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연말 결산] 채널예스의 ‘올해의 책’
채널예스 2023 결산 특집 (2) – 올해의 책
2023년도 채널예스는 수많은 출판계 관계자들과 멋진 협업을 진행했다. 인터뷰, 칼럼, 팟캐스트 등 여러 채널에서 함께한 소중한 인연 30명에게 올해의 책을 물었다. (2023.12.13)
2023년도 채널예스는 수많은 출판계 관계자들과 멋진 협업을 진행했다. 인터뷰, 칼럼, 팟캐스트 등 여러 채널에서 함께한 소중한 인연 30명에게 올해의 책을 물었다.
닐 게이먼 저/정지현 역 | 하빌리스
감동적인데 웃기고, 환상적인데 현실적인, 닐 게이먼 월드의 총집합체. (김중혁 소설가)
최진영 저 | 한겨레출판
남겨진 사람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태어나고 자랍니다. 『단 한 사람』도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을 읽고 ′산 사람을 살리는 일′을 잊지 않기로 했습니다. (임나리 채널예스 기자)
윌리엄 트레버 저/민승남 역 | 문학동네
마지막 순간까지 문학적 긴장을 놓치지 않았던 대가의 마지막 작품집. (최은영 소설가)
최연주 저 | 엣눈북스
숲속으로 혼자 떠난 아기 고양이 모의 모험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내 손에 작고 보드라운 용기가 생긴다. 이제 떠날 차례다. (이지은 유유히 대표)
최의택 저 | 읻다
감각의 확장, 최의택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경이로운 세계! (천선란 소설가)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 책은 썩고, 관계는 흩어진다. 중요한 건 상태가 아니다. 상황이지. 심지가 약한 탓에 유독 힘들었던 올해, 『비인간』을 읽으며 위안을 얻었다. 아름다움과 슬픔의 끝에서 만나지는 이야기들. 원주율과 무리수를 춤으로 표현하는 고독한 세계를 돌아 나가자 다른 미래가 있었다. (김준섭 읻다 편집자)
단요 저 | 사계절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를 보며 읽는 재미를 오랜만에 색다른 방식으로 경험했다. 이 ‘규칙 게임’은 윤리학부터 SNS까지 아우르며 구체적인 질문을 던진다. 작중의 ‘수레바퀴’는 완전히 허구지만, 이 소설을 읽은 뒤로 나의 머리에는 수레바퀴의 그림자가 서늘하게 드리워져 있다. (심완선 평론가)
스즈키 이즈미 저/최혜수 역 | 문학과지성사
올해 가장 즐겁게 읽은 소설은 스즈키 이즈미의 『여자와 여자의 세상』이었다. 희망 따위 남기지 않고 태연한 얼굴로 절망을 이야기하는 소설들. 일그러진 현실 속에서 ‘내가 이상한 걸까? 오히려 이 지루한 현실이 문제 아니야?’라고 묻는 듯한 인물들. 이 이상한 소설들을 읽고 통쾌했다면 이상한 말일까. 한 해 동안 정상성을 강요하는 세계가 너무도 피곤하고 따분했다면, 올해가 가기 전 스즈키 이즈미 월드를 만나볼 것을 권한다. (김윤주 채널예스 기자)
정지돈 저 | 창비
핵폐수가 바다로 흘러들고, 무인 드론이 사람을 폭격하고, 해묵은 이념 논쟁이 횡행한 2023년에 필요한 건 이런 종류의 웃음이 아닐까. (이진혁 창비 편집자)
유현아 저 | 창비
"시를 읽는다 한들 공장으로 돌아가는 길이 가까워지는 것도 아니고 함께 해고된 내 친구가 돌아오는 것도 아닌데" 이 구절을 읽자마자 시집을 사버렸다. 사라지는 곳에 살아있는 이들에게 눈을 떼지 않는 시인의 집요함이 행과 장 사이사이 박혀있다. 지난한 일상을 살게 하는 건 다정한 눈길이었다는 것, 아마도 그게 시를 읽는 이유라는 것을 일깨워준 책. (이참슬 채널예스 기자)
김소연 저 | 문학과지성사
아름다움의 섬광. 시는 우리에게 잠깐의 빛을 줄 뿐이다. 그러나 잠깐의 빛마저 없다면 토마토소바를 먹고 방을 잡고 노는 일상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일상이 없다면 아름다움의 섬광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의정 채널예스 기자)
김겨울 저 | 웅진지식하우스
굳은살을 매만지며 "서로의 연장"을 끝까지 믿는 그 마음에 기대어 나를 멀리 데려가는 법을 배운다. "실패와 무마의 순환 속에서" 분투하는 그 겨울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또 이렇게 확장하고 유영하며 훌훌 겨울을 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은진 채널예스 기자)
홍은전 저 | 봄날의책
