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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60회) 『악인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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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불현듯(오은): 오늘의 특별한 게스트는요, 돌고래 출판사의 김지운 편집자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운: 안녕하세요. 

불현듯(오은): 집에 홈레코딩 장비가 있다고 하시는 분이에요. 마이크 사용이 아주 능숙하신 것 같더라고요.(웃음) 

캘리: 왠지 스튜디오에 편안하게 들어오셨어요. 



불현듯(오은): 먼저 이 책의 기획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김지윤 편집자님의 목소리로 들어보겠습니다. 

김지운: 몇 년 전부터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슬로건이 유행처럼 많이 돌았었죠. 현실 범죄의 보도 윤리 차원에서 처음 제기가 됐던 것으로 기억을 해요. 그렇지만 실제 범죄를 다루는 것과 창작 서사를 다루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잖아요. 이 두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이 슬로건이 동일하게 적용이 되고, 맞는 말처럼 이야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좀 있었어요. 지금까지는 정교하지 않은 방식으로 얘기가 흘러왔기 때문에요. 그 부분을 얘기해보는 계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기획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캘리: 저도 기억이 나요. 언론 보도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았잖아요. 그러다 문학 작품 같은 픽션 안에서도 악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그러니까 악인한테는 서사를 너무 주지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달라는 말들이 있어서 많은 창작자분들도 고민을 하셨던 걸로 기억이 나요. 

그래서 『악인의 서사』를 읽으면서 저 역시 이런 기획이 정말 필요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말이 되게 직관적이잖아요. 그렇지만 면밀하게 보면 악이라는 게 뭐냐, 악인한테 서사를 줄 때 어떤 영역에서는 주지 말아야 되느냐, 또 어떤 면에서 필요하냐 등 다양한 부분을 디테일하게 살펴볼 수 있는 것이고요. 이 책에서 그걸 하고 있어서 일단 기획이 너무 멋지고, 중요한 책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은 저도 그 슬로건에 혹해서 ‘맞아, 나도 악인의 서사는 알고 싶지 않아’ 했던 적이 있거든요. 지금도 어느 부분에서는 그 말에 공감하지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불현듯(오은): 모두 아홉 분의 필자께서 글을 써 주셨잖아요. 기획안을 보낼 때는 어떤 글이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을 것 같은데 불안하진 않으셨는지도 궁금했습니다. 

김지운: 그 위험성을 저희도 처음부터 인지를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주제를 다뤄주실지에 대해서 먼저 조금 논의를 나누긴 했어요. 구체적으로 글을 발전시키는 과정, 그리고 최종적인 결과물에서는 기획과 다른 형태의 글이 나올 수는 있겠지만요. 사전에 그런 식의 논의를 통해서 리스크를 줄였던 걸로 기억이 됩니다. 

캘리: 그렇다면 최종 글을 받아봤을 때의 소감도 궁금해요. 뜻밖의 글, 아니면 좀 놀랐던 글도 있었을 것 같거든요. 

김지운: 번역가 최리외 선생님의 글인데요. 본인의 관심사와 연관지어서 악인의 서사라는 주제를 독창적으로 접근하신 케이스죠. 사실 악인에게 서사를 주지 말라는 요구 자체의 엄밀한 정의에 대한 합의가 없어요. 굉장히 거친 방식으로 사람에 따라서 제각기 달리 정의된 채 이야기돼 온 측면이 있잖아요. 그게 결점일 수도 있겠지만, 그 논의 자체를 단행본의 하나의 특색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래서 ‘악인’이니 ‘서사’니 하는 거창한 개념어들에 대해 저자분들이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하셔도 좋다고 자율성을 처음부터 드리기는 했습니다. 

