거죠. 둘은 일단 종교가 다릅니다. 타밀족은 힌두교인데 신할리즈족은 불교도였어요. 그리고 영국이 타밀족에게 자신들의 말인 영어를 쓰게 하는데, 타밀족은 좀 순응한 편이었어요. 신할리즈족은 거부하고 전통 언어를 고수합니다. 항상 식민지배에서는 그런 일이 생기잖아요. ‘네가 내 말을 잘 듣는구나, 그러면 내가 너한테 요직을 줄게. 우리 같이 말 안 듣는 쟤를 부리자.’ 그렇게 영국은 타밀족을 이용해서 신할리즈족을 통치했습니다. 그러다가 실론이 독립을 해서 스리랑카가 되고, 이 땅에서 영국군은 물러가고 신할리즈족과 타밀족이 남으니, 타밀족이 억압과 차별을 받게 되는 거죠. 그 역사가 굉장히 지독해서 둘 사이에 내전이 26년 동안이나 이어졌다고 합니다. 전쟁은 2009년에 끝났지만 여전히 뿌리 깊게 차별과 갈등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하고요.
두 번째 장에 나오는 이야기는 사탕수수와 설탕인데요. 사탕수수의 원산지가 뉴기니 섬이라고 해요. 파푸아뉴기니라는 나라가 있는 섬입니다. 그러다가 기원전 6천 년경에 인도에 전해졌고 이때 인도에서 처음으로 사탕수수로부터 설탕을 만들어 냈다고 합니다. 시간이 흘러서 기원전 4세기에는 유럽인들이 사탕수수를 만나게 됐고, 이후 인도로부터 설탕을 수입해서 유럽인 상류층의 사치품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2018년 기준으로 볼 때 사탕수수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는 브라질과 인도라고 하고요. 설탕을 가공하고 판매하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대부분 유럽의 기업입니다. 이들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올리고 있는 반면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농민과 농업 노동자들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어요. 한 예로, 아프리카 남동부에 말라위라는 지역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의 주식은 옥수수입니다. 그런데 사탕수수 재배 면적이 너무 넓어서 옥수수를 재배할 면적이 적어지니까 옥수수 생산량은 적어지고 가격은 폭등해서 사람들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사탕수수 재배 지역 주민 중에 85%나 되는 사람들이 굶주림을 겪고 있다고 해요. 사탕수수의 생산은 환경에도 미치는 악영향이 굉장히 큰데요. 사탕수수를 밭을 일구기 위해서 산림을 벌채하면서 동식물의 서식지가 파괴되고, 물을 남용해서 부족해지고, 수질이 오염되고, 이런 다양한 환경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탕수수가 재배되는 지역의 농민들이 이상기후를 경험하고 있다고 해요. 그래서 또다시 수입이 감소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합니다.

단호박: 들으면 들을수록, 모든 식재료라고 할까요? 식재료를 만드는 것들을 보면, 인간들이 진짜 엄청 먹는다 이런 생각이 들고요. (웃음) 그리고 그 모든 종류의 것에서 농민들한테 돌아가는 건 아무것도 없고, 그것을 포장하고 유통하고 크게 사들여가지고 뿌려대는 그 업체한테 모든 돈이 돌아간다는 게... 사실 한국도 비슷하잖아요. 한국도 농업 인구에게 그렇게까지 많은 돈이 돌아가지 않고 그걸 유통하거나 브랜딩해서 파는 사람들한테 훨씬 더 많은 돈이 돌아간다는 게, 왜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한자(황정은): 이 책에 등장하는 기호식품 생산지 중에서 와인 생산지를 빼고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그걸 생산하는 노동자가 가장 가난해요. 가난한 정도가 아니라 굶주림에 시달립니다. (와인은) 이 책에 등장하는 기호식품 중에서 유일하게 소비지하고 생산지가 일치하는 기호식품이거든요. 주로 유럽이죠. 그러다 보니까 경제적으로 좀 부유하고 선진국이거나 아니면 뉴질랜드처럼 과거 식민지였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잘 사는 그런 나라들에서 포도류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고 또 현지에서도 소비가 되는 거잖아요. 아까 생산지의 농부들이 겪는 가난과 배고픔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이 기호식품들은 사실 생존에 필수적인 식품들은 아니에요. 그런데 카카오 농장을 예를 들자면 카카오 농장의 노동자들이 대단히 고되게 노동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죽을 때까지 초콜릿을 먹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이 책에 나와요. 와인 이야기와 상당히 대비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주 씁쓸하기도 했어요.


