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아웃] MZ편집자 등장! 이즈음 읽기 딱 좋은 기담 소개하러 왔습니다~
책읽아웃 - 오은의 옹기종기 (356회) 『여름 기담 세트 : 매운맛 + 순한맛』
‘책임’감을 가지고 ‘어떤 책’을 소개하는 시간이죠. ‘어떤,책임’ 시간입니다. (2023.08.31)
불현듯(오은) : <어떤,책임>의 포맷을 바꾸고 오늘이 세 번째 시간인데요. 댓글을 보면서 작지만 힘 있고 개성 넘치는 출판사들을 많이 소개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들을 한 권 한 권 소개하는 일이 또 얼마나 뿌듯한 일인가를 새삼 실감하게 되는 지난 한 달이었습니다.
오늘의 특별한 게스트는요, 읻다 출판사의 최은지 편집자님입니다.
최은지 : 읻다 출판사에서 한국 소설과 산문을 만들고 있는 최은지 편집자라고 합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름 기담 세트 : 매운맛 순한맛』
백민석, 한은형, 성혜령, 성해나, 이주혜, 정선임, 범유진, 전예진 저 | 읻다
불현듯(오은) : 읻다 출판사가 어떤 출판사인지 간략하게 소개를 부탁드려요.
최은지 : 저희 출판사를 시옷 받침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되게 많으세요. 이를테면 북토크를 할 때 참가비를 받잖아요. ‘이’에 디귿 받침을 사용하는 것이 은행에는 저장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에는 저희가 시옷 받침을 쓰거든요. 그럴 때마다 큰 성공을 해야겠다, 그래서 ‘읻다’를 꼭 알려야겠다, 생각하곤 해요.(웃음) 저희는 그간 국내 학술계의 동향을 알리는 서평 잡지라든지, 해외 시인선 같은 인문서에 가까운 책을 만들어 왔었는데요. 앞으로는 소설로도 크게 선보일 예정인 출판사입니다.
캘리 : <어떤,책임>에 단호박 님이 처음 출연하셨을 때 최의택 작가님의 『비인간』을 소개해 주셨었는데요. 그 책도 읻다에서 나오는 시리즈죠.
최은지 : 맞습니다. 저희가 ‘포션’이라는 장르문학 브랜드를 만들었고요. 그 브랜드 안에 있는 책이 『비인간』이었습니다.
불현듯(오은) : 오늘 저희가 함께 이야기 나눌 책은요. 『여름 기담』이라는 제목의 시리즈예요. 두 권의 책이 나왔죠. 『여름 기담 : 매운맛』과 『여름 기담 : 순한 맛』인데요. 먼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최은지 : 사실 이 시리즈 전에 첫 번째 테마소설집으로 ‘MBTI 테마소설집’을 낸 적이 있어요. 그래서 명맥을 잇고자 강렬하고 뾰족한 테마소설집을 다시 한번 내보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있었고요. 한편으로는 MBTI라는 소재만큼 타격감 있는 소재를 찾기가 힘들더라고요. 별자리를 할 수도 없고, 사주 운세를 할 수도 없고요. 그래서 무난한 걸로 가되 여름이니까 경량화된 컨셉으로 두 권을 나눠서 내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요. 자연스럽게 기담으로 컨셉이 정해졌어요. 그런데 처음에는 순한맛과 매운맛이 아니었어요. 무엇이었을지 혹시 맞혀보시겠어요?
불현듯(오은) : 매운맛과 아주 매운맛!
최은지 : 원래는 산과 바다였어요. 곰곰 생각해 보니까 산에서 일어나는 일과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은 거예요. 그래서 계속 회의를 했고요. 그러다 보니까 저희 팀 내부에서 무서움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걸 발견했어요. 이를테면 저는 고어물 같은 것도 되게 잘 보는데요. 동료는 무서운 걸 전혀 못 본다는 거예요. 기담 같은 거 별로 안 읽고 싶다고요. 그렇다면 저와 동료처럼 극과 극인 사람을 동시에 사로잡기 위해서 정도에 따라 이야기를 나눠보는 게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순한맛과 매운맛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불현듯(오은) : 표지도 굉장히 독특하잖아요. 레토르트 식품 같은 컨셉이에요. 게다가 디테일이 너무나 살아있어요.
최은지 : 표지 작업할 때 재미있었는데요. 사실 책을 만드는 편집자 입장에서는 요소가 많다 보니까 마지막까지 수정이 계속 나와서요. 마감을 하기까지 되게 힘들었어요. 이번 앤솔로지 주제를 정하는 데 되게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하지만 막상 정하고 보니까 순한맛 매운맛이 다 ‘맛’이고 그래서 식품 패키지 느낌을 내면 좋겠다는 것은 금방 결정을 할 수 있었고요. 순한 맛과 매운맛을 둘 다 가지는 식품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카레로 선택을 하게 됐어요.
