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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가지 철학의 한마디로 만나는 철학의 말과 사유의 핵심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김수영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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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늘을 춤추게 하는 철학의 한마디


철학은 어렵다. 누구나 ‘철학’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김수영 작가의 두 번째 책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는 유명하지만 제대로 알 수 없었던 철학의 말에 담긴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통해 그 안에 담긴 사유의 핵심을 살펴본다. 즉, 이 책의 저자는 철학의 말과 독자 사이를 잇는 통역가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셈이다. 김수영 저자가 생각하는 철학, 철학 하는 어려움과 즐거움을 들어 보았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는 어떤 책인가요?

저는 오랫동안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에 대해 글을 쓰고 강의를 해왔습니다. 대개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또 ‘SERICEO’라는 온라인 교육사이트에서 오랫동안 철학 강의를 했습니다. 

SERICEO 강연을 준비하면서 저는 몇 가지의 원칙을 만들었는데요, 첫째, 짧은 분량이어야 할 것, 둘째, 이해하기 쉬워야 할 것, 셋째, 일상의 문제들과 연결되어야 할 것, 마지막으로, 철학의 주요 문제에 관한 내용이어야 할 것이라는 원칙이었습니다. 

다행히 SERICEO 강연의 반응이 좋았고, 그 내용을 보완하고 다듬어서 책으로 내게 된 것입니다. 물론 책이라는 특성에 맞게 내용을 수정했습니다만, 강의 때 제가 가졌던 원칙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그간 수많은 대중 철학서가 나왔지만, 여전히 철학은 어렵고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유가 뭘까요?

철학은 우리의 삶에 대해 가장 직접적이고 가장 근본적으로 생각하는 학문입니다. 그러니 철학이 쉽다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닐까요? (웃음)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쉽고 간단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삶은 복잡합니다. 쉽지 않죠. 답이 금방 보이지도 않습니다. 쉬운 답이 있다면 그건 좋은 답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조금 느긋하게 철학에 접근하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공부하다 보면 정말 헤어 나올 수 없는 철학의 매력을 경험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작가님은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따셨는데요, 철학을 좋아하셨기 때문이겠죠? 처음 철학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개 우리는 인생의 어느 때 철학적인 질문에 사로잡히게 되고 이때 철학을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어떤 사람은 가볍고 명랑하게 잠깐 만나고 헤어지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철학과 깊게 사귀면서 심한 열병을 앓게 되죠. 

제가 처음 철학을 만났을 때는 이렇게 평생 철학에 사로잡혀 지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철학에 관심을 갖게 된 단 하나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처음 철학을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 읽은 고전 소설들을 통해서였습니다. 헤르만 헤세와 앙드레 지드, 알베르 카뮈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었습니다. 때로는 감탄하면서 읽었지만, 그 작품들이 지닌 깊은 의미를 충분히 숙고했다고 볼 수는 없죠. 그러나 이 작품들이 던지는 수많은 매력적인 질문들이 당시 저를 사로잡았던 것 같습니다. 그 뒤로 여러 철학의 고전과 좋은 철학 산문들을 접하면서 철학의 매력에 빨려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여러 크고 작은 계기와 경험이 쌓이고, 이 힘으로 평생 철학을 공부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책에서 ‘철학의 한마디’에 집중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철학은 누가 뭐래도 말을 통해서, 우리의 언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학문입니다. 언어를 떠난 철학은 있을 수 없지요. 물론 언어에 대해 회의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질 수는 있지만, 그런 태도조차 적어도 철학 안에서는 역시 언어로 표현됩니다. 

철학은 언어를 통한 학문입니다. 링컨의 말에 빗대어 표현하자면, 언어의(of) 학문이고, 언어에 의한(by) 학문이고, 또 언어를 위한(for) 학문입니다. 