그냥: 카카오 농민들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지금 전 세계 카카오에 생산자 중 70%가 아프리카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그들 중에 90%는 소농이에요. 그 소농 중에 75%는 앞서 한자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죽는 날까지 초콜릿은 구경조차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는 ‘상품 사슬’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요. 농작물이 식품이 되기까지의 그 사업 단계에 관여한 모든 사람과 기업들, 이들이 얽혀 있는 것을 상품 사슬이라고 하는데요. 카카오와 초콜릿의 상품 사슬에 개입된 사람 기업 중에 가장 이익을 적게 가져가는 주인공이 카카오 농민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중개상이 대부분의 이익을 가져가기 때문입니다. 저희가 앞서 얘기한 것처럼 판매하는 기업이라든지 아니면 유통사가 대부분의 이익을 가지고 가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정부가 카카오 수출에 세금을 많이 매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초콜릿 판매에서 발생하는 이익 중 대다수를 선진국의 소수의 다국적 기업이 가지고 가고 있습니다.

한자(황정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등장을 하죠. 허쉬, 네슬레, 캐드버리, 페레로 같은 회사들이 등장을 하고요. 초콜릿 하나를 소비자가 천 원을 살 때 카카오 농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60원이라고 합니다.

그냥: 아동 노동의 문제가 카카오 생산 과정에서도 발생을 하는데요. 국제 엠네스티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30만 명이 넘는 어린 아이들이 지금 서아프리카의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트디부아르가 1위의 카카오 생산지인데, 또 많이 생산되는 곳이 가나예요. 이 두 곳의 카카오 농장에는 아동 노동이 만연하고요. 어느 정도냐 하면, 농촌 아동의 50% 이상이 학교에 가지 않고 일을 하고, 그 중에 25~50% 정도 되는 아이들이 카카오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어린이 대부분이 악덕 상인에 의해 팔려온 아이들이에요. 인신매매꾼들이 가난한 부모에게 겨우 15달러 정도를 주고 어린아이를 사서 농장에 팝니다. 아이는 노예나 다름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고요. 이 책은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카카오 농장주가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노동에 동원하는 이유는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계 유지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성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없어서다.’ 그런 상황이 어린이 인신매매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머리로는 그런가 보다 하지만 가슴으로는 참 받아들일 수가 없는... 복잡한 마음이 드는 부분이었어요.

한자(황정은): 맞아요. 윤리적으로는 정말 납득하기가 어렵죠. 납득할 수도 없고. 하지만 명백히 현실이 반영된 구조적 문제 아닙니까? 문제 해결을 접근을 하려면 구조를 봐야 되기 때문에 유의미한 지적이기는 하죠. 카카오 농업 같은 경우는 노동집약적인 사업이잖아요. 다 사람 손으로 해야 되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필요한 일자리인데, 농장주가 다국적 거대 초콜릿 회사들로부터 돈을 제대로 지불을 몫을 못 받기 때문에 점점 내려갈수록 임금이 더 적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아동 노동으로까지 내려가고, 그러다가 인신매매까지 내려가는 거죠.

