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오리지널 특집]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김서해 작가 인터뷰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
뭐가 그렇게 힘든 거야? 대체 언제까지 슬퍼할 거야? 하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뭐라 답하면 좋을까? 나는 이런저런, 아주 다양한 목소리로 말하고 싶다. '끝이 날 때까지. 어쩌면 영원히.' 나와 닮은 목소리들을 위해, 얼얼한 마음들을 위해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 (2023.06.26)
반짝이는 첫 소설, 응원하고 싶은 한 걸음,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는 신인 작가의 첫 책을 소개하는 시리즈 <자이언트 스텝>의 두번째 작품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 작가의 탄생을 지켜보고, 흥미진진한 여정의 첫 순간을 함께하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해인이 영원과의 대화를 통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고, 오로지 보여지는 것만이 중요한 세상에서, 해인은 순도 높은 자신과 조우하게 된다. 김서해는 "우울하다는 말 대신 얼얼하다는 말을 쓴다"(작가의 말)고 말했는데, 바로 그 얼얼한 마음들을 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올해 초 「폴터가이스트」(앤솔러지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라는 작품으로 독자들을 만나셨죠? 작가로서 세상에 선보이는 첫번째 작품이었는데요. 여름에 시작된 두 소년의 만남과 그들이 겪는 기이한 사건, 그리고 그 시간을 관통하는 서로를 향한 감정의 물길이 매우 아름답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는 첫 장편이자 단독 저서예요. 어떻게 구상하게 된 소설인가요?
노래를 들으면서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바람이 많이 불고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갑자기 제가 서 있는 곳에서 다음 블록까지 춤을 춰보고 싶더라고요. 저는 춤을 좋아하지도 않고, 잘 모르는데도 그런 충동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춤을 추는 대신, 집에 달려가서 어떤 여자가 거리에서 춤을 추는 추는 장면을 썼어요.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해인의 이야기가 생겨났어요.
「폴터가이스트」에서 두 소년이 나누는 대화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번 작품에서도 해인과 영원의 대화가 정말 좋아서, 이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영화 <비포 선라이즈>에서 두 남녀가 길거리를 걷고 장소를 옮겨가며 끊임없이 대화하는 장면들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대화가 있다면 어떤 모습인가요?
이상적인 대화는 가장 기본적 형태의 대화가 아닐까요? 서로의 생각을 묻고, 듣는 것이요. 사실 질문하기도, 끝까지 듣기도 어렵거든요. 「폴터가이스트」의 현수는 잘 들어주는 캐릭터이고,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의 영원은 이것저것 많이 물어보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대화의 기둥이 되어준다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요.
해인은 어릴 때는 무용을 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는 그림을 그렸으며, 대학원생인 지금은 글을 씁니다. 스스로는 그 어떤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취가 없어 초라하다고 느끼지만요. 독자인 저에게는 그 형태가 바뀌어왔을 뿐 꾸준히 자신 안의 무언가를 표현해내기 위해 노력해온 인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인은 작가님과 닮아 있는 인물인가요?
해인은 좋아하는 것에 모든 열정을 쏟아요. 뭔가를 좋아하게 되면 쉬지 않고 노력해요. 저는 그에 비하면 엄청 게으르죠. 다양한 분야를 좋아한다는 점에선 비슷하지만, 좋아하면 금세 익숙해져서 좋아한다는 사실 자체를 잊거든요. 오히려 제가 닮고 싶은 캐릭터 같아요.
영원이 해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물으며 함께 나누게 되는 대화가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니까 그만큼 소중한 것이라고, 무의식은 꿈이고 꿈은 푹 꺼진 사랑"이라는 말이요. 마치 시의 한 구절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작가님에게도 '무의식은 꿈이고 푹 꺼진 사랑' 같은 것이 있나요?
많죠! 노래, 영화, 책, 스포츠, 물건이나 연예인까지. 무언가에 한동안 푹 빠졌다가 어느 순간 충분히 만족해버려서 더는 궁금하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도 나를 구성하는 요소로 남아 있더라고요. 그런 경험을 담은 문장이에요.
이 소설은 산란하는 빛의 이미지로 가득차 있어요. 오래된 서점의 불투명한 유리창에 비치는 실루엣, 깨어진 유리 조각에 닿아 반사되는 빛들, 한강의 윤슬... 그건 마치 해인의 마음속 풍경처럼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자신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고 이에 골똘히 대답하면서, 우리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과 부지런히 대화하는 존재니까요. 작가님이 요즘 자기 자신과 자주 나누는 대화는 어떤 내용인지 살짝 들려주실 수 있나요?
제가 저 자신과 자주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독립이에요. '어떻게 하면 책임감 있고, 혼자서도 이것저것 해내는 어른이 될까?' 하고 묻고, '몰라, 되어봤어야 알지' 하고 시시하게 답해서 잘 이어지지 않지만... 그래도 계속 고민하다보면 답을 찾겠죠?
*김서해 2023년 「폴터가이스트」(앤솔러지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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