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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기 위해 다시 쓴 43가지 감정

『비표준 감정사전』 김정은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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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감정사전』에서는 굳어 있던 감정의 정의들이 저자만의 색으로 다시 움직인다. 낯설지만 따뜻하게, 다시 생생해지는 시간이다. (2023.08.28)

김정은 저자

지금 느끼는 감정의 진짜 의미는 무엇일까. 도대체 나다움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알려고 노력했을 때, 비로소 자신과 가까워질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어디를 향해 가고 싶은지 끊임없이 질문함으로써 조금씩 선명해져 가는 나를 만날 수 있다. 일상 속 감정들의 의미를 내 삶이 빚어낸 마음의 언어로 이해해 보는 시도는 그 첫걸음이다. 도무지 알 수 없던 지난날의 나와, 지금 여기의 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아이의 엄마, 특수 학교 교사, 한 여성의 삶을 살아온 지은이는 지나간 기억을 되짚고 그림책을 읽으며 얻게 된 질문들로 마음속 감정과 솔직하게 마주한다. 그리고 온전한 '나'로 살아가고자 감정을 재정의한다. 『비표준 감정사전』에서는 굳어 있던 감정의 정의들이 저자만의 색으로 다시 움직인다. 낯설지만 따뜻하게, 다시 생생해지는 시간이다.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임신과 출산 과정이 순탄치 않았어요. 조산으로 아이를 잃기도 했고요. 다시 아이를 만나 회복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제 마음이 방향키가 고장난 배처럼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걸 알아챘습니다. 어딘가에 쏟아 내고 싶었고 그 간절함이 책 쓰기로 이어졌어요.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 자주 글을 끼적이는 편인데요. 조산의 경험을 꺼낸 공허함을 쓴 날은 종일 울었어요. 쓰면서도 울고 다시 읽고서도 울었죠. 그런데 신기하게 그 사건 이후 처음으로 마음이 후련했어요.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마주해서란 걸 깨달았어요.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라는 스피노자의 문장처럼 마음의 빗장이 열렸고 후회와 자책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어요. 저처럼 감정의 파고에 흔들리는 분들에게 저의 이야기가 작은 위로와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비표준 감정사전』이란 제목이 신선한데요. '내 감정에 이름 붙이는 법'을 독자에게 권하는 이유는요?

초고의 제목은 '그림책 마음 사전'이었어요. 직업이 특수 교사라 교실에서 아이들과 자주 그림책을 읽었어요. 엄마가 되어서는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제가 더 위로받았고요. 초고는 그림책을 마중물로 제 이야기를 엮어 감정의 사전적 정의를 이해하는 내용이었는데 '마인드빌딩' 편집자님께서 작가의 이름을 따 ‘정은어’로 감정을 다시 써보자고 제안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감정을 다시 쓴다는 게 생소했어요. 하지만 나의 언어로 쓰는 감정의 정의는 사전의 뜻과는 미묘하게 달랐습니다. 제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일상을 더 세심히 관찰했어요. '지금, 이 순간, 나의 마음'에 온전히 집중하려 애썼더니 예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어요. 감정을 다시 쓰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나만의 언어를 궁리하고 표현하며 행복했습니다. 감정 안에는 한 사람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 안에는 그 사람에 대한 힌트가 숨어 있어요. 쓰는 동안 취향, 소망, 추구하는 가치처럼 막연했던 물음이 점점 더 선명해졌습니다. 감정을 나의 언어로 다시 쓰는 과정은 나다움을 발견하는 가장 확실하며 재미있는 방법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작가님이 생각하는 '감정'이란 무엇인가요?

"기분이 어때?"란 질문에 다양한 감정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아마 대부분은 고개를 갸웃거릴 거예요. 퍼뜩 생각나는 단어도 적고요. 그런데 신기하게 특수 학교에서 언어 표현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도 감정만큼은 쉽게 알아채고 표정과 몸짓으로 어떻게든 표현하려 애썼습니다. 아이들을 만나며 감정은 가장 원초적인 인간의 언어이자 소통의 시작인 걸 깨달았죠. 아이들에게 지금 마음이 어떤지, 어떻게 하면 소통할 수 있는지 자주 물었어요. 그땐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한 소통 수단으로 감정이 궁금했어요. 책을 쓴 후 '감정'은 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의 기준을 세우도록 돕는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떤 경험도 온전히 행복과 만족만을 주지 않아요. 그 안에 고통과 괴로움, 두려움과 불안이 뒤섞여 있어요. 그런데도 결국 긍정과 만족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라면 반복할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되었어요. 여러분에게 되묻고 싶어요.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는 '감정'은 무엇인가요?

감정을 다시 쓴 이후의 가장 큰 변화는요?