그냥: 그렇습니다. 아동 노동을 막기 위해서 많은 움직임들이 있다고는 해요. 책에 따르면 미국 하원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하기도 하고, 초콜릿 회사들하고 여러 나라 정부들과 아동노동철폐국제계획이라는 기구가 모여서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대요. 그런데 그 얘기들이 너무 오래 전이에요. 2001년, 2002년에 이런 움직임이 있었다는 거거든요. 그 앞에서 또 참담해지더라고요. 그 이후에 소식이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한자(황정은):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또 와인 챕터랑 대비되는 지점이죠.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는 당사자들이 무역 관계에서나 이익이 돌아가는 정책을 결정하는 선진국들하고 거리가 있기 때문에 유용한 정책을 내놓지를 않고 있는 거죠.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죠. 하더라도 영향이 미미하고요. 일단 자국 내 기업들을 향한 압박 자체도 별로 크지 않을 것 같아요.


그냥: 4장에는 팜유 이야기가 나옵니다. 저는 팜유가 이렇게 온갖 데 다 들어가는지 몰랐어요.

단호박: 과자를 좋아하는 인간으로서는 팜유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그 양이 적어도 봉지 과자에도 들어가고 파이류에도 들어가고...

그냥: 화장품에도 들어간대요.

한자(황정은): 이름이 바뀌어서 들어가 있잖아요. 저는 글리세린이 팜유 성분이라는 건 몰랐거든요. 저의 겨울을 책임지는 글리세린이... 아이고... (웃음)

그냥: 아이고... (웃음)

한자(황정은): 저는 설탕을 섭취를 거의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거든요. 단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리고 기타 다른 기호식품들은 피해갈 여지가 좀 있는데 팜유는 정말 피해가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단호박: 제가 『소금 지방 산 열』이라는 요리책을 좋아하잖아요. 거기에서 지방을 담당하는 역할이 어쨌든 식물성으로 들어간다면 식용유 아니면 팜유가 될 텐데, 집에서 요리를 해 먹으면 팜유를 넣을 일은 거의 없다고 하더라도 밖에서 먹으면 사실 팜유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저의 지방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냥: 팜유는 우리가 지금까지 이야기한 식품들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었어요. 식민지 시대에 유럽인들에 의해서 상품작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게 아니고, 현대에 이르러서 플랜테이션 형태로 재배가 시작됐다는 건데요. (책에는) 지금 식품에 팜유를 사용하는 회사들이 언급되는데, 역시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이에요. 네슬레... 네슬레는 안 끼는 데가 없습니다. 저는 진짜 네슬레 싫어합니다. 네슬레, 켈로그, 펩시코, 허쉬 같은 회사들이 팜유를 사용하고 있다고 하고요. 펩시코는 우리가 아는 펩시가 맞습니다.

한자(황정은): 네슬레 나빠요.

그냥: 네, 정말 나쁩니다. 제가 예전에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소개할 때도 이야기를 했는데, 네슬레 나쁩니다.

한자(황정은): 인도에서도 나쁜 일 많이 했고요.

그냥: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기업이) 너무 커요. 네슬레 제품을 피해가기도 쉽지 않아요. 문어발처럼 많은 식품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서...

단호박: 기분이 나빠져요. 나중에 알게 되잖아요.

한자(황정은): 맞아요.

단호박: 네... 쓰네요. 입에는 단데 내용은 쓰네요.

그냥: 그렇습니다. 이 책을 잘 보여주는 말이네요. 우리 입에는 단 것들이 내용은 참 썼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네슬레 욕을 실컷 했지만, 한국 기업들도 인도네시아에 팜유 농장을 많이 갖고 있더라고요. 삼성물산, LG상사, 대상, 코린도, 포스코대우가 이 책에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한자(황정은): 플랜테이션을 운영하고 있다는 거잖아요?

그냥: 네, 맞습니다. 이 책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게 우리가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기업들에게 계속 말을 해야 된다는 거예요. ‘우리는 이 문제에 관심이 있다, 너희들이 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정책을 만들어라’라고 이야기를 해야 된다는 건데요. 그런 의미에서 방금 이야기한 한국 기업들도 우리가 기억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호박: 소비자도 여러 가지 양면성을 가지고 있어서 그걸(윤리적 경영을) 요구함과 동시에 더 맛있는 것을 만들라는 요구를 함과 동시에 너희들의 이익을 더 많이 만들어서 주가를 올리라고 요구하기도 한단 말이죠. 그런데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는 것이 재무제표에서 보면 그냥 수익률 상승하고 똑같은 거예요. 더 많이 착취해서 원재료 값을 줄여서 너희의 이익을 더 만들어라, 라는 건데...

