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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 김윤정 "예술은 삶이 힘들 때 빛을 발해요"

『펜으로 쓰는 춤』 김윤정 안무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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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쓰는 춤』은 공연 예술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세계 여행기, 문화 감상록에 이르는 다채로운 글들은 때로는 기분 좋은 유쾌함을, 때로는 진지한 사유를 건네며 독자들을 지적인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 (2023.07.04)

김윤정 안무가 (ⓒ 진나연)

"무엇이 나를 춤추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시작되었다는 김윤정 작가의 글쓰기는 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안무가의 삶, 타국에 사는 이방인의 삶을 그려낸다. 『펜으로 쓰는 춤』은 공연 예술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세계 여행기, 문화 감상록에 이르는 다채로운 글들은 때로는 기분 좋은 유쾌함을, 때로는 진지한 사유를 건네며 독자들을 지적인 사색의 세계로 이끈다.



『펜으로 쓰는 춤』의 제목이 인상 깊습니다. 공연 예술가로서 춤을 추는 것과 글을 쓰는 건 다른 경험이었을 텐데, 출간하시게 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인생에 때로는 자기 힘에 부치는 일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목적 없이 써 내려간 글이 이렇게 책으로 출판되어 기쁩니다. 동시에 유기적인 생각들이 글로 고정되어 나온다는 것이 사실 두렵기도 합니다. 무용 공연이 몸을 재료로 하여 무대 위에 펼치는 작품이라면, 책을 내는 것도 펜을 가지고 백지 위에 글을 쓰면서 하나의 공연을 하듯이 완성해야 합니다. 논리보다는 직관적으로 춤을 추듯이 글을 썼고, 한 번의 공연으로 사라지는 것과 다르게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는 책으로, 관객이 아닌 독자와 만난다는 것이 제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책을 읽어보니 함께 무대에 서는 댄서들 자체가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고 하셨습니다. 작가님께 춤은 어떤 의미인지, 일상에서 영감을 얻으시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컨템포러리 춤으로 공연 작품을 만드는 제게 춤은 말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표현하는 또 다른 언어입니다. 영감을 얻는 방법은 없습니다. 모든 예술이 우리들 인간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친밀하거나 낯선 일상들은 제게는 늘 소재가 되고 주제가 됩니다. 눈에 보이고, 읽고, 인지하는 모든 것들을 저는 관찰자 입장으로 봅니다. 동시대성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바라볼 때 더 잘 보이는 듯합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어떤 상황 또는 한 단어, 한 문장이 저를 반추하게 하고 제 안에 결속되는 것들을 표현하고 싶게 만드는 것입니다.

『펜으로 쓰는 춤』에서 '나는 춤을 출 때 살아 있음의 자유를 온전히 누린다.'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무대의 압박감을 이겨내고 온전히 무대에 집중하고 관객과 소통하는 작가님만의 계기가 있을까요?

몸은 지금 여기에 있지만 정신은 과거나 미래 때문에 현실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험을 생각해 볼 때, 춤을 추는 무대 위에서는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 순간 박자와 호흡에 집중하지 않으면 바로 길을 잃고 흔들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그 순간만큼은 몸과 정신이 하나가 되어 현재에 집중해야 하고, 그 순간들은 자유 그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독일 무대를 시작으로 다양한 나라에서 공연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데요. 무대는 관객이 있어야만 비소로 완벽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작품이 있으실까요?

딱 한 가지를 꼽으라 하면 가장 많은 나라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솔로 작품 <이별 그림>입니다. 고인이 된 연극을 하던 동생과 네덜란드에서 사무엘 베케트의 <발소리>라는 공연을 했었습니다. 그 시절 녹음해두었던 그녀의 목소리와 내가 함께하는 공연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공연 후 무대 뒤로 와서 시적이고 뭉클하다며 눈시울을 붉히곤 했었습니다. 프로그램에는 쓰여 있지 않았지만, 무대에서 분명히 혼자 춤을 추고 있지만 솔로가 아닌 듀엣을 보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동생의 목소리와 제 춤이 함께하는 듀엣입니다.

작가님의 예술적인 관점이 더해진 작가님의 여행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때로는 낯선 곳으로 모험을 떠나며 즐기는 여행이 작가님의 예술적인 삶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익숙해지는 것들에서 벗어나 만나는 새로운 공기, 새로운 거리는 그 자체가 영감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독서는 또 다른 지적인 여행입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는 일상에서 주어지는 의무적인 일들에서 벗어날 수 있기에 가벼워집니다. 가벼움은 어디든 쉽게 도달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의 영혼이 무거워지기 전에 저는 떠납니다.

추천사 중에 '철학하는 무용가'라는 작가님을 향한 수식어가 인상 깊은데요. 공연 예술가이자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세상이 물질과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닫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철학이 생깁니다. 계획을 하는 순간 열정이 아닌 욕망이 생기고, 그 욕망은 저를 가두는 함정이 되고, 그 함정은 저답지 않은 길로 들어서게 합니다. 언제나 큰 목표나 계획은 없습니다다. 우선, 올해 안에 일어날 일은 나진환 연출의 연극 <햄릿>에 출연하게 되어 장기 공연을 하게 되는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현대 음악 박선영 작곡가의 공연에 연주자들의 제스처를 안무합니다. 그리고 제 무용단 공연은 늘 머릿속에서 발전 중에 있습니다. 무목적적인 여행과 글쓰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펜으로 쓰는 춤』을 통해 독자분들이 자기 삶에 던졌으면 하는 물음이 있을까요?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답게 사는 것입니다. 『펜으로 쓰는 춤』이 각자의 '자기다움이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독자들의 여정 속에 잠시 들러보는 정류장이 되길 바랍니다.



*김윤정

안무가, 공연 예술가. 수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한 후 이화여자대학교 예술대학원에서 현대 무용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유럽으로 건너가 아시아인 최초로 네덜란드 아른험 예술대학에서 무용으로 디플롬을 받았다. 독일 주정부의 지원으로 첫 작품 활동을 시작한 후 미국, 러시아, 영국, 일본 등 전 세계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며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춤 안에서 명확히 표현되어야 할 자신만의 언어를 알고 있는 안무가'로 인정받았다.




펜으로 쓰는 춤
펜으로 쓰는 춤
김윤정 저
오렌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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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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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으로 쓰는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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