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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펠트와 나무로 이루어진, 강철의 심지가 있는 사랑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59회)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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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된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그런 이야기들이 이 책에서도 느껴졌어요. 매혹된 순간에 대한 묘사인 거잖아요.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저/정영목 역 | 뿌리와이파리



한자(황정은) : 오늘 저희가 이야기 나눌 책은 단호박 님이 추천한 책입니다. 어떤 책이죠?

단호박 : 제가 좋아하는 책이죠. 사드 카하트가 쓰고 정영목 번역가가 옮기고 뿌리와이파리 출판사에서 출간된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입니다. 

한자(황정은) : 제목을 듣자마자 제가 ‘이 책은 좋을 것이다’라고 짐작을 한 이유가 있었는데 공방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어떤 사물에 매혹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는 얘기잖아요. 재미없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기대를 정말 충분히 충족하고도 남은 책이었어요.

그냥 : 지금 만면에 미소를 띄고 계세요. (웃음)

한자(황정은) : 저는 너무 재밌게 읽었고, 24개의 작은 챕터로 쪼개져 있잖아요. 아침마다 4개 6개씩 읽었거든요. 그날의 분량을 다 읽고 나서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한 거예요. 모처럼 아주 즐거운 독서를 경험을 했네요. 단호박 님 덕분에.

단호박 : 이 책은 일단 에세이로 분류되는 책이고요. 읽다 보면 소설 같다는 느낌도 저는 살짝 받았었는데, 사드 카하트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글로 쓴 책입니다. 표지를 보시면 형압으로 원서 제목이 아주 작게 들어가 있어요. 육안으로 보면 잘 안 보이는데 살짝 손으로 쓸어보시면 박으로 눌려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피아노 줄처럼 보이는 형압도 중간에 있는데, 아주 섬세하고 좋죠. 이 책의 디자인도 저는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냥 : 저는 예상보다 더 즐겁게 읽었어요. 처음에는 걱정을 했거든요. 저는 피아노를 비롯한 음악에 문외한이라서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당장 이해하기도 힘들 것 같은데?’라는 두려움이 있었는데요. 이 책이 묘하게 이게 사람을 끌어당기더라고요. 집중 못할 줄 알았는데 읽으면서 완전히 빨려 들어갔어요.

한자(황정은) : 무엇보다 사람 이야기이기도 해서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단호박 : 저는 이걸 사랑 책이라고 읽고 있는데요.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잖아요. 열정, 열망, 둘 다 타버림, 이런 사랑이라기보다는 펠트와 나무로 이루어진 사랑인데 중간에 굳은 강철의 심지가 있는 그런 느낌의 책이라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양과 강철의 숲』이라는 제목의 소설도 있거든요. 피아노를 다룬 책인데, 피아노를 치는 해머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양모거든요. 양모가 강철 현을 두드리면 소리가 나는 거죠. 저는 그게 피아노의 매력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을 하는데, 기본적으로 기계 장치인데 나무와 양과 철로 이루어져 있는 기계인 거죠. 철은 좀 딱딱한 느낌이 들지만 나무와 양은 따뜻한 느낌이 들잖아요. 저는 그런 느낌이 피아노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에는 사람 이야기가 있죠. 진짜 매력적인 사람들이 파리에 살고 있는데 사드라는 인물이, 파리에 오래 살았지만 그래도 외국인의 눈에서, 그 사람들을 관조합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파리 사람들은 몇 시간씩 수다를 떨고 와인을 마시고 피아노를 좋아하는 이상한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죠. 책 끝에 정영목 번역가가 이 책에 관해서 잠깐 소개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 책이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사랑도 있지만 파리 사람들과의 교류, 그리고 그것에 대한 애정이 들어가 있다고 했는데 저도 이 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동감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라고 소개할 만한 게 있는데, 줄거리를 소개하면 이 책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 됩니다만 일단은 소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한자(황정은) : 인물 소개를 하면 대충 소개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뤼크라든지 요스라든지.

단호박 : 뤼크가 아주 매력적이죠.

그냥 : 사실 뤼크가 주인공 같은 느낌이에요. (웃음)

단호박 : (웃음) 사드는 그냥 눈으로써 기능합니다. 

한자(황정은) : (웃음) 가끔 피아노 눌러보고, 뤼크한테 말 붙여서 이야기 끌어내고. 그게 작가의 역할이죠. (웃음) 뤼크라는 인물은 온 세상 모든 장르의 좀 이상화된 장인 같은 모습이기도 합니다. 대단히 매력적이죠.

단호박 : 제가 소설 같다고 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기도 했거든요.

한자(황정은) : 저는 약간은 그 이상화가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웃음) 뤼크라는 인물이 너무나 매력적이라서 책이 나오고 나서 독자들이 찾았나 봐요. 이 사람이 어디에 있냐 많이 물었나 봐요. 그랬더니 작가가 프롤로그라고 해야 되나요, 여기에 붙인 말이 너무나 또 매력적이었죠. “가서 당신 자신의 뤼크를 찾아라!” 이렇게 이야기를 했더라고요.