철학적 탐구의 과정과 결과물이 철학자의 언어로 표현되고 또 철학자의 언어에 고스란히 담겨 있지요. 그런데 우리는 종종 벽에 부딪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수많은 문장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분명치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철학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철학의 한마디’ 즉, 철학의 언어의 의미를 설명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철학에 접근하는 가장 빠르고 중요한 길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에는 없는, 작가님께서 좋아하시는 철학의 한마디를 하나 더 알려주시겠어요?

고대 그리스의 격언에 “칼레파 타 칼라(chalepa ta kala).”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플라톤도 좋아했던 말이었죠. 

직역하자면 “아름다운 것들은 어렵다.”라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반드시 우리 눈에 보이는 미적 외관만을 지칭하지는 않습니다. 가치를 담고 있는 것, 우리가 욕구하는 것, 모두가 바람직하다고 여기면서 공동의 지향으로 삼고자 하는 것, 그것이 “타 칼라” 그러니까 ‘아름다움’입니다. 

이 격언의 의미에 충실해서 생각해 보자면, 지금 현재 우리가 아름다운 것이라 생각하는 것들은 대개 진짜 아름다움이 아닐 겁니다. 아름다움이 그렇게 쉽게 성취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한 참된 사유는 어쩌면 바로 이 점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쉽지 않다는 것, 쉽게 도달될 수 없다는 것, 쉽게 합의될 수 없다는 것, 쉽게 발견될 수 없다는 것, 거기에 참된 가치의 본질이 깃들어 있습니다. 

책에 36가지 철학의 한마디가 담으셨는데요,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한마디가 있으시다면 어떤 문장인가요?

글쎄요, “철학은 놀라움에서 시작한다.”라는 말을 꼽고 싶습니다. 

놀라움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을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에서 성립합니다. 이것은 의식적인 행동일 수도 있고, 또 우리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어떤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나이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저는 이 ‘놀라움’을 갖는 게 점점 어려워지는 것을 느낍니다. 소소하게 여러 일에 대해 확신이 커지고, 그에 따라 판단도 많아집니다. 경험이 늘어갈수록, 읽고 생각하는 것이 늘어갈수록 주관적 확신이 조금씩 커집니다. 이것이 때로는 우리에게 내면의 안정감을 선사하기 때문에 확신과 판단이 정말 달콤하게 여겨질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때가 가장 위험한 때인 것 같아요. 확신하는 사람은 더 이상 자신을 의심하지 않게 되고, 그런 사람은 참된 의미에서 공부를 게을리할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반응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고 지금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 채 세월을 보내게 됩니다. 저는 늘 생각하고 싶고 공부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 안의 ‘놀라움’의 감정을 사랑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작가님 책을 읽고 철학에 관심 갖게 된 독자에게, 다음에 읽으면 좋을 철학책을 추천해 주신다면요?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에는 “철학은 이론이 아니라 활동이다.”라는 문장에 대한 제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철학은 요약된 형태로 정리해서 머리에 집어넣는 학문이 아닙니다. 철학 하는 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하나하나 확인하고 세심하게 따져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쉽건 어렵건 철학자들이 쓴 글을 직접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읽어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 페이지도 좋고 단 몇 줄도 좋습니다. 위대한 철학자들이 직접 써 내려간 문장들을 읽으며 그들과 대화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물론, 말이 잘 통하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웃음) 그러나 가끔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철학자가 나에게 건네는 달콤한 음성이 들릴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이 주는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죠. 그런 순간이야말로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꼭 느껴보시기를 바라고 응원합니다.




*김수영

철학에 대해 공부하고 쓰고 말하는 사람이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플라톤 철학을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콘스탄츠대학교에서 플라톤의
『국가』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출판사 ‘문학과지성사’의 주간과 대표를 역임했다. 출판사 ‘로도스’를 만들어 다양한 교양서적을 발간하면서, 대학에서 철학 관련 과목을 맡아 강의했다. 2018년부터 3년 동안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원장으로 일했다. 현재 한양여자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일간지에 고정 칼럼을 기고했으며 고등학교, 대학교, 기업 등에서 철학의 매력적인 여러 주제를 가지고 강연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철학이 내 손을 잡을 때
김수영 저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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