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문제는 교권 vs 학생 인권이 아니다”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64회) 『괴물 부모의 탄생』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한 게스트는요, 우리학교 출판사의 홍소연 편집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홍소연: 안녕하세요.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 그리고 교사와 부모님들을 위한 책을 만들고 있는 홍소연 편집자입니다.
불현듯(오은): 오늘 소개할 책은 김현수 정신과 전문의가 쓰신 『괴물 부모의 탄생』입니다.
김현수 저 | 우리학교
불현듯(오은): 저는 책 제목을 보고 온라인 서점에서 바로 구매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지금 그 책을 가지고 왔는데요. 실은 보자마자 ‘괴물 부모’라는 것이 너무 센 말 아닌가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영어로 작게 ‘Monster Parents’라고 적혀 있잖아요. 그 말인즉, 이게 한국에서 만든 조어가 아니라 외국에서도 있는 단어라는 의미겠구나, 싶더라고요. 편집자님께 이 책 소개를 먼저 부탁을 드려야 될 것 같아요.
홍소연: 『괴물 부모의 탄생』은 말 그대로 자기 아이를 최고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어떻게 교실과 사회에 해로운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룬 책이에요. 지난여름 서이초등학교에서 되게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고,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오기 시작하셨잖아요. 저희 출판사는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내고 있던 출판사였고, 교사분들과 같이 성장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출판사여서요. 저희도 무엇이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편 김현수 선생님과는 다른 책을 기획을 하고 있었죠.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너에게’라는 부제로 게임 중독에 관한 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요. 선생님이 조금 아프셔서 중단된 상태였어요. 그래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가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는데 7월 말에 김현수 선생님께서 ‘사실은 저한테 쓰다만 원고가 있다’고 연락을 주신 거예요. 선생님께서 몇 년 전부터 교사들을 상담해 오시면서 문제를 인식하셨던 거죠. 문제는 교권과 학생 인권의 대립만이 아니라고요. 그러면서 원고를 보내주셨는데 되게 운명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시의적절한 때에 이런 원고를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준비했고요. 그렇게 책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캘리: 정말로 현재적인 이야기, 시의적인 이야기였어요. 그런 이야기를 이렇게 빨리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하면서 감탄했었고요. 띠지에 ‘교실과 교사를 무너뜨리는 괴물 부모 현상 그 사회적 해결을 위한 긴급한 제언’이라고 적혀 있잖아요. ‘긴급한 제언’이라는 말이 너무나 적확한 표현 같았어요. 읽으면서도 저자분께서 얼마나 긴급하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셨는지 느낄 수 있더라고요. 지금 편집자님께서 잠깐 말씀하셨지만 저자 분께서 아프셨다고 하셨잖아요. 뒷부분에 실린 후기를 보면 주변에서는 원망의 말까지 들으셨다고 해요. 이 책을 위해서 건강을 조금 덜 돌보셨던 거죠. 그 정도로 긴급하게 이 얘기를 사회에 하고 싶다는 마음이 담긴, 그 마음이 느껴지는 책이었어요.
불현듯(오은): 작가님 소개를 보면 이렇게 다양한 일들을 하신다는 데 큰 인상을 받았어요. 보통은 전문의이기 때문에 정신 건강을 위한 어떤 치료와 돌봄을 하실 것 같은데요. 대안학교 교장 선생님이시기도 하다는 소개도 등장을 해요. 김현수 작가님하고는 처음에 어떻게 인연이 닿았는지도 궁금해요.
홍소연: 김현수 작가님은 원래 제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이셨어요. 작가님이 사회적 트라우마도 많이 다루시고요. ‘심리부검’이라는 말도 작가님 덕분에 알게 됐어요. 실은 제가 과거 관악구에서 봉사활동을 할 때 멀리서 뵌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열정도 많으셨어요. 그러다 올해 초에 『어느 날 내가 중독에 빠진다면』이라는 일본 책을 번역을 해서 내게 되면서 드디어 선생님께 추천사를 부탁드리게 된 거죠. 요청을 드리면서 제가 오랫동안 선생님의 팬이었다는 말씀도 드렸고요. (웃음)
선생님이 ‘사춘기 통역사’라는 말을 들을 만큼 청소년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시는데요. 청소년을 위한 책을 하나도 안 쓰셨어요. 그래서 제가 청소년 책을 꼭 쓰셔야 된다고, 설득을 했고요. 선생님이 그 자리에서 너무 흔쾌히 두 권이나 약속을 해주셨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불현듯(오은): 제목에도 들어있는 ‘괴물 부모’라는 말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려야 될 것 같아요. 이 단어가 한국에서 먼저 만들어진 단어는 아닌 것 같거든요.