그냥 : 프랑스인은 자신의 뤼크를 찾아야 하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의 소개를 통해서 뤼크를 만나야 되잖아요? (웃음)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는 이야기죠. 

한자(황정은) : 맞아요, 그 이야기 해주세요.

단호박 : 저자가 파리에 살고 있는데요. 유치원에 가는 아이들을 바래다주는 길에 ‘데포르주’라는 이름의 작은 피아노 수리점이 있었다고 해요. 카하트는 그 전부터 피아노를 쳤었고 이제 파리에 정착을 해서 피아노를 한 대 집에 들여놓을까 말까 고민을 하던 참이어서 ‘때마침 동네에 수리점이 있으니까 가서 중고 피아노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면 좋겠다’라고 해서 데포르주의 문을 열게 됩니다. 거기에서 노인 주인이 나와서는 어떻게 오셨나요? 하고 물어보더니 피아노가 막 쌓여 있는데 사드가 중고 피아노를 사고 싶다고 했더니 마땅한 중고 피아노가 없습니다 하면서 돌려보내는 거예요. 적당한 걸 찾으면 알려드릴게요, 라고 했지만 사드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프랑스인한테 그 말은 결국 완곡한 거절이다.’ 사드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갔어요. 두 번이고 세 번이고 찾아갔지만 그럴 때마다 이 늙은 주인이 마땅한 게 없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 늙은 주인 말고 젊은 주인이 나타나죠. 이 사람이 뤼크입니다. 뤼크가 ‘우리의 아는 고객한테 소개받아서 오면 중고 피아노를 찾는 일이 쉬워질 것 같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몰래 팁을 알려준 거죠. 사드는 생각하죠. 무슨 마약 거래도 아니고 피아노 좀 사겠다는데 이렇게까지 해야 되는 걸까? 이 젊은 남자가 음모를 꾸미는 듯한 분위기가 있는데? 그런데 거기에 감염돼 가지고 호기심까지 발전하게 되는 거예요. 이상한 궁금증에 빠져들게 됩니다. 이후에 자기 자녀의 급우 부모님을 만나는데 베로니크라는 사람이었어요. 그 사람이 ‘저 데포르주 알아요, 거기에서 소개받고 수리도 받아요’ 해서 ‘됐다! 소개받았다!’ 하고 좋아하면서 다시 찾아갑니다. 베로니크의 소개로 왔다고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았던 주인이 그 말을 듣고도 중고 피아노를 팔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그랬더니 뤼크가 나타나서 그 나이 든 주인과 갑론을박 설전을 벌입니다. 그리고 ‘이 문제는 나한테 맡겨주시죠’  하면서 뤼크가 카하트를 뒷방으로 안내하게 되죠. 이 뒷방을 묘사한 부분이 초반에 나오는데 이 장면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드가 피아노에 홀리는 과정이 나와 있죠. 뒷방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제조사와 모델의 피아노40~50대가 분해된 상태로 놓여 있었던 거죠. 그러고 사드는 중고 피아노를 한 대 사고 싶다는 원래의 목적은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 많은 피아노의 숫자 자체와 피아노의 아름다움과 피아노들마다 갖고 있는 이야기들의 최면에 빠지게 됩니다. 원래는 업라이트 피아노를 사려고 했었어요. 업라이트 피아노는 직사각형으로 된 작은 피아노죠.

한자(황정은) : 현이 세로로 세워져 있는 피아노인 거죠?

단호박 : 맞아요. 약간 직육면체처럼 생겼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드가 이 피아노들을 보니까 피아노를 벽에 박아두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면서 실용성과 합리성은 다 버려두고 눈에 띄고 쓸모 있고 아름답고 큰 것을 원하게 됩니다. 하지만 파리가 집이 좀 좁습니까? 그 안에 그랜드 피아노를 들여놓는 순간 인생이 망하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데 마음속에서는 계속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안 될 게 뭐야. (웃음) 저자가 피아노와 음악에 빠지는 사랑의 과정이 25쪽부터 쭉 나와 있는데 그 장면이 압권입니다. 

한자(황정은) : 본인도 그 부분 쓰면서 즐거웠을 거예요.

