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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우X정희원 칼럼] 결핍에서 찾는 희망, 거대 도시와 철도

전현우 정희원의 거대 도시에서 이동하기 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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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의 일이다. 한 기자분께 질문을 받았다. 기대 수명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서울 도시 철도의 무임승차 연령이 상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2023.07.14)


기후 위기 시대, 도시의 이동을 탐구하는 교통, 철학 연구자 전현우와
도시인의 이동성 문제에 관심이 많은 노년내과 의사 정희원의 크로스 에세이.
매주 금요일 연재됩니다.


언스플래쉬

몇 달 전의 일이다. 한 기자분께 질문을 받았다. 기대 수명 증가 추세를 고려할 때 서울 도시 철도의 무임승차 연령이 상향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평소 우리나라의 건강 수준 향상에 따라 30년 동안 65세에 멈추어 있는 노인 기준 연령이 지금보다는 장기적으로 상향될 필요가 있음을 여러 매체에서 이야기한 바 있었는데, 이를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하지만 내 대답은 달랐다. 대중교통은 가능한 한 전 국민이 최대한 값싸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기준을 연령으로 가를 이유가 없었다. 대중교통을 무료에 가깝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보편 복지의 측면에서 매우 소득 재분배적이며, 사람들에게 탄소 배출을 낮추는 넛지 효과를 주며, 부가적으로 상당한 건강 효과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요금이 값싸지는 일은 정확히 소득 재분배적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승용차가 아닌 대중교통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 시민은 2022년 기준으로 월 소득 200만 원 이하는 통근과 통학에 승용차를 사용하는 비율이 3.3%에 불과한데, 이후 소득 증가에 따라 계속 증가하여 800만 원 이상에서는 33.3%가 승용차를 이용하였다. 나머지는 대중교통을 활용하거나, 도보, 자전거, 오토바이 등을 활용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자료에서, 월 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그룹은 도보가 주 통근, 통학 수단인 비율이 41.4%에 이르렀다. 집 근처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하는 비율이 높아서일 수도 있지만, 다른 교통수단을 활용하는 것의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면도 기여하였을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의 통근자가 거리에 따라 월 5~15만 원의 대중교통 이용 요금을 지출하는 경우,(평균 10만 원) 이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는 월 소득 200만 원에서는 소득의 5%에 해당하지만, 월 소득 1000만 원에서는 소득의 1%에 불과하다. 돈을 어디서 가져오냐고? 부자들이 '거함거포' 자동차를 보유하고 운행할 때 더 높은 세금을 내게 하면 된다. 승용 자동차의 보유세를 차량 가액과 탄소 배출, 바닥 면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과세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확실한 재분배가 보장된다.


전면적인 가성비

사람들의 이동을 대중교통으로 유도하는 일은 우리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를 조금이나마 늦출 여지를 제공한다. 통상적인 중형 휘발유 자동차는 1킬로미터를 이동하는 데 140~160그램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서울의 버스는 2016년 자료로 볼 때 사람 한 명을 1킬로미터 이동시키는 데 50.6그램을, 지하철은 33.6그램을 배출했다. 출퇴근에서 차를 버리고 대중교통을 택하면 큰 폭의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다. 전 국가 단위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약이 없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이 대중화되기를 기다리는 것에 비하면 전 국민이 대중교통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편이 훨씬 현실적이다. 비슷한 의미로, 2022년 독일은 물가 상승과 기후 위기를 타깃으로 9유로(약 13,000원)에 도시 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을 한 달간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3개월간 한시적으로 판매하기도 하였다. 이 티켓의 효과로 탄소 배출이 180만 톤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금년에는 후속작으로 월 49유로로 독일 전 지역을 횟수, 구간 제한 없이 여행할 수 있는 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대중교통은 도시민의 건강에 유익하기까지 하다. 거대도시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그저 생각만 해 보아도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수반되는 걷기나 계단 오르기 등의 신체 활동은 건강상에 유익할 것 같지 않는가. 역시나 수많은 연구들이 이를 지지하는 관찰 결과를 보인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해외의 분석에서, 대중교통의 활용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8-33분의 신체 활동 증가와 연관되어 있었다. 이만균 경희대 스포츠 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2014년에 보고한 연구에서도, 같은 거리 이동에서 자가 운전 그룹은 평균 108kcal을 소모했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그룹은 211kcal을 썼다. 일본의 한 건강 검진 센터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중년의 시민 약 6천 명에서 과체중, 고혈압, 당뇨의 위험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자가 운전자에 비해 44%, 27%, 34% 낮았다. 이외에도 체질량 지수와 체성분, 심혈관계 질환 위험도 등 다양한 지표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그룹에서 더 낫다는 여러 연구 결과들이 존재한다. 한 미국의 지역 단위 분석 연구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대중교통을 이용 비율이 1% 더 늘어날 수록 비만률은 0.22% 낮은 연관성을 관찰하기도 하였다.

