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서련 저 | 한겨레출판
여기 최초의 고공농성에 나선 이가 있다. 평양 을밀대 지붕에 올라 ‘체공녀’라는 이름표가 붙은 이의 삶을 상상하여 만든 소설 『체공녀 강주룡』. 모단 껄이 되기를 바랐던 그는 고무 공장에서의 부당함을 깨우치고 사회주의를 배운다. 식민지 주민으로, 거기에 여공으로서의 정체성에 좌절하지 않고 지배 혹은 사용자 계층에 맞서 싸운 그의 용기가 대단하다.
이서수 저 | 은행나무
불의로 직장을 그만두게 된 가장인 딸 ‘수경’, 마이너스 수익률의 전업투자자인 수경의 남편 ‘우재’, 소일거리 없이 집에 있는 수경의 아빠 ‘천식’, 직장을 그만둔 딸이 걱정되어 딸 곁을 지키는 엄마 ‘여숙’, 그리고 우재의 조카 둘 ‘지후’와 ‘준후’. 여섯 식구의 생계를 위해 가족들은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다.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플랫폼 노동의 이면은 마음 한구석을 불편하게 만드는데, 수경의 가족이 이렇게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일까? 수경의 가족이 좀 더 안전한 사회망 속에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보라 저 | 래빗홀
외계인이 나오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정보라 작가의 에세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아무튼, 데모』를 읽고 나서 보면 더 좋을 책으로, 정보라 작가의 노동 투쟁기에 SF가 스며들었다. 정보라식 유머에 노동 운동 한 스푼, 환경 문제 한 스푼, 거기에 SF가 듬뿍 들어갔다. 사랑이 많아 투쟁하는 이의 이야기는 얼마나 멋진가?
희정 저/최형락 사진 | 한겨레출판
한 분야의 베테랑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나는 베테랑이 될 수 있을까? 다양한 직업군의 베테랑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사실 베테랑은 몸 어딘가 망가져야 하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나의 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보라. 어찌나 아름다운지. 노동의 가치를 지키는 이들을 바라보며 나의 미래를 그려본다. 언젠가 나도 한 분야의 베테랑이 되길 바라며, 사랑하는 업과 함께하길.
김그루, 박희정, 이은주, 이호연, 홍세미,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저 | 코난북스
거창(거제-창원) 지역에서 자라 버스정류장에 붙어 있던 조선소의 구인 광고를 심심치 않게 봤다. 와 연봉 3,800만 원. 내 눈에는 조선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보이지 않고 ‘그래도 연봉 3,800은 준다’였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단어 하나가 거슬린다. ‘남성 00명’. 여성은 구하지도 않았다. 어쩐지 연봉 금액이 더 아쉽다. 그 이후 조선소는 남자만 다니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여기 조선소의 다양한 직군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용접에서 세탁 노동까지 여성의 손길이 닿지 않을 곳은 없다. 배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가진 그들의 이야기에 박수를 보낸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 오월의봄
아빠는 항상 속옷에 구멍이 나 있었다. 아빠의 속옷은 왜 이렇게 빨리 넝마가 되는 것일까? 아빠가 용접공으로 일했기 때문이다. 아빠의 작업복에 대해 생각하며 읽다가 나의 작업복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첫 작업복은 종로의 한 도넛 가게의 유니폼. 유니폼에 보증금 1만 원을 요구했던 곳. 도넛 기름으로 항상 바닥이 미끄러웠지만 도넛을 튀기지 않던 카운터 알바에겐 제공되지 않던 안전화. 아빠가 좀 더 튼튼한 옷을 입었다면 속옷에 구멍도 나지 않았을 것이고, 매일 작은 화상을 입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안전화를 제공받았다면 매일 탭댄스를 추며 넘어지지 않으려 애쓰지 않았을 것이다.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안전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안전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복에서부터 비용을 줄인다. 모두가 좀 더 안전한 복장으로 불안에 떨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홍사훈 저 | 루비박스
기자 출신 저자가 설명해 주는 임금 이야기. 우리의 임금은 얼마여야 할까? 우리는 왜 직업적 차별을 겪을까? 임금 격차는 어떻게 해소될 수 있을까? 최저시급은 왜 사용자와 고용인 모두가 불만일까? 노조는 뭘 하는 걸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고민하던 차에 쉽게 설명해 주는 책을 만났다. 속이 시원하지는 않다. 부당함의 이유를 알았으니 분노해야 할 차례라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우리는 좀 더 나은 임금을 받을 권리가 있다.
워킹클래스히스토리 저 | 오월의봄
세계의 노동계급과 관련된 이야기를 날짜별로 두 개씩 모아 정리한 책. 한국의 항일 운동이나 민주 항쟁 또한 실려 있는데 전 세계의 노동계급이 지금까지 투쟁해 온 결과 여기까지 왔구나 싶어 어쩐지 벅차다. 현재 우리의 투쟁이, 저항이, 반란이 미래의 노동자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란다. 역사 속의 인물들이 나에게 엄청난 희망을 주었다. 해낼 수 있다는,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에게서 보았다.
이영 저 | 틈새의시간
종종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이야기를 본다. 사실은 그들은 한국인이 기피하는 노동을 한국인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책은 마석가구공단에서 일하는 미등록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묶어낸 책이다. 그들은 미등록 이주자여서 매일 불안에 떨며 살아간다. 거주지 또한 열악하고 미등록 되어있어, 건강보험과 같은 노동자로서 누릴 당연한 권리에서 배제된다. 차별과 편견 속에서 일하는 이들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미등록이라는 이유로 인권이 없는 것처럼 대해서는 안 된다.
전혜원 저 | 서해문집
일할 자격은 누가 만들어 내는지 공정한 채용이란 무엇을 말하는지, 누군가 죽어야만 노동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현재 한국 사회의 노동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질문과 인터뷰의 배치로 노동하는 자에 대한 이야기와 저자가 던지는 화제는 우리가 지금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한다. 노동 현장을 들여다보고 현재의 정책과 문제에 관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야만 한다.
어린이와 함께 읽기 좋은 책
이지현 글그림 | 사계절
따뜻해 보이는 표지를 넘기면, 찾아오는 정적.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득해진다. 목화솜을 따는 어린이를 그린 이 책에는 글자가 별로 없다. 그림에도 여백이 많다. 하지만 아동 노동이라는 주제가 주는 무게가 무겁다. 얼핏 보면 아름답기만 하다고 느낄 수 있는 그림들이 아름다워서 슬프게 다가온다. 면화 산업 가장 아래에서 어린이들이 착취되고 있다.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오찬호 글/노준구 그림 | 풀빛
노동자와 근로자의 단어가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노동자의 삶을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퇴색되어 버린 노동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어린이에게 노동이란 무엇인지, 노동의 값어치는 누가 정하는지, 직업적 차별은 왜 오는 것인지 등 노동과 관련된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는 책.
이란주 글/JUNO 그림 | 서해문집
한국인의 이주 역사에서부터 우리가 쉽게 가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편견까지 아울러 쉽게 설명하며,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 이주노동자를 바라보기 위한 사회적 제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공윤희, 윤예림 글/윤봉선 그림 | 풀빛
세상에 ‘아동 노동’이라는 단어가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 슬프다.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물건들의 가격 하락이 아이들을 착취해서 가능하다는 사실이 슬프다. 초콜릿에서부터 옷가지까지 많은 분야에 걸쳐 아동들을 착취하고 있으며 정부에서 아이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세계의 아동 노동을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
박겨울
예스24 오프라인 매장 강서NC점의 매니저.
steal0321
2024.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