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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무더위를 식혀 줄 청량한 청소년 소설집

『짐승의 여름 방학』 이서유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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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분명 어떤 맛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원하고 청량하면서도 톡 쏘는 탄산음료와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요?


『짐승의 여름 방학』에는 집안 형편이나 가족 구성원들의 문제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기 일쑤인, 그래서 삶의 주도권을 쥐고 인생의 일 순위를 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쁨과 슬픔이 휘몰아치는 현실에 여기저기가 울퉁불퉁하게 깎여 나가지만, 순간을 충실하게 살아내고 품위를 지키며 미래로 건너가는 청춘의 맹렬한 여름을 포착했다. 



두 번째 소설집 『짐승의 여름 방학』으로 독자들에게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소개를 짤막하게 부탁드려요. ‘이서유’라는 필명을 쓰시게 된 이유도 궁금하고요. 

2016년에 문예 월간지인 <어린이와 문학> 투고한 청소년 단편 소설 『비가 와도, 써니!』 가 뽑혀 등단했습니다. 이후 작품의 제목을 『창밖은 맑음』 이라고 고친 뒤 다른 글들과 모아서 2022년에 같은 제목의 단편 모음집을 출간했고요. 올해 2023년 여름에는 『짐승의 여름 방학』으로 여러분에게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필명은 오랫동안 저를 지켜봐 주신 선배 작가님이 지어 주셨어요. 이서유의 서는 ‘글 서(書)’입니다. 평상시 제가 책을 끼고 뒹구는 시간을 제일 편하게 생각하는 듯해서 그냥 떠올랐다고 해요. 책과 함께하는 게 즐거운 사람, 이서유입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청소년들이 등장하는데 각자 처한 상황, 고민의 밀도,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 등이 각양각색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인 데다 대화도 무척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워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데요. 이 이야기들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처음이 궁금합니다. 이야기의 씨앗이나 캐릭터를 어떻게 발견하고 구축하시나요?

모든 이야기에는 당연하게 씨앗이 됨직한 것들이 분명 있겠지요. 거기에 저만의 상상력과 현실에서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을 잘 섞어서 극화시키는 편입니다. 『짐승의 여름 방학』 의 주인공 ‘짐승’은 이름부터 취미 등 여러 설정들이 다양한 씨앗들로부터 비롯되어 구축된 캐릭터예요. 일단 이름과 별명은 저희 집 작은 아이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치료해 주신 주치의 선생님의 성함이 ‘김승’이어서 아픈 아이와 말장난을 하던 추억에서 시작되었고요. 

취미는 실제로 미니어처에 미쳐 살던 학생을 옆에서 들여다볼 기회가 많아 그 경험을 녹여 냈습니다. 노래방을 운영한다는 설정 또한 지인의 아이가 하교 후에 부모님이 운영하는 노래방의 카운터를 지키는 모습을 보고 만들게 되었지요. 이렇듯 한 작품에는 제가 살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여러 요소가 긴밀하고 촘촘하게 들어가 박히면서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하게 되는 듯합니다. 다른 단편들에도 재미있는 씨앗들이 숨어 있으니 기회가 닿으면 또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짐승같이 강한 남자이고 싶지만 태생이 평화주의자인 김승, 고민이 하나도 없는 고민영, 집안의 독재자로 군림하지만 부모님에게만 물렁물렁한 강한빛(그래서 한별에게 이름값도 못 한다고 비난받지요.)까지……. 인물들의 이름이 중의적인 데다 절묘하다는 느낌을 주는데요. 작품을 집필할 때 인물의 이름을 중요한 이정표로 생각하시는지요? 또 작가님만의 작명 노하우가 있다면 살짝 공개해 주세요. 

사실 이 질문이 가장 반가웠어요. 제가 이름 콤플렉스가 심한 편이거든요. 어렸을 때 친구들에게 놀림을 하도 많이 받아서 제 이름이 싫었어요. 본명이 이봉희인데요. 친구들이 대동강 물 팔아넘긴 사기꾼 봉이 김선달이라며 많이 놀렸어요. 당시에는 그걸 좋은 방향으로 이용할 생각도 못 하고 사기꾼이라고 놀리는 데 분개하면서 절대로 작은 거짓말조차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어요. 거짓말도 사기라고 생각했거든요. 

또 중학교 때는 한 개그맨의 “나는 봉이야!”라는 말이 유행어가 되면서 친구들이 제스처까지 따라 하면서 놀리는 거예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름이 그 자체로 남들에게 웃음거리가 되는 듯해서, 어른이 되어서도 누가 제 이름을 부르는 걸 듣는 게 견디기 힘들었어요. 그래서 친한 친구들은 이름의 제일 끝 자인 ‘희’만 부르기도 하고, 제가 듣고 싶은 이름을 주지시켜서 그걸 부르게 하기도 했지요. 이십 대 때 친오빠가 글을 무늬처럼 풀어내는 사람이 되라고 지어 준 문(紋)이라는 이름이 있는데, 여전히 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 주는 이들이 있답니다.