불현듯(오은): 물론 필자분들의 글솜씨야 당연히 공감하고 신뢰할 만한 부분이 있지만요. 한편으로는 글들이 원작에 대한 해설, 비평인 경우가 많잖아요. 이미 출간되어 있는 책이나 고전, 많은 사람들이 본 드라마나 영화 같은 콘텐츠를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요.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 이 영화를 접하지 않은 사람일 경우 거리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편집자님은 그런 걱정은 없으셨는지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김지운: 초고를 받았을 때인데요. 작품을 읽거나 보지 않은 분들도 대략의 줄거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글을 잘 써 주셨더라고요. 걱정이 처음부터 없던 건 아니었는데요. 다행히 결과물 자체는 대체로 걱정들을 좀 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캘리: 강덕구 평론가님의 경우 서부극에 대해서 많이 풀어주셨잖아요. 저는 그 콘텐츠를 거의 즐기지 않았고, 본 경험도 거의 없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걸 잘 읽어낼 수 있을까, 하고 처음에 생각했는데요. 전혀 어려움이 없었어요. 무엇보다 큰 주제, ‘악인의 서사’라는 것이 있으니까 그 부분을 어떻게 보고 계신지, 그리고 그 부분에서 독자인 나는 어떤 걸 이해해야 되는지를 굉장히 잘 이끌어주고 계시더라고요. 

불현듯(오은): 이 부분도 좋죠. 각 글이 끝날 때마다 각 글에서 다루었던 작품들이 색인처럼 정리가 되어 있잖아요. 이건 당연히 기존의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다시 이것을 접하고 싶으신 분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보실 수 있게 한 거였는데요. 책 같은 경우는 출판사까지도 병기해서 적어두셨으니까요. 나중에 언급된 작품들을 찾아보실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뭔가 독서를 독려하는, 그리고 시청을 독려하는 그런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캘리: 한편으로는 언급된 작품들을 다 정리하는 건 편집자분의 몫이 아니었을까 해서요. 편집자님은 힘드셨을 것 같기도 하네요.(웃음) 

김지운: 근데 저는 이런 식의 목록화 하는 걸 학교 다닐 때부터 되게 좋아했던 사람이었어요. 저희 출판사에서 나온 『나의 사랑스러운 방해자』라는 책도 권말에 번역본 목록이 실려 있거든요. 그런 것들 정리하는 것에 제가 자진해서 하는 편이에요. 

이건 좀 다른 얘기긴 한데요. 저희가 책 내고 서점 미팅을 다닐 때, 이 책을 통해서 다른 책도 팔릴 수 있다는 포인트를 서점 MD분들께 어필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그 어필이 잘 먹혔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불현듯(오은): 이런 생각도 드는 거죠. 나한테는 선인이었던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악인일 수도 있을 것이고요. 그럴 경우 그 사람이 악인인가 고민할 수 있어요. 물론 나한테는 선인이지만요. 악인과 선인을 상대적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도 뭉게뭉게 피어 오르더라고요. 편집하시면서도 그런 지점들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이 생겼을 것 같아요. 

김지운: 네, 저희가 책을 준비하면서 다른 자료에 대한 리서치도 많이 했었는데요. 그러다 『시계 태엽 오렌지』의 작가인 앤서니 버지스의 말을 하나 발견했었어요. 작가들이 작품이나 인물을 조형하는 데 있어서 선과 악을이라는 축으로 늘 세계를 만들어가는 건 아니라는 얘기였고요. 그 말이 개인적으로는 많이 공감이 됐어요. 그런 선악의 분리 불가능성 같은 것들을 더 곱씹을 만한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벌어졌던 논쟁들은 너무 그것이 확연하게 구분될 수 있는 양 이야기됐던 측면이 있던 것 같아요. 그 부분도 함께 짚고 싶었습니다. 

캘리: 밑줄을 많이 친 글 중 하나가 전승민 평론가의 글인데요. 이런 문장이 있어요. “현실은 깔끔하지 않다. 진창이다. 만약 이를 두고 문학 속에서나마 다른 세계를 보고 싶었다, 라고 누군가 반박한다면 그것은 문학이 지닌 결기를 부정하는 기만적 태도다.” 너무 좋죠. 문학에서 악인의 서사를 봐야 되는 이유 같은 것도 이 문장에서 다시 생각하게 되고요.

불현듯(오은): 예전에도 했던 말인데요. 일종의 맷집을 키우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게 문학 작품 같더라고요. 작가들의 상상력으로 어떤 세계가 구축되고, 이것은 내가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어떤 이야기죠. 가령 여러 끔찍한 살인 사건도 일어나고 하잖아요. 물론 그 충격에 헤어나올 수 없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어디선가 이것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 봤기 때문에 나는 어느 정도 단단해져서 힘든 시기를 넘길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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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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