 

몰라서 못 타는 게 아니다

이렇게 유익한 대중교통 중에서도 그 효용은 철도를 따르는 것이 없다.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을 뿐 아니라. 정시성이 웬만하면 보장된다. 독립된 선로망을 사용하므로 정차와 가감속 시간을 포함하는 표정 속도 역시 도로 교통망에 비해 현저히 빠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거대도시에서 철도는 늘 부족했다. 과거 나의 출퇴근 경험을 떠올려본다. 부천에서 분당으로 출근할 때였다. 정시성이 보장되는 철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부천에서 서울, 서울에서 분당으로 이뤄지는 방사형 교통망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구간은 지옥철이었다. 편도 한 시간 30분. 버스를 타면 출퇴근 시간에는 때로는 편도 두 시간 반이 걸렸다. '내가 대전을 가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늘 했다. 자동차로는 새벽 5시에 집을 나서고 밤 11시에 직장을 나서면 편도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갖은 경로를 이용해서 출퇴근을 시도하다가 결국 학습된 무기력에 빠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직장의 당직실에서 잠을 이루는 경우가 많아졌다. 

내가 몸으로 경험했던 문제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방사형 설계와 그 사이를 연결하는 횡방향 연결의 부재, 부족한 수송 용량의 문제는 도시 철도와 광역 급행 철도, 고속 철도 등 여러 형태의 철도망에서 공히 관찰되는 문제다. 이 모든 것은 있어야 할 곳에 충분히 철도가 없다는 과소 공급의 깔때기로 수렴한다.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김포 골드라인이나 도시철도 9호선 급행열차의 혼잡도 문제와 신규 철도 노선이 발표되거나 개통될 때마다 들썩이는 부동산 시세의 문제는 역시 철도가 기본적으로 과소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공공재로서의 특징을 가지는 철도가 적절히 계획되어 충분히 공급되어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에 이른다면 이론적으로는 신규 노선과 같은 호재는 시세에 별다른 영향이 없어야 한다. 철도를 활용하고 싶은 의사가 있으나 지옥 버스에 매달려 출퇴근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잠재적 주택 구매자의 수가 많기에 철도 접근성의 상당한 프리미엄이 부동산 시장에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다.

이러한 철도 과소 공급의 구조는 당연히 소득 역진적이다. 더 부유하여 값비싼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아쉬울 것이 적고, 다른 대체 이동 수단마저 많은 상황에서 도시 철도 접근성이라는 혜택을 얻는다. 하지만 이 거대도시에서 부유하지 못하면 역세권에 살지 못한다. 앞서, 월 소득이 200만 원 이하인 그룹에서 도보가 주 통근, 통학 수단인 비율이 41.4%에 이르렀던 현상의 배후에는 이 문제도 있을 것이다. 애초에 도시 철도를 이용하는 것이 이동의 선택지에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철도 과소 공급은 공공재이자 사회 간접 자본의 특성을 가지는 도시 철도가 의도된 바대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가능성을 높인다.


결론

이전 글에서, 전현우 작가는 '자동차가 팔고 있는 환상'이 사람들을 지배하여 사람들이 자동차의 세계에 물들게 됨을 지적했다. 동의한다. 나 역시도 자동차의 세계에 젖어들고 싶지 않아 이동 수단으로는 일차적으로 대중교통을 선택하며, 꼭 필요할 때에는 자동차의 '거함거포화'에 저항하는 뜻에서 생산된 지 7년 된 소형 전기차를 타고 있다. 하지만 대전 유성구와 부천시, 고양시를 포함하여 도시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의 활용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역에서 그간 직장 생활을 경험해 본 바로는, 정말 많은 이들이 자동차를 이동을 위한 생존 수단으로 그저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자동차의 물신을 좇아서가 아니라 어쩌면 그저 철도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다. 철도를 비롯한 대중교통이 좋은 점을 모르거나 또는 게을러서 이용하지 않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거대도시 속에서 고통받는 우리들에게 철도가 어떤 해답을 줄 수 있을지, 전현우 작가의 답이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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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정희원(노년내과 의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의사로 일하고 있다. 의과대학 시절, 호른을 연습하던 중 근육 유지의 중요성을 깨닫고 근감소증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후 내과 실습을 돌며 노인의학에 완전히 매료되었으며, 내과 전공의 시절 노쇠에 대해 연구하다가 공부에 대한 갈증이 생겨 의과학대학원에 들어가 이학박사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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