한자(황정은): 문제는 성장 중심 자본주의!

단호박: 그렇죠. 인간이 도시에 살면서 더 많이 모여서 더 많이 노동하고, 힘드니까 단 거 먹고 팜유 먹고, 그래서 더더욱 착취하고, 착취해가지고 안 되니까 또 주식으로 한탕 벌어보려고 하고, 그러다 보면 또 팜유로 착취하고... 그렇게 되는 거죠.

그냥: 정말 날카로운 지적이었어요. 우리가 윤리 경영을 요구하면서 동시에 ‘너의 수익률 증대로 나의 주식이 높아졌으면’ 하는 욕구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거잖아요.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단호박: 그리고 요새는 ‘사람들이 너무 몰려서 살아서 이 모양인가?’라는 생각도 자주 했거든요.

그냥: 저는 많은 문제들이 거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단호박: 이 사람들을 다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이런 유통망이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 사람들이 몰려 살아서 일을 더 많이 하고, 그럼 장을 볼 시간이 없고, 그러면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고, 인터넷에서 주문하는 것들은 다 거대 유통망들을 거쳐서 온다는 거죠. 그래서 결론은 이렇게 다 같이 모여 살지 말고 조금씩 나눠 살면서 일을 적게 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그냥: 맞습니다. 예전에 단호박 님이 방송에서 이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요. 우리가 소비하는 식품이 너무 획일화되어 있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생각났는데요. 다양하지 않고 몇몇 것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까 대량 생산을 해야 하고, 그런 상황 때문에 착취 구조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우리가 흩어져 살면서 노동시간 줄이고 자급자족을 조금씩이라도 하면서 다양하게 먹으면 좋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자(황정은): 그러게 말입니다. 언제부턴가 대형마트에 가면 내가 원하는 상품이 거기 없다는 생각에 항상 길을 잃은 것 같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는데 내가 원하는 것들이 아니에요. 희한하지 않습니까?


그냥: 세계자연보호기금에 의하면 지금 1시간마다 축구장 300개 면적에 해당하는 열대림이 불태워지고 있다고 해요. 기름야자 플랜테이션을 만들기 위해서요. 그래서 이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많은 야생동물들이 생존을 위협받고 있습니다. 수마트라 코끼리, 수마트라 코뿔소, 수마트라 호랑이, 피그미 코끼리를 포함해서 특히 보르네오 오랑우탄의 상황은 심각하다고 해요. 이 오랑우탄은 ‘심각한 멸종 위기종’으로 분류가 됐는데 이 ‘심각한 멸종 위기종’은 ‘야생 상태 멸종’의 바로 전 단계라고 합니다. 멸종을 코앞에 두고 있다고 하는데요. 더 서늘한 것은,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속도가 계속 이어지면 2025년경에 멸종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고 합니다.

한자(황정은): 동물들이 멸종해 가면서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거잖아요. 이게 대단히 심각한 위기 경보라는 걸 인간들이 조금 더 인식을 해야 될 것 같아요. 그 동물만 멸종하고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인간 종의 멸종도 바로 눈앞에 다가와 있다는 것을, 동물 멸종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그게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이제 2024년이잖아요. 2025년이면 내년이에요. 내년에 어떤 한 종을 우리가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이건 너무 무서운 일이에요. 위기감이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았어요.

단호박: 저희가 다음에 같이 읽을 책은 무엇이죠?

한자(황정은): 김인정 저자가 쓰고 웨일북에서 출간된 『고통 구경하는 사회』입니다.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라는 부제가 달려 있고요. 뒤표지에 실린 짧은 문구가 되게 인상적인데 “보고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면 대규모 구경이 되어버릴 뿐이다”라는 문구가 실려 있습니다. 이 책을 같이 읽고 봅시다.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
조철기 저
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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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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