사실 이름이라는 게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고 부모님이 지어서 불러 주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는 작품 속 인물들의 이름을 짓는 데 꽤 고심하는 편이에요. 독자들이 내적 친밀감을 느낄 수 있도록 의도가 들어가기도 하지만요. 저는 이름 콤플렉스 때문인지 작중 인물들의 이름에 무척 진지한 편입니다. 작가들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말이에요. 

『짐승의 여름 방학』 속 인물들은 모두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고민하며 자존감을 채워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엄마와 적정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민영조차 사실은 엄마와 잘 지내고 싶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기저에 깔려 있지요. 타인을 포기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관계 속의 자신을 긍정하는 모습을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러한 인물들을 그리게 된 이유나 의도가 있으신지요? 또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 누구인지도 궁금합니다. 

우리 개인은 모두 개별적인 존재이지만, 혼자가 아니라 이 거대한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잖아요.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시작해 조금 더 성장하면 학교, 직장, 동호회, 친구 모임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 맺기를 하면서 살게 됩니다. 서로 좋을 때도 있지만 의견이 다르거나 기호가 맞지 않을 때는 부딪치고 멍들며 아파하기도 하고, 곪아 터질 때는 부러 그 상처를 터뜨려 가면서 자신의 감정에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그런 관계 속에서 살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이야기 안에 그런 생각이나 질문들이 녹아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작품 속 인물 중에서 가장 마음에 쓰이는 아이는 『구슬 감추기』 의 강욱이예요. 주변에 강욱이 엄마 같은 지인이 있었거든요. 곁에서 보기에도 무척 아슬아슬해 보여서 아이의 숨통을 조금 풀어 주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얘기한 적도 있지만 도통 듣질 않더라고요. 그런 엄마 밑에서 강욱이가 참 많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 곁에 잠시 머물러 주는 것, 아이와 한마음으로 상처를 보듬어 안아 주는 것……, 그런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생각보다 강인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상황을 잘 돌파해 나가더라고요. 강욱이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앞날을 당당하게 찾아가길 바랍니다! 

집필할 때 가장 고민이 되었던 부분,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문장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글 쓸 때마다 제가 모니터에 대고 하는 주문이 있어요. ‘무조건 재미! 반드시 재미! 기필코 재미!’입니다. 실은 거기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면서도 항상 그런 주문을 걸면서 글을 쓴답니다.  문학판을 참 오랫동안 서성였어요. 소설을 공부하던 때는 ‘철학적 사유’, ‘영혼의 울림’, ‘삶에 대한 통찰’ 같은 게 담겨야 진정한 문학이라는 생각에 심오한 주제나 형이상학적인 어휘가 많은 작품들을 찾아 읽고 많이 헤맸습니다. 지금은 작품을 쓸 때 무엇보다 술술 잘 읽히는 것, 읽는 재미가 있어야 할 것, 거기에 여운이 남아 오랜 시간 생각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나 문장은 제가 말씀드리기보다는 독자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게 제 바람입니다.

청소년 문학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청소년 문학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또 청소년 문학의 매력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글을 쓰겠다며 참 많은 길을 돌아다녔습니다. 이십 대에 들어간 학교에서는 소설 공부보다는 방송국 쪽을 기웃거렸고, 정작 방송국에 들어가서는 끙끙대면서 영혼을 불태워서 쓴 글이 일회용 글이 되는 게 아쉬워 충무로 영화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럴듯한 작품의 탄생을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아이에게 읽어 주는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림책, 동화, 청소년 소설을 보면서 다시 글을 쓸 힘을 얻어 소설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소설로는 도저히 풀리지 않던 어떤 부분이 청소년 소설을 쓰면서 스르르 풀리더라고요. 제 안에 갇힌 청소년기의 암울함을 슬쩍 덮고 묻어 둔 채 살았는데 글을 쓰면서 치유되는 경험을 했어요. 감사한 일이지요. 그리고 청소년 문학을 접하면서 아이들의 심리나 정서를 이해하는 공부를 하다 보니 제 아이들도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글이라는 게 참 묘해요. 어른보다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쓸 때 힘이 더 실리고 기운이 났습니다. 제 안에 여전히 청소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청소년 소설을 계속 쓰게 되는 것 같고요. 

 『짐승의 여름 방학』을 읽었거나, 앞으로 읽을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짐승의 여름 방학』에는 자극적인 강렬함은 없지만 분명 어떤 맛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시원하고 청량하면서도 톡 쏘는 탄산음료와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요? 책을 읽고 나면 작가와 대화를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직접 뭔가를 쓰고 싶어질 수도 있을 겁니다. 독자들에게 뭔가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충동질하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여름 방학이 온통 글 밭을 뒹구는, 아주 무덥지만은 않은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이서유

목포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로 전학 와서 고교 3년 내내 방황의 시간을 보낸 게 청소년 소설을 쓰는 힘이 되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와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짐승의 여름 방학
짐승의 여름 방학
이서유 저
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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