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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아웃] 이 사회가 안전하다는 감각은 어떻게 얻어질 수 있을까? (G. 최은미 소설가)

책읽아웃 – 황정은의 야심한 책 (359회) 『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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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주』를 장편으로 쓰겠다고 생각하면서 가장 중요한 시간대로 뒀던 게 2020년 겨울이었어요. 그때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여러 가지 시설이나 구치소, 요양병원에서 코호트 격리가 있었고, 안전해지고 싶을수록 누군가는 왜 갈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줄어드는 걸까 하는 고민을 계속했었어요.


몰래 맛있는 걸 먹고 나면 엄마한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맛없는 걸 복스럽게 먹고 나면 나한테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 나는 설사를 자주 했다. 나에게 먹는 행위는 늘 죄책감과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엄마가 맛있는 것들을 맛있게 먹는 걸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엄마가 사람들과 있을 때 음식을 마음껏 먹는 걸 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집에서 뭔가를 많이 먹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엄마가 동네에서 제일 뚱뚱하다는 것이 내겐 불가사의였다. 어쩌면 엄마도 나처럼 몰래 먹는 게 아닐까 생각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최은미 작가가 쓴 『마주』에서 읽었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최은미 소설가 편>

오늘 모신 분은 “언제부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거나 새 인물을 구상할 때면 그의 2020년을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는 소설가입니다. 두 번째 장편소설 『마주』로 돌아온 최은미 작가를 모셨어요. 

황정은 : 장편 『마주』의 시작인 단편 이야기부터 해보겠습니다. 『마주』는 「여기 우리 마주」라는 단편을 확장한 이야기이고요. 2020년에 발표를 하셨죠. 어떻게 쓴 단편인지, 왜 그 이야기를 더 확장하고 싶었는지 듣고 싶습니다.

최은미 : 「여기 우리 마주」를 쓴 게 2020년 여름인데요. 이 소설을 구상했던 결정적인 계기가 제가 실제로 2020년 늦봄쯤에 어떤 모임에 갔다가 밀접 접촉자가 됐었어요. 그래서 진단 검사를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거기에서 겪었던 한 일화가 있었거든요. 그게 굉장히 강하게 남아서 이 소설을 쓰면서 그게 영향을 많이 줬던 것 같아요. 『마주』에도 잠깐 언급이 나오는데 검사받기 전에 사전 문진을 하는 줄이 있었어요. 저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앞에 있던 방역 요원분이 저한테 갑자기 묻더라고요. 무슨 일 하시냐고, 하시는 일이 뭐냐고 물었는데 그 뉘앙스가 진짜로 제 직업이 궁금하다거나 아니면 『마주』에서 송미림 의사가 묻는 것처럼 집단 시설 종사자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묻는다는 느낌이 안 들었어요. 당신은 누군지, 뭐 하는 사람인지, 혹시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할 특이 사항이 있는 사람인지, 이런 걸 확인하는 느낌이었어요. 되게 긴박하게. 그래서 저는 그때 순간적으로 당황을 했고 그 방역 요원한테 어필을 좀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는 문제 있는 사람이 아니에요, 되게 안전하고 평범한 사람이에요, 정상적인 사람이에요, 흔히 말하는 정상 질서에서 착실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에요’ 이런 걸 어필하고 싶은 마음에 제 입에서 어떤 단어가 나왔는데, 그게 소설가나 작가는 아니었고 남성과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고 있는 기혼 여성을 일컫는 네 음절의 단어였어요. 그런데 제가 근래에 생각하지도 않았고 쓰지도 않았던 굉장히 오래 묵은 단어가 갑자기 제 입에서 튀어나온 거예요. 주부도 아니었고 전업주부도 아니었고 아이 엄마 이것도 아닌 이상한 단어가 저한테서 튀어나와서, 그날 집에 와서 굉장히 그거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제가 무슨 무슨 주부라는 걸로 규정이 되고 사회에서 통제받는 동시에 그 비슷한 방식으로 저를 보호해 줄 거라는 걸 그때 알았던 것 같아요. 저는 거기에서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뱉을 수 있었지만, 누군가가 ‘당신은 누구냐’라고 물었을 때 내가 누군지, 어디 갔다가 밀접 접촉자가 됐는지를 숨겨야만 일상생활을 무탈하게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일 관련한 모임이었기 때문에 비난받을 거라는 생각은 안 했지만, 누군가 유흥을 위해서나 아니면 취미를 위해서 갔다가 밀접 접촉자가 됐을 때는 불안도가 굉장히 높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나는 이런 호칭으로 불리지 않기를 굉장히 바라면서 살고 있었는데 왜 결정적인 재난의 급박한 순간에 나는 이런 단어로 나를 설명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들고 되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거기에서 나온 질문들을 가지고 「여기 우리 마주」를 쓰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황정은 : 단편에서는 캔들 만드는 ‘나리공방’을 중심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고립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셨잖아요. 모녀 관계인 수미와 서하가 겪는 고립이 또 사건의 중심에 있었고 말입니다. 그런데 장편에서는 만조 아줌마와 딴산 마을 이야기가 새롭게 붙었습니다. 그러면서 소설이 더 크게 확장이 되었는데요. 저는 단편이나 장편이나 고립이라는 것이 소설의 중요한 키워드인 것 같거든요. 이 소설이 세상에 나오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아무래도 팬데믹이라서, 거리 두기로 대면이라든지 활동이 제약을 받으면서 가정에 고립된 여성들 이야기에서 출발한 소설들이기도 하잖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그 말’로 촉발된 생각들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작가님이 이 고립된 여성들을 내버려 두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장편으로 이야기를 확장한 이유이기도 할까요?