홍소연: 괴물 부모라는 말은 일본에서 먼저 쓰인 말이에요. 선생님이 주신 원고를 받았을 때 소름이 돋았던 게, 일본에서 괴물 부모 현상이 시작된 게 저희와 똑같았다는 점이었어요. 일본에서 2006년에 신입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려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있었고요. 그게 사회 문제가 되었죠. 일본에서는 그 문제가 워낙 심해서요. ‘교사 사냥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사들이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에 극심하게 시달렸다고 해요.
그 뒤에 홍콩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어요. 따라서 몬스터 페어런츠라는 말은 심리학이나 교육학 공부하시는 선생님들은 이미 알고 계셨던 말이에요. 특히 일본, 홍콩에서 연구가 많이 됐고요. 2010년도부터는 한국에서도 몬스터 페어런츠라는 이름으로 교사들이나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하셨습니다.
근데 한국에서는 몬스터 페어런츠를 괴물 부모라고 번역해서 쓰지는 않았어요. 책을 만들면서 구글링을 해보니까 한국에서 괴물 부모라는 건 주로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들을 일컫고 있더라고요. 때문에 제목 만들 때도 되게 힘들었어요.
캘리: 고민이 되셨을 것 같더라고요. ‘괴물’이라는 단어가 주는 즉각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그리고 이게 자칫 잘못하면 타자화시키기 쉬운 수식이기도 하고요. 물론 이미 있는 용어기는 하지만 이것을 그대로 번역해서 괴물 부모라고 명명했을 때 갖게 될 부담감이 어떤 건지 약간 짐작이 돼요.
불현듯(오은): 한국에서는 ‘진상 부모’라는 말을 더 많이 쓰잖아요. 때문에 그 단어를 썼으면 훨씬 더 빨리 반응이 올 수도 있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물 부모의 탄생』이라는 제목을 보고 책을 읽으니까, 이것이 더없이 정확한 표현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괴물은 만들어지는 것이잖아요, 퇴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과정들이 세세하게 적혀 있어서 참 좋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캘리: 괴물 부모의 정의를 책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말씀드리면요. “비텔리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괴물 부모는 다음과 같은 사람들로 특징지을 수 있다. 먼저 괴물 부모들은 자녀의 삶을 과도하게 통제하려고 한다. 자녀의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것에 지나치게 관여하면서 자녀에게 자율성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결과 자녀들은 스스로 책임감이나 성취감을 경험하지 못한다.” 이러면서 이제 이 뒤에 좀 구체적으로 소개를 해주고 계시죠.
내가 진상 부모인지 알아보는 진상 부모 체크리스트
① 개인 연락처를 안 알려 주는 선생님은 애정이 없다.
② 정말 급할 때는 늦은 시각에 연락할 수도 있다.
③ 젊고 예쁜 선생님이 좋다.
④ 애 안 낳고 안 키워 본 사람은 부모 심정을 모른다.
⑤ 나이 많은 선생님은 엄해서 애들이 싫어한다.
⑥ 젊은 여교사는 애들이 만만하게 봐서 휘어잡지 못한다.
⑦ 우리 애는 예민하지만 친절하게 말하면 다 알아듣는다.
⑧ 우리 애는 순해서 다른 애들한테 치일까 봐 걱정이다.
⑨ 우리 애는 고집이 세서 이해할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⑩ 때린 건 잘못이지만 맞는 것보다는 낫다.
⑪ 우리 애가 잘못했지만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홍소연: 저도 9살 아이의 엄마인데요. 제가 아이를 낳았을 때 막 노키즈존 같은 게 있었어요. 아이를 가진 엄마들을 보는 시선이 좋지 않았고요. 그 와중에 도와줄 곳이 정말 없더라고요. 일도 해야 하고 애도 봐야 되고 그러니까 정말 사회에 어떤 도움을 기대를 할 수가 없는 거죠. 공동체라는 게 다 무너진 상황에서는 아이하고 둘이 하루 종일 보내게 돼요. 책에도 나오지만 그래서 자녀와 자기의 일체화라는 말을 읽으면서 되게 마음이 따끔따끔했어요. 그러니까 아이를 통제한다고는 말을 하지만요. 사실은 놀이터에도 혼자 내보낼 수 없는 그런 세상이잖아요. 아이가 친구하고 놀게 하려면 다른 부모와 연락을 해서 플레이 데이트라는 걸 해야 해요. 정말 예전 같지 않고요. 그래서 점차 의도치 않게 금이야 옥이야 키우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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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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