예전엔 어떤 상황이 닥치면 '좋다, 싫다'로 뭉뚱그렸어요. 싫은 감정은 꾹꾹 누르거나 외면하는 일이 잦았죠. 잘못 쓴 원고를 쓰레기통에 집어넣듯 싫은 감정도 감정 쓰레기통에 버리면 그만이라고 여겼는데 아니었어요. 일상의 틈바구니에 불쑥 고개를 내밀어 저를 주저앉게 하는 건 바로 쓰레기통에 구겨 넣은 감정들이었어요. 책을 쓰는 동안 그렇게 꼬깃꼬깃 구겨 넣은 것들을 하나씩 펼쳐 들여다보았습니다. 그 안에 숨겨진 것이 무엇인지, 정말 이것들이 쓸모없기만 한 건지 궁금했고 저만의 답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어요. 이후 쓰레기통은 화분이 되었고, 감정의 이름을 더 쉽게 알아챌 수 있었습니다. 여전히 감정에 휘둘리지만 이제는 저만의 주문을 외며 조금은 수월하게 툭툭 털고 일어서요. '감정이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늘 그렇듯 이 또한 지나간다. 나를 믿자. 나답게 가슴을 펴자.' 이렇게요.

'감정 다시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요. 감정을 다시 쓰려면 감정을 왜곡하거나 미화하거나 감추지 않고 나에게 솔직해져야 합니다. 얼핏 쉬워 보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무척 어려워요. 특히, 사회적 가면을 쓰는 데 익숙한 어른에게는 더더욱요. 감추고 싶은 감정 안에는 한 사람의 결핍과 콤플렉스가 숨어 있어요. 그것을 꺼내려면 결핍을 인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죠. 같은 감정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달라요. 슬픔 속엔 그리움도 있지만, 어떤 슬픔은 억울함이나 분노를 담고 있기도 하니까요. 나의 경험은 나만의 것이라 타인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정해진 정답이 없는 동시에 모든 게 정답인 문제지를 받았다고 상상해 보세요. 엉킨 실을 푸는 과정이 녹록지 않지만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격한 감정을 잦아들게 하는 작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첫 번째는 그림책 읽기입니다. 교사지만 저는 설교하거나 가르치는 책을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하는 그림책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서툴고 실수투성이지만 작가는 그들을 나무라지 않고 안아 줍니다. 서두르라며 재촉하지 않고 자기의 속도로 걸어가도록 기다려 주죠. 마음이 흐린 날엔 그런 그림책을 펼쳐요. 제겐 그림책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다를 수 있어요. 시, 소설, 영화, 그림, 음악, 여행, 취미 등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 안에서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길어 올려 보세요.

두 번째는 글쓰기입니다. 가끔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감정이 올라올 땐 글로 쏟아 냅니다. 너무 많은 감정이 한꺼번에 올라오면 감당이 안 되잖아요. 숨을 뱉듯 꺼내면 조금은 가벼워져요. 하루 이틀 묵혀 두었다 감정이 잦아든 후 다시 읽으면 부끄러워지기도 하고요. 글을 쓰며 나를 삶의 중심에 놓을 수 있었고, 한 사람을 이해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배웠습니다. 처음엔 나를 위해 쓰지만 쓰다 보면 생각이 가지를 뻗어 타인의 삶을 상상하게 됩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조금 더 다정해져요. 쏟아 낸 감정 안에 숨은 욕구가 무엇인지 들여다보기도 하고요. 그러면 엉켰던 생각들이 제자리를 찾아 선명해지는 걸 느낍니다. 

세 번째는 달리기예요.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매번 꼴찌를 도맡았던 제가 달리기와 제법 친해진 게 신기합니다. 머리가 복잡할 땐 운동화를 신고 문밖으로 나서요. 뛰다 보면 복잡한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어요. 숨은 가쁜데 신기하게 마음은 더 평온해져요. 오늘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는 뿌듯함은 덤입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쓰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꼭지가 「미움: 난 네가 싫어」와 「시기심: 뾰족하게 솟은 넌 누구?」였어요. 무례한 행동에 '싫어'를 말하지 못해 자주 끙끙거렸고, 시기의 대상이 될까 혹은 나의 시기심이 들킬까 제 마음과 다른 생각에 동조한 날들도 많았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나의 감정을 표현하려면 커다란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 없는 자신을 자책하는 과정에서 초라함이 밀려들면 가장 쉬운 나를 공격하게 되고요. 그런 날에 저는 '너그러움'과 '다정함'을 꺼내요.

갑작스러운 불행을 마주했거나 관계와 씨름하며 오늘도 감정에 힘겨워하는 독자들에게 꼭 이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어떤 순간에도 자신에게 너그러워지길 바라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책 속 문장처럼, 자신을 믿는 마음을 잃지 말아요. 가슴을 펴고 한 걸음씩 내디뎌 보세요. 작은 걸음이 쌓인 어느 봄날에 ‘희망’이란 녀석이 여러분을 반갑게 환대할 거예요. 여러분의 마음숲 여정에 이 책이 따스한 응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김정은

자주 말문이 막히는 사람. 20년간 특수 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마음을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아이들의 닫힌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감정의 의미를 알 수 없어 혼란스러운 마음을 돕기 위해 그림책 수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그리고 두 생명을 온전히 책임지게 된 후 엄마, 딸, 아내, 교사라는 역할 너머 진짜 나로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 '지금, 여기, 오늘'을 충실히 살기 위해 애쓴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소소한 일상을 즐긴다. 좋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매일 질문하고 읽고 쓰는 일상이 쌓여 '편견에서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는 것이 꿈이다.




비표준 감정사전
비표준 감정사전
김정은 저
마인드빌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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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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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표준 감정사전

<김정은> 저15,120원(10%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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