최은미 : 그렇죠. 단편에서는 주로 고립된 상황 자체에 대한, 거기에서 오는 감정들에 집중을 했었는데요. 타인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또 누군가와 훨씬 더 밀접해져야 되는 관계들이 있잖아요. 어쩔 수 없이 같이 있어야 되는, 밀접해져야 되는 관계. 그리고 훨씬 더 멀리 있지만 자신과 다르지 않을 것 같은 어떤 관계. 그런 관계를 조금 더 풀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요. ‘이 밀접해진, 너무나 가까이 있게 된 이 관계를 어떻게 소화하고 해석하고 이후를 살아갈 것인가’ 그런 질문들이 좀 있었고요. 이렇게 확진이 되고 떠난 채로 이 인물들을 그대로 두는 게 계속 마음에 걸렸던 것 같아요. 

황정은 : 단편이 장편으로 이어지는 사이에도 팬데믹이 이어지고 있었잖아요. 아직도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서 저는 작가님의 단편이 장편으로 이어진 게 필연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게 누구도 끝을 짐작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잖아요. 그런 감염병 상황에서 어쨌든 소설은 끝을 내야 되지 않습니까? 결말을 향해 가면서 작가님에게 어떤 염원이랄까 그런 것이 있기도 했을 것 같아요. 어떤 이야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쓰는 마음이요.

최은미 :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끝낼까에 대한 생각이 진짜 계속 바뀌었었어요. 공원에서 나리와 수미가 만나는 장면으로 끝나기도 했었고, 결말을 좀 여러 번 썼었거든요. 결국에는 나리공방이라는 공간에서 끝을 내게 되더라고요. 나리가 갇히는 느낌이 들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이 공간, 그 공간 안으로 사람들이 오고 가고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들의 일상이 팬데믹 이전과 완전히 바로 달라지지는 않더라도 계속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썼던 것 같아요. 일상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 그게 이 소설의 결말을 내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 “나는 다른 사람의 신발에 발을 넣어본 적이 있다.” 이 문장이 소설 『마주』의 첫 문장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끝부분에 다시 등장을 하잖아요. 작가님이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시다고요? 그 이야기 좀 듣고 싶습니다.

최은미 : 혹시 선배님은 넣어본 적이 없으신가요? 다른 사람 신발에? 

황정은 : 있죠, 있어서 물어보는 거예요. 작가님은 어떠셨는지.

최은미 : 아, 저는 되게 궁금했어요. 다른 사람들도 넣어본 적이 있는지, 그때 느낌이 어땠는지, 되게 궁금하더라고요. 저는 좀 오래전이었는데 되게 한적한 식당이었고 아마도 저보다 발이 큰 남성 구두였던 걸로 기억을 해요. 발을 넣어보게 됐는데...

황정은 : 작가님보다 발이 큰 남성화에 왜 발을...