(현재까지)올해는 127권의 책을 읽었다. 일로도 취미로도 열심히 읽은 해였다. 이 책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힘으로 나를 바꿨다. 어떤 책은 나를 절망에 밀어 넣음으로써 구원하기도, 어떤 책은 내가 세운 경계를 깨트림으로써 용기를 주기도, 또 어떤 책은 기다린 줄도 모르고 기다려온 이야기였음을 알려주기도 했다. 욕심이 있다면 그런 책들을 전부 소개하는 것이지만 그건 진짜 욕심이라는 걸 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치열하고 심각하게 고민한 며칠이었다. 그리고 결국 홍은전 작가의 『나는 동물』을 올해의 책으로 골랐다. 이 책은 그야말로 “한 인간이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85쪽)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자주 실패했지만 『나는 동물』 덕분에 나도 몇 번쯤은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신연선 채널예스 기자)
마민지 저 | 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한국인들의 '부동산 여정'을 해부학적으로 보여주는 수작. (박상영 소설가)
최현숙 저 | 문학동네
마치 칼날 위에 선 듯한 폭발하는 고백들이 뜬소문에 불과한 세상의 두려움들을 가차없이 돌파해나간다. (김멜라 소설가)
배수아 저 | 문학동네
비밀과 매혹, 기다림과 망각, 글쓰기와 언어, 그리고 한 권의 책… 우리가 일상을 맡기기로 한 그런 일들에 대해.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자)
“사랑은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는 책 속 표현을 빌어, 세상의 고통 역시 그러하다는 한탄을 더해, 2023년 마음을 기댄 산문으로 배수아를 다시 떠올린다. (이다혜 씨네21 기자)
나탈리아 긴츠부르그 저/이현경 역 | 휴머니스트
2차 대전에서 살아남은 자신과 가족과 친구의 삶을 신랄하고도 재치 있는 시선으로 잡아낸 얇지만 무거운 책으로,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선명하고 차가운 빛 속에 있는 것 같은 이야기들. (황유원 시인)
모하메드 아부엘레일 라셰드 저/송승연, 유기훈 역 | 오월의봄
미쳤다는 것이란, 그리고 정상성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 이 책은 우리에게 놀라운 질문을 던진다. (황인찬 시인)
이윤승, 선영, 애리, 유랑, 조원배 저 외 4명 | 교육공동체벗
그 어느 곳보다 변화가 더딘 학교라는 공간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그러나 그곳에 꼭 필요한 교사들을 비춘 책입니다. 올해는 특히 안타까운 소식들을 여러 차례 접하면서 제 학창 시절의 학교와 그곳에서 만난 여러 선생님의 모습도 자주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공간이기도 한 학교는 그만큼 다채롭고 풍성한 삶의 모습들을 담아내고 보여주어야 함을 확신했습니다. 기획, 저자의 진솔한 글, 단정한 편집 모두 좋았습니다. (이효미 문예출판사 편집자)
로버트 휘태커 저/장창현 역 | 건강미디어협동조합
정신과 약을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 정신과 약을 현명하게 먹고 싶은 사람, 정신과 약을 현명하게 줄이고 싶은 사람, 정신과 약을 현명하게 끊고 싶은 사람, 그리고 정신건강 위기의 시대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약물치료가 사회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한 사람,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기념비적인 책. (이미상 소설가)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저/류경희 역 | 북하우스
1990년대 페미니즘을 처음 알게 된 우리를 뒤흔들어 놓았던 '그 책', 그리고 그 후속작 덕에 이제 페미니즘의 지형도를 더 넓게 그릴 수 있게 되었다. (홍한별 번역가)
전현우 저 | 이김