단호박 : 네. 그리고 사드는 원래 회사 일 때문에 파리에 왔었는데 이제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적으로 작가 생활을 시작하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러면서 데포르주에 방문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게 됩니다. 뤼크라는 사람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아까 얘기를 했었는데 뤼크도 피아노를 굉장히 사랑하죠. 그 사랑하는 힘을 자기 직업으로 바꾼 예일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뤼크는 예를 들어서 피아노를 얻은 방식을 이야기할 때 ‘사왔다’ ‘거래했다’ ‘낙찰받았다’ 이런 표현을 절대 쓰지 않고 ‘피아노가 나한테 왔다’거나 ‘피아노가 도착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죠. 나는 피아노를 사고파는 게 아니라 어떤 피아노들은 나한테 도착을 하고 어떤 피아노들은 나한테 오는 거였죠. 뤼크가 사드한테 너한테 딱 맞는 피아노가 왔다고 하면서 슈팅글 브랜드를 추천해요. 사드가 그 피아노를 치면서 경탄을 합니다. 그리고 한마디를 하는데 ‘나는 이 피아노가 당돌해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라고 쓰고 있죠. 그리고는 신데렐라 같은 피아노였다고 해석을 합니다. 이 정도면 정말 사랑이에요. (웃음) 

단호박 : 저는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아마추어리즘을 굉장히 잘 보여준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사드가 성인 레슨을 시작하면서 생활은 생활대로 하면서 음악과 피아노에 대한 열망 혹은 내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떻게 생활과 녹아들 수 있는지 전체 책에 쭉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요. 아마추어가 끝없이 피아노에 도전하고 허물어지는 책을 좋아하거든요. 어떤 에세이든 아마추어가 피아노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좋아하고 그것을 사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데, 사실 프로페셔널 전문가 음악인이 하루 8시간 음악을 하는 것과 이것을 업으로 삼지 않은 자들이 음악을 향한 갈망을 보이는 건 분명 다르거든요. 둘 다 시시포스처럼 끝없이 돌을 굴리는 행위라고 생각을 하지만 아마추어의 돌은 전문가의 돌과는 또 다른 결이 있는 거죠. 그리고 아마추어들은 가끔 그냥 파업하고 돌덩이를 올려놓지 않습니다. 그냥 내려놓습니다. 누구도 나의 간을 쪼고 있지 않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 돌을 지고 또 올라가는 거죠.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지만 그런 열망이 있어서 계속 올라갑니다. 그런 걸 되게 잘 보여주는 책인 것 같아서 저는 좋아해요.

하여튼 저는 이 책을 굉장히 좋아하고 이 기회를 통해서 소개할 수 있어서 되게 좋아요.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다 읽었으면 좋겠어요.

한자(황정은) : 저도요. 읽고 나니 그런 욕심이 생겼고, 저는 이 책이 대단히 따뜻했어요.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는 이야기도 좋았고, 또 뤼크가 마냥 장인 같은 면모만 보이는 건 아니거든요. 약간 머리 좀 굴려가면서 장사도 하고 그렇습니다. (웃음) 그리고 그런 감동이 있었어요. 마티드가 피아노를 잃은 경험이 있잖아요. 영국이었나요? 어린 시절부터 오래 가지고 있었던 피아노를 잃은 경험이 있는데 뤼크가 마틸드와 여행을 다녀왔다는 거잖아요. 직접적인 언급은 아니지만 그 피아노를 찾으러 가는 여정에 동행했던 것 같아요. 그런 이야기들이 너무너무 마음이 따뜻했고 뤼크라는 인물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이래서 사람들이 도대체 뤼크는 어디 있냐고 찾았나 싶기도 하고, 이래서 사드가 당신의 뤼크를 찾으라면서 뤼크를 굳이 숨겨놓은 이유를 좀 알 것 같기도 했고요. 저는 뤼크의 이 피아노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거래를 목격하는 게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단순히 좋은 사물을 거래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거래가 아니라 물건을 파는 사람과 그걸 사고자 하는 사람이 그 물건을 향한 매혹을 공유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걸 목격하는 재미가 있어요. 피아노뿐만이 아니라 매니아층이 존재하는 사물에 관련된 거래장에서 항상 목격을 할 수 있는 모습이기는 한데, 이런 상호 간의 신뢰와 존경이 있어야 되는 장면이거든요. 이런 걸 목격하는 기쁨이 이 책을 읽으면서 수시로 있었고 그게 참 좋았어요. 

그냥 : 저도 사드가 아마추어라서 좋았어요. 저는 피아노에 문외한이다 보니까 사드가 피아노에 통달한 사람이었으면 저에겐 더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사드는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는 했지만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많고 다시 새롭게 배워야 되는 부분도 많잖아요. 그런데 애정은 있는 거죠. 열망이 있는 거죠. 저한테는 그런 대상이 피아노가 아닌 다른 무엇이겠지만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같은 맥락에서 이 책이 좋았던 점은 이 공방에 피아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데, 각자가 삶에서 피아노랑 함께하는 방법이 다 다르잖아요. 누구는 수리를 하고 누구는 피아노를 만들고 누구는 레슨을 하고 누구는 음악 애호가고.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책 후반부에 나오는 노인이었는데 공방에 와서 연주를 신나게 하고 즐겁게 이야기를 하다가 그냥 홀연히 사라진단 말이죠. 그런 사람도 존재하는 거예요. 모두가 무언가를 사랑하면서 그것에 투신하거나 통달하거나 평생을 함께하거나 매 순간 같이 하지는 못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등장해서 저는 더 좋았던 것 같아요.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사드 카하트 저 | 정영목 역
뿌리와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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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파리 좌안의 피아노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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