최은미 : 잘못 넣었나 봐요. (웃음) 식당에는 신발들이 되게 많이 있고, 누가 밀었던 것 같진 않은데, 어떻게 잘못 넣게 됐어요. 누구의 신발인지도 모르는 신발이었고. 그 넣었을 때의 느낌이 너무 강렬했죠. 내 신발에 발을 넣었을 때랑은 모든 게 달랐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습기나 감촉이나 이런 것들이 너무 달라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바디 체인지라고 하잖아요. 몸이 바뀌면 이렇게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세상을 살게 될까 이런 느낌이 들 만큼 ‘나와 정말 다른 사람이구나’ 이런 실감을 확 했던 것 같아요. 신발 주인이 누군지 모르지만 예를 들어서 몇 시간 동안 앉아서 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면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거나 이랬을 때는 전혀 알 수 없는 어떤 실감을 하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 그렇습니다. 오죽하면 그것과 유사한 말이 속담으로도 있잖아요. 서양 속담이었던 것 같은데 ‘남의 신발에 발을 넣어보기 전에는 모른다’라는 이야기였고. 보통은 즉시 알지 않습니까? 남의 신발에 발을 넣는 즉시 알게 되잖아요. 제 경우에는 동생들하고 같은 신발을 살 때가 많아요. 그래서 바깥에 나갔다가 가끔 동생 신발에 불시에 발을 넣는 일이 있거든요. 즉시 압니다. 사이즈도 비슷하고 모양도 같은데 즉시 알아요. 정말 매번 잊을 수 없는 경험이고, 왠지 좀 눈물 나는 경험이기도 해요. 그런 경험인 것 같아요. 주인공인 나리가 발을 넣어보는 신발은 사실 수미의 신발이잖아요. 사실 나리는 이 소설을 통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신발에 발을 넣게 되는 것 같아요. 어린 나이를 돌봐준 만조 아줌마라든지, 그리고 만조 아줌마의 그이들이 있잖아요. 딴산 마을 사람들. 그 사람들도 그렇고, 수미의 딸인 서하도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자기 엄마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아주 짤막하게 등장을 하지만 대단히 인상적인 인물들이 있죠.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든지 에어컨 실외기에 올라가서 앉는다는 아기 엄마도 마찬가지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이들의 신발에 발을 넣는 작업을 나리가 이 소설을 통해서 계속하고 있는 것 같고요. 우리가 타인의 신발을 타인의 삶이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다면 나리는 계속 그 작업을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보통 소설이 하는 일인 것 같아요. 팬데믹 상황이라서 이런 작업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고요.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은미 : 팬데믹 상황에 훨씬 더 필요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정말 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수미의 신발에 발을 넣어보고 했었지만, 수미와 나리 다음으로는 가장 서로 발을 넣어보기를 바랐던 게 그 아이들의 신발이었던 것 같아요.

황정은 : 은채와 서하요?

최은미 : 네. 은채가 엄마인 나리의 신발에 발을 넣어볼 수도 있고, 아니면 수미가 자기 딸 서하의 신발에 발을 넣어볼 수도 있고. 자신을 투사해서 상대를 보는 게 아니라 정말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게 팬데믹에서는 더 필요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황정은 : 그러네요. 그리고 모녀 관계라는 특수성이 있지 않습니까? 딸을 자신의 확장이라든지 연장이라든지 일부로 생각하기가 대단히 쉬운 관계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더 ‘신발 넣기’라는 생각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만조 아줌마 이야기를 해볼까요? 아주 매력적인 인물인데요. 장편에서는 등장하지 않은 인물이죠.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소개를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어쩌다 만드셨고 또 이 인물이 장편에 왜 필요했는지 듣고 싶습니다.

최은미 : 저도 왜 필요했을까 생각을 해보니까 일단은 나리한테 필요했기 이전에 글을 쓰는 저한테 좀 필요한 인물이었던 것 같아요. 일단은 장편을 시작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나리와 수미의 관계를 생각을 했지만 계속 장편에서도 이 기정시, 나리와 수미, 그 둘러싼 사람들을 계속 보고 있으면 소설을 진행하기가 심리적으로 힘들 것 같았어요. 이건 소설을 다 끝내고 났을 때 사후적으로 든 생각이고. 소설에서도 나오지만 저는 나리한테 똥과 간과 좆에 대해서 말을 하게 할 수 있는 어떤 어른을 되게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말을 내뱉게 할 수 있는 어른을 그리면 너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고. 사실 만조 아줌마라는 인물을 떠올릴 때는 나리라는 인물을 더 먼저 떠올렸던 것 같아요. 나리가 「여기 우리 마주」에서는 기혼 여성이자 자영업자 이런 식으로 나왔었는데, 장편에서는 그렇게 분류되기 이전에 누군가의 어린 아기였고 10대 20대 30대를 살아온 내력이 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었고, 그런 나리의 어린 시절을 계속 생각하면서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던 인물인 것 같아요.