『오송역』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하나의 정책이 경로 의존성을 만들게 되며, 그 결과 수많은 사람이 고통받게 되는지를 천착한 책이다. 나는 노인병 의사이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선진국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도 우리나라는 노인의학 개념이 의료에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노년기 일차 진료가 정립되고 있지도 못한 실정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어른들의' 이유들로 현재 시스템의 부조리가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태어나서 가장 많은 횟수의 기차를 탔다. 매번 표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오송역에도 여러 번 갔다. 나의 일과 삶에서 느끼는 고통의 기전을 『오송역』에서 많이 배웠다. (정희원 노년내과 의사)
미셸 드 세르토 저/신지은 역 | 문학동네
대중은 바보가 아니다. 그러나 이 자명한 사실을 진정으로 아는 책은 드물다. 『일상의 발명』은 대중을 위한 연구서다. (정지돈 소설가)
야마키타 아쓰시 저/유태선 역 | 요다
판타지를 쓰기 위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며 초능력을 쓸 수 있게 된 주인공이나 요정을 만나게 된 주인공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고전적인 판타지는 늘 세계라는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당신의 상상력에 체계와 질서를 만들어줄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이융희 장르 비평가)
앨리슨 케이퍼 저/이명훈 역 | 오월의봄
셋으로 나뉘어 있던 이론과 실천의 갈래를 하나로 땋은 역작. (서성진 마티 편집자)
김은성 저/최정우 그림 | 알마
어떤 세계는 종이 위에 새겨졌을 때 더욱 날카롭게 빛난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품은 『빵야』의 세계도 그렇다. 악기를 꿈꿨지만 무기로 태어난 99식 소총 ‘빵야’에게 바치는 경쾌한 교향곡. 동시에 좌절이라는 표적을 향해 용기라는 방아쇠를 당기는 모든 이를 위한 이야기. (이솔희 더뮤지컬 기자)
『시간을 달리는 소설가』
피아조아 저 | KW북스
웹소설은 대중문화인 동시에 대중문화에게 가장 가깝게 다가가는 메타적 존재이기도 하다. 웹소설이라는 형상이 제도권의 문학 전반을 대상으로 접근한 발칙한 상상력은 유쾌함을 넘어 감동을 선사한다. (이융희 장르 비평가)
Bill Watterson 저/신소희 역 | 북스토리
상상력과 사유가 실은 하나라는 사실을 대범하고도 간결하게 증명한 이 세기의 카툰을 제대로 된 한국어 판본으로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뒤늦었어도 충분한 축복이다. (윤아랑 평론가)
문선희 저 | 가망서사
몸을 낮추고 엎드려서 고라니와 눈을 맞추는 일, 그것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야 하는 일입니다. '보리'와 '산이'와 '초코'와 '우리' 들의 담담한, 의연한, 슬픈 얼굴은 그 애정과 겸손의 기록입니다. 참 오래, 깊이, 아름답습니다. (박지홍 봄날의책 대표)
한 해 동안 귀한 책들이 많이 나왔다. 그중 하나를 ‘올해의 책’으로 내미는 일이 내겐 쉽지 않다. 그러나 『이름보다 오래된』이라면, 낱낱의 책들 맨 앞에 기어이 둘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서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는 절실한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고 믿는다. 나는 인류에 대한, 책 읽는 사람 곧 ‘독자’에 대한 내 믿음을 이 책에 걸어본다. 책 도입부에 “이름을 안다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신비를 하나의 단어로 덮어버리는 일인지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 옆 접힌 종이를 펼치면 갈대 또는 억새가 덮인 벌판에 있는 고라니 둘과 마주하게 된다. 눈 코 입 귀가 저마다 다르게 생긴 ‘이름보다 오래된’ 고라니의 초상이 잇따라 나오다가, 사이사이 사진으로 남지 못한 고라니가 빈 종이로 ‘나온다’. 사진으로 남거나 남지 못한 고라니들을 만나는 신비 체험을 뭐라 설명할 수 있을까. 29,000원을 정가로 잡은 책에 담긴 신중한 바람을 짐작하고 있다(실은 그보다 높게 매겨야 할 책이 많다). 갈수록 종잇값과 제작비가 오르고 책 찾는 마음이 귀해지고 드물어지는 시대, 『이름보다 오래된』은 책의 값어치에 대해 다시 묻는다. (강소영 위즈덤하우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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