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철학자들이 고전으로 전수하는 삶의 기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김범준 저자 인터뷰
동양 철학의 슈퍼스타들이 이야기하는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행동을 의지한다면, 앞으로 일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23.08.28)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것 같은데,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요구되는 것은 점점 더 많아진다. 하지만 새로 도전하기란 쉽지 않고,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에는 책임져야 할 것이 많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어 버린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배우려는 사람은 나이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인생의 중반부를 지나면서부터 속도와 방향을 재정비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공부는 따로 있다고도 말한다. 앞길이 막막할 때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걸으며 인생의 답을 제시한 철학자들에게 의지해 보는 것은 어떨까?
주로 관계에 관한 주제로 강연과 출간을 해오셨는데, 최근 동양 고전에 대한 집필을 이어나가고 계신 듯합니다. 동양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되신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화법 책을 쓴다고 해서 대화법에 관한 책만 읽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수천 년 동안 내려온 고전 속에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혜를 찾는 게 더 재미있었죠. 그 과정에서 동양 고전을 접하게 되었고, 이를 확장하다 보니 동양 고전에 관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전에 관심이 많아서 혼자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독서 모임에 참여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생각을 교정하는 경우가 빈번해졌습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이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통해 이해의 폭도 넓어졌고요. 그렇게 또 집필에 대한 통찰을 얻게 된 것도 사실입니다.
고전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면서도 어렵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작가님만의 고전 공부 노하우가 있으시다면요?
가능하면 먼저 해설서나 주석서를 통해 분위기를 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지는 않습니다. 목차를 보고 '재미있겠다'고 생각하는 부분부터 읽고 나서 원문을 살펴봅니다. 해설서의 내용과 제가 해석한 내용을 비교하는 것이죠. 그렇게 스스로 흥미를 만들어 가며 읽습니다. 저에게는 고전도 하나의 자기 계발서입니다. 예를 들어 <묵자>를 읽으며 인간관계를 생각하고, <순자>를 읽으며 공부법을 생각하고, <노자>를 읽으며 삶의 여유를 고민해 보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왕이면 관심사에 맞는 책 읽기를 권합니다. 오독(誤讀)이 아닌 재해석으로 말이죠.
최근 40~50대 독자들을 중심으로,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이 듦'에 대한 고민이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의 시작이 아닐까 합니다. 나이 듦이 과연 '의미'로서 작용할 것인지, '추함'으로 전락할 것인지에 대한 갈림길에서 '의미'있는 생애를 설계하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은 아닐까요. 정신은 이제 겨우 성숙한 지점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정작 육체는 쇠약해지는 시점에서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재설계하고자 동양 고전의 도움을 얻으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이가 드니 체력이 안 되어 어쩔 수 없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드니 세상을 더 잘 보게 되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말이죠.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에서는 대표적인 동양 철학자를 다루고 계신데,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가 있다면 누구신가요? 그의 철학 중 어떤 부분에 공감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는 없습니다. 모두 좋아합니다. 다만 이 책을 쓸 때 기존에 우리가 흔히 접하던 공자, 맹자, 노자 등의 인물보다는 순자, 묵자 등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던 것이 사실입니다. 숨어 있던 누군가를 찾아 낸 기쁨도 컸고요. 개인적으로는 순자의 행복론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행복은 여유로움, 돈, 명예, 가족 등 많은 것을 이뤄야 하기에 우리가 감히 닿을 수 없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순자는 이를 딱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화를 입지 않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다
명쾌하죠?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고 이 책에서 말씀하고 계십니다. 왜 그래야 할까요?
육체가 쇠해간다고 해서 정신까지 허름해진다면 그 누구도 나이 든 우리를 반겨 주지 않을 겁니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노인을 존경해야한다'라고 말은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이 지식과 능력을 소유할 때만 가능하지, 그렇지 않다면 존경의 대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육체적인 나이 듦'은 분명 유쾌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필요한 것은 치열했던 삶의 경험이며 날카로운 성찰에 근거한 지혜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공부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십'이라고 하면 백 세 시대의 절반이고, 다르게 표현하면 젊지도 늙지도 않은 '낀 나이'이기도 합니다. 이런 나이에는 어떻게 삶의 중심을 잡아야 할까요?
노인의 병을 연구했던 교수에게 한 노인이 자신의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교수는 이 고통을 '노환(老患)'이라고 설명했고요. 서운하지만 나이 듦은 피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는 말은 아닙니다. 육체가 부족하면 정신으로 보완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오십은 인생의 가운데이며, 그만큼 삶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 때입니다. 이제부터는 정말 소중한 것, 정말 사랑하는 것을 잘 살피는 시간으로 채워야 하지 않을까요. 불필요한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으로 채우라는 묵자의 말처럼 말이죠.
손가락을 잘라 팔을 보존했다면 이로움 가운데에서 큰 것을 취한 것이며,
해로운 것 가운데서 작은 것을 취한 것입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를 통해 특히 오십 전후의 독자들께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순자>, <맹자>, <논어>, <묵자>, <도덕경>을 가까이 두고 살아갈 날들이 막막할 때 슬쩍 꺼내 읽는다면 저자로서 더할 나위 없는 행복할 것 같습니다. 공자의 <논어>에 '고치면 남들이 모두 우러러 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생의 절반쯤 온 후에, 몸과 마음에 익은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니,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게 쉽다면 오히려 세상이 만만해지겠죠. 하지만 동양 고전을 통해 조금씩 흉내라도 내어 보면 어떨까요. 동양 철학의 슈퍼스타들이 이야기하는 생각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행동을 의지한다면, 앞으로 일상을 현명하게 살아가는 데 반드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범준 30년 동안 일과 공부를 쉬지 않고 치열하게 살았다. 고려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인력개발전문대학원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기업 인권에 관심을 갖고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고, 삼성, LG 등에서 일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대기업, 공공 기관, 교육 기관 등에서 강연 활동을 하고 있으며,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 솔루션도 전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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