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미디어콘텐츠팀이 이주의 신간을 추천합니다. 서점 직원들의 선택을 눈여겨 읽어주세요. |
류승희 글·그림 | 보리
요새 친구들과 "나이 들수록 자매가 있는 게 좋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좋은 꼴, 나쁜 꼴, 이상한 꼴, 더러운 꼴을 다 보며 함께 자란 여자 친구. 자매란 노력해도 영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말하지 않아도 절로 이해되는 그런 존재 같다. 앙숙과 동지를 넘나들며 자매애를 나눈 상대가 있다면 『자매의 책장』을 함께 보면 어떨까. 아픈 어머니와 함께 단둘이 사는 언니 '우주', 아이가 태어난 뒤 일을 그만두고 혼자 육아를 책임지는 동생 '미주' 자매의 이야기를 사계절의 색으로 담아낸 그래픽 노블이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어머니의 병, 육아 문제 등 자매의 일상은 팍팍하다. 어릴 적부터 책에서 위로받았던 자매는 마흔에 가까운 나이에도 서로 책을 빌려주고 소소한 문자를 주고받으며 여전히 느슨하게 일상을 공유한다. 아직 읽지 못한 책으로 채워진 책장처럼, 아무리 가족일지라도 모든 것을 샅샅이 이해할 수는 없다. 어쩌면 빈칸이 있어 더 잘 기대어 있는 것일지도. (이참슬)
나쓰메 소세키 저 / 정수윤 역 | 휴머니스트
어린 시절 책장 아래에 놓인 세계 문학 전집이 근엄한 할아버지 같았다면, 휴머니스트에서 발간하는 세계문학 시리즈 <흄세>는 언제 다가가도 편한 다정한 할머니 같다. 새로운 번역과 가벼운 판형, 거기다 4개월마다 새로운 테마로 엮어 흥미를 자극하는 구성. 이번에는 '할머니라는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중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은 정수윤 번역가의 섬세한 번역으로 출간 전부터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탄력적인 문장으로 되살아난 도련님과 기요 할멈의 애틋한 우정. 마쓰야마 온천마을에서 가시도치, 붉은 셔츠 등 개성 넘치는 선생들과 벌어지는 에피소드들. 고전이라는 무게를 덜어내고 보면, 때로는 웃기고 그러면서도 잔잔한 고독이 깔린 한 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나쓰메 소세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과하고 나면, 역자의 정성스러운 해설이 이어진다. 그저 종이에 적힌 활자이지만, 한 편의 소설이 주는 실감이란 이런 것이구나, 깨닫게 된다. (김윤주)
김도영 저 | 필름
첫 플리 마켓에서 백화점 팝업 스토어까지 84일 만에 해낸 '김씨네과일' 대표 김도영의 이야기. 과일 프린팅을 한 티셔츠를 트럭에서 '빨간 다라이'에 담아 판다. 누가 티셔츠를 사면 그럴싸한 종이봉투 대신 시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검은 비닐봉지에 티셔츠를 둘둘 말아 넣어 준다. 무슨 콘셉트인지, 무슨 자신감일지 모르는 판매 방식이지만 다들 즐거워하면서 트럭을 쫓아다닌다. "돈을 벌고 싶으면 돈을 벌고 싶다고, 사랑받고 싶으면 사랑받고 싶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솔한 브랜드"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았다. (정의정)
권혜영 저 | 민음사
『사랑 파먹기』는 7개의 소설을 엮은 책으로 화자가 보는 시선과 불출되는 생각의 물음들이 인상 깊은 책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상황을 마주하지만, 그 모든 것을 명쾌하게 마주하기보다는 흐릿하게 지나가는 일들이 많은데, 그러한 점을 잘 표현한 지나치게 현실적인 소설이다. 마치 읊조리듯 일상에서 무심코 생각을 건드는 질문들은 마치 심드렁해 보이면서도, 그 관찰력이 건조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저 살아가고 숨 쉬며 여름날 늘어져서 읽기 좋은 책. (이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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