황정은 : 만조 아줌마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대단히 매력 있는 인물이잖아요. 작가님에게도 쓰는 동안에 필요한 인물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저도 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인물이 독자에게도 몹시 매력적인 사람이란 말이죠. 만주 아줌마가 참 많은 사람들을 자기 삶으로 돕지 않습니까? 본인이 돕는 사람들에게 단순한 어떤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주는 사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이나 소설 안에서나 소설 바깥에서나 대단히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구조를 바꾸는 경험을 준 인물이더라고요. 이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딴산 마을 이야기부터 해야 합니다. 딴산은 어떤 곳이고 그 마을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최은미 : 소설 속에서 나오는 딴산은 1950년대 결핵이 한창 창궐할 때, 병원에 환자도 많고 그래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퇴원을 해야 했지만 결핵이 전염병이기 때문에 다 완치되지 않은 상태로 집으로도 갈 수 없는 그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서 만들어진 마을이에요. 

황정은 : 산골짜기 사이에 말이죠?

최은미 : 그렇죠. 따로 떨어져 있는 산이라고 해서 딴산이라는 지명이었는데, 그리고 결핵 환자뿐만 아니라 당시에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했던, 그야말로 자기의 장소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 간질 같은 질환이 있거나 아니면 노숙자였거나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이런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여안에 있던 수몰민들도 모이고 해서 만들어진 마을이죠.

황정은 : 처음에는 한 골짜기에 결핵 환자들이 살다가 옆 골짜기에 또 다른 사람들이 오고 그렇게 살다가 시간이 흘러서 구성원이 점점 줄어들면서 한데 모인 사람들인 거잖아요. 그리고 이제는 노인이 된 사람들입니다. 자기 일을 하는 데 아주 능숙한 노동자들이기도 한 거죠. 그리고 팬데믹 이전에도 격리된 것처럼 고립된 생활을 해온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저는 딴산이라는 지명이 그래서 특별했거든요. 다른 산이라는 뜻이라고 말씀을 하셨지만 거기를 다른 곳, 딴 곳이라고 부르는 ‘여기’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읽기로는 그 지명 자체가 고립과 배제를 뜻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으신 건지도 좀 궁금했어요. 

최은미 : 딴산이라는 이름은 예산에 있는 지명에서 제가 빌려온 거예요. 

황정은 : 예산의 딴산이라는 지명이 있습니까?

최은미 : 네. 그런데 딴산이라는 지명을 듣자마자 제가 구상하고 있던 이 마을에 너무 적합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황정은 : 만조 아줌마는 이 딴산 마을과 여안시를 오가면서 딴산 마을의 생존을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기도 하잖아요. 마을이 고립되지 않도록 계속 안팎을 드나들면서 뭔가를 해온 사람이에요. 이 아주머니가 딴산 사람들하고 같이 일군 사과밭 같은 경우도 거의 30년 동안을 만든 거잖아요. 그 노력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소설 후반에 이 마을이 코호트로 격리가 되잖아요. 본래도 외진 마을이고 의료 체계라든지 이런 게 잘 갖춰진 마을이 아닌데 구성원도 다 노인들이라서 아주 위험한 상황이었던 거죠. 왜 이런 이야기를 넣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최은미 : 「여기 우리 마주」를 장편으로 쓰겠다고 생각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시간대로 뒀던 게 2020년 겨울이었어요. 그때 실제로 굉장히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여러 가지 시설에서나 구치소나 요양병원에서 코호트 격리가 실제로 있었고 「여기 우리 마주」를 쓰면서 ‘이 사회가 안전하다는 감각은 대체 어떻게 얻어질 수 있는 걸까’ ‘누군가는 굉장히 안전해지고 싶을수록 왜 갈 수 있는 장소가 점점 줄어드는 걸까’ 이런 고민을 계속했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는 장편을 쓰면서 여기 있는 인물들의 장소에 대해서 들여다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점점 좁아지는 장소에 있거나 보이지 않는 장소에 있는 사람들, 오랫동안 그런 장소에 살고 있다가 굉장히 흐릿한 선으로 있는 것 같았지만 팬데믹 지나면서 너무 확실하게 구획이 되었던 장소들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안전한 장소가 따로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들, 그런 구획 자체를 완전히 해체하지 않고서는 대안이 없을 것 같은 답답함, 그런 게 계속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팬데믹 지나면서 누구도 안전하지 않으면 모두가 안전할 수 없다는 인식들이 되게 많았잖아요. 누군가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배제될 수도 있는 가능성도 계속 있었고. 저는 『마주』의 여러 인물들이 딴산이라는 장소가 코호트 격리되는 걸 겪으면서 자신들의 장소에 대해서 조금 더 깊게 인식을 해보길 바랐어요. 그리고 그런 구획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은 누구도 안전해질 수 없다는 문제의식들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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