불현듯(오은) : 모두 여덟 분의 필자가 계세요. 왠지 기담을 써달라고 한 다음에 원고를 받아서 순한맛과 매운맛으로 분류를 하셨을 것 같은데요. 진행 과정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려요.
최은지 : 불현듯님 말씀과는 조금 달라요. 처음부터 저희가 순한맛으로 써주십사, 매운맛으로 써주십사 요청을 드렸었어요. 매운맛 청탁을 드렸던 작가님이 저는 순한맛 쓰고 싶은데요, 하고 말씀하시는 경우는 없었고요. 매운맛 저와 잘 어울립니다, 써보겠습니다, 이런 반응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순한맛 작가님들도 마찬가지였어요. 왜 제가 매운맛이 아니고 순한맛인가요, 하신 분들은 없었고요. 순한맛 오히려 좋습니다, 이런 반응이 더 많으셨던 것 같아요.
캘리 : 백민석 작가님이 작품 뒤에 수록된 에세이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쓰기도 하셨는데요.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압도적으로 든 생각도 그거였어요. 여기에는 다양한 기담들, 미래에 인공지능이 나타났을 때의 무서움이나 정말로 미지의 존재가 나타났을 때의 무서움 등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하지만요. 결국에는 사람이잖아요. 그런 어떤 무서운 소재보다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무서워서요. 역시 무서운 건 사람이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거듭해서 기담이라는 이야기를 읽고 싶어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고요.
나는 무서움을 잘 타지 않는다. 공포 영화나 소설도 잘 보고,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여행지도 혼자 잘만 다닌다. 귀신이나 오컬트 현상도 믿지 않는다. 딱히 뭘 무서워했던 기억은 없다. 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것은 항상 사람이고, 사람이 만든 제도이고, 사람과 사람 사이를 엮어놓은 불평등한 관계라는 것 정도는 안다. 그런 것들이 사람을 끔찍한 지경에 빠뜨리고 고통스럽게 하고, 최종적으로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한 시간에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 무섭지 않은가? 공포는 현실에, 이 사회에, 소설의 바깥에 있다. 우리는 어쩌면 그 같은 진짜 공포에서 도망치기 위해 책에서, 영화에서 공포를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
캘리 : 녹음 직전에 편집자님께 말씀도 드렸는데요. 작품과 이어지는 에세이도 작품과 너무 절묘하게 잘 맞죠. 같이 읽을 때 정말 작품이 달라지는 걸 느꼈어요.
최은지 : 원래 기획 의도는 소설과 별도로 작가님이 실제로 겪었던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담는 거였어요. 소설이 아니라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달라고 부탁을 드렸던 거고요. 그래서 사실은 그 글들을 책 가장 뒤에 붙이려고 했거든요. 모든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부록처럼 붙이려고 했는데요. 막상 여덟 분의 작품을 받아보니까 글이 본인 작품에 대한 각주처럼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에는 각 작품 바로 뒤에 붙이는 게 더 어울리겠다 싶어서 지금처럼 구성했습니다.
캘리 : 이주혜 작가님 작품도 진짜 몸을 덜덜 떨면서 읽었어요. 순한맛인데도, 여자들의 삶 있잖아요. 가부장제의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순한맛에 수록된 작품이기도 하고 책 표지의 상큼함과 재미를 보면서 페이지를 열었기 때문에 약간 안심하는 것도 있었는데요. 처음에 나오는 이주혜 작가님의 작품부터 너무 무서웠어요.
최은지 : 제가 이주혜 작가님 작품에서 제일 무서웠던 부분은 초반에 나오는 묘사였거든요. 주인공의 남편이 교장 선생님인데 아내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찰싹찰싹 때립니다. 저는 그런 게 너무 가부장제에서 여성을 통제하는 방식을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어떤 면에서 수치심을 줘서 이 사람을 온순하게 만드는 것이잖아요. 그런 묘사가 너무 통찰력 있게 빛났던 장면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너무 현실을 적확하게 표현해 주셔서 무서웠어요.
캘리 : 그렇다면 저희가 각자 청취자 분들께 한 편씩을 골라서 영업을 하면 어떨까요? 그래서 어떤 사람의 소개가 제일 영업이 잘 되었는지 청취자 분들이 댓글로 남겨주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댓글 남겨주신 분께 <책읽아웃> 굿즈를 보내드리겠습니다. 저는 범유진 작가님의 「우산이 나타났다」를 소개할게요.
불현듯(오은) : 저는 한은형 작가님의 「절담」입니다.
최은지 : 저는 전혜진 작가님의 「디워」라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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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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